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79)
# 179
증폭의 보주 (4)
“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력이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지만 로칸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력을 직접 밀어 내지 않더라도 충격을 주어 방출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듯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퍼엉!
그리고 마침내, 마력탄이 폭발했다.
‘……견딜 만한데 ’
그 폭발의 한가운데에서 로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실버라이온 세트의 효과 덕분인지 상당한 마법 저항력을 가진 덕에 마력탄의 폭발이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이다.
하긴, 애초에 마법사를 대상으로 만든 것이니 한 방에 죽어 버릴 정도로 무식한 대미지를 설정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해내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이 대미지를 견뎌야 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해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마력 응축이 시작됩니다.]다시금 마력탄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자 로칸의 눈빛이 변했다. 녀석을 ‘방출’시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타이밍이 기준은 폭발 직전. 조금 전 쟀던 타이밍에 따라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아예 무기를 집어넣고 오른 주먹에 사슬을 감았다.
꽈앙!
노렸던 타이밍에 정확하게 주먹을 내질러 마력탄을 때렸다.
퍼엉!
그러나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맞추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로칸은 ‘폭발 직전’을 타이밍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이 정답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한히 실패를 반복해야만 할까
로칸은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실행에 옮길 뿐이었다.
퍼엉! 퍼엉! 펑! 펑!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외부의 충격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을 고려해 로칸이 한 행동은 ‘모든 타이밍’을 노려 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대미지는 그럭저럭 포션만 써도 견딜 만한 수준이었으니 포션이 떨어질 때까지 거의 무한정으로 도전하면 그만인 것이다.
‘열혈과 근성! 이거면 안 되는 게 없지.’
다른 말로 노가다 정신이라 불리는 그것. 세계 최강의 전투 민족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투웅!
그리고 마침내 성공하고 말았다.
“흐흐흐흐!”
몰골은 말이 아닌 상태였지만 말이다.
“감 잡았어!”
하지만 단 한 번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한순간 느꼈던 그 감각을, 타이밍을 로칸이 놓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투웅, 펑! 펑! 투웅.
그 이후로도 실패는 있었지만 로칸을 억지로 성공 횟수를 늘려 가 열 번의 횟수를 모두 채우고 말았다.
‘할까 말까 ’
해서 손해를 볼 것은 없었지만 슬슬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만약 다섯 개의 시련을 모두 돌파해 버릴 경우 ‘강제 전직’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네 개째도 조금 불안했다. 간혹 마지막 단계까지 돌파하지 않아도 인정은 받을 수 있는 종류의 퀘스트도 있으니까.
“포기하겠다.”
잠시 고민한 끝에 로칸이 포기를 선언했다. 이미 얻고자 했던 것들은 모두 얻은 상태였으니까.
오히려 집중의 주문서까지 추가로 얻은 상황이었다.
[집중의 주문서][스킬북]사용 시 집중의 주문을 습득할 수 있다.
집중의 주문서는 일종의 스킬북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종류였고, 그 효과도 확실했다.
캐스팅 속도 상승과 캐스팅 실패 확률 하락, 쿨 타임 시간 감소.
전형적인 마법사용 스킬이지만 로칸은 그것을 팔아 치울 생각이 없었다. 이 또한 조합 스킬, 마스터 스킬을 만들 때 사용하면 훌륭한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그것을 인벤토리에 찔러 넣고 나머지 두 아이템을 확인했다.
[응축의 주문서][스킬북] [방출의 마법진][스킬북]이것들 또한 스킬북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용해 버리기에는 무척 아까웠다. 이것들을 동시에 익힐 수 있다면 강력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당장 폭발의 대마도사라 불린 뱅이 남긴 유산이 아니던가.
하나하나가 에픽 등급쯤은 된다고 보아야 맞을 터였다.
“로칸 님 ”
그것을 놓고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밖으로 나온 하프엘프 하이 마스터가 알은체를 했다.
“성공하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딱 보아하니 실패한 모양.
무임승차를 하는 것 같아 로칸의 표정이 안 좋아지려 할 때, 그의 앞으로 불쑥 어떤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보호의 룬][에픽] [해방의 주문서][스킬북]남은 두 시련의 보상이었다. 아무래도 둘이 떨어진 방이 절묘하게 어긋났던 모양이다.
“제가 한 일이 너무 없는 것 같군요. 보답이라기엔 뭐하지만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
이게 웬 떡일까. 로칸은 씨익 솟아오르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그것들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완제품을 찾아 떠난 팀이 성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폭발의 대마도사가 남긴 유산 모두가 자신의 것이 되지 않겠나
아예 이것들을 주는 조건으로 노예 계약을 맺더라도 흔쾌히 응할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터였다.
“흠흠, 과찬이십니다. 그럼 가시죠.”
그것들을 소중히 챙겨 넣은 로칸은 일단 다시 타이무라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통합 경매장을 뒤지는 동시에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해 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빙고.”
훈련을 한답시고 던전에서 보낸 시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일까 행방을 알 수 없던 아이템들에 대한 제보가 꽤나 많이 와 있었다.
심지어 다섯 잎 클로버의 경우 벌써 확보한 유저가 있었다.
로칸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만날 약속을 잡는 한편, 나머지 정보들을 확인했다.
“맞는 것 같군요.”
확실히 유저들은 똑똑했다.
로칸이 던진 것은 막연히 필요한 퀘스트 아이템의 이름뿐이었지만, 자기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수소문하기도 하여 전혀 새로운 가설과 정보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예를 들어 균형의 보석 가루는 먼저 균형의 보석을 가루로 만든 것이라는 전제하에 찾았는데, 균형의 보석이 진짜 보석인지 별칭인지에 대한 조사부터 ‘균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해 정확한 아이템명이 균형의 보석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불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를 전수조사 한 것이다.
그렇게 제보해 온 몇 개의 정보들 중에는 겹치는 것도 많아서 접점과 가설들을 따져 보면 얼추 맞는 정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깨지지 않는 크리스털의 가능성은 두 가지, 균형의 보석 가루는 한 가지로군요. 흠…… 너무 오래 걸리는 건 아닐지.”
그렇게 압축한 정보는 총 세 가지였다.
깨지지 않는 크리스털은 고대 유적과 북반구 서리 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각각 있었고 균형의 보석은 의외로 하프엘프들의 지역에 있었다.
다만 이것을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이 던전 하나를 도는 동안에도 고대 황제의 진격은 계속되어서 벌써 두 개의 거점이 더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렸으니까.
“그들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요.”
“……그러죠.”
사실 로칸은 이것을 핑계로 완제품을 구하러 간 이들의 성공 소식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눈치 없는 하프엘프 하이 마스터가 마법 전서구를 사용해 검은용군단에 전언을 보냈다.
서리 지역은 분쟁 지역이기도 하지만 언데드들의 거점이 여럿이나 있는 곳이니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아예 다시 역할을 나누었다. 둘이 동시에 움직이기보다 동시에 각기 다른 재료를 찾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당연히 로칸은 깨지지 않는 크리스털을 찾는 쪽이었다. 균형의 보석으로 의심되는 광물이 있는 곳은 하프엘프의 영역 깊숙한 곳이니까.
그렇게 역할을 나누고, 어느 한쪽이 먼저 재료를 획득할 경우 다른 한쪽을 도우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출발을 하려고 하던 그때였다.
“……중상을 입었다고요 ”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완제품을 얻으러 간 노움과 드워프 하이 마스터가 던전에서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돌아왔다는 것이다.
고위 사제들이 달라붙어 치료에 전념하고 있지만 워낙 지독하게 당한 까닭에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재료를 모아 증폭의 보주를 제작하는 것뿐. 함께 들려온 고대 황제의 이동 소식이 더욱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서두르죠.”
이쯤 되니 로칸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대 황제의 이동 방향으로 유추해 볼 때, 그가 노리는 곳은 다음 아닌 인간들의 수도였으니까.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던 그였으니 배신감에 치를 떨며 인간부터 말살시키려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양패구상이라도 하면 다행. 아마 높은 확률로 전멸하겠지.’
타 종족과의 휴전 상태였기에 모든 하이 마스터들을 수도로, 황성으로 불러 모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으로 고대 황제를 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서둘러야 해.’
사실 일반 NPC들이 죽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지만 황제가 무너지면, 수도가 무너져 버리면 말이 달라진다. 인간 종족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셈이니까.
그러면 가뜩이나 약해 빠진 인간의 세력이 더욱 쪼그라들 것이고, 로칸이 세운 앞으로의 계획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칸은 조급해진 마음으로 깨지지 않는 크리스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급하게 이동했다.
휘이이잉!
“이거 참…… 인디애나존스 같군.”
로칸이 찾은 곳은 고대의 유적이었다. 그것도 깎아 놓은 듯한 절벽 길을 건너고 건너야만 도착할 수 있는, 그런 곳에 위치한 유적이다.
때문에 로칸은 선택을 해야 했다. 암벽등반 하듯 절벽을 타고 오를지, 아니면 한 발을 제대로 딛기도 어려운 절벽 길을 기듯이 붙어서 나선형으로 올라가야 할지.
거대화한 카이를 소환해 날아오를 수도 있었지만 바람이 너무 거셌다.
조합 스킬의 힘을 빌려 카이를 강화한다 해도 얼마나 높이까지 올라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한 시간을 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위험한 선택이었다.
머리부터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버서크를 써서 추락 대미지를 견딜 수 있겠지만 후유증까지 안고 다시 절벽을 오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러니 선택은 당연히 직진. 암벽등반이었다.
이미 응축의 시련에서 요령이 붙은 까닭인지 등을 때리고 가는 거센 바람에도 끄떡 않고 위로, 또 위로 오를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가만,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할 필요가 없잖아 디그독!”
로칸의 부름에 어떤 생명체가 나타났다. 땅을 파고 지하로의 이동이 가능한 지하형 특수 탈것 디그독.
로칸은 디그독에게 벽을 파고들 것을 지시했다.
쿠구구구구구.
단단한 바위도 무르게 만드는 디그독의 타액이 절벽 한편을 적시고 단단한 집게발이 모래 장난을 하듯 그것을 파헤쳤다.
“읏차, 잘했어!”
그렇게 순식간에 완성된 동굴.
로칸은 그 안으로 뛰어들어 디그독의 위에 탑승했다.
“자, 그럼 위로 가 보자고!”
디그독의 땅파기 능력을 이용해 새로운 길을 창조해 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