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1)
# 160
해적왕 (3)
‘이거지!’
찌르르르.
놈의 도와 자신의 도끼가 부딪히는 순간, 로칸은 양팔을 타고 흐르는 전율에 몸을 떨었다.
여러 타이틀 효과를 등에 업은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괴력.
해적왕이 파워 타입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300레벨 이후 1레벨당 능력치 상승폭이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할 터였다.
일단 힘에서는 호각.
그렇다면 기술은 어떨까
“난무!”
까가가강!
로칸은 맞대고 있던 무기를 떼는 순간 10연격을 떨쳤지만 놈도 보통이 아니었다. 힘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중병기인 도끼와 달리 가벼운 도를 휘둘러 대니 대부분 막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까앙!
그러나 딱 한 방. 한 방이 가슴에 꽂혔다.
“……!”
“크흐흐, 어딜 감히!”
쿠당탕.
로칸의 도끼가 정통으로 꽂혔음에도 해적왕은 전혀 타격이 없었다. 심지어 밀려나는 일조차 없이 그대로 로칸에게 반격을 가해 바닥을 뒹굴게 만들었다.
“젠장, 그런 건가.”
그제야 놈의 갑옷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오래된, 빛바랜 흉갑. 그 한편에 희미하게 새겨진 문양은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자왕의 표식.
지금에 와서는 황금사자 진영을 대표하는 문양이기도 한 그것이 놈의 갑옷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정면 승부는 무리겠군.”
로칸이 폴짝 뛰어 자세를 잡는 동시에 폭격을 날렸다. 각각 다섯 개씩의 손도끼를 부두목들을 향해 던져 내려 그들을 견제하고, 타격했다.
해적왕과 제대로 붙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사자왕의 흉갑.’
로칸의 두 눈에 탐욕과 광기가 일렁거렸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 그것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해적왕을 잡는다고 100% 드롭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낮지 않은 확률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어쩌면 사자왕의 증표를 가져야만 드롭되는 특수 조건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그것이 자신의 소유가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휠 윈드!”
로칸은 거리를 벌리는 한편, 쇠사슬을 최대로 늘어뜨렸다. 마스터 레벨에게도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실험해 볼 가치는 있었다.
까앙! 출렁.
그리고 역시 통하지 않았다. 해적왕이 도를 세워 막아 내자 도끼가 튕겨 나가며 힘을 잃은 것이다.
‘그럼 어디…….’
그러나 로칸은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몸을 휘돌리며 도끼와 사슬에 힘을 실었다. 다시 한 번 해적왕을 덮쳐 갔다.
“소용없……!”
투웅.
그러나 이번에는 도끼날이 아니었다.
단단한 쇠사슬이 그를 후려쳤다. 도를 들어 막아 보지만 그 충격에 옆으로 밀려났고, 그를 휘감듯 꺾인 도끼가 옆에서 몸을 일으키던 부두목을 덮쳤다.
“컥!”
졸지에 뒤통수에 도끼날이 박힌 부두목이 거품을 물고 거꾸러졌다. 이로써 1차 목표는 달성!
그 모습에 해적왕이 급히 손을 뻗어 쇠사슬을 움켜쥐었다.
쇠사슬을 붙잡아 행동을 제약시키려는 것이다.
‘줄어라!’
로칸은 그것을 역이용했다. 여의봉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쇠사슬의 특성을 이용해 해적왕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듯 가까워졌다.
“이런 같잖은 짓을!”
급격히 가까워진 로칸을 향해 해적왕이 도를 거칠게 휘둘렀다. 로칸이 무기인 도끼를 잃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스킬이라도 발동시킨 것인지 적잖은 힘이 그의 도로 몰려들었다.
“폭격!”
그때, 로칸의 양손이 바삐 움직였다. 가공할 경력을 지닌 손도끼 열 자루가 동시에 날아 그에게 꽂혀 들었다.
“빌어먹을!”
이쯤 되자 해적왕도 한 손만으로 버티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잡고 있던 쇠사슬을 놓아 버리고 양손으로 도를 휘두르며 손도끼를 걷어 내기 바빠졌다.
“제압, 치명적 일격.”
그사이 남은 부두목의 목숨이 끊어졌다. 애초부터 해적왕과 승부를 볼 생각이 없던 것이다.
얍삽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기면 장땡이지. 분노하는 해적왕을 음흉하게 바라보았다.
드디어 일대일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스터 스킬, 꺼내는 게 어때 ”
“건방진 놈……!”
로칸의 도발에 해적왕은 성급히 덤비지 않았다. 농락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로칸의 전투력이 결코 만만하게 볼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그럼 내가 먼저 가지.”
도발에 응하지 않자 선수 친 것은 로칸이었다.
파괴의 돌진을 이용해 놈에게로 짓쳐 든 로칸은 일도양단의 기세로 찍어 오는 해적왕의 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도끼가 아닌 주먹을 내질렀다.
까앙!
“큿!”
그 순간 해적왕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도끼도 아닌 주먹이라니
로칸이 자신의 주먹에 쇠사슬을 감아 후려친 것이다.
제아무리 오러를 가득 담은 공격이라 할지라도 로칸의 주먹을 함께 잘라 내는 것은 무리였다.
작은 스크래치가 고작.
비껴 나간 궤도를 가로질러 로칸의 필살기가 터져 나왔다.
“광살!”
단 한 번의 빈틈. 그것을 허용한 대가는 컸다.
놈의 흉갑이 사자왕의 무구라고 추정한 로칸이 광살을 이용해 해적왕의 하체를 노린 것이다.
설마하니 해적왕이 사자왕의 무구 풀 세트를 갖추고 있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면 흉갑이 보호하지 않는 부위를 공략하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크읏, 이탈!”
첫 번째 공격을 허용하는 순간, 해적왕은 이를 악물고 생성 스킬을 발동시켰다.
철저히 회피에 집중한 스킬. 덕분에 로칸은 세 번 째 공격 이후 타격감을 느낄 수 없었다.
“캔슬, 리프 어택!”
그 순간 즉시 스킬을 캔슬시켰다. 감각을 집중해 놈이 나타나는 위치를 파악했다.
“대해참경!”
그러나 놈 역시 예상한 듯싶었다.
회피를 마치자마자 상처를 돌보는 대신 조합 스킬을 발동시켰다. 달려드는 로칸을 쪼개 버리기 위해 거력을 일으켰다.
“캔슬, 반격!”
식스 센스가 놈의 기운을 읽었다.
다시 한 번 스킬을 캔슬시키고, 타이밍 좋게 놈의 공격을 회피한 뒤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터진 상처를 집요하게 노렸다.
“끄아악!”
그러나 정작 놈의 상처를 헤집은 것은 로칸의 도끼가 아니었다.
쇠사슬.
놈의 도가 로칸의 공격을 막는 사이, 우회한 쇠사슬이 상처에 틀어박힌 것이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해적왕. 그것을 놓칠 로칸이 아니다.
“아머 브레이크, 난무!”
다시금 10연격이 터졌다.
고통으로 손발이 어지러워진 해적왕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아머 브레이크의 힘으로 하체 방어구를 파괴하고 상처를 헤집어놓았다.
“끄윽! 대해의 생명력!”
그때, 놈의 마지막 조합 스킬이 터졌다.
바다의 힘을 끌어와 생명력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회복 스킬. 지저분하게 난자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고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왔다.
“해랑격암!”
그리고 마침내, 마스터 스킬을 사용했다.
파도가 바위를 때리듯, 연환의 도격이 로칸을 향해 꽂히기 시작했다.
까가강!
처음의 몇 방은 난무의 효과로 막았다. 그러나 놈의 공격은 모두 36연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연타를 멈춘 로칸을 향해 나머지 연격이 쏟아졌다.
‘막아라!’
그때, 로칸의 의지가 강하게 발현되었다. 쇠사슬이 움직여 다시 한 번 왼팔을 휘감았다.
까가가가가가가가.
이것은 실험이었다. 사슬의 방어력이 어느 정도까지를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진작 놈을 제압하거나, 버서크를 사용해 응수했을 터였다.
버서크라면 36연격이든 63연격이든 거뜬히 맞아 주며 ‘맞딜’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방패를 들 듯 버티고 버티며 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기대 이상인데 ’
그리고 버텨 냈다.
이리저리 흠집이 생기기는 했지만 먼지 같은 흠집일 뿐이다. 같은 자리를 천 번쯤 내리친들 잘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 같았다. 마스터 스킬로 발현된 공격을 받아 내고도.
그 순간, 주도권이 로칸에게로 넘어갔다.
“끝내자!”
회복용 조합 스킬 덕분에 해적왕의 생명력은 가득 차 있었지만 로칸은 승리를 자신했다.
모든 조합 스킬이 파악되고, 마스터 스킬의 쿨 타임마저 돌고 있는 해적왕 따위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끼윳!
저 하늘에서 응원하듯 소리를 지르는 카이가 배고파지기 전에, 해적왕의 목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파괴의 돌진, 숄더 차지!”
쿠웅!
근거리에서 터진 돌진에 해적왕의 다리를 노렸다. 그 위로 내리치는 공격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조합 스킬이 아닌 이상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울 만큼 로칸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우득!
숄더 차지의 폭발력에 해적왕의 다리가 뒤틀렸다. 생명력은 회복시켰지만 파괴된 방어구까지 복구하지는 못했기에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기동력을 빼앗긴 해적왕은 필사적으로 도를 휘둘렀다.
“어딜!”
그러나 로칸은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놈의 몸 위로 올라탔다. 마운트 자세로 놈을 깔아뭉갠 뒤 왼팔을 휘둘러 도를 밀어 냈다.
“치명적 일격!”
그러면서도 오른팔을 빠르게 휘둘러 놈의 머리를 마구 찍어 댔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마스터 레벨을 상대로 버서크를 사용하지 않고 얻은 최초의 승리.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시스템은 그것을 별도의 업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로칸은 자신의 전투력이 기존보다 월등해졌음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단신으로 해적섬을 정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해적 정벌자’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해적 정벌자][유니크]단신으로 해적섬을 정벌한 당신의 무용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바다 위에서 당신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해상 전투 시 모든 능력치 10% 상승
-섬 지형에서 모든 능력치 10% 상승
-발판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음
-해적을 상대로 비선공 효과
그래도 소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별 쓸모가 없는 타이틀이지만 유니크 등급의 타이틀도 얻었다.
앞으로 해상전을 치를 일은 별로 없을 테지만 발판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은 몇 번쯤 써먹을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어스퀘이크에 당할 때 딱이겠군.’
나중에 마법사가 있는 전장에서 만나는 골치 아픈 주문 중 ‘어스퀘이크’가 있으니까.
지반을 뒤흔들어 몸의 균형을 뺏고, 재수 없으면 갈라진 땅의 틈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죽게 만드는 지랄맞은 마법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진짜 중요한 것이 남았다.
“이거로군.”
[알 수 없는 오래된 흉갑][유니크]특이한 것은 높은 방어력뿐, 이름도 다르고 등급도 유니크였지만 로칸은 집어 드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자신이 찾던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사자왕의 흉갑은 두 가지를 합쳐야만 진짜 힘을 드러내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망하지 않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가슴팍에 나있는 원형의 구멍에 보관하고 있던 사자왕의 증표를 끼워 넣었다.
철컥.
그 순간, 눈부신 황금빛 기운이 흉갑을 휘감았다.
알 수 없는 오래된 흉갑이 원래의 제 모습을 되찾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