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
# 14
역병의 저주 (2)
“킁킁,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로칸이 한결 개운해진 모습으로 치안 초소를 찾은 것은 그로부터 10분이 지난 뒤였다.
게다가 덕분에 응급처치 숙련도까지 꽤나 많이 올랐다.
“그러니까 하수도 안쪽에 이게 있었단 말이지 ”
[하수도 청소가 완료되었습니다.] [하수도 쥐의 꼬리가 정산됩니다.] [1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치안 초소를 담당하는 병사에게 완료 보고를 하자 자동으로 보상이 정산되었다.
오염된 쥐에게서는 퀘스트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보상금이 10실버나 되었다.
보통은 파티를 맺고서도 모으기 어려운 숫자를 혼자서 모은 셈이니 소득이 큰 것이 당연했다.
“윽, 이건 저주가 걸린 물건이군! 그러고 보니 자네 얼굴에 반점이…… ”
보상을 헤아리는 동안 병사는 로칸이 내민 보랏빛 보석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저주가 걸린 물건임을 알아차렸다. 로칸의 얼굴에 피어 있는 반점도 확인했다.
“큰일이야. 내가 연락해 놓을 테니 이걸 스테로이안 님께 가져가 줄 수 있겠나 자네의 치료도 할 겸 말이지!”
‘새끼, 지가 가져다줄 것이지…….’
결국은 손도 대지 않는 병사를 보며 로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대신 영업용 미소를 띠고 싱그럽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맡겨 주십시오.”
영업용 미소를 띠고 대답하자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저주받은 보석 전달][퀘스트]크톤 하수도에서 발견된 저주받은 보석을 마법사 길드에 위치한 스테로이안에게 가져다주자.
-실패 조건 : 사망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하급 포션 다섯 개, 역병의 저주 치료, 소량의 경험치
“고맙네. 자네의 상태가 위중해 보이니 내 이걸 줌세.”
더불어 미안한 표정의 병사가 주머니를 끌렀다. 이번 보상은 선불이었다.
[하급 체력 포션 × 5를 얻으셨습니다.]10초에 걸쳐 생명력 200을 회복시켜 주는 하급 체력 포션 다섯 개면 제법 괜찮은 추가 수입이었다.
하수도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소모한 포션을 보충해 주기 위한 추가 보상이었지만, 로칸에게는 온전한 수입이 됐다. 아직 붕대가 조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테로이안의 위치 또한 정확히 알고 있으니 시간을 지체할 필요도 없었다.
로칸은 날듯이 달려 마법사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 * *
‘어후, 깔려 죽겠네.’
마법사 길드 안에는 그야말로 사람으로 넘쳐났다. 개미 새끼 하나 기어 다니는 것까지 티가 날 지경인 광전사 길드와는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겉멋만 들어서는…….’
그도 그럴 것이 ‘판타지의 꽃은 마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소설 속 판타지 세계처럼 더 로드에서는 마법을 쓰기 위해 복잡한 수식을 풀거나 어려운 수인을 맺는 일 따위는 없으니, 광전사 길드가 밀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전생에도 초반에는 50레벨을 찍은 기사, 전사들까지 마검사가 되어 보겠답시고 마법사 길드를 찾는 형편이었으니까.
물론 현생에서도 그러한 현상은 다르지 않을 터였다. 얼마 안 있어 마검사 클래스의 메리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지만.
“좀 지나갑시다.”
“어어 밀지 마!”
“뭐야 무슨 힘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 있었지만 로칸은 몸으로 밀고 지나갔다.
마법사 클래스를 선택하는 이들은 대부분 힘보다는 지능과 지혜에 여유 능력치를 투자했을 테니 도저히 그의 상대가 되질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몇 명, 몇십 명이 뭉쳐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로칸이 한 번 힘을 쓸 때마다 이리로 우르르, 저리로 우르르 파도가 치듯 사람들이 밀려나고 갈라졌다.
그렇게 억지로 길을 뚫은 로칸은 곧장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어 저 사람 뭐야 ”
“2층으로 올라간다!”
“고레벨 마법사인가 아직 출입 못 하는 거 아니었어 ”
“내려오면 물어보자!”
개미굴 같은 1층과 달리 2층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아니, 유저라고는 아직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법사 길드의 2층은 로칸처럼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은 자만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 리 없는 마법사 유저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로칸을 살폈지만 도끼마저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그를 광전사로 보는 이는 없었다. 대신 그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휘유.”
2층으로 올라온 로칸은 질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오면서도 꾸준히 붕대질을 했지만 이제는 생명력이 간당간당해진 것이다.
“이쪽이었지 ”
기억에 의존해 걸음을 옮기자 곧 몇 개의 방이 나타났다. 마법사 길드 내에서도 한가락씩 하는 이들의 방인 만큼 잘못 들어가면 호되게 당할 수도 있었지만 로칸의 움직임엔 거침이 없었다.
딸깍. 끼이익…….
“계십니까 ”
“자네는 누군가 ”
힘을 주어 문을 열어젖히자 누가 봐도 마법사인 복장의 노인이 그를 돌아보았다.
뭔가 연구 중인 듯싶었지만 그는 대번에 로칸을 향해 돌아앉았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 것이다.
“그것은 역병의 보석이 아닌가 ”
“맞습니다. 하수도 깊숙한 곳에서 이걸 발견했는데 치안 초소의 병사가 스테로이안 님께 가져가 보라더군요. 제가 걸린 병도 치료해 주실 거라고 하면서요.”
“제대로 찾아왔군. 저주에 의한 질병은 내 전문이지! 어서 이리 내려놓게.”
“…….”
“뭐 하나, 이리 달래도. 지금도 그 ‘저주받은 보석’이 자네를 갉아먹고 있어!”
자신의 말에도 로칸이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자 스테로이안은 답답해하며 그를 채근했다.
그러나 로칸은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아예 그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진짜 스테로이안 님께라면 드리겠습니다.”
“뭣 내가 가짜란 말인가 이런 괘씸한……!”
뜬금없는 대답에 스테로이안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로칸은 아예 한술 더 떴다. 그제야 그를 돌아보더니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던 오크족 배틀 액스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닌가
아예 나지막이 협박 아닌 협박까지 했다.
“그럼 어디 확인해 볼까요 ”
로칸의 근육이 스테로이안을 금방이라도 썰어 버릴 듯 씰룩거렸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만! 내가 졌네.”
퍼엉!
로칸이 당장이라도 도끼를 휘두르려 하자 진짜 스테로이안이 나타났다. 그의 본체는 한편에 놓여 있던 작은 화분이었다.
‘창가에 있는 새인 줄 알았는데…….’
보통은 동물로 변신을 하지 않던가 잘못 짚은 로칸이었지만 로칸은 애써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곧 알림이 나타났다.
[믿을 수 없는 업적! 어떠한 도움도 없이 고위 마법사의 거짓을 판별해 냈습니다.] [타이틀 ‘거짓을 꿰뚫어 보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거짓을 꿰뚫어 보는 자][유니크]어떠한 도움도 없이 고위 마법사가 펼친 마법의 정체를 꿰뚫어 본 당신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환상 계열 능력에 대한 저항력 20% 상승
[특수 효과]-하루 한 번, 진실과 거짓을 판별해 내는 [진실의 종] 소환 가능
‘와우!’
로칸은 마법을 꿰뚫어 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업적’으로 평가될 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다만 미리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진짜를 찍으라고 했으면 실패했을 텐데, 스테로이안이 먼저 제 발이 저려 모습을 드러낸 덕분에 무려 유니크 등급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쓸 사람이 얻는 게 낫지.’
원래는 나중에 다른 이가 얻어야 할 타이틀이었지만 어차피 그는 최상위권까지는 올라오지 못했었다.
“내가 진짜이니 이제 주게. 지금 자네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야.”
‘‘진실의 종’, 소환.’
이번에는 진짜일까 한번 찔러 보려던 로칸은 슬쩍 타이틀 특수 효과인 진실의 종을 소환해 확인해 보았다.
[진실]그제야 안심한 로칸이 보석을 넘겼다. 그러자 그제야 생명력이 100도 남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붕대도 마침 똑 떨어진 상황. 조금만 늦었으면 아까운 하급 체력 포션을 사용해야 할 뻔했다.
“일단 이걸 마시게.”
스테로이안은 역병의 보석을 넘겨받자마자 서랍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로칸에게 건넸다. 역병의 저주를 해제할 수 있는 해독제였다.
[역병의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그것을 들이켜자마자 저주가 말끔히 사라졌다. 괜히 고위 마법사가 아니었다.
“역병의 보석이 하수도에 있었다라…….”
그러는 동안 스테로이안은 넘겨받은 역병의 보석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풀려나오는 힘의 구조나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침침한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더 연구해 봐야겠군. 또 본 건 없나 ”
로칸은 하수도 쥐가 오염된 쥐로 변이된 사실을 알렸지만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는 역병의 보석이 가진 부수적인 효과쯤으로 봐야 했기에 단서는 아니었다.
“으음, 쥐를 이용해 난리를 일으키려 했던 건가 ”
보통은 여기서 끝이었다. 번식력이 뛰어난 쥐를 이용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가설.
그러나 오염된 쥐라고 해 봤자 병사들이 냄새만 각오하면 간단히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기에 정답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혼자서 머리를 쥐어뜯던 스테로이안은 이제 다른 뭔가를 알아내면 다시 오라며 로칸을 문밖으로 쫓아낼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로칸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고위 마법사라는 양반이 단순하기는.’
로칸은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거, 사람에게도 꽤 위험한 물건 같던데요.”
“사람 그야 자네도 겪어 봐서 알듯이…… 아!”
정답을 알고 있지만 때로는 돌아서 가는 것이 답일 때가 있었다. 특히 마법사처럼 자존심이 강한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로칸은 알아도 모르는 척, 슬쩍 운을 떼는 것으로 그가 스스로 깨닫도록 만들었다.
“그렇군! 쥐가 아니라 사람이었어. 역병의 보석이 하수도에 있던 이유가 그거였군!”
스테로이안은 고위 마법사답게 그 정도 힌트만으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들’은 하수도를 통해 역병의 기운을 천천히 도시 전체로 퍼뜨리려 했던 것이다.
전염성이 강한 기운이었으니 장시간에 걸쳐 퍼지게 둔다면 필시 커다란 위협으로 돌아왔을 터였다.
만약 로칸이 힌트를 주지 않았다면 나중에 도시 전체에 역병이 돌고 난 후에야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
유저들조차 잘 드나들지 않는 빈민가를 시작으로 역병이 진행될 것이므로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나 밝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유저들은 ‘지옥의 10연퀘’라 불리는 연속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었다.
‘하지만 나는 이걸로 지옥의 10연퀘는 피하게 된 건가 ’
그 과정을 모두 건너뛰게 된 로칸. 스테로이안은 그런 로칸에게 퀘스트를 던져 놓고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갔다.
“나는 지금 당장 경비대장에게 가 봐야겠네. 자네는, 음, 그래. 사흘 뒤에 나를 다시 찾아오게나!”
그리고 때맞춰 알림이 떴다.
[역병을 퍼뜨리는 자][퀘스트]스테로이안이 도시 경비대와 함께 크톤 하수도에 역병의 보석을 둔 자를 추적하고 있다. 1차 수색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확인하자.
-완료 조건 : 사흘 후 스테로이안과의 만남
-보상 : 소량의 경험치
졸지에 홀로 덩그러니 남게 된 로칸.
그도 이걸 겪어 본 것은 처음이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알림이 나타났다. 무려 전체 시스템 알림이었다.
[방금 한 유저에 의해 메인 시나리오 1-1의 분기가 결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분기 퀘스트 ‘역병 창궐’을 비롯한 다수의 퀘스트가 삭제됩니다.]“뭣 ”
역병 창궐이라면 빈민가에서부터 시작된 역병을 잡아 내기 위한 연계 퀘스트의 첫 번째 이름이었다.
그것이 사라졌다고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
전생에서도 이런 현상을 보기는 했지만 지금은 너무 일렀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될까.
일단 지옥의 10연퀘가 사라질 터였다.
그렇다면 과연 더 쉬워질까
그럴 리가 없다. 10연퀘로 비슷한 선상에 설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으니 다른 이들이 메인 시나리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훨씬 어려운 퀘스트를 더 많이 달성해야 할 터였다.
“시간을 벌었군.”
이득을 보았다는 생각에 씨익 웃으며 방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꽤 충격적인 광경이 그를 기다렸다.
“……이게 뭐야 ”
2층에서 내려다본 1층의 모습.
그곳에는 조금 전 움직일 틈도 없을 만큼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마법사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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