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0)
# 140
타락 웨이브 (5)
“응 ”
‘무슨 일이지 구름 한 점 없어 스킬 없이는 몸을 감추기도 어려웠는데 갑자기 날씨가 변한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그림자 스킬 ’
필사의 전투를 펼치는 중이기에 많은 의문을 갖지 못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는 의문을 가질 수 없었다.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거대한 돌덩이에 깔려 더 이상 생각을 이어 갈 수 없었으니까.
콰과과과과과과광!
“크아아아아악!”
“이게 무슨…….”
“……억!”
타락한 몬스터와 검은용군단 유저들이 마구 엉겨 붙은 가운데, 하늘에서 수십 개의 바윗덩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떨어져 누구를 막론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압살시켰다.
공성 병기인 투석기가 가진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휘유, 잘 날아간다!”
2타, 3타. 바윗덩이뿐 아니라 폭탄, 독 따위까지 잔뜩 실은 투석기의 공격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대체 투석기를 몇 대나 준비한 것인지 피할 새도 없이 시간 차를 두고 무수히 떨어져 내려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말살시켰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짜식들. 그러니까 머리를 써야지. 적이 어디 있는지 거점을 잡고 있는지 빤히 아는데 뭐 하러 칼을 들고 설쳐 ”
병사들을 부리며 쉴 새 없이 투석기 발사를 지시하는 사람은 바로 로칸이었다.
비싼 값을 치르고 20여 대나 되는 투석기를 빌려왔지만 격전지가 점처럼 보이는 곳에서 안전하게 꿀을 빨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었다.
“1선 발사! 재장전! 2선 발사……!”
게다가 이미 그는 여러 거점을 털어먹으며 막대한 부를 쌓지 않았던가
투석기에 쏘아 보내는 바위와 폭탄 비용만 해도 일반인은 물론 길드 단위라 해도 엄두를 내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수준이었지만 로칸은 마치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던지듯 가볍게 쏘아 댔다.
[공훈도를 4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이 2,000만큼 상승하셨습니다.]투석기를 통해 사냥할 수 있는 것은 타락한 몬스터뿐이 아니니까. 함께 말려든 검은용군단의 길드들도 대부분 공격 범위에 휘말리며 죽어 나가고 있었다.
[말라붙은 죽음의 칼(레어)를 획득하셨습니다.] [비통의 갑옷(유니크)를 획득하셨습니다.] [유체화의 망토(레어)를 획득하셨습니다.]단순히 경험치와 돈뿐이라면 손해가 막심하겠지만 검은용군단 최상위 유저들이 착용한 장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템 드롭은 복불복이었지만,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착실하게 인벤토리에 쌓이고 있었다.
“크, 이거지!”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 귀중한 정보를 내어 주고 몇 번이나 놈들이 사냥에 게릴라전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 것이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투석기를 조종하는 것은 병사들이지만 투석기의 주인도, 그 병사들의 주인도 로칸이었다.
놈들을 죽이며 얻는 경험치와 아이템은 모두 로칸에게 집중되었고, 이제는 어지간해선 꿈쩍도 않는 경험치 바가 격동하며 두 번이나 레벨 업을 마쳤다.
“발사 중지! 조립 해제, 전원 후퇴!”
그렇게 영문을 모르고 쥐어 터지던 타락한 몬스터와 검은용군단 유저들이 투석기에 대한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 로칸은 미련 없이 투석기를 해체시키고 병사들을 피신시켰다.
워낙 거대한 병기인지라 다수가 달라붙어도 해체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정도야 문제없다. 타락한 몬스터들 중 일부가 이쪽으로 다가왔을 때, 로칸이 직접 뛰어들었으니까.
[투석기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해체를 마칠 때까지 적들로부터 투석기를 보호하세요.]“버서크!”
놈들이 잠시 잊었던 압도적인 폭력의 경험을 상기시켜 줄 차례였다.
* * *
히트 앤드 런.
폭력의 화신으로 변한 로칸의 전투력은 타락한 몬스터라 해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났지만 굳이 무리하는 일은 없었다.
투석기가 모두 해체되고 병사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때까지 딱 10분의 시간을 버틴 후, 로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려 남은 버서크의 지속 시간 5분을 투자해 전력으로 달아났다.
어차피 쫄개들과 드잡이해 봤자 수만 조금 줄어들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정도 레벨에서 한 번이라도 죽으면 수십 마리를 쳐 죽인들 제자리걸음이었다. 때문에 적당히 이득을 보는 선에서 물러났다.
“멍청한 놈.”
다음 날 로칸은 또다시 투석기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몰록이 모처럼 학습 능력을 발휘해 거점을 평야가 아닌, 자신들이 파괴한 성 안으로 바꾸었지만 도시를 공략하며 너무 힘을 쓴 게 문제가 되었다.
그들과 타락한 몬스터들은 이미 무너진 성벽 때문에 투석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또다시 큰 피해를 입으며 도주를 해야 했다.
투석기를 조종하는 것이 로칸이란 사실을 안 순간부터 몰록은 어쩌면 전투 의지를 상실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 정도면……!”
그다음 날, 몰록은 또다시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네크로맨서 조력자를 이용해 머리 위로 거대한 뼈 지붕을 만든 것이다. 투석기가 머리 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 방법이었다.
덕분에 네크로맨서 쪽은 진이 빠지다시피 한 상태였지만 몰록은 만족스러운지 흐뭇하게 뼈 지붕을 바라보았다.
“병신.”
쏘오옥. 콰과과광!
그러나 로칸은 아주 간단히 뼈 지붕을 공략했다.
지붕을 통짜 뼈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 탄환이 되는 투사체를 바꾸었을 뿐이다. 크기가 커다란 바윗덩이에서 크기가 작은 폭탄과 독, 폭발 포션 등으로.
당연히 크기가 작은 그것들은 뼈와 뼈가 얽혀 있는 틈으로 떨어졌고, 방심하고 휴식 중이던 타락한 몬스터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그 대신 투사체들이 흩어져 정확도가 떨어지고, 일부 투석기는 발사와 함께 서로 부딪힌 투사체들 때문에 폭파되기도 했지만, 넓게 흩어지면서 더 많은 타락한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도 한 것이다.
“이, 이런!”
그렇다고는 해도 일반적인 유저들이 구할 수 있는 폭탄과 독으로는 타락한 몬스터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기 어려웠다.
그러나 로칸이 누군가 고레벨 지역을 훑고, 분쟁 지역인 레갈리아 영지의 이름으로 구입하자 원하는 만큼의 고레벨 소모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슬슬 끝장을 봐야겠군.”
그리고 다음 날, 몰록은 마지막 수를 냈다. 바로 분산이다.
타락한 몬스터들을 일정한 단위로 쪼개어 배치함으로서 투석기의 집중 포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은데…… ’
하지만 그 역시 역효과를 냈다.
이번에는 로칸이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투석기를 준비하지도 않았고, 은신을 펼친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들 사이로 침투할 준비를 했다.
“없지 없는 것 맞지 ”
“예. 아무래도 놈이 병력을 흩어 놓은 것 때문인 듯합니다.”
그렇게 아무런 행동도 없이 한참을 기다리자 다른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검은용군단의 유저들. 로칸의 위세에 눌려 며칠 동안이나 잠잠하던 그들이 로칸의 부재를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로칸의 투석기 공격에 휘말릴까 눈치를 보았을 뿐, 매일 밤 타락한 몬스터들을 감시하며 꼬박 날을 새우기도 했었다.
“가자!”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었다. 더구나 적은 각개격파하기 좋도록 적당한 숫자로 병력을 나눠 놓은 상태다.
한 길드의 힘을 모조리 쏟아부으면 각개격파를 이뤄 내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검은용군단의 내로라하는 길드들이 모조리 투입되었다. 하나라도 더 많은 타락한 몬스터를 잡기 위해, 그리하여 타락 웨이브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신들의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이쪽도 가 보실까 ’
그에 맞춰 로칸도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용군단 때문에 어수선해진 방향은 아니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적의 수뇌. 몰록과 두 조력자였다.
“이잇! 저 버러지 같은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키렌. 너도 가서 저놈들을 모조리 없애 버려!”
“제 역할은…….”
“알아, 안다고! 언데드를 일으켜 병력을 보전하고 부족한 병력을 채우는 역할이지. 하지만 그래 봤자 되살린 놈들은 타락한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가! 한 놈이라도 더 살리라고!”
몰록에게 가까워졌을 때, 밤마다 새로운 병력을 만들어 내던 네크로맨서가 전장으로 이동했다. 언데드로 되살린 몬스터는 생전처럼 타락한 힘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에 나중에 되살리기보다 지금 더 많은 숫자를 구하고, 유저들을 쳐죽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운이 좋군.’
그것은 당연히 로칸에게 호재였다.
그렇지 않아도 셋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버서크를 쓴다 해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는데 하나가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니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문제는 저놈.’
문제는 나머지 하나. ‘흑기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맞춤 장비를 갖춰 입은 녀석의 클래스는 보나마나 근접 클래스일 터였다.
그렇다면 로칸은 영락없이 근접전으로 2 대 1의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몰록의 전투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놈에게는 압도적인 스펙이 있었다. 로칸으로서도 버서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감히 비벼 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치들.
게다가 흡수한 포션 중 독이나 저항과 관련된 것이 있다면 꽤나 골치가 아파진다. 15분을 전력으로 싸워도 어찌해 볼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로칸은 은신을 유지한 채 인벤토리를 뒤졌다. 격노의 도끼를 대신할 무언가를 잔뜩 꺼내 들었다.
“난무!”
“엇!”
은신을 풀고 나서는 순간, 로칸의 손이 전광석화로 움직였다. 한 호흡에 열 번이나 팔을 휘두르며 노린 것은 바로 흑기사.
그러나 흑기사는 재빠르게 검을 들어 로칸의 공격을 튕겨 냈다. 아니 튕겨 내려 했다.
투웅!
“크윽!”
퉁 퉁 퉁 퉁 퉁 퉁…….
로칸이 휘두른 것은 도끼가 아니었다. 바로 경지에 오른 기계공학 스킬을 이용해 만든 장비 중 하나인 ‘충격탄’이라는 것이었다.
대미지는 없지만 상대를 확정적으로 밀쳐 낼 수 있는 야구공처럼 생긴 아이템. 그것이 열 개나 거의 동시에 터지자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다.
“어 저 새끼 뭐야 ”
“이리로 날아오는데 ”
“흑기사 ”
“네임드다! 조져!”
첫 발에 떠오른 몸 위로 9발의 충격탄이 더 부딪히자 엄청난 가속을 일으키며 저 멀리 날려 버린 것이다.
예상을 하고 대비했다면 어떻게든 거리라도 좁혀 보겠지만 이런 상황은 흑기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그대로 모두 얻어맞고 맞았다.
그렇게 떨어진 곳은 바로 검은용군단 유저들이 모인 곳.
[타락의 집행자 헬븐][Lv 280]딱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사이즈였지만 상대는 유저들이다. 네임드에, 보스급인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상 일단 헤딩부터 하고 보는 유저들!
때문에 그의 정체가 확인되자 도망은커녕 인근에 있던 모든 길드들이 모여들었다. 타락한 몬스터를 밀어 낼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각 길드의 정예들이 네임드 사냥을 위해 눈이 돌아간 채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벌레 같은 것들이……!”
불나방처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무리들의 모습에 눈이 돌아간 건 헬븐 역시 마찬가지였다.
몰록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 또한 타락의 힘을 체득한 초인. 놈이 녹빛 흉광을 내뿜으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그 모습에 로칸이 안도했다. 녀석이 그들을 무시하고 이쪽으로 달려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적어도 잠깐은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듯싶었다.
확률은 낮지만 어쩌면 사냥에 성공할 수도 있겠지.
설혹 그런다 해도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이쪽은 진짜 보스인 몰록을 꿀꺽할 테니 말이다.
“자, 우리도 시작해 볼까 ”
로칸의 스산한 눈빛이 겁에 질린 몰록의 몸을 훑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