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6)
# 186
전쟁 시대의 개막 (2)
“옛 아니, 뭐. 꼭 그러실 것까지는…….”
그 말은 탈라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조금 당황스러워했지만 로칸은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아니지. 상급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어떤 게 좋을까. 그래, 대련이 좋겠군. 마스터급이나 되는 이들에게 어지간한 훈련은 큰 의미가 없을 테니까.”
“대련……입니까 후후…… 숫자가 좀 많을 텐데 괜찮으실지…….”
로칸이 말을 자르고 나서자 탈라란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꼴에 마스터 레벨이라고 힘을 과시하고 싶은 모양인데 자신의 수하들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한둘이라면 모를까 이곳에 있는 마스터 레벨만 무려 서른인데 이들 모두와 대련하겠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라고 생각했다.
단 몇 명을 붙잡고 체면을 세우려 들 수도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잘만 상황을 만들면 후작이 꽁무니를 빼는 모양새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음흉하게 웃으며 대꾸하자 로칸도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숫자가 많기는. 고작해야 둘이 아닌가 피로가 좀 쌓이긴 했어도 그 정도야 거뜬하지.”
“……둘입니까.”
그 말에 탈라란과 델라스의 표정이 굳었다.
로칸이 순수하게 전공을 세워 마스터 레벨로 후작의 작위를 받은 인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 봐야 마스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고대 황제를 처치하기 위한 종족 대연합에 로칸이 낀 것도 만약의 상황에 버려도 아깝지 않은 패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던 그들이기에, 로칸의 한마디는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저 말은 하이 마스터인 자신들과 붙어 보겠다는 말이 아니던가 그것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 ’
그런 말을 듣고 하이 마스터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삐딱하던 자세가 바로잡히고 전신에서 은근한 투기가 일어났다.
마스터 레벨이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운이 로칸에게 뻗어 갔다.
[전투의 광기에 노출되셨습니다. 불굴의 의지 효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하지만 로칸은 똑바로 놈을 쳐다보았다.
‘뭐! 어쩌라고 ’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전혀 기죽지 않고 마주 보았다. 불굴의 의지가 있는 이상 어지간한 기세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그였으니까.
로칸에게 기세만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그랜드 마스터쯤이 아니고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럼 둘이 아니고 더 있나 말 나온 김에 시작은 자네부터인 걸로 하지.”
이게 아닌데…….
아무리 기세를 더해 봐도 로칸의 표정에 변화가 없자 탈라란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한 건 이게 아니었으니까.
이쯤하면 실력 차를 느낀 로칸이 알아서 숙이거나 말을 돌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심기가 뒤틀린 모습을 보이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했다가는 남아나질 않을 테니 자네들이 ‘훈련’하던 칼로그성으로 가지.”
그리고는 아예 앞장을 서서 칼로그성으로 이동해 버렸다.
그사이 일이 벌어질까 싶기도 했지만 당장 다른 종족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으니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기에 델라스까지 함께 이동했다.
그래도 한 명의 하이 마스터는 카잔티아성을 지키는 것이 좋았지만 아무래도 궁금한 것이다. 로칸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아까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았다.
“자, 그러면 ‘대련’을 시작해 볼까 ”
칼로그성에 도착한 로칸은 즉시 판을 깔았다.
비교적 후방인 델라스이기에 성문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여도 암살의 위험이 적었기에 장소를 정하고 참관하는 마스터들로 하여금 구경과 경호를 같이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대일의 대련.
탈라란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시뻘게진 얼굴로 창을 들어 올렸다.
마스터든 하이 마스터든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자가 가장 많았지만 그는 특이하게 창을 사용하는 하이 마스터였다.
“방문자이시니 봐드리지 않겠습니다.”
탈라란은 아예 시작 전부터 선언을 했다. 적당히 양보하면서도 여유 있게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정을 두지 않고 압살해 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원주민이라면 모를까, 로칸이 방문자인 것을 아는 이상 굳이 사정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로칸과 탈라란의 결투가 10초 후 시작됩니다.] [결투 조건 설정. 탈라란 : 총 생명력의 5% 이하가 될 시 패배, 로칸 : 사망 시 패배] [결투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십시오. 5, 4, 3, 2, 1. 시작!]승리 조건은 조금씩 달랐다. 로칸은 죽여야만 패배하지만 탈라란은 총 생명력의 95%가 깎이면 패배하는 식이었다.
조건만 보면 로칸이 훨씬 유리한 것 같았지만 아까운 인재를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이니 어쩔 수 없었다. 생명력이 0이 된 상태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로칸의 직업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탈라란의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설정이었다.
‘이 새끼 봐라 ’
까앙!
시작과 동시에 로칸이 배틀 액스를 짧게 휘둘러 기습하듯 목을 찔러 오는 탈라란의 창날을 쳐 내며 자세를 낮추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목이 꿰뚫려 끝장날 만큼 매서운 일격이었다.
“돌격.”
그러나 로칸은 예상했다는 듯 이동기까지 써 가며 더 가까이 파고들었다. 거리를 무기로 삼는 창술가에게는 근접전이 약점이었다.
타다닷.
그러나 탈라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첫 공격이 실패하자마자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선 것이다.
스킬이라도 사용한 것인지, 민첩이 높기 때문인지 로칸의 돌진에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까강! 깡!
오히려 백 스텝을 밟으면서도 창을 휘둘러 댄 탓에 로칸의 손이 바빠졌다.
쾌를 중심으로 하는 경병기인 창을 중병기인 도끼로 막아 내기 위해서는 집중력 있는 컨트롤이 필요했다.
“칫, 폭격!”
그렇게 몇 걸음 동안 십여 차례의 공방이 오가자 로칸은 빠르게 따라잡기를 포기했다. 걸음을 멈추는 대신, 순식간에 쥐고 있던 무기를 체인지했다.
손도끼. 하나하나가 강력한 마법과도 같은 파괴력을 지닌 폭격이 시간 차를 두고 꽂혀 들어갔다.
쩌엉! 부르르르.
“큭!”
마스터급 조합 스킬로 재조합되며 익스플로전의 힘까지 지닌 폭격은 한 발, 한 발이 파괴적이었다. 창을 털어 비껴 내려던 탈라란의 창대와 맞닿는 순간 엄청난 압력과 함께 창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무슨 힘이…….”
이미 그것은 마스터급에서 발휘할 수 있는 수준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하이 마스터. 민첩 중심의 능력치라 해도 힘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첫 격돌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머지 손도끼들을 요령 좋게 쳐 내기 시작했다.
“광풍 현신!”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로칸에게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탈라란이 창대를 타고 흐르는 기운을 해소해 내는 동안 로칸은 금빛과 핏빛의 기운을 흡수해 덩치를 3배가량이나 부풀리며 거인의 형상으로 변모했다.
“크허허허허헝!”
광기의 함성에 광기 전염이 더해졌다.
하이 마스터와 마스터는 격이 달랐지만 탈라란은 소폭의 능력치가 하락하며 위축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결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를 앙다물며 그 역시 자신의 마스터 스킬을 발동시켰다.
“연환 72연격!”
공격이 성공할수록 대미지가 증가하는 72연격의 찌르기!
탈라란의 손에서 빛살 같은 무언가가 뻗어지는가 싶더니 로칸의 심장을 때렸다.
“폭주 전자!”
공격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로칸이 보고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었다. 그 자체로도 강력하긴 했지만 연환 72연격은 적중시키는 공격 횟수가 많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조건부 마스터 스킬이었다.
로칸은 그 공격을 간단히 몸으로 때우며 놈을 향해 역으로 돌진했다. 72연격이 모두 몸에 닿기 전에 밀어 버리겠다는 듯, 마스터 스킬을 몸으로 견디며 거리를 좁혔다.
“급가속! 광기의 시간!”
아예 쓸 수 있는 이동기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사자왕의 무구와 실버라이온 세트의 효과 덕분에 대미지를 크게 경감시킬 수 있는 데다 불사 효과까지 적용되고 있으니 무엇이 두려울까.
빠르게 백 스텝을 밟으면서도 벌써 10연격이 넘는 스택을 쌓고 있는 탈라란을 거대한 몸으로 덮쳐갔다.
“숄더 차지!”
“환영무사!”
가속도가 충격으로 바뀌어 폭발하려는 순간, 탈라란이 급하게 마스터 스킬을 발동시켰다. 자신을 셋으로 분화시켜 자리를 이동하고 동시에 공격을 퍼붓는 회피 겸 공격 스킬이었다.
따다다당! 퍼엉!
원래의 자리에 있던 탈라란의 환영이 터져 나갔지만 공격은 오히려 거세졌다. 본체와 분신 하나가 양옆에서 로칸을 찔러 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연격의 스택은 중첩되고 있어서 막강한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휠 윈드!”
퍼엉!
돌진이 실패한 것을 깨달은 로칸은 즉시 몸을 휘돌렸다. 팽이처럼 회전하며 짓쳐 드는 창날을, 환영의 무사를 모조리 때렸다. 베었다. 파괴해 버렸다.
“큭! 원점 회귀!”
그러자 탈라란도 더 이상 연격을 노리기 어려워졌다. 또다시 마스터 스킬인 이동기를 발동하며 밀려나기 전의 위치로 돌아왔다.
스킬의 발동 효과를 알면 간파당하기 쉬운 스킬 같아 보였지만 회귀하는 장소를 지정할 수 있을 터였다.
까강 깡 깡 깡 깡.
하지만 자리를 바꾼다 한들 로칸의 휠 윈드는 범위가 넓었다.
금세 확장된 공격 범위가 놈을 포함시키며 몇 번이나 놈을 밀려나게 만들었다.
“말살의 사슬!”
“반격의 가시!”
터더더덩!
위치가 특정되자마자 로칸은 사슬 폭풍을 날려 보냈고, 탈라란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마스터 스킬을 발동시켰다. 창의 기운을 닮은 방어의 힘을 일으켰다.
반격의 가시.
방어를 굳건히 하는 동시에 공격하는 상대에게 충격량의 일정 비율만큼 대미지를 돌려주는 방어형 마스터 스킬이 그를 감쌌다.
애초에 대단위 방어를 위해 만들어 낸 스킬인 만큼, 범위를 작게 한정시키자 방어력도, 반사 대미지도 더욱 강력해졌다.
“잔재주로군.”
촤르르륵.
스킬의 효능은 사슬이 방어막을 때리는 순간 파악했다. 그렇기에 로칸은 즉시 스킬을 캔슬시키는 동시에 직접 몸을 날렸다.
“섬전 10연격!”
“난무!”
외부의 충격을 허용하지 않는 주제에 내부에서는 예리한 기운을 쏘아 내는 탈라란의 공격들을 오라로 쳐 내 버렸다.
창날 자체를 깨부술 듯 두들기며 접근하다가 어느새 사슬로 뒤덮인 왼 주먹을 들어 올렸다. 체중을 실어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파괴의 일격.”
쩌저저적. 콰앙!
반격의 가시가 산산이 부서지며 탈라란이 피를 토하고 날아갔다.
“이런, 살짝 셌나 ”
광살을 사용할 것도 없이 피분수를 뿜으며 생명력이 추락하는 녀석을 보며 슬쩍 머리를 긁적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