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2)
# 142
타락 결탁자 (1)
당금 더 로드 내의 이슈는 단 하나였다. 흩어진 타락한 몬스터들.
놈들은 무작정 달리기도 했고, 마을로 뛰어들기도 했으며 사냥터에 자리 잡고 제가 왕 노릇을 하기도 했기에 유저들은 필드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타락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유가 있는 일부 유저들은 다른 것에 눈을 돌렸다.
바로 그들이 왜 나타났고, 타락한 힘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이들이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밑바닥 퀘스트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이미 어느 수준 이상의 레벨을 달성한 이들이기에 퀘스트 동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빠르면 한 달이면 되겠지.’
로칸은 그 기간을 한 달 정도로 보았다.
그나마 레벨 업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퀘스트 구간까지를 따져 보았을 때 그 정도였다. 바로 자신이 새로운 퀘스트 국면을 열었기 때문이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뚫었다는 것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타락한 힘을 다루는 어떤 집단에 대한 정보와 추적 퀘스트가 새롭게 치고 올라올 모두에게 공개될 테고, 그사이 뭔가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뒤처지게 될 수도 있었다.
‘이놈들을 어떻게 끌어낸다…….’
그러나 로칸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정보. 이 비밀 집단에 대한 완벽한 정보는 알지 못하지만 대략의 정보와 구성은 알고 있는 것이다.
‘광신도와 결탁자들. 어느 쪽이 나으려나…….’
이들은 크게 두 가지 집단으로 나눌 수 있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어떤 신’을 믿는 광신도들과 그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먹으려는 세계 곳곳의 결탁자들.
어느 쪽을 통해서도 퀘스트를 진행시킬 수는 있었기에 고민이 들었다.
‘일단은.’
한참을 고민하던 로칸은 마음을 정했다.
남들이 쫓아오지 못할 곳으로 한발 먼저 도약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부터 얻어야겠군.”
[증명의 탑 1층, 시련이 시작됩니다. 5, 4, 3, 2, 1.]로칸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증명의 탑이었다.
타이무라에 처음 왔을 때 54층까지 달성하며 신기록을 세워 두고 그다음은 까맣게 잊고 있던 곳.
그사이 랭킹이 갱신되어 1위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였고, 오른 층수 역시 그가 세웠던 기록보다도 높았지만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증명의 탑 랭킹 보상이야 어차피 랜덤 박스 형식으로 주어지기에 정말 괜찮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은 높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그가 1위로 끝이 난 시즌 1의 보상으로 나온 것은 잡템에 가까운 것이었다.
때문에 로칸이 증명의 탑을 오르는 이유는 랭킹 보상이 아니라 10층 단위를 오를 때마다 확정적으로 주는 아이템이었다.
[증명의 탑을 80층까지 오르셨습니다.] [최고 기록 달성! 결과가 랭킹에 반영됩니다.] [현재 랭킹 : 1위(80층)] [증명의 탑 랭킹은 1개월 단위로 초기화되며 100위까지의 순위를 계산하여 보상이 지급됩니다.] [증명의 탑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 : 29일]로칸이 마음을 정하자 1위를 탈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단숨에 자신의 기록을 한참이나 뛰어넘어 80층까지 오른 로칸은 굳이 1위를 달성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범접 불가한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라섰다. 그가 원하는 확정 보상이 80층에 있던 까닭이다.
[피닉스의 꼬리를 획득하셨습니다.] [피닉스의 꼬리][소모][유니크]불사조의 권능 중 일부가 깃든 깃털. 사용한 대상을 죽음에서 소생시킨다.
-사용 효과 : 대상의 완전한 부활
그렇게 얻은 것은 바로 피닉스의 꼬리.
소모품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죽은 자를 완벽한 상태로 되살리는 것이니까.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시키고 생명력과 마나를 최대치까지 회복시키는 엘릭서와는 또 다른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스스로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그 단점을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피닉스의 꼬리가 가진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전투에서 절체절명의 순간, 파티원 중 하나가 죽는 바람에 공들인 계획이 실패하는 경우가 어디 하나이던가.
더구나 후반에는 ‘부활’ 마법이 가능한 고위 사제 클래스 하나만 살릴 수 있어도 처음부터 전투를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에 입수 난이도 또한 높아서, 오죽하면 증명의 탑 80층이 가장 쉬운 입수 방법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후우, 됐군.”
그럼에도 증명의 탑 상층은 로칸조차 힘겨운 수준이었다. 바로 이동하기 위해 버서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등장하는 적들은 일대일에 특화된 최소 280레벨대의 몬스터들. 조금 무리해 본다면 83~85층까지도 비벼 볼 만했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에 로칸은 쿨하게 포기를 외쳤다.
그렇게 손에 넣은 피닉스의 꼬리를 인벤토리 한편에 고이 모셔 두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걸 따로 챙겨 두길 잘했군.’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로칸이 이동한 곳은 다소 의외의 장소였다. 인간 진영의 영지 중 한 곳, 그것도 무려 백작급의 귀족이 다스리는 영지인 것이다.
‘아스타페 백작이었지 ’
같은 백작이라도 작위를 얻고 머문 기간과 영지의 크기 등에 따라 상중하급으로 나눌 수 있었다.
아스타페 백작은 중급 정도에 해당하는 어중간한 인물. 게다가 크게 무리수를 두거나 딱히 탐욕을 드러낸 인물도 아니었기에 로칸조차 전생에는 모르고 넘어갔던 인물이었다.
오히려 현재에 안주하고, 기득권을 지키려하던 평범한 귀족이라는 것이 기억에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장부’에 적혀 있었다.
‘꼬리를 자르고 숨는 놈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거면 진척도를 꽤 높일 수 있겠지.’
로칸이 가진 장부는 다름 아닌 몰록이 만든 타락의 힘이 담긴 구슬, 그것을 거래한 장부였다.
하지만 거기에 인간 귀족이, 무려 백작급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전생에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노움, 드워프, 하프엘프까지. 종족을 넘어서 언데드, 트롤, 오크, 고블린에도 ‘타락자’ 집단에 발을 걸친 자들은 있었다.
사실상 모든 종족에 가담자가 있었으니 가장 탐욕에 취약한 인간 중에 그런 자가 있다는 것쯤이야, 당연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왜 하필 권력과 지위가 어중간한 수준인 아스타페 백작일까.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예 상위에 있는 백작이나 후작, 공작 등은 그렇게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힘을 얻을 필요가 없을 테고, 아예 밑이라면 기반이 없어 타락한 힘을 손에 넣는다 한들 제대로 써먹기 어려울 테니까.
기억 속의 아스타페 백작에 대해 떠올리던 로칸이 어느새 그의 영주성 앞까지 도달했다.
“정지. 무슨 일이십니까 ”
“로칸 폰 레갈리아 백작이다. 약속이 되어 있지는 않으나 아스타페 백작님께 용무가 있어 왔으니 기별을 해 주길 바란다.”
입구에서 가로막는 병사들을 담담히 바라보며 로칸이 요구했다.
백작과 병사라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었기에 굳이 존칭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주인과 동급인 지위였으니 존칭을 할 이유도 없었고, 존칭을 한다면 오히려 의심하고 이상하게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풀 네임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영지 매입을 통해 얻은 리나이 영지를 거점으로 삼았기에 로칸 폰 리나이로 불렸지만 이제는 황제가 직접 하사한 영지가 있으니 그쪽을 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거부한다면 황제를 무시하는 것이 되기도 했고,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으니 당당히 신원을 밝혔다.
“레, 레갈리아 백작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니, 이 친구가 안내해드릴 겁니다. 저는 안에 기별을 넣을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덕분에 병사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로칸에 대한 소식은 그들 또한 들은 바가 있는 것이다.
마스터가 아님에도 마스터를 꺾인 강자.
나타날 때마다 대량 학살을 일으키는 무자비한 광전사.
도끼 한 자루로 백작의 위에 올랐으며, 그것도 모자라 영지마자 최전방으로 삼은 피에 미친 귀신.
조금의 과장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한 소문 때문인지 병사들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다른 영지의 병사라 해도 귀족의 심기를 크게 거스른다면 얼마든지 즉결 처분이 가능하고, 자신들의 목이 달아난다 한들 주인인 아스타페 백작이 황제의 신임을 받는다는 이 젊은 백작에게 거센 항의라도 할 리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영주님께서 모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영주실로……. 그 친구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잠시 기다리자 사라졌던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슬쩍 눈치를 보더니 친구에게 안내를 떠맡기고 정문 경비를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고 나면 둘의 의가 상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상했나 ’
졸지에 로칸의 안내를 맡은 병사는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쭈뼛거리며 앞장섰고 중간에 발이 꼬여 넘어지는 간단한 해프닝 끝에 영주의 접견실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로칸 폰 레갈리아 백작님 도착하셨습니다!”
무사히 접견실 앞에 도착하자 병사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로칸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아마 소문이 퍼졌을 테니 근처에 얼씬거리는 자는 없을 터였다.
‘좋군.’
그 상황에 만족하며 로칸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도 사람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형식적으로 접견실 한편에 서 있는 기사들은 있었지만 그들 역시 알고 있을 터였다. 로칸에 대한 소문 중 일부만 사실이더라도 그들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애초에 근접 호위로 로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도 없었다. 거의 장식품 같은 역할이랄까.
“어서 오시게, 레갈리아 백작. 기별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신가 ”
“하하, 교류를 나누는 데 꼭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 너무 급하게 백작의 자리에 올라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이야기나 나눌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인사 내게 말인가 ”
슬쩍 떠보는 아스타페 백작의 말을 로칸이 능숙하게 받아쳤다. 이미 귀족을 상대하는 일쯤은 이골이 난 그였으니까.
자신 같은 어중간한 귀족에게 인사를 왔다니, 로칸이 따로 누군가와 교류를 갖는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그였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곧 침착해졌다. 그리고 낱말 하나하나를 뜯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거 참……. 고맙군. 그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가 ”
“글쎄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겠지만……. 이런 건 어떠십니까. 구슬 서른 개.”
“…… ……!”
아스타페 백작은 잠시 물음표를 띄웠다가 로칸이 꺼내드는 어떤 수첩을 보고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 수첩의 표면에 그려진 문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좀 재미난 이야기일 것 같은데, 둘이서만 하는 건 어떠십니까 ”
당황한 그가 어떤 판단을 내리기 전에, 로칸이 먼저 제안했다. 기사들을 물리고 단둘만 이야기할 것을.
“……그러지. 모두 물러가라. 내가 따로 찾아가기 전까지는 절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주변에 누군가 접근하지도 못하게 하도록!”
아스타페 백작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을 정했다. 여기서 로칸을 공격한들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대체 이것을 가지고 로칸이 어떤 요구를 해 올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접견실은 물론 위아래 층까지 통틀어 두 사람 이외의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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