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1)
# 131
분기점 (4)
헬린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졌다.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아직 허세일 거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인질까지 모조리 죽이고 납치범에게 뒤집어씌운다 저게 진심이라면 자신과 저놈 중 누가 악당인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그 망설임과 의심이 사라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퍼석
“꺽…….”
벼락같이 달려든 로칸이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린 것이다.
“미, 미친놈!”
살아 있는 주술 인형은 다른 주술 인형들과 달리 조합 스킬의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더 강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강철목으로 만든 주술 인형들에 비해 공격력과 방어력은 좀 더 떨어지는 편이었고, 무엇보다 술사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었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의지를 최소화한 까닭에 로칸을 막아서는 타이밍이 늦었다.
“겁화의 불꽃!”
그러나 만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헬린은 당황하면서도 여러 장의 부적을 겹쳐 뿌리며 거대한 화염을 일으켰다. 크기만 한 게 아니라 고위 화염 마법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담은 파멸의 불꽃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들이닥친 탓에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
로칸은 상대처럼 대타를 세우는 쪽을 선택했다.
“분신 소환.”
콰앙!
분신을 고기 방패 삼아 밀고 들어간 것이다.
분신의 생명력이 크게 떨어지며 전투불능에 빠졌지만 로칸은 몸으로 밀며 마지막 한 줌의 생명력까지 태웠다.
“난무!”
흩어지는 분신의 몸체를 꿰뚫으며 무시무시한 참격을 날렸다.
“보, 보호의 술!”
급하게 생성한 보호막이 크게 흔들리고 깨졌지만 어쨌든 방어에는 성공했다.
광살이었다면 보호막과 함께 놈의 육신마저 파괴시켰겠지만 아쉽게도 광살은 쿨 타임 중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로칸의 공격력과 저돌성에 헬린의 마음이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허리께에 아직 두둑한 주술 부적이 남아 있음에도 서둘러 마지막 수를 꺼내게 만들었다.
“꼭두각시의 술. 초혼 강림!”
우득 우드드득.
보호막이 깨지는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튕겨 낸 헬린은 즉시 자신에게 어떤 주술을 사용했다. 스스로의 육신을 주술로 강화된 꼭두각시로 만드는 술법. 거기에 상위 영혼을 불러들이며 영혼마저 강화했다.
‘누구냐…….’
한순간 일어난 변신이기도 했지만 로칸은 그를 애써 뒤쫓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를 벌리고 놈의 행동을 주시하며 간단한 견제를 날릴 뿐이었다.
“폭격.”
콰앙!
물론 견제라기에는 심하게 강력하긴 했지만, 상대도 보통이 아닌지라 공격은 손쉽게 무위로 돌아갔다.
“크흐흐흐……. 재미있군. 하프엘프의 몸이라니 ”
“누구냐, 넌 ”
뒤바뀐 기세. 하지만 이미 헬린이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음을 알기에 로칸은 차분하게 물었다.
“이 몸은 트롤 대장군 하츠켄 님이시다, 허약한 인간 놈아! 무슨 재미있는 수작을 부린 건지는 모르지만 이 몸의 주인이 원하는군, 네놈을 찢어 죽여 달라고. 그새 황금사자 진영이 해체된 건가 뭐, 상관없지. 하프엘프 따위의 말은 들어주고 싶지 않지만 상대가 구질구질한 인간 놈이라니 흥미가 동하는군. 네놈, 곱게 죽기는 어려울 거다.”
강화된 헬린의 몸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트롤 대장군의 영혼이었다.
아무리 정상적인 놈이 아니었다지만 적대 진영 대장군의 영혼을 제 몸으로 불러들이다니.
로칸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도끼를 어깨에 걸쳤다.
귀찮다는 듯 놈에게 선고를 내렸다.
“병신. 뭐라는 거야 차라리 마법사나 정령사라도 불렀으면 쫄기나 하지. 쌍으로 지랄을 하는군.”
강화를 해 봤자 주술사의 육체다.
차라리 통하는 바가 있는 고위 마도사의 영혼을 소환하거나 하프엘프의 종족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정령사라도 불렀으면 긴장했겠지만 부른 것이 고작 트롤이라니
대장군씩이나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로칸은 놈을 눈 아래로 봤다. 아니, 멍청이 취급을 하며 오히려 흥이 깨진 표정을 지었다.
대장군급이면 마스터 레벨이겠지만 주술사의 육체에 깃들어서는 적응하지 못해 제대로 힘을 쓰기도 어렵고 마나 회로와 스킬이 달라 영혼에 각인된 마스터 스킬을 일부나마 구현해 내는 것도 무리였다. 되레 더 힘을 이끌어 낼수록 시전자의 육신만 망가뜨릴 것이 뻔했다.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자멸을 할 판이랄까.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흥미를 잃은 듯 로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버서크.”
이건 방심을 이끌어내 폭주로 카운터를 칠 필요도 없다. 순수한 힘과 컨트롤. 그것만으로 놈을 찍어 누르기 위해 거친 분노를 일으켰다.
* * *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주술사에 대한 정보가 세상에 알려집니다.] [전체 공지. 신규 직업으로 주술사가 추가됩니다. 새롭게 주술사 직업을 얻거나 전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열렸군.”
헬린을 격살하는 것에 성공하자 동시에 록이 걸려 있던 정보가 자동 업데이트 되었다.
바로 주술사 클래스의 등장.
더 로드에는 이처럼 특정 퀘스트나 분기를 해결하면 해금되는 직업과 종족이 있었다. 주술사도 그중 하나였고, 더 로드의 직업 다양성의 촉매가 될 터였다.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보면 알겠지.”
수많은 마법 스크롤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주술사의 경우 마법사와 조합될 경우 상성이 상당히 좋아서 다양한 패턴과 변칙적인 스킬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주술사의 이점을 알아차린 이들은 빠르게 주술사 직업을 택하거나 전직했지만, 주술사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주술 부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주술 종이’와 ‘몬스터의 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고, 제법 레벨과 숙련도를 키운다 한들 한동안은 사냥을 해 봤자 본전치기도 힘든 일이 잦기에 고레벨의 주술사가 나오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경지에 오르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것도 분명했다. 판단력과 준비성에 따라 위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꼭두각시의 비서를 획득하셨습니다.]더불어 주술사 클래스의 등장은 더 로드의 숨겨진 직업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주술사의 존재에 호기심을 품은 유저들이 히든 클래스를 찾아 떠돌게 되겠지.
그렇게 주술사 클래스의 개방이 가져올 나비효과에 묘한 기대를 가지며 로칸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 하나를 확인했다.
꼭두각시의 비서.
상점에서 구할 수 없는 주술사 클래스의 유니크 스킬 북이기도 했지만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이것으로 완성인가 ”
따로 퀘스트는 없었지만 이것으로 인간 종족 퀘스트의 완성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퀘스트들을 수행하며 고대 황제를 되살리고 육신을 재구성할 방법은 얼추 찾아냈지만 부활 의식이 진행되지 않던 이유는 바로 그를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이니까.
막상 부활을 시켰는데 문제가 있을 경우 다시 인간 종족을 부흥시킬 영웅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지금 의회에서는 그것에 대해 연구 중이었는데, 이대로 시간을 보내도 차후 몇 가지 방법들을 구해 오는 퀘스트가 주어지겠지만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로칸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귀족’이니까.
“각인 사용.”
때문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인 후, 헬린에게서 획득한 또 하나의 아이템을 사용했다.
바로 각인 주문서였다.
[주술의 각인을 사용하셨습니다.] [어떤 주술을 각인시키시겠습니까 신체 강화의 주술/항마의 주술/저주의…….]다른 각인에 비해 주술의 각인은 무척 특이하고 특별했다. 하나의 각인 주문서로 여러 가지 능력을 새길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각인과 한 맥락 안에 있는 능력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대신 한 번에 새기지 않으면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항마의 주술과 초월의 주술로 하겠다.”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까, 하나하나 새겨듣던 로칸은 곧 결정을 내렸다.
[항마의 주술 각인을 사용하셨습니다.] [마력에서 비롯된 모든 힘에 대한 저항력을 획득하셨습니다.]모든 속성 저항력은 물론, 포스나 오라에 대한 저항력까지 올려주는 항마의 주술 각인.
[초월의 주술 각인을 사용하셨습니다.] [한계에 이르는 힘을 사용했을 때, 한계를 넘어선 힘을 부여합니다.]한계에 달하는 힘을 쏟아부었을 때, 그 이상의 힘을 뿜어내도록 만들어 주는 초월의 주술 각인.
[각인은 강화나 삭제할 수 없습니다.] [각인은 종류에 따라 최대 습득 가능 수량이 정해집니다.] [현재 각인 수 : 4/5]“좋았어.”
항마의 주술 각인이야 마법 저항력이 필요한 모든 유저들에게 각광을 받던 각인이었지만 초월의 주술 각인은 다소 의외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전생에도 그리 많은 이들이 사용하지 않던 각인이니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한계에 이르는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스스로에게도 고통이 올 것이 두려워서, 혹은 생명체를 해치운다는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현실에서 스스로가 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을 떠올리는 무의식 때문에 마지막 순간 제어가 걸리기 마련인 것이다.
반면 신체 강화의 주술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육체 능력치를 크게 끌어 올려 주니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했다.
“지금 내게 무난한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로칸은 자신 있었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한계를 넘어선 힘으로 상대를 격살하는 것이 자신의 주특기가 아니던가
과거에는 초반에 얻은 어쭙잖은 각인 때문에 슬롯이 모자라 얻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 각인을 얻었던 소수의 인원이 더 로드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처럼 그 역시 이번에는 파장, 아니 쓰나미를 몰고 와 볼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 초월의 주술이 거기에 한몫해 줄 것이라 확신했다.
“이제 저것들을 처리해야겠군.”
그 밖에 헬린의 모든 것을 수습한 로칸의 시선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인형이었던 자들’에게로 향했다.
원래는 헬린에게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모조리 죽일 작정이었지만 생각보다 피해가 적으니 굳이 살인 멸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애초 예상한 것처럼 반수 이상을 도륙했다면 마저 모두 죽였겠지만 몇몇을 희생시킨 것쯤이야 작전이었다고 어물쩍 뭉개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그들이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두 눈에 총기가 돌아왔다.
그동안 로칸이 한 것이라고는 몬스터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것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노코로콘 마을의 NPC들까지 모두 정신이 돌아왔기에 약속한 보상을 정당히 요구할 수 있었다.
“고맙네, 고마워! 그래, 무엇을 원하나 무엇을 해 줄까 ”
마을이 정상화된 것을 확인한 노코로콘 영주는 약속대로 로칸에게 소원을 물었다.
철목은 상당히 비싼 품목이니 몇천 골드쯤 요구한다 해도 너끈히 들어주겠지만 로칸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기계공학을 배우고 싶습니다.”
“……기계공학을 흐음, 좋네. 어렵지 않지.”
그리고 허락은 곧 떨어졌다.
애초에 노움의 친구 타이틀을 얻으며 노움족 기계공학까지 배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그였기에 실력 있는 장인에게서 사사받는 것쯤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인 것이다.
장인급의 스승과 제3의 손 스킬이 더해지자 정체되어 있던 기계공학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본래는 숙련도가 70%에 이를 때까지 스스로 깨치고 노력해야 했지만, 숙련도가 50%를 조금 넘기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먹여 주기 시작하니 금세 60%를 넘겨 70%를 달성하여, 인간의 기술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