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7)
# 187
전쟁 시대의 개막 (3)
“점프!”
바닥에 처박히는 탈라란을 확인하기도 전에 로칸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광……!”
“져, 졌습니다!”
콰앙!
로칸의 거대한 배틀 액스가 놈의 옆 땅을 때렸다. 그것만으로도 땅이 무너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한껏 피를 게워 낸 녀석은 파리해진 안색으로 머리를 숙였고, 로칸은 담담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상대의 항복 선언에 의해 결투가 종료됩니다.] [승자는 로칸 님입니다.]“다음 ”
탈라란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 낸 로칸은 오만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꺾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하이 마스터인 델라스를 앞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객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직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고, 여차하면 즉시 버서크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런 사정까지 알지 못했지만 그 기세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웠다. 도저히 이길 자신이 들지 않았다.
“저 역시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델라스는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했다. 이미 마음이 꺾이기도 했고, 자신이 이긴다 한들 변할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로칸은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을 하겠다고 이거 아주 나라 팔아먹을 놈이네.”
“아,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로칸의 말에 델라스가 당황했지만 이미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덤벼, 새꺄.”
로칸은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제대로 끝장을 보기로 했다.
쿨 타임이 돌고 있는 스킬은 몇 개 있었지만 아직 광살도 남아 있었고, 지금의 아이템빨이라면 하이 마스터의 그것에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것이다.
[로칸과 델라스의 결투가 10초 후 시작됩니다.] [결투 조건 설정. 델라스 : 총 생명력의 5% 이하가 될 시 패배, 로칸 : 사망 시 패배] [결투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십시오. 5, 4, 3, 2, 1. 시작!]아예 로칸은 강제로 결투를 걸었다. 다시 한 번 피 튀기는 대결이 진행되었다.
* * *
“크윽…….”
두 번째 대련까지 모두 끝난 뒤, 로칸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서른이나 되는 마스터들과도 차례로 대련을 치렀다.
결과는 당연히 로칸의 압승.
버서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미 타이틀과 아이템 효과로 그들은 로칸의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굿을 벌인 로칸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지휘 막사에 돌아왔고, 탈라란과 델라스 이하 마스터들은 만신창이가 된 얼굴과 몸으로 끙끙대며 지휘 막사를 지켰다.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고 뼈가 아려 왔지만 로칸이 회복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패배의 아픔은 뼛속 깊이 새겨 놔야 한다나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을 만큼 거칠게 쥐어 터진 뒤 강제로 끌려온 그곳에서 그들은 강제로 로칸의 ‘파벌’에 들어갔다.
“후, 후작님. 하지만 저희는 귀족이 아니라 기사인…….”
“아, 그래 그럼 오늘부터 귀족 해.”
[마스터 달탄에게 자작의 작위를 내렸습니다.]“헉!”
마스터 레벨 이상의 기사는 기본적으로 원할 시 언제든 자작 이상의 작위를 얻을 수 있지만 그들은 모두 그동안 작위를 포기하고 최전방 방어를 맡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로칸이 누군가 자작 이하의 작위를 마음대로 줄 수 있는 후작이었다. 그들이 난색을 표해도 강제적으로 작위를 내린 뒤, 자신의 파벌로 포함시켜 버렸다.
일부가 저항을 하기도 했지만 이곳은 최전방. 법보다 주먹이 더 앞서는 곳이었다.
“뭐 안 해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이게 다 카잔티아 방어를 위한 거니까 그냥 해.”
“어차피 일정 기간 지나면 파벌 탈퇴 가능하잖아. 잔소리 말고 해라, 쫌! 자꾸 말 반복하게 만들래 팍씨!”
회유에, 협박에, 그리고 폭력에 굴복한 기사들은 모두 로칸의 밑으로 들어갔고 서른의 마스터가 모두 작위를 받고 파벌로 들어가자 특별한 알림이 나타났다.
[열 명 이상의 귀족이 모인 파벌을 형성하였습니다.] [파벌 레벨이 상승합니다.] [각종 파벌 보너스 효과가 상승합니다.] [현재 파벌 레벨 : 2] [스무 명 이상의 귀족이 모인 파벌을 형성하였습니다.] [파벌 레벨이 상승합니다.] [각종 파벌 보너스 효과가 상승합니다.] [현재 파벌 레벨 : 3] [서른 명 이상의 귀족이 모인 파벌을 형성하였습니다.] [파벌 레벨이 상승합니다.] [각종 파벌 보너스 효과가 상승합니다.] [현재 파벌 레벨 : 4]한순간에 파벌 레벨이 3단계나 상승한 것이다. 그에 따라 파벌 보너스가 붙었다. 파벌에 속해 있는 귀족들이 영지 관리를 할 때 추가 보너스가 붙는 것이다.
[LV 4 파벌장 보너스를 받았습니다.]그리고 로칸에게는 좀 더 특별한 보너스가 붙었다. 다른 파벌 내 귀족들보다 더 큰 보너스 효과를 받은 것이다.
“뭐해 가입해!”
“저희도…… 말입니까 ”
내친 김에 로칸은 남은 두 명의 하이 마스터까지 끌어들였다.
그들은 굳이 로칸이 작위를 수여하지 않아도 이미 명예 백작의 작위를 가진 이들이지만, 하이 마스터라는 영향력 있는 존재가 한쪽 파벌의 편을 들면 정세가 어그러질 것을 염려해 아직까지 파벌에 가입하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지금, 로칸이 그들에게 자신의 파벌에 들어올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후작님, 아무리 그래도 파벌에 가입하는 것은…….”
이제는 깍듯하게 말을 건네는 탈라란이지만, 로칸은 이미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내가.”
극도로 절제된 싸늘한 음성이 로칸의 심기 불편함을 대변해주었다.
“네놈들을 파벌로 끌어들인다고 뭘 하고,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뭘 못 할 것 같나 ”
“…….”
긴 설득도 필요 없었다. 그들은 이미 몸으로 겪어 봤으니까. 굳이 로칸이 그들을 회유하지 않더라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쿠데타라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아닙니다. 가입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려 했다가는 자신들이 동조하지 않을 터였다. 파벌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긴 했어도 그 안에서 행동하는 것은 그들 개인의 자유인 것이다.
설령 로칸의 계략에 의해 반역자로 몰리더라도 그들은 저항하지 않고 체포될 각오를 하며 로칸의 파벌에 가입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자신보다 강력한 존재를 휘하에 두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레스토니아에서 세 번째로 큰 파벌의 주인입니다.] [두 개의 타이틀이 결합됩니다.] [타이틀 ‘삼대장’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삼대장][유니크+]당신은 레스토니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파벌의 장입니다. 모든 귀족들이 당신을 우러러보거나 경계하거나, 두려워 할 것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일정 범위 내에 있는 휘하 귀족들의 능력 20% 증폭
-휘하 귀족 중 셋을 선택하여 자신의 곁으로 [부하 소환] 가능
-일정 범위 내에 휘하 귀족의 숫자가 많을수록 본인의 능력 증폭
-버프형 스킬 사용 시 휘하 귀족 및 그 사병들에 대해 효과 50% 증폭
-이 타이틀은 3대 파벌에 들지 못할 시 자동으로 박탈됩니다.
‘……이거 개사기잖아 ’
사실 여기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파벌 레벨을 높여 효과를 받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려 ‘삼대장’의 타이틀까지 얻으며 엄청난 능력을 얻어 버렸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로칸이 눈을 번뜩이며 상황 파악을 다시 했다.
“자, 그럼 모두 ‘징병’을 해라.”
“……예 ”
“……아!”
그들을 파벌로 들인 뒤 로칸이 내린 첫 번째 명령에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로칸은 미리 나누어 놓은 한 꾸러미씩의 돈주머니를 그들 개개인에게 나누어 줄 뿐이었다.
“징병.”
“징병 ”
“징병!”
태도는 달랐지만 결국 모두가 ‘징병’을 시작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병사들.
징집을 한 귀족의 레벨이 마스터급이다 보니 하나같이 클래스 익스퍼트급의 강자들로 채워졌다.
“아, 이래서……!”
그제야 모두가 깨달았다. 로칸이 그들에게 작위를 내리고 돈 주머니까지 쥐여 주며 징병 커맨드를 발동시킨 까닭을.
다른 종족에 비해 부족한 병력을 징병으로 충당한 것이다.
기존에는 그들이 귀족이 아니라 징병의 권한이 없었고, 가능하다 해도 돈이 부족해서 자주 할 수 없었겠지만 로칸이라는 물주를 만나니 충분히 가능한 일로 바뀌었다.
“잠깐, 너희는 ‘등용’이다.”
게다가 하이 마스터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권한이 주어졌다.
징병도 가능하지만 등용을 통해 최대 마스터 레벨의 존재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곧 탈라란과 델라스가 등용 커맨드를 외쳤고, 곧 영입 가능한 인재 목록이 나타났다.
“오호.”
그 목록은 당연히 파벌장인 로칸에게도 공유되었다. 여러 특기를 지닌 인재들이 나타났지만, 로칸은 그중 총 네 명을 선택했다.
원소술사, 결계술사, 강화술사, 시프.
마스터 레벨이긴 해도 딱히 강력한 종류의 클래스는 아니었지만 로칸은 더없이 만족했다. 그들은 단지 마스터 레벨 넷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야, 너네 마스터 스킬 싹 바꿔.”
한바탕 드잡이질을 한 이후, 아예 말을 까기 시작한 로칸은 연이어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 냈다.
그들을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마스터 스킬이었다. 그 조합법은 비밀로 붙일 만큼 중요하고, 스스로 제법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바꾸라니
아니, 백번 양보해서 바꾼다 해서 더 좋은 마스터 스킬을 조합해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로칸은 단호했다.
“끽해야 중급이나 될 법한 마스터 스킬로 어딜 비비겠냐 당장 삭제해!”
그들의 마스터 스킬을 냉정히 평가하는 한편, 그들에게 무언가 적힌 두루마리를 하나씩 떠안겼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련을 통해 파악한 그들 하나하나의 특기와 전투 방식에 따라 적합한 마스터 스킬을 분류한 것이다.
이미 전생의 기억을 통해 수많은 상급 마스터 스킬 조합법들을 꿰고 있는 로칸이기에 그들에게 괜찮은 마스터 스킬 하나씩을 안기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그들 역시 마스터 레벨에 오른 뒤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겪은 베테랑들이다. 두루마리를 펼쳐 보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자신의 마스터 스킬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스킬 교체를 거부하던 이들이 단체로 당장 스킬을 삭제하고 로칸이 제시한 마스터 스킬을 익히겠다 선언한 것이다.
“그러든가.”
“…… ”
하지만 정작 로칸의 반응은 이제 심드렁했다.
이쯤 되자 당황한 것은 그들이었다.
“저, 저기 후작님. 그럼 스킬북은…… ”
“그걸 왜 나한테 찾아 알아서 구해야지.”
“헛…….”
로칸이 돈까지 쥐여 주며 징병을 하도록 만들어서일까 당연히 이번에도 스킬북까지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왜 자신에게 찾느냐는 반응을 보이자 모두가 당황했다.
사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말이다.
“원한다면 팔아 줄 수는 있지.”
씨익.
모두가 현실을 직시했을 때, 로칸이 진득한 미소와 함께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바로 계약서.
값비싸기 짝이 없는 스킬북들도 이루어진 조합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돈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딱히 작위를 받아 세금을 걷고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마스터급의 녹봉이 많다 하나 병사들과 함께 먹고 마시느라 상당한 돈을 쓰고 있는 그들이 당장 돈을 구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로칸은 그것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몸뚱이를 담보로.
“그래서, 사인 안 할 거야 ”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그들의 영혼을 함께 팔락팔락 흔들어 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