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3)
# 183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2)
“초승 검기.”
손톱 같은 검기가 빠르게 쇄도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었다.
그물처럼 겹치듯 쏘아진 검기의 난사가 로칸과 카이를 토막 내기 위해 밀려들었다.
뀻!
그러나 카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로칸의 컨트롤이 더해진 카이의 속도와 움직임은 이미 한계를 벗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검기 사이의 미세한 틈을 과감하게 돌파하며 정면으로 고대 황제를 쪼아 갔다.
“검파.”
그러자 고대 황제가 이번엔 파도를 일으켜, 자신의 검기와 주변의 마나를 공명시켜 파도와 같은 힘으로 카이를 때렸다.
끼유웃!
[(임시) 대붕(大鵬), 카이가 엘리멘탈 바리어를 깨달았습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 [스킬 습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카이가 엘리멘탈 바리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어떻게 할까. 짧은 고민의 순간, 카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엘리멘탈 웜을 먹은 것에서 비롯된 체내의 속성력을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깨달은 것이다.
엘리멘탈 바리어.
속성력을 격발시키고 순환시켜 견고한 방어의 힘을 체외로 내뿜었다.
쩌정! 쩌저적!
그러나 고대 황제는 그랜드 마스터였다.
검기의 파도와 부딪친 엘리멘탈 바리어는 순식간에 휘청거리며 금이 갔지만 사용자를 간신히 보호해 내는 데 성공했다.
잔여 파장은 몸으로 견디며 카이가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였다.
“급가속!”
거기에 로칸이 급가속의 힘을 더했다. 고대 황제가 예상한 속도를 뛰어넘어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터엉!
파고든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강력한 부리 쪼기로 놈의 가슴을 때렸다.
수많은 강화의 힘을 담금질하여 만들어진 고대 황제의 육체가 한순간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노성이 터졌다.
아무리 방심을 했다 한들 하이 마스터도 아니고 마스터도 아닌 짐승에게 타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잡스러운 짐승이!”
“소환 해제!”
노기 서린 일격이 카이의 목을 치려는 순간, 로칸은 기지를 발휘해 카이를 역소환시켰다.
지금의 카이라면 버텨 낼 수도 있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한 지금 카이에게 굳이 고통을 주며 버티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광풍 현신!”
대신 자신의 몸을 부풀려, 고대 황제를 타격하는 대신 두 팔을 벌려 놈을 끌어안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디서 비천한 몸을……!”
고대 황제가 팔을 휘저으며 밀쳐 내려 했지만 무리였다. 힘만 떼어 놓고 본다면 로칸도 쉽게 밀릴 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사슬을 적극 활용한 덕이었다.
촤르르륵.
로칸의 의지에 따라 사슬이 두 사람을 휘감아 마치 한 몸이라도 되듯 칭칭 감아 떼어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파멸을 봉인한 적 있다는 레전드 등급의 쇠사슬은 아무리 고대 황제라도, 그랜드 마스터라도 끊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감히……!”
하지만 고대 황제도 만만치 않았다. 로칸과 몸이 감겨드는 그 짧은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손을 움직인 것이다.
그 위치는 다름 아닌 거대화된 로칸의 심장이었다.
“더러운 광인 따위가!”
퍼억!
고대 황제가 기운을 발출해 로칸의 심장을 노렸다.
그가 광전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심장을 터트려 죽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로칸이 착용하고 있는 것은 무려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 그랜드 마스터라 해도 한숨에 뚫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퍽 퍽 퍽 퍽.
때문에 고대 황제는 몇 번이고 힘을 발출했다.
주 무기인 검은 아니었지만 이미 무기의 종류를 초월한 강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부딪칠 때마다 로칸의 몸이 거세게 흔들렸다. 입으로는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고대 황제의 머리와 몸을 적셔 댔다.
“가만히 좀 있어, 새끼야!”
빠악!
그리고 마침내 로칸도 반격을 가했다. 허공에서 짚어 낸 정화의 보주로 고대 황제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쨍그랑!
정화의 보주가 파괴되어 무럭무럭 키워 낸 정화의 힘이 몸에게 깃들었다. 두 눈에 피어오른 녹빛 광기를 흩어 버리고 머리로, 몸으로,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크아아악!”
퍽 퍽 퍽 퍽!
대미지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고대 황제는 사력을 다해 발버둥 쳤다. 타락의 힘이 상쇄되며 인간들이 걸어 두었던 금제가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컥!”
거듭된 타격에 로칸의 가슴도 휑하게 뚫려 버렸다. 심장이 터져 나가고 반대편이 훤히 보이도록 관통되어 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촤르르륵.
그에 따라 둘을 묶어 두던 사슬도 힘을 잃고 풀려나갔다.
둘 사이에 거리라는 것이 생겨났다.
“분신 소환!”
그때, 로칸의 입에서 핏빛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과 똑 닮은 분신을 만들어 내고 펼칠 수 있는 전력의 힘을 양쪽에서 동시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광살!”
퍼버버버버벅!
불과 한 호흡 만에 무려 20연격이 넘는 참격이 고대 황제의 몸에 꽂혔다.
그렇다고는 해도 고작 하이 마스터 수준에 비견될 정도의 위력. 그러나 본래의 기운을 잃고 하이 마스터급으로 영락한 고대 황제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다 죽여 버리겠다!”
“지금!”
마지막 일격이 꽂히고, 고대 황제가 반격을 시작한 그 순간, 광기의 함성이 섞인 로칸의 외침에 전장을 가득 메웠다.
고대 황제에게 디버프 효과를 주길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걸린 디버프를 조금이라도 상쇄하기 위함이었다.
“돌격! 폭주 전차! 광기의 시간!”
광살이 놈에게 대미지를 준 것을 확인한 순간 로칸에게 더 이상 미련은 없었다.
일곱 하이 마스터가 저마다 마스터 스킬을 발동하며 고대 황제를 노리고 있는 것을 알기에 아예 몸을 돌려 모든 이동 기술을 사용했다.
탈출에 초점을 맞추고 폭발 범위를 벗어났다.
콰과과과과과광!
다음 순간, 고대 황제가 있던 공간 전체가 터져 나갔다. 고블린 주술사의 극대 소멸 주술이 공간을 집어삼키고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을 무로 돌린 것이다.
로칸도 서둘러 몸을 빼내지 않았다면 말려들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며 생명력만 상당량을 깎이고 말았다.
“이놈의 심장은 남아나질 않는군.”
거금을 쥐여 주면 대신전에서 복구를 해 줄 테지만 기분이 이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우, 시작해 볼까 ”
계속 이동하며 힐끗 뒤를 돌아보니 이미 고대 황제와 하이 마스터들의 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크, 드워프, 샤벨 타이거, 기계 공룡이 놈과 엉겨 붙어 있었고 노움, 트롤, 하프엘프 하이 마스터가 빈틈이 생길 때마다 저격을 하기 위해 노려 댔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주술사인 고블린 하이 마스터가 모두를 강화하고 언데드 하이 마스터가 고대 황제를 저주했다.
그럼에도 혼자의 힘으로 버텨 내고, 때때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고대 황제의 모습이 섬뜩할 지경이었지만 로칸은 마냥 감탄만 하고 있지 않았다.
여기서 뭔가 계속 하지 않는다면 애써 얻은 ‘선공’ 효과가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터져라.”
꾸욱. 퍼엉!
“크앗!”
“젠장, 이게 뭐야 ”
“독이다!”
거리와 위치를 조정한 로칸은 품에서 버튼을 하나 꺼내 꾸욱 눌렀다.
그와 함께 고대 황제의 몸에 슬쩍 붙여 두었던 폭탄이 터졌다.
일반적인 폭탄이 아닌 응축된 독이 퍼지도록 만들어 놓은 독 폭탄이다.
효과는 미력하지만 하이 마스터라 해도 충분히 중독될 정도는 되어서, 기계 공룡을 제외한 모두가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인간 놈!”
한창 고대 황제와 치고받던 이들은 로칸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로칸이 알 바는 아니었다.
어차피 이 전투가 끝나면 다시 적으로 돌아설 이들이었고 아주 치명적인 독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중독 시간이 무척 길어서 로칸의 선공 효과를 유지해 주기에는 딱이었다.
“자, 가라.”
이어 로칸은 다른 기계공학 아이템들도 꺼내 놓았다. 일명 자폭 쥐라 불리는 것.
목표를 지정하면 다가가 폭발을 일으키는 종류였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타격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선공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
물론 로칸에게도 폭격이라는 상당히 강력한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었지만 그것은 자칫 아군으로 설정된 다른 하이 마스터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상당한 피해를 입긴 했지만, 반목을 하면서 승리를 확신 할 수 있을 만큼 고대 황제는 약하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그렇게 준비를 마친 로칸은 더 이상 고대 황제를 바라보지 않았다. 주위를 세심하게 훑으며 다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사주 경계를 하는 군인처럼 접근하는 무언가를 발견해 내기 위해 안력을 돋우었다.
‘왔군.’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곳곳에 박아 놓은 ‘등대’에 무언가 스치듯 지나간 것이다.
“리프 어택.”
휘익.
그 즉시 로칸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예상 지점으로 착지함과 동시에 광기의 함성을 다시 터트렸다.
“크허허헝!”
공허한 외침 같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은신이 유지 될 수는 있어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말살의 사슬!”
로칸은 내친김에 사슬 폭풍을 일으켜, 예상되는 지점을 포함한 일대를 휩쓸었다.
“크악!”
그러자 곧 반응이 왔다.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던 대지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이들이 있었다.
타락 결탁자.
그들이 고대 황제를 다시 한 번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던 것이다.
“폭격!”
콰과과광!
로칸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잡아서 추궁을 하거나 고민해 봐야 의미도 없고, 자칫 빈틈을 주었다가 고대 황제가 다시 각성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니까.
아예 죽일 작정으로 손도끼를 연달아 던지자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피해라! 어떻게든 놈에게…… 컥!”
놈들의 숫자는 다섯. 그중 둘이 벌써 바닥에 몸을 뉘었지만 나머지는 필사적으로 고대 황제를 향해 뛰고 있었다.
바로 몇 초 전까지는.
“감이 좋군.”
트롤, 하프엘프, 노움 하이 마스터가 기다렸다는 듯 한 발씩을 쏘아 놈들의 머리통에 구멍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트롤 하이 마스터는 감탄인지 경계인지 모를 한마디를 던지고 다시 고대 황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견제라고는 해도 잘못 걸리면 저 놈들처럼 한 방에 숨이 끊어질 무시무시한 위력이었지만.
그들이 모두 고대 황제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로칸은 놈들의 시체를 뒤졌다. 인벤토리에 자동 습득 되지 않는 소지품을 챙겼다.
[타락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 [타락의 나침반을 획득하셨습니다.]‘빙고.’
그리고 무언가를 찾아냈다. 타락의 구슬과 비슷한 타락의 정수와 평범한 나침반처럼 생긴 타락의 나침반이 그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의 아이템에 만족하며 인벤토리에 챙겨 넣은 로칸은 곧 시스템의 기분 좋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월드 이벤트. 고대 황제의 부활이 종료되었습니다.]고대 황제가 드디어 진정한 영면을 맞이한 것이다.
그와 함께 ‘선공’이 인정되어 로칸에게도 몇 가지 아이템이 들어왔다.
“막아!”
그러나 습득한 아이템을 확인하기도 전에 경악성이 먼저 터졌다.
고대 황제의 죽음이 확인된 순간, 모두가 방심한 그때, 누군가가 그들의 앞으로 나타난 것이다.
로칸이 해치운 놈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텔레포트!”
고대 황제의 시신, 아니 잔해를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