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2)
# 122
성자 출현 (3)
로칸과 리나이 영주의 협상은 곧장 진행되었다.
로칸의 설득이 통한 것인지, 리나이 영주가 거의 반포기 상태로 영지 매각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치안대장이라는 자리를 받고, 영지민들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자 영지 매각 비용은 로칸의 예상 이하로 줄어들었다.
2배쯤을 불러도 구입 의사가 있던 로칸으로서는 호재.
즉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인했다.
[리나이 영지가 로칸 님에게 귀속됩니다.] [영지 관리 창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종족이 최초의 방문자 귀족인 당신에게 주목합니다.]그렇게 계약서 작성을 마치고, 의회와 황제에게 합의서가 전송되자마자 레밍턴 영주로부터 두 번째 서신이 날아들었다.
“역시나로군요.”
“그렇군.”
리나이 영주, 아니 리나이 영주였던 데카른은 짧은 시간 내에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같은 남작의 지위이기는 했지만 로칸을 보좌해 선대로부터 지켜 온 이곳 리나이 영지와 영지민들을 보호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로칸에게 존칭을 하는 것은 물론, 함께 레밍턴 영주의 도발에 고민했다.
“너무 예상대로야.”
그러나 걱정스러운 데카른과 달리 로칸은 서신을 읽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리전. 혹은 기사대전이라고 불리는 그것.
레밍턴 영주가 자신의 영지민이 리나이 영지에서 모욕과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며 영지민의 생명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예상보다 빨랐지만 아마도 눈독 들이던 리나이 영지가 로칸의 손에 넘어간 까닭인 듯싶었다.
‘조급해졌군.’
그렇기에 서두르기로 마음먹은 것이 분명했다.
영지의 소유권 이전 등으로 소란스러울 때 분란을 일으킨다면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지만 영지가 안정되고 잠잠해진 뒤에 시도한다면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영지를 손에 넣은 대상이 로칸이었다. 자신과 밀약( )을 맺은. 서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
“물론.”
그러나 그러면서도 로칸을 완전히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대리전을 일대일로 치르는 것이 아니라 5 대 5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설혹 로칸이 딴마음을 먹더라도, 아주 우연찮게 한 번의 승리를 거두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수를 쓴 것이다.
그 수가 아주 얄팍했기에 로칸에게 바로 간파당하고 말았지만.
“이렇게 하면 되니까.”
서식을 끝까지 읽은 로칸은 펜을 들어 답신을 적었다. 기사대전을 수락하며,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승자전.
승자를 가리기 위해 팀 대결의 방식을 취하되, 승자는 계속 남아 싸울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나이 영지에는 영주인 자신 이외에 기사급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반대로 자신이 다 이겨 버리면 그만이니까. 상대는 그것이 함정인지도 모르고 덤빌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곧 답신이 도착했다.
[레밍턴 영지와 리나이 영지의 기사대전이 성립되었습니다.] [앞으로 사흘 뒤, 참관인 입회하에 기사대전이 진행됩니다.] [승리 시 상대방의 영지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패배 시 소유한 영지에 대한 소유권을 잃게 됩니다.]기사대전의 수락! 당연히 로칸이 제시한 조건을 포함한 채였다.
발전 정도와 잠재력의 수준이 다른 두 영지인 만큼 레밍턴 영주가 훨씬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승리하기만 한다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영지 하나를 홀랑 집어먹을 수 있으니까.
방문자라고는 하나 그 짧은 시간 내에 이만큼이나 로칸이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실책이었다.
‘이미 무를 수도 없지.’
기사대전이 성립한 이상, 이후의 진행은 두 영주의 손을 떠났다.
황제와 의회의 소관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거나, 황제의 분노를 사야 했다. 감히 황제가 승인한 일을 남작 따위가 번복한 셈이니까.
최악의 경우, 모든 재산과 영지를 몰수당할 수도 있었기에 사실상 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흐흐흐흐!”
리나이 영지에 이어 곧장 레밍턴 영지까지! 더불어 레밍턴 영주에게 사실상 복속되어 있던 자잘한 영지까지 집어삼킨다면 로칸은 자작급의 영지를 거느리게 될 수 있었다.
더불어 더 크게 성장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겠지.
‘앞으로 사흘.’
게다가 사흘이면 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레밍턴 영주가 낌새를 채고 마스터급 용병이라도 데려오지 않는 이상 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물론 마스터급을 움직일 자금력 따위가 그에게 있을 리도 없었지만.
“걱정 말고 영지 관리에만 집중하도록.”
그렇기에 데카른을 다독이면서도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지 관리.”
[영지 관리 모드가 개방됩니다. 영지의 운영과 성장 방향, 임명, 세금 관리 등이 가능합니다.]데카른을 물린 로칸은 즉시 영지 관리 창을 조작했다.
뭔가를 머리 아프게 관리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지만 어쨌든 전생의 로칸도 귀족의 지위는 얻은 바 있었기에 조작 방법은 대충 알고 있었다.
일단은 임명부터.
데카른에게 공헌했던 대로 파격 인사를 진행한 뒤, 추가로 한 가지를 더 실행했다.
“광산 개발.”
세 번째 광산 개발이었다.
이번에는 맨땅의 헤딩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위치를 지정했다. 곡괭이만 몇 번 꽂아도 자원이 풍부하게 쏟아져 나올 그곳으로.
영지의 재정이 부족하니 당연히 개발 비용은 사비로 충당했다. 확정적인 소득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깟 수백 골드쯤 투자하지 못할 것이 무언가.
남들이 보면 영지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태에서 미친 짓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로칸이기에 보일 수 있는 과감함이었다.
‘의심은 하겠지만 상관없지.’
아마 그 소식을 레밍턴 영주가 접한다면 로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래 봐야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터였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지금 로칸을 잡기 위해서는 300레벨의 마스터급이 나와야 하는데 마스터급이라면 남작이 아니라 자작, 백작급의 영지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수준이니까.
괜히 ‘마스터’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 게 아닌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
그러나 로칸은 방심해 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고작 사흘뿐이지만, 그사이 스펙을 업그레이드해서 제대로 찍어 눌러 줄 생각이었다.
딴소리 못하도록, 감히 저항하거나 반항하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기사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잡음 없이 레밍턴 영지를 집어삼킬 생각이었다.
오히려 승리 이후를 위해, 노가다를 시작했다.
“제3의 손.”
로칸이 집중하자 그의 가슴팍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손이 나타났다.
투박하고 거친 로칸의 그것과는 딴판인 아주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그것이 눈앞에 놓인 작은 부품들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조잡한 시계를 제작하셨습니다.] [조잡한 폭탄을 제작하셨습니다.] [조잡한 기계 쥐를…….]레벨 업도 좋지만 로칸이 노리는 것은 하나였다. 기계공학 숙련도.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기계장치들.
기계공학의 쓸모 있음은 전생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로칸이 올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손이 워낙 크고 두꺼운 탓에 섬세한 작업이 어려워 숙련도를 올리는 데 제약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스킬, 제3의 손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상상하고 집중하는 것만으로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지니 얼마든지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도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심력과 마나 소모가 상당하기는 하겠지만,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노움족 기계공학까지는 아니라도 써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지.’
이미 기계 쥐 따위는 몇 번이나 써먹은 바 있지만, 만약 숙련도가 더 높았다면 더 다양하고 수월한 방법으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었을 터였다. 기계공학 장치 중에는 일회성 소모품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들도 있으니까.
개중에는 사용하기 망측스러운 것들도 있지만 효과만큼은 훌륭했다.
[기계공학 숙련도 : 43.4%]‘일단은 50%까지.’
그 정도면 ‘어떤 것’의 제작 시도는 가능할 터였다.
‘부족한 확률은 돈으로 메우면 되니까.’
설령 성공 확률이 1%라도 백 번, 천 번 만들다 보면 한 번은 걸리지 않겠나
타이무라에 유입되는 인원이 크게 늘고 겜블이라는 재미난 수입원이 생긴 덕분에 자금은 아주 여유로웠다.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 * *
이틀. 그야말로 눈이 빠지고 머리가 빠개지도록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 결과, 로칸은 원하던 바를 이뤄 낼 수 있었다.
[기계공학 숙련도 : 51.3%]마침내 숙련도 50%를 찍고, 어떤 물건의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제작 가능 숙련도를 채웠어도 성공 확률이 얼마나 낮았던지 하나를 만드는 동안 숙련도가 1.3%나 오를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소모된 재료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로칸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끝났군.”
아직 약속된 시간까지는 반나절이 넘게 남았다.
기사대전이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리나이 영지도, 레밍턴 영지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진행을 하니 따로 준비를 할 것도 없었고 알아서 놀고 있으면 시간에 맞춰 소환이 될 테니 지각을 할 걱정도 없었다.
“아……!”
그럼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던 로칸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렸다.
떡밥을 던져 놓은 채 영지전 때문에 미처 회수하지 못했던 일. 바로 성자의 존재였다.
“으흠…….”
슬쩍 홈페이지를 열어 반응을 살핀 로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 포션 하나 값도 안 되는 돈으로 모든 생명력 회복과 각종 버프를 받을 수 있으니 이제는 사냥 전 필수 코스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성자가 걸어 주는 버프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 신전에 거금을 기부하고 받을 수 있는 버프보다도 효과가 월등히 좋았다.
“괜찮겠지 ”
대충 상황을 파악한 로칸은 누구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모를 중얼거림과 함께 스크롤을 찢었다.
목적지는 코코모로. 성자가 머무르는 곳이었다.
본래대로라면 벌써 지역을 옮겼겠지만 마을의 규모가 제법 크고 마을의 일을 해결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유저들이 밀려드는 탓에 아직도 그곳에 머무르는 것이다.
잠시 귀를 기울이고 마을을 둘러보며 놈의 위치를 파악한 로칸은 즉시 성큼성큼 걸어 그쪽으로 향했다.
성자의 힐과 버프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을 밀치고 줄을 흩어 버리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앗, 누구야!”
“에이 씨, 누가 새치기를…….”
당연하게도 대기하던 유저들이 반발했지만 곧 조용해졌다. 상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본 것이다.
혹시나 모르고 성질을 부리다가도, 옆에 있던 친구나 동료가 강제로 입을 틀어막고 제압해 버린 덕분에 불상사( )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일이십니까 축복을 받으시려거든……!”
쐐애애액!
연이어 힘을 쏟은 까닭에 힘든 기색이 역력한 성자의 앞으로 순서를 무시하고 다가간 로칸이 취한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다.
다짜고짜 선공을 가한 것!
장난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도록 매섭게 떨어져 내리는 시퍼런 도끼날에 깜짝 놀란 성자는 버둥거리며 힘을 뿜다가 몸의 균형조차 잡지 못하고 벌렁 넘어져 버렸다.
“저, 저런……!”
“새치기까지 해 놓고 이게 무슨 짓이야!”
“경비! 경비병!”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듯 놀라 자빠진 성자가 대응하기도 전에 먼저 소리를 질러 댄 것은 유저들이었다.
로칸의 돌발 행동이 ‘독점하지 못할 바에야 아무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치사하고 졸렬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목청 높여 경비병을 부르짖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 달리 경비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을 성공하지 못해서 아니다. 그것은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이오! 나 한 몸 죽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아직 내게는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
“치료는 개뿔. 그건 네 생각이겠지. ‘사제이고 싶은 네크로맨서’ 씨.”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