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4)
# 184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3)
“멍청한 새끼들.”
로칸은 눈앞에서 고대 황제의 시신을 잃어버린 놈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은신과 이동에 특화되었다 한들 하이 마스터씩이나 되는 놈들이 눈앞에서 그토록 귀중한 재료를 잃어버렸으니 욕을 들어 먹을 만하지 않은가
물론 고대 황제의 시신이 그대로 남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겠지만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타락 결탁자들에게 그것이 넘어갔으니 어떤 쓰임을 보이게 될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인지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온 그들은 로칸에게도 별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고, 고대 황제를 쓰러뜨리기 위한 종족 대연합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쉽군.’
고대 황제가 죽자마자 서로를 경계하다 흩어지는 이들을 보며 로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래는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한 놈을 죽여 버릴 계획이었는데 고대 황제의 저항이 생각보다 대단했던 까닭에 놓치게 된 것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내용대로라면 고대 황제를 사냥하기 전 팀 킬을 할 경우 심장이 터져 죽도록 되어 있지만 로칸에게는 마법 심장이 있었고 죽는다 한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문자였으니까.
“나중에 전장에서 보자.”
때문에 한껏 으르렁거리는 언데드 하이 마스터를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를 다시 보는 것이 그리 오래지 않은 미래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전쟁의 시대가 열리겠군.’
이제 전쟁의 시대가 열릴 테니까. 평화는 이미 깨어졌다고 봐도 좋았다.
[수도로 돌아가 황제에게 경과를 보고하십시오.]여덟 종족의 대표들이 각자 수도로 돌아가 보고를 마치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만약 이것이 아니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치고받았을 수도 있었다.
“룬북 사용. 타이무라로.”
그렇기에 로칸도 일단 타이무라에 돌아왔다. 쿠테타를 막기 위함인지 황성에는 룬북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두를 것은 없기에, 일단은 광풍 현신 상태를 해제하고 생명력을 안전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로칸은 후유증 시간을 보내며 새롭게 얻은 것들을 확인했다.
“……이게 뭐야 ”
인벤토리에는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아이템이 들어 있었다.
[사자왕의 봉인된 견갑][세트]사자왕 가오칸이 생전에 사용하던 견갑. 현재는 그 힘의 대부분이 봉인되어 있다.
-방어력 : 1,800
-내구도 : 8,000 / 8,000
-힘 + 100
-민첩 + 100
-체력 + 100
-[사자의 결의] 효과로 모든 돌진 스킬의 효과 50% 증가
‘인간들이 가지고 있었던 건가.’
무려 사자왕의 무구였다.
대체 이것이 왜 놈에게 있던 것일까. 그것은 뻔했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고대 황제를 최고의 상태로 부활시키기 위해 시신을 되살리는 것에도 최대한의 투자를 했지만 그 장비 역시 최고로 맞춘 것이다.
‘일단은 감춰야겠군.’
그것을 단번에 파악한 로칸은 일단 그것의 착용을 미루었다.
사자왕의 봉인된 견갑을 착용한 채 황제를 알현할 경우, 자칫 빼앗기게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은 것은 두 개인가.’
이제 남은 사자왕의 무구는 총 두 개 부위뿐.
힌트가 없는 것은 여전해서 과연 풀 세트를 갖출 수 있을지는 알기 어려웠지만 어쩐지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들었다.
후유증이 끝나는 대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일단 황제를 만나러 움직였다.
“로칸 폰 레갈리아 백작이 입장합니다.”
‘이건 또 무슨 난리야 ’
황궁으로 이동한 로칸은 상황이 조금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보고가 있지 않더라도 고대 황제의 사망 소식은 전해졌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황제를 만나기 위해 찾은 황궁에서는 작은 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간소화했다고는 하나, 인간 종족 역시 고대 황제에 의해 파괴된 거점이 많아 이런 사치를 부리기에는 적합지 않은 상황인데도 연회 자리에는 유력한 귀족들이 즐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황제가 직접 주최한 연회이니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오, 우리의 영웅이 드디어 도착했군.”
그런 상황에서 로칸이 등장하자 황제가 직접 그를 맞이했다.
자칫 대륙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일을 잘 해결했을 뿐 아니라 주요한 역할까지 했으니 어여삐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잘해 주었다. 어려운 임무를 정말 훌륭하게 수행해 내었어.”
그렇기에 황제는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의 앞에서 로칸을 치하함과 동시에 약속을 지킬 것을 천명했다.
“모두 듣거라! 나는 약속했던 것과 같이 레갈리아 백작에게 후작의 위를 부여할 것이다!”
후작! 그것은 유저로서 거의 진입할 수 없는 엄청난 위치였다. 단지 고위 귀족이라는 것뿐 아니라, 제후로서 인정을 받아 황제를 대신해 한 지역을 통치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지기에 백작과는 그 격에서 차이가 났다.
그런 것이 지금 로칸에게 내려진 것이다.
어느 지역을 통치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지만 어디를 맡든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될 것은 분명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최초로 후작의 위를 부여받았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후작][유니크]후작이란 인간 세계의 대귀족이자 한 지역의 제후로서 황제를 대신하여 일정 지역과 귀족들을 통치할 수 있는 작위입니다.
그 의무와 책임을 감당하십시오.
[보유 효과]-백작 이하의 귀족에게 명령 가능
-일정 숫자 이상의 귀족을 포섭하여 [파벌] 형성 가능
-자작 이하의 작위 수여 가능
-[지배자의 오라] 사용 가능
‘대박이군,’
후작이라는 작위 자체가 가지는 힘부터가 대단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자작 이하의 작위 수여가 가능하다는 것은, ‘작위 장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니까.
물론 작위를 수여할 경우 해당 인원은 자동으로 ‘파벌’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지만 아예 파벌을 운영할 생각이 없다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여차하면 파벌에 들어오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파벌에서 퇴출시켜도 그만이고.
‘이룰 파티가 없긴 하지만……. 솔플을 할 때도 적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거기다 범위 내에 있는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지배자의 오라를 익힌 것 또한 상당한 이득이다. 황제의 오라의 열화판이긴 하지만 발동하면 자기 자신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스킬이다.
“그리고 후작이 다스릴 지역은……. 카잔티아 지역으로 하겠다.”
“……!”
“화, 황제 폐하 ”
그 발언에 연회를 즐기며 로칸의 작위 승급을 축하하던 귀족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다른 파벌과 부딪치는 위치라서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카잔티아 지역이 가장 대표적이고 치열한 전장이기 때문이었다.
황금사자 진영 중 가장 약체이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숫자의 경계 방어를 맡고 있는 인간이지만 카잔티아 지역만큼은 달랐다.
인간 중 몇 없는 하이 마스터가 무려 둘이나 포진해 있을 뿐 아니라 마스터도 서른이나 위치한 곳이 카잔티아 지역이었다.
그런 지역에 새로운 후작을, 로칸을 배치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꽤 컸다.
‘시험이군.’
첫 번째는 로칸을 시험한다는 의미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카잔티아 지역은 통치하는 후작이 없던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작이 아니라 공작이 온다 한들 콧대 높은 하이 마스터들이 제대로 말을 들어 먹을 리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전장의 거친 기운이 가득한 그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 쫓겨나듯 도망 나온 귀족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다면 로칸은 어떨까
마스터 레벨에 불과하지만 하이 마스터들과 호흡을 맞추고,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준 로칸이라면 그들을 제압하지는 못해도 인정받을 수 있지는 않을까
황제는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폐, 폐하 그리하면 검은용군단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이…….”
“안다, 알고 있다. 나는 지금부터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것은 무척 도발적인 이유였다.
후작이 배치된다면 그에 따른 예산과 병력이 추가 투입될 것이고, 그것은 적군을 자극하는 효과를 일으키게 되니까.
그것을 염려한 귀족들이 소리를 높이고 머리를 조아렸으나 황제는 단호했다.
고대 황제의 부활로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루어 내겠다는 듯 눈빛이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작됐군.’
그 눈빛을 보고 로칸은 확신했다. 대전쟁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가장 약체로 꼽히는 인간조차 이런 생각을 품을 정도이니 다른 종족들은 오죽하겠나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뒤편에서 기사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다.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말하라.”
“트롤, 트롤이 대군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그 말을 들은 로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제대로 놀아 볼 판이 깔린 셈이었다.
“소신 명을 받들어 바로 이동하겠나이다.”
연회장을 가득 메운 혼란과 공포가 가시기도 전에, 로칸이 선수를 쳤다.
몸을 일으키고 당당하게 허리를 펴 후작으로서의 위엄을 세우며 다른 귀족들을 돌아보았다.
“뭣들 하느냐! 황제 폐하께서 명하셨다. 각자 돌아가 병사를 모아 전선으로 보내고 재물을 모아 보급품을 확보하라!”
광기의 함성을 담아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찔끔하는 귀족들. 처음에는 어쩔 줄을 몰라 머뭇거렸지만 서슬 퍼런 로칸의 질책에 곧 서둘러 자리를 떠 각자의 영지로 돌아갔다.
그러자 황제가 흡족한 모습으로 로칸을 돌아보았다.
“가거라. 그대만 믿겠다.”
“충!”
애초에 황제가 무리한 연회를 연 것도 바로 이것을 위함이었다. 유력한 귀족들을 한데 모아 윽박을 지르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 계획이 로칸에 의해 정확히 이루어지자 황제의 눈에 한층 짙은 신뢰가 깔렸다.
황궁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노라 약속하며 로칸을 배웅했다.
[카잔티아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영지관리 이외에 통치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관리 지역 내의 귀족들에게 즉결 처분이 가능해졌습니다.] [명심하십시오. 힘에는 책임이 따릅니다.]“허…… 이것 참.”
황궁에서 빠져나와 후작의 능력을 살핀 로칸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일단 후작 타이틀의 효과는 차치하고, 카잔티아의 후작으로 부임하여 개인 소유의 땅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데다가 ‘통치’라는 명목하에 카잔티아 지역 내에 있는 영지들에 ‘내정 간섭’이 가능해진 것이다.
심지어 주요 병력의 배치와 징집, 노역 등 까지도 결정을 할 수 있어서 사실상 왕과 같은 권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선수를 쳐야겠지.”
그 모든 기능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카잔티아에 속한 영지들까지 속속 들여다본 로칸이 진득하게 웃었다.
대전쟁 시대의 개막.
그러나 유저 중 제대로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로칸이 유일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