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
# 13
역병의 저주 (1)
[던전 ‘크톤 하수도’에 입장합니다.]“흡.”
하수도로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즉시 로칸은 준비했던 해독초 하나를 코밑에 붙였다. 쓴 내가 다시 코를 찔렀지만 하수도 냄새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철벅.
오크족 배틀 액스를 꺼내 들자 근육에 살짝 긴장이 더해졌다.
하수도 쥐들이 로칸을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상대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아이템도, 경험치도 쥐꼬리만큼 주는 놈들이라도 어떤 면에서는 꽤 쓸 만한 상대였으니까.
찌직.
기억 속 크톤 하수도의 지형을 떠올리며 걷자 곧 강아지만 한 크기의 쥐가 나타났다. 이름만 쥐일 뿐이지 이미 괴물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였다.
“혼자 왔니 ”
퍼억!
벌겋게 변한 눈으로 달려드는 하수도 쥐를 향해 도끼를 내지르자 머리부터 척추까지 한 번에 갈라졌다.
원 샷 원 킬!
로칸의 압도적인 공격력 앞에 하수도 쥐 따위는 이미 상대가 아니었다.
[액스 마스터리가 0.1% 상승했습니다.]“좋았어.”
하수도 쥐가 가지는 유일한 장점이 이거였다. 수가 많다는 것. 그 말은 곧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 좋다는 의미였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만 숙련도가 올르지만 지금은 초반, 그것도 극초반이었다.
그렇기에 액스 마스터리를 30%까지 올리는 것은 하수도 쥐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무기의 공격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30%의 숙련도를 채워야 했다.
“도축.”
사냥을 마친 로칸은 도축용 칼을 들고 가죽을 얻어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퀘스트 아이템인 하수도 쥐의 꼬리야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오지만, 로칸은 도축 스킬의 숙련도 또한 미리미리 올려 두려는 것이다. 열 장에 2쿠퍼라 돈은 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었다.
물론 그 또한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럼 달려 볼까 ”
오크족 배틀 액스를 이리저리 휘둘러 본 로칸은 하수도의 안쪽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찌지지직!
하수도 쥐는 의외로 선공 몹이었다.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먹이로 인식하고 덤벼들었다.
거기에 철벅거리는 소리까지 내며 달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스무 마리가 넘는 하수도 쥐가 로칸을 뒤쫓기 시작했다.
로칸의 움직임도 빨랐지만 하수도에서는 쥐들의 속도도 뒤지지 않았다.
“읏차.”
적당한 수가 모였을 때, 로칸이 돌아섰다.
서걱서걱!
달리는 것을 멈추고 몰려든 쥐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크톤 하수도 맵은 수백 명이 동시에 사냥을 해도 될 만큼 넓었기에 하나씩 처리하며 나아가서는 끝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로칸은 이 하수도에 결코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길도 특징도 다 알고 있는 마당에 길게 끌 이유가 없다.
“대시! 스트라이크!”
달리고, 몰이사냥을 하고, 도축하는 패턴이 반복되며 차곡차곡 숙련도가 쌓여 갔다.
원래대로라면 숙련도 작업을 위해서 가지 않아도 될 길까지 한 바퀴 돌았겠지만 이미 로칸의 컨트롤이 경지에 올라서일까 숙련도가 생각보다 잘 오르고 있어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다.
‘딱 5백 마리만 채우자.’
하수도 쥐를 천 마리 학살하고 나면 ‘하수도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것까지 노릴 필요는 없었다.
타이틀 효과라 해 봐야 ‘쥐’를 대상으로 하는 공격력이 조금 오를 뿐인데, 그가 아는 한 이후에 쥐 형태의 몬스터는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고작해야 래트맨이 전부지.’
그러니 이곳에서 시간을 더 끄는 것은 낭비였다.
[뛰어난 업적! 하수도 쥐를 5백 마리 학살하셨습니다.] [타이틀 ‘쥐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쥐 사냥꾼][노멀]하수도 쥐를 쉬지 않고 5백 마리나 학살한 당신. 쥐들이 당신에게 공포를 느낍니다.
[보유 효과]-쥐를 상대할 때 공격력 5% 상승
[특수 효과]-본능적인 공포를 이끌어 내는 [쥐 사냥꾼의 공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몇 차례 더 몰이사냥을 마치자 목표했던 5백 마리를 가뿐하게 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쥐와의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쥐 사냥꾼의 공포라는 스킬을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제는 필요가 없었다.
때마침 하수도 쥐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키킥
하수도 쥐 대신 로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오염된 쥐’였다. 하수도 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온몸에 곰팡이 같은 것이 피어 있는 그로테스크한 외형의 괴물이다.
하수도 쥐보다도 확실히 강한 12레벨의 몬스터였지만 놈들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독이었다. 5회나 중첩이 되는 데다가 중독되는 방식도 문제였다.
“도축.”
[오염된 쥐의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10초에 1씩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주의하세요. 오염된 쥐의 독은 최대 5회까지 중첩됩니다.]시체를 통해서도 중독이 되는 것이다.
도축 숙련도를 높여야 하는 로칸에게는 난감한 상황이겠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오염된 쥐의 독은 30초면 끝이니까.’
독의 지속 시간은 짧은 편이었고, 이런 가벼운 중독이라면 오히려 환영하는 바였다.
[몸 안의 독을 이겨 냈습니다.] [독 저항력이 생성됩니다.]이렇게 독에 자주 노출될 경우 올리기 어렵다는 ‘저항력’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하수도 쥐에게는 찝찝해서 물리지 않았지만 이거라면 적당히 체력을 하락시킬 수도 있었다.
“응급처치.”
[응급처치가 0.1% 상승했습니다.]천천히 하락하는 생명력을 확인하며 응급처치를 사용하자 생명력은 회복되지 않아도 숙련도가 상승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생명력이 회복될 때까지 연거푸 스킬을 사용하자 간헐적으로 미세한 생명력이 회복되었다.
생명력이 회복되든 그렇지 않든 숙련도는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걸 보고 일타쌍피라고 하지.’
위험하다 싶으면 구입해 온 해독초를 이용해 해독하고 생명력을 채우면 그만이다.
크톤 하수도는 알려진 것과 달리 지독한 냄새만 아니라면 여러모로 꿀을 빨 수 있는 던전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두리안과 같다고나 할까. 천상의 맛, 지옥의 냄새. 물론 언젠가 말린 두리안을 먹어 본 로칸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로칸은 계속해서 오염된 쥐를 학살하며 전진했다.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
로칸의 입장에서 하수도 쥐나 오염된 쥐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몇 마리를 몰아서 잡든 한 방감인 것은 똑같았고, 중독에 의한 생명력 관리만 신경 쓴다면 일체의 위험 요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참을 나아가자 드디어 크톤 하수도의 끝에 다다랐다.
“이쯤이었나 ”
막다른 길에 서서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던 로칸은 조금 전 잡은 오염된 쥐의 시체를 질질 끌어다가 여기저기에 던져 놓았다.
‘정확한 위치가 기억나지 않으니 하나라도 맞아라!’라는 심정으로 늘어놓은 것이다.
부글부글…….
그러자 그중 시체 하나가 끓어올랐다. 그런데 가죽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붉은 눈을 번쩍이며 되살아났다. 덩치도 훨씬 커져 로칸보다도 거대해졌다.
[역병 쥐][Lv 23]놈의 머리 위로 새로운 이름이 떠올랐다.
모습은 더욱 기괴해지고 이마에는 요사스러운 보랏빛 보석 조각까지 박힌 모습이었지만 로칸은 이상한 부분에서 성질을 냈다.
“숙여, 새끼야.”
쥐 주제에 대한민국 평균 키인 자신보다 녀석이 큰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퍼억! 끼엑!
제대로 자세를 잡아 볼 새도 없이 역병 쥐가 배를 부여잡으며 물러섰다.
부글부글…….
피가 뿜어져 나오고 내장이 흘러나와야 정상이지만, 오크족 배틀 액스에 길게 그어진 놈의 복부는 기포가 올라오며 빠르게 회복되었다. 놈의 이마에 박힌 보석이 가진 힘이었다.
“끼에엑!”
응급처치를 끝낸 역병 쥐가 로칸을 향해 분노를 쏟아 냈다. 기다란 이빨 외에도 날카로운 손톱이 간헐적으로 튀어 오르는 진물을 앞세우고 튀어나왔다.
“크허허헝!”
그런 놈을 향해 로칸이 워 크라이를 마주 내질렀다.
당연히 손해를 보는 것은 놈 쪽이었다. 레벨은 비슷하지만 능력치의 차이가 워낙에 컸기 때문이다. 모든 능력치가 하락하자 거칠던 놈의 동작이 순간 위축되었다.
“대시.”
여기서 로칸의 컨트롤이 빛을 발했다.
대시의 효능은 그저 속도를 높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같은 일격을 위한 스킬이 아닌 것이다.
세 발자국 동안 지속되는 민첩 증폭. 1초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스킬이 캔슬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로칸이 증폭된 민첩을 더해 역병 쥐의 배를 연속으로 갈라 버렸다.
“쥐 사냥꾼의 공포.”
부르르르. 푸확!
어떻게든 대처하려던 놈의 시도가 공포 효과에 무력화되었다. 어쨌든 놈도 ‘쥐’로 인식되었기에 지속 시간은 짧아도 공포 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그사이 놈의 두툼한 뱃가죽이 두부처럼 터져 나갔다. 워낙 힘이 강력했던 탓에 베이지 않고 터져 버린 것이다. 이번에는 회복도 힘들 것 같았다.
“흥!”
놈은 그런 와중에도 이빨을 내밀어 어떻게든 물어뜯으려 들었다. 하지만 순순히 당해 줄 로칸이 아니었다.
도끼 자루를 올려쳐 놈의 턱을 으스러뜨리고, 몸을 발로 차 떨어뜨렸다.
“별것도 아닌 새끼가.”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하수도 쥐와 오염된 쥐를 잡으며 쌓였던 경험치가 역병 쥐의 경험치와 만나며 폭발했다. 게다가 레벨이 하나 더 오르고 오염된 쥐의 독에 의해 내려갔던 생명력이 다시 가득 차올랐다.
반짝!
인벤토리를 확인하니 이번에도 쓸모없는 잡템만 가득했다. 역시 축캐는 아니었던 것일까 혀를 차며 시체로 접근하자 놈의 이마에 박혀 있던 보랏빛의 보석이 유혹하듯 반짝거렸다.
그것을 주워 드는 순간 문제가 생겼다.
[역병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10초에 5씩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주의하세요.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바로 역병의 저주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로칸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전생에는 여기서 영문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죽는 이들도 많았다지만 그는 이미 원인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병의 보석. 그가 회수한 보랏빛 보석에 담긴 힘이 로칸의 몸을 침범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남아 생명력을 갉아먹을 터였다.
“후! 이 냄새나는 곳도 졸업이군.”
그러거나 말거나 로칸은 다시 하수도를 거슬러 지상으로 빠져나왔다.
역병의 저주가 1분에 30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지만 로칸의 총생명력은 이미 1천이 넘었기에 이 정도야 끄떡없었다.
* * *
“윽, 냄새!”
“저 사람 봐. 하수도에 들어갔다 왔나 봐.”
“와, 매너 오진다. 저러고 돌아다니고 싶나 ”
“아, 씨발! 좀 씻고 다녀라!”
로칸은 하수도를 빠져나오자마자 치안 초소를 찾을 예정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이야 이미 후각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아니, 이대로라면 발자국이 새겨진 자리마다 냄새가 밸 것만 같았다. 그러다 평판이라도 대폭 깎여 버리면 낭패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생명력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붕대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로칸은 서둘러 장비 세탁을 맡기고 몸을 씻기 위해 여관으로 뛰어들어 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