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3)
# 133
신병 받아라! (2)
“미친! 화염 면역이잖아 ”
“으갸갸걋! 얘 속도 엄청 빨라요!”
로칸을 대신해 글루터니를 상대하는 밋티와 하멜은 대번에 앓는 소리, 죽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말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훌륭히 놈들을 상대해 냈다. 엄살은 피우지만, 그들의 실력만큼은 진짜였으니까.
“프리즈 트랩, 필라 오브 윈드! 윈드 커터!”
밋티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최대한 작게 커스터마이징한 노움의 몸, 변수를 만드는 마법사 클래스의 능력을 이용해 적을 탐색, 견제,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놈이 맡은 글루터니는 화염에 피해를 입지 않게 설계된 놈이고, 하필이면 밋티의 주특기가 화염 마법이긴 했지만 다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놈의 발을 묶고, 행동을 제약시키고, 대미지를 입히는 방식으로 약점을 찾아내 갔다.
쐐애액!
“읏차!”
반면 하프엘프인 하멜은 밋티와 같으면서도 달랐다.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크기를 줄이는 대신 최대한 ‘얇게’ 만든 것이다.
가뜩이나 마른 체형인 하프엘프를 거의 해골 수준으로 얇게 만든 하멜은 레이피어가 무기인 글루터니의 찌르기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너무 얇아 타격 범위가 좁은 공격에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빛의 망치!”
“카운터 어택.”
반면 하멜이 사용하는 무기는 둔기류였다.
얇은 몸에서 기대하기 힘든 묵직한 괴력이 글루터니를 찍어 가는 순간, 놈의 몸이 반전했다. 기다렸다는 듯 카운터를 치며 드디어 타점을 잡아낸 것이다.
푸확!
깊게 꿰뚫린 하멜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어야 할 그의 표정은 짓궂기만 했다.
츠즈즛!
그 순식 즉시 아무는 상처. 피가 멎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살점이 스스로 붙는 기적적인 재생력이 발휘되었다.
“간지러워, 인마!”
트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엄청난 재생 능력이었다.
거기다 유저 특유의 고통 감소 효과로 심리적 타격조차 받지 않고 다시 망치를 휘둘러 대는 하멜의 모습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했다.
‘역시 그대로군.’
대체 하멜의 정체는 무엇일까 회피에 적합한 커스터마이징인 주제에 하멜의 메인 클래스는 ‘성기사’였다.
그것도 회복과 재생에 특화된 ‘생명의 성기사.’
세계수를 신으로 받드는 세계수의 성기사답게 생명의 축복을 받아 생명력을 뻥튀기시키고, 재생과 회복에 모든 능력을 집중시킨 데다 조합 스킬과 생성 스킬, 그리고 타이틀까지 모조리 생명과 관련된 것들로 도배한 녀석의 별명은 ‘살아 있는 좀비’. 그보다 유명한 이름은 ‘성바퀴’였다.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성기사! 종족 특성과 직업 특성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바로 녀석의 전투 방식이었다.
“빛의 선고! 심판의 망치!”
퍼억!
하멜의 왼손에서 뻗어진 빛의 기운이 글루터니의 몸을 옭아매었다. 모든 저항력을 낮추고 받는 대미지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그 위로 꽂히는 파괴적인 일격!
순간, 대미지가 뻥튀기되며 놈의 신체 일부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크리티컬과는 다른 증폭 능력의 힘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 만하군. 합격.”
하멜이 몇 방이나 더 공격을 적중시키며 놈을 침묵시키는 사이, 밋티 역시 자신이 맡은 글루터니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
마나 소모는 제법 있었지만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마나 재생에 대한 아이템을 세팅한 그였기에 소모된 마나의 상당수가 이미 회복된 상태이기도 했다.
이미 두 사람의 전투 방식과 실력이야 짐작하던 로칸이지만 전생만큼은 아니어도 꽤 쓸 만한 실력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이 정도면 자신의 계획에 발목은 잡지 않겠지. 어차피 그들이 필요한 건 딱 한 번의 전투뿐이니 말이다.
“아앗! 감사합니다. 맡겨만 주세요!”
“헤헤헤헤, 과찬이십니다. 이 녀석들 특징은 있는데 다른 전투 능력은 보통이네요.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아니, 이제는 내가 맡지.”
로칸의 칭찬 아닌 칭찬에 기뻐하는 둘.
그러나 로칸은 그들에게 모두 맡길 생각이 없었다.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 강아지처럼 쪼르르 앞으로 다가온 둘을 밀치고 저 멀리 무리 지어 달려오는 글루터니들을 막아섰다.
“히익 ”
“맙소사, 저게 다 방금 전과 같은 놈들이라고 ”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두 사람을 두고 로칸은 산책하듯 놈들에게로 나아갔다.
이미 이름을 통해 각 개체가 지닌 특성은 확인한 상태. 딱히 물리 저항이 있지는 않았기에 가뿐하게 도끼를 떨치기 시작했다.
“난무.”
퍼버버버버벅!
자신 있게 달려들던 마법 생명체들을 무참히 도륙하기 시작했다.
“…….”
“…….”
그 처참한 살육 현장을 관전하던 밋티와 하멜이 말을 잃었다. 로칸이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토록 압도적일 줄이야.
특성 파악이 끝난 뒤로는 자신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글루터니를 사냥했다 말할 수 있지만 이건 마치 저렙 존에서 깽판 치는 고수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혹시 자신들이 상대한 것과 다른 놈들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틀림없는 진짜였다. 그저 로칸이 압도적으로 강한 것일 뿐.
“가지.”
그렇게 순식간에 글루터니들을 도륙한 로칸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길을 뚫어 냈다. 애초에 레벨에서부터 차이가 있거니와 아직 입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술사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은 실패작들이 뿌려진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휠 윈드!”
로칸은 그런 놈들을 일일이 상대해 줄 생각이 없었다. 아예 놈들을 몰아 놓고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역시 로칸 님!”
“괴물…….”
그동안 둘은 로칸이 흘리는 소수의 글루터니들을 상대했다. 한번 상대해 봤다는 것인지 좀 더 능숙해진 모습이지만 로칸의 압도적인 사냥 속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게 압도적인 무력으로 나타나는 모든 글루터니들을 갈아 버리며 전진하자 던전 형태의 지형답게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짭짤하군.’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앞에 둔 로칸은 슬쩍 인벤토리로 눈을 돌렸다. 연금술로 탄생한 호문쿨루스들이 드롭하는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
[화염의 정수 × 7] [땅의 정수 × 4] [마법 저항의 비약 × 3] [물리 저항의 비약 × 2]바로 연금술 재료와 비약들이었다. 개중에는 일반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특수한 소모품도 잔뜩 있었다.
하지만 로칸이 진정으로 원하는 물건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다음 층에서는 나오려나 ’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1층을 더 내려가자 1층과 비슷하지만 더 특이한 놈들이 나타났다.
평균 레벨이 10 정도 뛴 것은 애교다. 진짜 핵심은 놈들이 가진 특성이 두 개 이상이 되었다는 것.
심한 경우 세 개, 네 개의 특성을 가진 호문쿨루스도 있었고, 물리 저항과 마법 저항을 동시에 갖춘 미친 조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로칸은 둘에게 주의를 주고 한발 먼저 나아갔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휠 윈드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로칸의 전투력을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다. 오히려 1층에서 밋티와 하멜이 걸리던 시간보다도 빨랐으니까.
게다가 사냥이 어려워진 만큼, 들어오는 연금 아이템의 숫자도 늘어났다.
[중급 성장의 비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경험의 비약을 획득하셨습니다.]‘그렇지!’
그리고 마침내, 거대화된 글루터니를 사냥했을 때 로칸은 원하던 물건을 얻을 수 있었다.
일정 시간 동안 경험치 획득량을 50% 증가시켜 주는 중급 성장의 비약과 복용하는 순간 대량의 경험치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중급 경험의 비약.
유저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물건이기도 했지만 로칸이 이것을 노린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걸로 앞당길 수 있겠군.’
어떤 퀘스트의 진행 상황을 극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싸, 레벨 업!”
“저도. 저도요!”
그렇게 로칸이 제 주머니를 채우는 사이, 밋티와 하멜은 굿이나 보며 떡이나 먹고 있었다. 파티가 설정된 탓에 로칸이 사냥하며 획득한 경험치의 일부가 그들에게 나누어 들어간 것이다.
레벨 차이가 워낙 컸고, 사냥 속도도 빨랐기에 이제야 230레벨대인 그들이 몇 번이나 레벨 업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업적과 타이틀의 역할이 중요한 더 로드의 특성을 생각할 때, 장기적으로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 몇 레벨쯤이야 큰 영향이 없을 수 있기에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자신들이 어떻게 구르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준비해라.”
꼴깍.
그렇게 2층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갔다. 그야말로 버스를 타는 모양새였지만 3층의 진입을 앞에 두고 로칸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준비라니, 대체 뭘
“어엇 으아아아아악!”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그들의 몸이 3층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칸이 그들의 등을 툭 밀어 버린 것이다.
3층의 입구는 이전 층과 달리 떨어져 내리는 구멍의 형태였다.
[고통의 제단에 도착하셨습니다.] [제물을 바치고 통과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겨우 중심을 잡고 몸을 일으켰을 때, 알 수 없는 물음이 나타났다. 제단 제물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로칸이 또다시 손을 놀렸다.
하멜의 등을 휙 하고 밀어 그들이 위치해 있던 마법진 바깥으로 튕겨 내 버렸다.
“으아앗! 로칸 님 ”
영문을 모르고 또다시 밀려난 하멜이 로칸을 돌아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로칸이 아닌 시스템에게서 나왔다.
[제물을 바쳤습니다.] [고통의 시련을 마주합니다. 고통의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살아남으세요.]“보스전이 끝날 때까지만 버텨라.”
거기에 로칸이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애초에 이 고통의 시련은 깨라고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로칸 자신이 보스전을 끝낼 때까지만 살아남으면, 그는 또다시 생존과 관련된 믿기 힘든 타이틀을 확보 할 수 있을 터였다.
크르르르
“……고슴도치 ”
그리고 그때, 이 층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가시 갑옷의 글루터니][Lv 270]전신에 고슴도치처럼 뾰족한 가시가 돋아난 글루터니. 하지만 놈이 가진 진짜 특성은 그저 ‘가시’뿐만이 아니었다.
“에잇, 모르겠다. 덤벼!”
이미 자신을 버리고 다음 층으로 이동 중인 두 사람을 보며 하멜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는 수밖에.
전의를 불태우며 놈에게 피해량을 증폭시키는 빛의 낙인을 찍었다.
“빛의 망치!”
콰직.
“……컥!”
푸슉
달려드는 놈의 가시를 부수고 망치를 꽂아 넣는 순간, 하멜의 몸이 엄청난 충격에 기역 자로 꺾였다. 그리고 이어진 가시 공격.
날카로운 가시가 구멍을 뚫으며 몸을 파고들었지만 하멜은 반사적으로 물러나 치명상을 면했다.
“뭐야, 이거 ”
하지만 놈을 밀치고 회복에 힘을 쏟을 뿐, 감히 재차 공격할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한순간의 격돌일 뿐이었지만 뭔가 예상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설마, 대미지 반사 ”
자신이 가한 피해량과 공격 순간 받은 피해량이 비슷한 것이다. 심지어 하멜의 망치에 당해 뭉개진 피부와 부러진 가시마저 모두 회복된 상태였다.
이것이 놈의 특성인 것일까 상대의 공격을 되돌리는
하멜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심판의 망치!”
휘익. 퍼억!
다시 한 번 실험에 들어갔다.
“끄윽!”
다만 이번에는 대처가 조금 더 신속했다.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글루터니의 연속 공격을 맞지 않기 위해 몸을 빼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상처가 생기고, 뭉개지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똑똑히 눈에 담았다.
“끄응,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그리고 파악했다. 추측이긴 하지만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놈의 특성을.
놈이 가진 특성은 다름 아닌 ‘가시’와 ‘대미지 복사’, 그리고 회복이었다.
적에게 대미지를 반사해 내기는 하지만 그 자신이 피해를 면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만 그 피해를 빠르게 회복해 낼 뿐.
회복할 때마다 마나가 소모되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 양으로 볼 때 이쪽의 생명력이 먼저 다할 확률이 높았다.
하멜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래, 어디 누가 먼저 뻗나 한번 해보자!”
순간, 하멜의 표정이 로칸의 그것과 닮게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