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4)
# 163
광풍의 전설 (1)
‘뭐지 ’
몇 개나 되는 붉은십자군 무리를 잡아 겨우 올린 레벨. 그러나 그럴 동안 뒤콘 길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로칸의 위치를 찾지 못해서일까 카이를 타고 날아다니기만 해서
아니다. 그 글이 올라온 이후 로칸은 버서크 후유증 시간을 제외하고 일부러 위치를 노출시켰다.
최우선 목표는 붉은십자군이지만, 겸사겸사 싸움을 걸어오는 검은용군단의 유저들도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들을 잡는다고 뭔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그 자체로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스쳐도 죽는다는 것을 인지했으니 붉은십자군과의 전투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칸을 저격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있었지만 쇠사슬의 철통 방어와 복수하듯 꽂히는 폭격을 몇 번 경험하니 쏙 들어갔다.
‘말뿐인 놈이었나 보군.’
그냥 지나가다 마주친 것 이외에, 붉은십자군과의 전투 중 훼방을 놓는 습격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뒤콘이란 놈들의 마크는 아니었다.
그런 글까지 싸질러 놓고 다른 마크를 달고 나올 리도 없으니 결국은 허풍을 떤 것이다.
그렇게 말로만 싸우는 놈들을 한둘 본 것이 아니기에 로칸은 코웃음을 치며 현재에 집중했다.
“제발…….”
299레벨을 달성하자마자 타이무라로 돌아온 로칸은 설레는 마음으로 광전사 길드에 입장했다.
클래스 익스퍼트까지는 전직 퀘스트가 동일했다. 그러나 마스터 클래스는 다르다. 어떤 퀘스트가 걸릴지는 그야말로 랜덤.
운이 좋으면 비교적 쉬운 것이 거릴 수도 있었고, 재수가 없으면 미친 난이도의 퀘스트를 받아 눈물을 머금고 레벨 다운을 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정말 재수가 없는 사람 중에는, 그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스터 레벨 퀘스트를 받고 싶습니다.”
“허어, 벌써 그렇게 성장한 겐가 잠시만 기다리게.”
숨을 크게 들이쉰 로칸이 광전사 길드 마스터에게 퀘스트를 요구했다.
중앙 대륙 대도시의 직업 길드 마스터들은 모두 마스터 레벨이라는 설정이지만 그조차도 놀랄 만한 성장 속도인 것이다.
물론 다른 유저들 중에도 270레벨 이상을 찍은 이들이 등장했다는 소리는 듣긴 했지만 280레벨부터 299레벨까지는 광렙이라 불리는 마의 구간인 것을 생각할 때,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는 셈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광전사 길드 마스터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민하지 마! 고민하지 말라고!’
그 심각한 표정을 바라보는 로칸이 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그의 고뇌는 깊어져만 갔다.
마스터 레벨 퀘스트로 가장 많이 받는 종류가 바로 마스터 레벨로부터의 인정인 것이다.
마스터 레벨 NPC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꼭 죽이거나 이기지 않아도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퀘스트는 완료되었다.
그러니 생각 없이 퀘스트를 주기만 하면 이미 몇이나 되는 마스터 레벨을 처죽인 로칸은 기존 기록이 소급 적용되어 하이패스로 퀘스트가 완료될 게 자명한 일이었다.
즉, 그가 고민을 할수록 로칸에게 번거로운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았다.
“좋아. 시험을 내리지.”
[전직 퀘스트 ‘광풍의 전설’을 획득하셨습니다.]“……망할.”
그리고 내려진 마스터 레벨 퀘스트에 로칸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가장 쉬운( ) 마스터로부터의 인정 퀘스트가 아닌 요상한 퀘스트가 걸린 것이다. 당장 성공 조건이 소급 적용되어 완료되지 않은 것만 보아도 불안함이 느껴졌다.
먼 옛날,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전설 같은 존재를 뛰어넘어라.
만약 해낼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공 조건 : 마스터의 증표 획득 54 / 500
-성공 보상 : 마스터 레벨로의 전직
“하……하…….”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스터의 증표는 마스터 레벨을 사냥하면 얻을 수 있는 증표형 아이템이니까.
“미쳤네.”
그런데 마스터 레벨 몬스터를 5백 마리나 잡으라고 이제는 제법 상황이 좋아져서 한 번에 네다섯 마리까지도 거뜬해진 로칸이지만 이것만큼은 암담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기가 생겼다.
“광풍……이란 말이지.”
광풍이라는 이름이 그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다.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퀘스트]오래전 세계를 질타한 광풍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나머지 흔적을 찾아 광풍의 유지를 이으십시오.
-고급 훈련장 수료 (완료)
-해저 터널 최초 통과 (완료)
-클래스 익스퍼트 상태로 클래스 마스터 5명 살해 (완료)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 획득 (완료)
–
–
퀘스트에서 지칭하던 광풍이 광전사 클래스였던가 아니면 광전사 길드 마스터가 단지 로칸의 행보를 보고 그를 떠올린 것일까.
아직 퀘스트의 새로운 내용이 채워지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잘하면 물음표로 표시된 한 칸을 더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했던 일이라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오기 같은 것이 생겼다. 템빨 같은 것이라면 모를까, 전투와 관련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로칸이니까.
“5백 마리 까짓것 해 주지.”
로칸의 두 눈이 전투 의지로 불타올랐다.
이미 붉은십자군을 낚고, 각개격파하며 꽤 많은 숫자를 채워 둔 덕에 남은 숫자는 약 450마리 정도였다.
그러나 그 450마리를 모두 붉은십자군으로 채울 생각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단시간에 아주 많은 숫자를 채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간을 보는 정도로만 붉은십자군을 상대하고 폐관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중앙 대륙에는 마스터 레벨 이상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지역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칸의 사냥이 다시 시작되었다.
* * *
“이건 또 뭐 하는 병신들이지 ”
로칸이 마스터 퀘스트를 받고도 몇 번이나 따로 떨어진 붉은십자군을 정리했지만 뒤콘이란 길드의 공격은 없었다.
다만, 놈들의 존재를 살짝 잊어 갈 때쯤 홈페이지를 통해 골 때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씨발, 이 새끼 튀었다.][작성자 : 아이번] [뒤콘 길드인지 이 새끼들, 로칸 잡는 데 뭐가 부족하다면서 길드원들한테도 돈 걷고 일반 유저들한테도 모금하더니 연락 두절됐다. 먹튀 ㅅㅂ.]└문파워 : 이형근 그 새끼 그럴 줄 알았다 ㅋㅋ
└미니카 : 그러게 무슨 수로 로칸을 잡아. 뭔지도 안 까고 돈 모을 때부터 수상하더라.
└가리 : 헐 나도 모금했는데. 얘 로칸 잡으면 작위 얻는 퀘 했다고 그거 완료하면 모금한 돈 돌려준다매! 소액이지만 그거 믿고 보냈는데……. 아나.
└쿠어카 : 그럼 뒤콘 길드는 어떻게 된 거야 해체
└블록밟았어 : 다른 길드에 길드원까지 팔아먹은 것 같던데…….
로칸을 자극하며 검은용군단 내부에서 반로칸 여론을 조장하던 뒤콘 길드의 마스터가 길드원들 등골을 빨고, 일반 유저들의 모금까지 받은 돈을 들고 튀었다는 것이다.
그 액수가 꽤나 어마어마해서 현금화만 시킬 수 있으면 평생을 놀고먹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아, 기억나는군.’
그래서 로칸이 선뜻 기억이 안 났던 모양이다. 끝까지 가지 않고 이처럼 중간에 단물만 쪽 빨아먹은 뒤 도망쳤으니 모를 만도 하지.
어렴풋한 기억에 따르면 그렇게 도망친 주제에, 더 로드를 아주 접은 것이 아니라 솔플로 적당히 레벨도 올리고 아이템도 팔아먹다가 나중에는 아예 새로운 길드를 차리기도 했다고 했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의 길드를 동원해 깡그리 쓸어버리기도 했고.
‘대규모 사기로는 이놈이 시초일 뿐, 이런 식의 장난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즉, 로칸이 개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 일어났을 일이라는 것이다. 놈이 로칸과 엮인 일을 기회 삼아 좀 더 빠르게 돈을 끌어모은 뒤 치고 빠진 것이지.
“허무하긴 하군. 그래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아. 이제 사라져도 괜찮겠어.”
당한 이들은 뒷목을 잡을 일이겠지만 정작 로칸에게는 타이밍이 썩 괜찮았다. 마침 따로 떨어뜨려 놓았던 붉은십자군을 다 처리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여기까지 따라온 건 정말 놀랍군.’
그러나 모든 무리를 로칸이 잡은 것은 아니었다. 검은용군단 진영의 길드가, 또 황금사자 진영에서 몰래 잠입해 들어간 길드가 이미 처리하기도 한 것이다.
심지어 로칸의 방법을 흉내 내, 길드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붉은십자군을 목숨 걸고 이동시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실패해 전멸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런 짓을 벌일 만한 자신이 있는 자들이었기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라그나로크 길드였다.
토르, 오딘 따위의 이름을 사용하며 신 코스프레를 하는 듯한 녀석들. 그 모습만 본다면 우습게 여겨지기도 했지만 그들의 실력은 진짜였다.
그들의 핵심인 ‘창세의 왕’이 로칸에게 많은 것을 빼앗겨 어쩌면 이번 생에는 제대로 힘을 쓰거나 성장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벌써 단일 길드의 힘으로 붉은십자군 너덧을 상대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길드원이 수백 명 단위인 다른 길드와 달리 라그나로크 길드는 소수 정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때문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뿐이다. 이번에는, 창세의 왕이 아니라 그들 전부가 덤비더라도 밟아 줄 생각이니까.
그들이 무엇을 하든, 얼마나 강해졌든 자신은 자신의 플레이를 하며 강함을 추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 어디 여기까지 와 봐라.”
아니, 오히려 그의 성장이 기대되기까지 했다.
이번에야말로.
그때의 전투를 떠올리며 분노의 불을 지폈다. 전생에, 그때는 왜 그랬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울분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로칸이 이를 갈며 폐관에 들어갔다. 남은 마스터의 증표를 모두 모으기 위해서.
* * *
로칸이 폐관이라 명명한 노가다를 멈춘 것은 마스터 레벨의 몬스터, 사이클롭스들의 서식지로 들어간 지 꼬박 1주일만의 일이었다.
오우거를 뛰어넘는 괴력을 지닌 외눈박이 괴물, 사이클롭스.
어떤 곳에서는 그 하나밖에 없는 눈에서 광선을 쏘아 내기도 한다고 표현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로칸조차 정면으로 받아 내기 어려울 만큼 힘이 무시무시할 뿐이었다.
“어후, 죽겠다.”
그렇게 엄청난 마스터 레벨 급 몬스터가 수십 마리나 동시에 돌아다니는 살 떨리는 필드에서, 로칸은 무려 몰이사냥을 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이클롭스 서너 마리의 시선을 끈 뒤 버서크로 한 방에 몰아 잡는 것이다.
물론 버서크를 사용하지 않고도 일대일 사냥이 가능하긴 하지만 한 마리라도 어그로가 튀는 날에는 바로 버서크를 써야만 했고, 시간 효율상 차라리 버서크를 사용해 최대한 빨리 사냥하고 후유증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나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힘든 일이었다.
사이클롭스는 버서크라 해도 무조건 승리한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상대였고, 버서크 후유증을 보내는 시간도 너무 지루했다.
그러나 그 인내와 집중의 시간을 지나자 달콤한 결실이 나타났다.
[마스터의 증표를 획득하셨습니다.] [마스터의 증표 500개가 확인되었습니다.] [마스터 레벨 퀘스트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전직 퀘스트 ‘광풍의 전설’이 완료되었습니다.] [마스터 버서커로 전직을 완료하였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