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
# 17
세비지 마을 공략 (1)
[대지의 보석 구하기][퀘스트]크톤 하수도에서 일어난 변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고위 마법사 스테로이안의 부탁대로 대지의 보석을 구해다 주자. 대지의 보석은 대지의 기운을 품고 있는 몬스터에게서 우연히 발견된다.
-제한 시간 : 없음
-성공 조건 : 대지의 보석 0/1
-보상 : 보통의 경험치, 3실버
“알겠습니다.”
실컷 구해 오라고 해 놓고 힌트는 형편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어떤 녀석이 ‘대지의 보석’을 드롭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로칸은 퀘스트를 수락하고 곧장 마법사 길드를 빠져나왔다.
“일단 미끼를 던져 볼까 ”
하지만 곧장 알고 있는 사냥터로 향하지는 않았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거래 게시판 오픈.”
명령어를 외치자 그의 앞으로 모니터 화면 같은 하나의 창이 나타났다.
아직은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더 로드 내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다.
비록 홈페이지 내에 있는 게시판뿐이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그렇기에 사람들이 별도의 커뮤니티 대신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정보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돌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터였다.
“어디 보자, 정체가 드러나면 안 되니까…….”
거래 게시판을 연 로칸은 월하의 공동묘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던전의 이름이나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는 비밀 던전의 존재와 그 안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수준, 숫자 정도만 간단히 기입했을 뿐이다.
이것만으로는 거짓말이라 생각할 수 있어서 스크린 샷도 몇 장 첨부했다. 해골 전사 풀 세트의 정보였다. 세트 아이템은 아니지만 이름마다 ‘해골 전사의’가 붙어 있으니 눈치 빠른 이들이라면 알아차릴 것이다.
“자, 어떤 놈이 물 테냐.”
거래가는 비공개 입찰. 자신에게 쪽지를 보낸 사람들 중 최고가를 적은 쪽에 판매하겠다는 사기성 넘치는 글이지만 결국 낚일 놈들은 낚일 터였다. 듣자 하니 벌써 현질을 통해 게임 머니를 긁어모으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하니까.
“이제 가 볼까 ”
그렇게 한바탕 논란이 될 거래 글을 툭 던지듯 올려 둔 로칸은 가뿐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그가 올린 경매 일정은 내일까지였다. 그동안 로칸은 스테로이안의 퀘스트나 깨 둘 참이었다.
“대지 속성 몬스터라면…… 역시 그놈이지.”
퀘스트에서 말하는 대지의 기운이라는 것은 결국 쉽게 말해 대지 속성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아직 몬스터 속성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유저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겠지만 로칸은 이미 전생의 기억으로 그 정체를 알고 있었다.
‘대지의 기억을 통해 남의 사냥법을 훔치거나 특정 몬스터 공략법을 알아내는 것이 한때 유행인 적이 있었지.’
해당 지역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CCTV처럼 다시 보여 주는 ‘대지의 기억’은 ‘추적자’ 클래스들이 사용하던 기본적인 스킬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로칸은 대지의 보석을 누구에게 얻어야 하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 * *
“……드릴 손. 참 성의 없는 이름이란 말이야.”
로칸은 즉시 도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도시의 울타리에 보호받지 못하고 외곽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이들을 방문했다.
“혹시 요새 고민거리 없으십니까 ”
“왜 없겠습니까. 애써 지은 농작물이 온통 도둑맞고 있는데.”
그가 노린 것은 드릴 손. 이름처럼 드릴같이 생긴 손으로 땅굴을 파고 농작물을 훔쳐 먹는 두더지 같은 놈이었다.
‘빙고.’
간단한 키워드로 놈의 위치를 파악해 낸 로칸은 즉시 농사꾼에게 퀘스트를 받고 놈이 등장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잡아 봤자 경험치도, 아이템도 별 볼 일 없는 놈이지만 문제는 대지 속성 몬스터의 수가 생각보다 적은 데 있었다.
강함은 둘째치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는데, 그렇다고 놈은 100% 대지의 보석을 드롭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로칸이 택한 것은 질보다 양이었다.
“저기군.”
이미 한바탕 헤집고 갔는지 농작물이 반밖에 남지 않은 작은 밭을 살핀 로칸은 즉시 놈을 잡을 준비를 했다.
덫을 사다가 놓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제 위치에 걸리지 않으면 말짱 허사였으니까. 언제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들썩 들썩!
잠시 후, 멀리 있는 농작물이 들썩거리더니 땅으로 쑥 꺼졌다. 놈이 온 것이다.
놈을 잡을 기회는 바로 지금이었다. 농작물을 훔치고 나서 구멍 위로 얼굴을 쏙 내미는 타이밍. 그 타이밍에 맞춰 로칸이 고함을 내질렀다.
“크허허허헝!”
워 크라이에 무방비로 노출된 녀석이 구멍 위로 얼굴을 쏙 내민 채 딱딱하게 굳었다.
그다음은 간단했다. 놈의 머리통을 쪼개거나 집어 올려 밖으로 끄집어내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오 ”
쏙 쏙 쏙!
녀석뿐 아니라 다른 구멍에 숨거나 이동 중이던 놈들까지 영향을 받았던지, 놈들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지상에 머리를 내밀었다.
쿵떡쿵떡!
로칸이 두더지 잡기를 하듯 신나게 놈들의 머리를 쪼갰다.
[대지의 보석][매직]대지의 기운을 담은 보석.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없으나 특수한 마법의 재료가 된다.
그렇게 네다섯 놈의 머리를 쪼개자 원하던 것이 튀어나왔다.
대지의 보석이었다.
‘정말 축캐인가 ’
드롭률이 낮지도 않지만 높지도 않은 그것을 순식간에 손에 넣은 로칸은 히죽 웃으며 곧장 돌아섰다.
어차피 드릴 손 처치 퀘스트는 잡은 수만큼 보상을 주는 식이었기에 퀘스트 포기 페널티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응 벌써 구해 왔다고 ”
퀘스트를 받고 나간 지 불과 몇십 분 만에 대지의 보석을 가져다 안겨 주자 스테로이안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뭐, 좋네. 이걸로 놈들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겠군. 그건 그렇고, 한 가지 부탁을 더 들어줄 수 있겠나 ”
“말씀만 하십시오.”
“이번에는 어떻게든 미리 알고 대처했지만 놈들이 또 언제 다시 독을 풀지 알 수 없어. 그래서 개량된 저주에 맞춰 미리 해독약을 만들어 놓으려고 하는데 연구 재료가 부족하군. 그걸 자네가 대신 좀 구해다 줄 수 있겠나 알다시피 나는 한시바삐 놈들을 추적해야 해서 말이야.”
“예. 뭘 구해다 드리면 되죠 ”
“오크 전사와 세비지의 피네. 그들의 생명력에서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군.”
[펄떡이는 생명력][퀘스트]더 강력한 저주가 언제 퍼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고위 마법사 스테로이안이 연구 재료를 구해다 줄 것을 부탁했다.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품은 오크 전사와 세비지의 피라면 무언가 연구에 진척이 있을지 모른다.
-제한 시간 : 없음
-성공 조건 : 오크 전사의 피 0/1. 세비지의 피 0/1
-보상 : 보통의 경험치, 10실버, 타이틀 ‘스테로이안의 조수’
이번 퀘스트는 난이도가 있었다. 대상 자체가 무려 오크 전사와 세비지였으니까.
그들이 순순히 헌혈을 해 줄 리는 없으니 사냥을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로칸은 여기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명예 오크 전사의 타이틀 효과 때문이었다. 현재 로칸은 오크 캠프의 평판이 [신뢰]까지 오르면서 오크들을 사냥해 경험치를 얻을 수 없는 제약이 있는 것이다.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는 것뿐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끄응.’
여차하면 평판을 잃거나 타이틀이 사라지더라도 싸우는 수밖에. 오크들과의 신뢰 관계보다는 메인 시나리오를 빠르게 짚어 올라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알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한 로칸은 먼저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에서 판매하는 ‘빈 병’은 원래 연금술사용 소모품이었지만 오크 전사의 피를 담기 위해 몇 개 구입하고 걸음을 옮겼다.
“엇, 저 사람 봐.”
“오크 캠프에 정면으로 도전하려는 건가 대박.”
“대박은 무슨, 허세겠지. 저렇게 깝치다 죽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냐.”
명예 오크 전사 타이틀까지 있는 마당에 귀찮게 짐승을 잡고, 개구멍을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시선을 끌고 싶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싫었던 로칸은 오크 캠프의 정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리고 소리쳤다. 마치 내 집에 온 듯이.
“문 열어!”
“취익. 문, 연다. 기다려라.”
그러자 안에서 신호가 왔다. 문지기 오크들이 로칸을 확인하고 굳건히 닫혔던 오크 캠프의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보통은 싸우기 위해 활짝 열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로칸이 들어올 정도로만 살짝 열렸다가 닫힌 것이다.
“어 저거 뭐야 ”
“뭐지 방금 유저 아니었어 ”
“맞는데…… 뭔가 암호 같은 게 있는 건가 방금 뭐라고 했지 ”
그 덕에 바깥이 난리가 난 것은 당연했다. 오크 캠프를 제 집처럼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레벨 업 속도가 확연히 빨라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개구멍은 한정되어 있었고, 오크 캠프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많고 많았다.
간혹 새치기를 당해 못 들어가거나 둘 다 발각당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이건 대단한 기회였다.
“가만있어 봐. 내가 해 볼게.”
결국 욕심을 참지 못한 유저 하나가 튀어나갔다. 오크 캠프에 정면으로 서서 로칸과 똑같이 성질을 부리듯 소리쳤다.
“문 열어!”
끼이이익!
그리고 잠시 후, 정말로 문이 열렸다.
후두두둑!
그러나 그 결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1차적으로 오크 궁수들이 쏜 화살 비에 고슴도치가 되었고, 2차적으로 달려 나온 오크들이 그의 시체를 짓밟았다.
“…….”
“……하던 거나 하자.”
그 참혹한 광경에 더 이상 아무도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왔다, 로칸.”
“명예를, 취익, 아는 인간.”
“무슨 일이냐, 친구.”
그러는 사이 로칸은 성큼성큼 걸어 나가 오크 전사들의 쉼터에 다다랐다. 오크 투사가 리젠됐는지 저 멀리 막사에 불이 들어온 상태였지만 굳이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 혹시나 또 싸움이 벌어질까 싶은 것이다.
그때보다 레벨도 한참 올랐고, 이제는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말이야. 들어줄 수 있을까 ”
“부탁, 들어준다. 말해라.”
로칸은 전투 대신 일단 회유책을 선택했다. 지금 신뢰 관계가 깨어지면 수정했던 계획을 또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솔직하게 그들에게 ‘약간의 피’를 요구했고 오크들의 표정이 변했다.
“전사의 피, 함부로 줄 수 없다.”
“맞다. 전사가, 취익, 피를 흘리는 건, 전장에서뿐이다, 크흥.”
정색을 하며 냉정하게 거절했다.
‘실패인가.’
싸우지도 않고 피를 흘리는 것은 전사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적당히 피만 뽑아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이렇게 되면 플랜B다.
“그래 그럼 우리 대련 좀 할까 ”
로칸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오크 전사의 피를 획득하셨습니다.]잠시 후, 로칸은 결국 강제로 피를 받아 냈다. 대련을 핑계로 오크 전사 한 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린 뒤, 치료해 주는 척 빈 병에 피를 받아 낸 것이다.
물론 그러고 나서 붕대를 감아 회복시켜 주긴 했다. 아직 그들은 쓸데가 있었으니까.
그 덕분인지 오크 캠프의 평판은 여전히 [신뢰] 상태를 유지했고, 타이틀도 그대로였다.
‘그래, 이참에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도 좋겠군.’
다음 목표는 세비지. 로칸은 아예 설계만 해 두었던 계획을 지금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