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6)
# 136
타락 웨이브 (1)
“크허허허허헝!”
영혼을 자극하는 포식자의 울부짖음이 거침없이 달리던 타락한 몬스터들을 덮쳤다.
타락한 몬스터들의 레벨은 최소 250이었지만 레벨을 무시하는 어떤 힘이 그 외침에 담겨 있었다.
크륵
일부는 몸을 움찔거리고, 또 일부는 아예 정신 줄을 놓았다. 물리적인 대미지는 없지만 그 한 방으로 타락 웨이브의 기세가 꺾인 것이다.
“저, 저, 저놈!”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타락 웨이브를 조정하던 몰록이었다.
그들을 통제해야 할 지휘관의 심령이 흔들렸기에 나머지 역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폭격!”
콰앙!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선두를 향해 미사일 같은 폭격이 날아들었다.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선두 몬스터들은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졌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로칸이 짓쳐 들었다.
“리프 어택, 폭주!”
놈들의 한복판으로 슈퍼맨처럼 내려앉더니 광풍과 같은 참격으로 주변을 일거에 휩쓸어 버렸다. 동시에 강대한 힘을 폭발시켰다. 버서크가 발동된 것이다.
“난무!”
그 상대로 10연격을 꽂아 넣으니 타락한 몬스터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다. 도끼날에 닿는 즉시 잘리는 것이 아니라 터져 나갔다.
그만큼 로칸의 한 방, 한 방에는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 있었다.
‘흐흐흐,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지!’
아무리 로칸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로칸이 대기하던 장소에 있었다.
[타이틀 ‘최초의 기사’의 효과로 ‘기사도’가 발휘됩니다. 방어전 진행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타이틀 ‘최초의 점령군’의 효과로 방어전 진행 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타이틀 ‘최초의 점령군’의 효과로 적과의 인원 차이에 비례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타락 웨이브가 달려오던 길목. 바로 그곳에는 허름한 작은 판잣집이 지어져 있었다. 로칸이 그들의 방향을 예상하고 미리 지어 놓은 개인 소유의 집이다.
그리고 타락한 몬스터들이 그 집을 인식한 순간, ‘방어전’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개인 소유의 집을 방어하는 것인 만큼 보상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애초부터 로칸이 원한 것은 보상이 아닌 타이틀 효과의 발동이었으니 상관없었다.
“크허허헝!”
그렇게 선두를 박살 내고 버서크의 기운까지 머금은 광기의 외침이 적들을 다시 휩쓸었다.
“아, 안 돼…….”
아까보다 더욱 격렬한 반응.
몰록은 자신마저 정신이 아찔해지자 내면에 묻어 놓았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안 됐다. 대업을 위해 준비한 장기짝들이 이렇게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놈을 피해라! 방향을 틀어!”
사실 로칸에게 당한 것은 고작 십여 마리에 불과했다.
아직 그에게는 3천에 가까운 병력이 남아 있었고 후방에는 더 강력한 몬스터들도 많았지만 이미 마음에서 진 까닭에, 거의 본능적으로 후퇴를 명령했다.
로칸을 한 번 죽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죽으면 끝인 자신들과 달리 방문자인 로칸은 얼마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어딜!”
그러는 사이에도 로칸은 타락한 몬스터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공격을 가할수록 빨라지는 공격 속도와 치명타 확률을 이용해 천상의 신장과 같은 위용을 뽐내며 달아나는 타락한 몬스터들의 뒤통수를 터트려 댔다.
“좋아, 좋아. 그쪽이지.”
잠시 후, 로칸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우르르 달아나는 타락 웨이브의 방향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로칸이 의도한 것은 타락 웨이브의 전멸이 아닌, 그들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의도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었다.
“새끼들, 질겁을 하겠군.”
몰록과 타락한 몬스터들이 향한 방향은 다름 아닌 언데드의 영역이었다.
이곳 이블라인은 두 진영의 경계에 있는 위치였으니까. 어느 진영, 어느 종족의 방향으로 이동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 로칸의 이 행동을 보았다면 왜 굳이 이런 대규모 월드 이벤트를 검은용군단에게 넘겨주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상대의 수준을 모르거나, 자신의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놈이라 단언할 수 있었다.
소수라면 모를까, 3천에 이르는 타락한 몬스터는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제대로 붙었다면 나도 힘들었겠지.”
물론 버서크까지 써 대면 한 번 부딪힐 때마다 일이백 마리는 너끈히 잡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수십 번은 싸워야 가능했다.
버서크의 후유증을 생각하면 몇 날 며칠 동안이나 게릴라전을 펼쳐야 어느 정도 승리의 가닥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니 다른 이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두 마리만 있어도 상위권 유저들이 한참 동안 싸워야 할 텐데 3천 마리가 일시에 들이닥친다 그건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마스터급이 나서지 않는다면 영지 수십 개 털리는 것도 금방이겠군.”
그나마 각 도시에는 고레벨의 경비병과 기사들이 있겠지만 타락 웨이브를 저지하는 것은 그들로도 무리다.
적대 진영의 유저들이 쳐들어왔을 때야 경비병이 계속해서 리스폰되지만 지금처럼 이벤트 등을 통해 몬스터가 쳐들어왔을 때는 처음 생성된 경비병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월드 이벤트 공지에 ‘막지 못할 시 지역을 잃을 수 있다.’고 표시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수도 근처까지 진격한다면야 막을 만한 병력들이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속절없이 밀리기만 할 것이 분명했다.
“이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건가 ”
그리고 그것이 바로 로칸이 바라던 바였다. 검은용군단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동시에 그만큼의 이득을 자신이 취할 생각이었다.
“캔슬.”
일단 버서크를 캔슬시켜 후유증 시간을 맞이한 로칸은 천천히, 은밀하게 타락 웨이브의 뒤를 따르며 검은용군단의 진영으로 이동했다.
* * *
“들었어 지금 망자의 소굴에 난리가 났다는데 ”
“난리 무슨 난리 ”
“방금 친구한테 메시지 왔는데 미친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왔대. 적어도 수백은 된다는데 아니 그것보다 레벨이 260이 넘는대.”
“오늘 만우절이었나 그게 무슨 개소리야 ”
몸 사이로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가지 도적의 이야기에 주변에 있던 다른 해골이 비웃음을 흘렸다.
말이 될 만한 거짓말을 해야지, 아무리 타락 웨이브인지 뭔지 이벤트 공지가 떴다지만 그런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누가 믿을까 봐
표정은 없지만 타박에 가까운 그 말에 처음 말을 꺼냈던 해골 도적이 두개골을 긁적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역시 사냥하다 컨트롤이 딸려서 죽어 놓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던 그때, 사냥을 위해 마을을 나서려던 유저들 중 하나가 멈칫 길을 막고 멈춰 섰다.
“님아, 길 좀.”
“저, 저게 뭐지 ”
두두두두두두두두.
가뜩이나 좁은 입구를 막아선 그에게 짜증스러운 눈길들이 스쳤지만 곧 일제히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 먼 곳으로부터 대지가 진동하는 울림이 느껴졌으니까.
뭔가, 엄청난 것들이 오고 있었다.
“헉! 몬스터 웨이브다!”
“아싸! 월드 이벤트 떴다!”
“좋아. 제대로 꿀 빨아 보자. 얼른 길드 메시지 돌려!”
처음의 반응은 흥겨웠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월드 이벤트. 보통의 게임에서는 거의 축제의 장이라 불러야 할 그것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이참에 제대로 이득을 보려는 것이다.
당장 길드와 아는 사람 모두에게 연락을 돌리며 집결할 것을 요청했다. 함께하기 위해, 독식하기 위해.
그러나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떠한 마법적인 힘에 의해 공간 이동 계열 주문 사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퀘스트 ‘마을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방어에 실패할 시 마을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어 어어 ”
타락한 몬스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오고, 방어전 퀘스트가 발동하자 대기하던 검은용군단 유저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기존까지는 기대와 자신감이었다면 놈들의 실질적인 규모와 하나하나의 이름, 레벨을 확인하는 순간 경악과 두려움으로 바뀐 것이다.
“미친.”
“이거 실화냐 ”
“진짜 ‘타락 웨이브’였어 ”
[타락한 가시덩굴 채찍 로소브][Lv 261]그저 잡몹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던 선두에 떡하니 ‘타락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고레벨 몬스터가 버티고 있자 혼란이 찾아온 것이다.
당장 저놈 하나만 하더라도 자신의 파티 전원이 덤빈들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판에 그 옆에는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강한 몬스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귀기가 서린 눈빛으로 전력을 다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모두 성벽 위로 올라라! 적들을 저지하고 코소노볼을 지켜라!”
[코소노볼 영주가 지휘하는 기사와 병사들이 합류했습니다.]여느 때 같았다면 더 없이 든든할 알림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성벽 가득 활을 든 병사와 캐스팅에 들어간 마법사가 올라섰지만 아무도 그것으로 저들을 저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는 것이다.
일반 레벨부터 차이가 났고, 유저들을 합친다 한들 수적으로도 열세였다.
“야, 튀어! 이건 노답이다.”
“그걸 누가 모르냐 귀환 스크롤도 막힌 마당에 어디로 튀어!”
“젠장. 퀘스트 내용 못 봤어 도망치면 명성치 바닥을 찍는다. 차라리 그냥 싸우다 죽어!”
“어떤 새끼가 모이라고 콜 넣은 거야 ”
그러나 도망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순간, 반대쪽 성문으로 도망치는 순간 명성치가 바닥을 찍고 아군에게도 공격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서 한 놈이라도 더 사냥하는 편이 나았다. 한둘이라도 잡을 수만 있다면 전리품으로 어떻게든 손해가 메워질 것이란 계산이었다.
“죽음을 거스르고 삶에 안주하는 버러지들. 모조리 죽여 주마!”
그때, 적진 깊숙한 곳에서 기이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로칸에게서 벗어난 뒤,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던 몰록이었다.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야 할 언데드인 주제에 삶을 살아가려 하는 언데드에 대한 냉소와 분노가 섞인 그것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타락한 몬스터들의 진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투다다다다다다다.
황소를 닮은 타락한 매드 데빌 카우 무리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그들은 멀리서부터 달려드는 돌진력을 담아 악마의 뿔과 같은 그것을 앞세우고 성문을 들이받았다.
쿠웅!
성을 지키기 위해 세운 문이자 벽이다. 아무리 타락한 힘으로 강화된 위력이라도 한 방에 부서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 방이 아니라면
쿠웅 쿵 쿵 쿵 쿵! 콰지직.
무리를 지어 달린 이유가 있다는 듯, 놈들이 시간 차를 두고 연속해서 성문을 들이받자 굳건하던 성문에 균열이 생겼다.
일부에서 시작된 실금이 점점 굵고 길어지며 성문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죽여라! 모든 것을 파괴해라!”
이어진 몰록의 명령에 타락한 몬스터들이 일제히 마을 안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경비병! 경비병!”
일방적인 도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세에 몰린 유저들은 목이 터져라 경비병을 불러 봤지만 나타나는 것은 없었고, 영주를 따라 성문 위에 올랐던 병사와 기사, 마법사들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그들 중 일부는 타락한 몬스터를 능히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여럿을 상대할 수준까지는 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질 리 없는 난전 속에서 그들은 가진 힘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무참히 살해당했다.
[마을 방어전에 실패했습니다.] [코소노볼 마을이 파괴되었습니다.]대부분의 유저와 NPC가 살해당하고, 마을 방어전 퀘스트가 종료되기까지는 불과 몇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도 쉽게,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검은용군단의 전진기지격인 마을 하나가 박살 났고, 몰록은 그 여세를 몰아 인근의 다른 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의 목적은 점령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한바탕 해일 같은 웨이브가 지나간 자리에 한발 늦게 로칸이 나타났다.
[인간 자작 로칸이 코소노볼 마을을 점령했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