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8)
# 188
요격 (1)
팔락팔락.
한 장, 한 장 계약서가 쌓여 갈 때마다 로칸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개중에는 분에 넘치는 일이라며 빚을 내어 스킬북을 구입하는 걸 포기하려던 이들도 있지만 로칸이 조합법까지 함께 회수하겠다 선언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외워 둘 수도 있지만 이런 비전을 아낌없이 내어 준 이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어떤 보복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제 최소한의 준비는 된 셈인가.’
그들이 모두 마스터 스킬을 교체하는 것을 확인한 로칸은 조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종족들에 비해 여전히 병력의 수나 질에서는 부족함이 있지만 이 정도면 어떻게든 버티고 비벼 볼 만했다.
아니, 잘만 하면 빈틈을 노려 적진을 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사의 비율이 높아 공성을 하자면 애로 사항이 꽃피겠지만 일단 성벽만 넘는다면 해볼 만한 전력이었고, 그것을 대비해 몇몇에게는 아예 광역 효과를 가진 마스터 스킬을 전수한 상태였다.
“적이, 움직입니다.”
그렇게 아군의 전력을 파악하고 있을 때, 마법 스크린을 응시하던 델라스의 긴장된 음성이 들려왔다.
일정 숫자 이상의 적이 움직이는 것을 파악 할 수 있는 마법 스크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트롤인가.”
예상대로 트롤의 진영이었다.
거리가 제법 있기에 이동해오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적들의 수준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또, 움직입니다.”
그들뿐이 아니었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오크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황금 사자 진영에서도 대응이 있었다.
가장 호전적인 드워프들의 군단이 마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뿐 아니라 다른 종족들 역시 성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어도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확실히 표시되었다.
군단을 표시하는 점들이 더 크고 진해질 뿐 아니라 잔떨림처럼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나타났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기한다.”
마법 스크린을 한동안 계속 응시하던 로칸은 경계를 풀지 않고 대기를 명했다.
일단 하이 마스터와 마스터들의 회복을 명하고, 카잔티아를 중심으로 배치를 변경하였으며 한 가지 조치를 더 취했다.
[주변 정리][퀘스트]전쟁이 시작되기 전, 카잔티아 주변의 몬스터를 정리하라.
-사냥한 몬스터의 숫자에 따라 차등 보상
[수성 준비][퀘스트]전쟁이 시작되기 전, 수성에 필요한 작업을 도와라.
-성벽 증축, 공성병기 제작, 함정 설치 등 수성에 필요한 작업을 도울 시 업무량에 따른 차등 보상
바로 퀘스트의 발동이었다.
로칸이 카잔티아 지역에 경험치와 드롭률 증가 효과를 발동 시킨 이후 꾸준히 몰려들고 있는 유저들을 적극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아, 그렇군요.”
달라스는 그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수성에 필요한 노동력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들 자체가 하나의 정보망이 되는 것이다.
적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치기 위해서는 저들의 사냥터, 혹은 채집 장소를 지나야 할 테니까.
그들이 부활하여 카잔티아로 강제 귀환 되는 것만 제대로 파악해도 진격 속도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덤으로 진격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였다.
“우리도 작업을 시작해 볼까 ”
그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로칸도 작업을 시작했다. 영지 관리 창을 조작해 방어를 좀 더 굳건히 함과 동시에 두 하이 마스터가 등용한 마스터들을 이용했다.
먼저 결계술사.
돈을 이용해 성벽의 내구력을 올릴 수는 있지만 저항력을 올릴 수는 없었다. 때문에 공성에서 가장 힘을 발휘하는 것은 마법일 수밖에 없었다.
파이어볼 따위의 작은 범위 마법이 아닌 공성 전용의 대마법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바로 결계술사가 필요하다.
그의 힘을 이용해 성벽 자체에 대마법 결계를 그리고 마력을 부여한 로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마나가 허용될 때까지, 스킬의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몇 번이고 중첩해서 그것들을 덧입혔다.
대마법 결계를 그리는 데 필요한 마법 재료의 가격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개인 사재를 털 것도 없이 그가 보유하게 된 영지의 세금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다.
정작 돈을 쓴 것은 강화술사였다.
“어우, 돈 잡아먹는 하마로군.”
강화술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꽤 많았다. 강화석이 없이도 +3강까지는 마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화석을 이용한 강화 이외에 내구력 증강, 공격력 증강, 방어력 증강을 추가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 녀석을 이용만 해도 제법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지금 로칸에게 그 정도 푼돈은 큰 의미가 없었다.
“강화, 강화, 강화.”
때문에 그가 강화하는 것은 ‘재료’였다.
공성 병기의 재료. 완성된 병기에 공격력을 증강시키는 강화 주문을 걸어도 효과는 있지만 재료 하나하나를 강화한 뒤 조립하면 더 큰 강화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마나 소모도 엄청났기에 마나 포션을 공급하는 데 돈이 무진장 깨지기는 했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함정은 ”
“거의 끝나 갑니다.”
그리고 시프 마스터. 그가 성 주변으로 함정을 깔았다.
하나하나에 스킬을 담아 강력한 놈들로 깔아 댔기에 제아무리 마스터급이라도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것은 무리였다.
그것이 1차 저지선이 되어 시간을 끌고 있을 때 원소술사 마스터가 주문 계열 유저들과 함께 강력한 마법을 날리면 어느 정도 피해를 주고 전투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다.
“저격에 대한 대비만 잘하도록.”
마법보다 사거리가 긴 자들에게 저격당하지만 않는다면.
그것을 위해 로칸은 징병된 병사들 중 다수를 방패병으로 설정해 두어 방어를 단단히 했다.
이것으로 수성전 준비는 어느 정도 끝이 났다.
“적들은 ”
“오크와 드워프가 붙었습니다. 아직 탐색전을 치르는지 큰 격전은 없었고 계속해서 증원을 받으며 세를 불리는 중입니다. 그래도 주변 종족의 지원은 없는 상태입니다. 트롤은 계속해서 이동 중이고, 방향은 이쪽입니다. 하지만 위치가 위치인 만큼 다른 쪽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다행히 적들의 대대적인 진격 같은 것은 없었다.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 종족도 있었지만 아직 전쟁의 시작이기에, 슬금슬금 병력만 이동시키는 것 같았다.
“곧 시작되겠군.”
하지만 로칸은, 아니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곧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헛, 방금 트롤의 병력이 경계선을 넘었습니다. 하프엘프가 아닌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트롤의 대군이 어느 지점을 넘어섰다.
동선상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인간 거점인 카잔티아와 하프엘프 거점인 엘함 이 두 군데였는데, 엘함으로 가는 길을 지나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쪽에서도 싸울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다면 기다려 줄 필요가 없지.”
전투가 확정된 순간, 로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지금까지는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칸은 즉시 기사들을 소집하고 행동에 들어갔다.
[트롤군 요격][퀘스트]카잔티아를 향해 진격해 오는 트롤의 군대를 요격하라
-트롤 병사 처치당 50실버 획득
-트롤 익스퍼트 처치당 2골드 획득
-트롤 마스터 처치당 100골드 획득
-트롤 하이 마스터 처치당 1,000골드 획득
-트롤군 패퇴 시 전원 1레벨 상승, 레어 아이템 증정, 극대량의 경험치, 대량의 명성 획득
작전을 설명하는 한편, 유저들에게도 미끼를 던졌다.
트롤군 요격 퀘스트.
트롤 병사와 익스퍼트급을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크지 않았지만 마스터급 이상에 대한 현상금이 꽤 컸다. 하지만 그 난이도를 생각할 때 그리 큰돈도 아니었다.
진짜 보상은 패퇴 시 보상에 있었다.
1레벨 자동 상승에 레어 아이템까지 받을 수 있다니, 혜자도 이런 혜자가 없다.
‘단, 승리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솔직히 말해 성공하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둔 보상이었으니 이보다 더한 것을 걸어도 상관없었다.
아직 로칸 이외에 마스터 레벨 유저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트롤의 대군을 패퇴시킬 수 있겠나.
그들의 역할은 시선 끌기, 그리고 방심 유도였다.
유저들이 하나둘 뭉쳐서 성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로칸은 하이 마스터와 마스터들을 이끌고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알파. 적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는 베타. 이쪽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우르르 뭉쳐서 간 것은 아니다.
이쪽에도 마법 스크린이 있듯, 그들 역시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두셋 정도로 나뉘어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
통신구는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니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
그렇게 트롤의 군대와 어느 정도 가까워진 뒤에는 ‘정탐의 눈’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패밀리어처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것을 통해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 로칸은 안전하게 전장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역시 턱도 없구먼.’
이미 전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카잔티아성에 오기 전, 놈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에 조급해진 유저들이 선공을 취한 것이다.
“크아악!”
“미친! 너무 강하잖아!”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곳에 모인 트롤의 숫자는 물경 5천에 달했고 그중 하이 마스터가 둘, 마스터도 서른 가까이 됐으니까.
최소 자신들과 동급인 클래스 익스퍼트급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웠다.
그것만으로도 카잔티아의 주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것이 트롤 전력의 전부는 아닐 터였다. 공격을 떠나더라도 방어는 필요하니까.
그것은 인간과 트롤의 전력 차이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놈들을 고작해야 수백에 불과한 유저들이 패퇴시킨다 아무리 인간뿐 아니라 경험치, 드롭률 상승을 보고 몰려든 다양한 종족 유저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튀어! 어차피 한 번으로는 안 돼!”
그나마 똑똑한 놈들도 있었다.
제대로 붙으면 질과 양, 어느 쪽으로든 상대가 되지 않으니 최대한 원거리 공격으로 조합 스킬을 퍼붓고 달아나는 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조차도 사냥꾼 비중이 높은 트롤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처치당 골드라도 주워 먹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또 속냐, 이것들아.’
그것을 모르고 일단 부딪히는 자들만 피를 보고 있었다. 운 좋게 두셋을 죽인다 해도 한번 죽어 버리면 오히려 경험치상으로는 손해이니 몸을 사릴 법도 했지만, 경험치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적을 패퇴시켰을 때 받을 수 있는 1레벨 상승 보상 때문인지 생각보다 맨땅에 헤딩하듯 들이받는 자들이 꽤나 많았다.
아무래도 다른 분쟁 지역에서 만났던 트롤 유저나 NPC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놈들에 비하면 저들은 정예지.’
하지만 저들은 달랐다. 비슷한 레벨이라도 수없이 많은 전쟁이 벌어지는 최전방을 지키던 이들이니 전투 센스부터 조합, 마스터 스킬의 수준부터 차이가 있었다.
통상 분쟁 지역의 NPC들이 지닌 스킬의 대부분이 하급에서 중급 수준이라면 최전방은 대부분이 중급 이상이랄까.
랜덤하게 중상급쯤 되거나 상급에 해당하는 스킬을 가진 놈들까지도 있었다.
그러니 똑같이 생각하고 부딪쳤다간 서넛을 잡을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힘 한번 써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는 베타. 전투 소강상태. 곧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약간의 게릴라와 일방적인 살육의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로칸과 NPC들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살아날 유저들을 위해 일을 그르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천천히 따라간다.”
첫 번째 전투가 끝난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거리를 유지했다.
정탐의 눈을 유지한 채 천천히 그들을 따라 카잔티아 쪽으로 이동했다.
몇 번이나 유저들이 저들마다의 작전을 세워 덤비는 것을 구경하며 단 한 번의 빈틈을 노렸다.
“여기는 알파. 전원 준비하라.”
그리고 다섯 번째 전투를 마쳐 갈 때, 로칸이 통신구를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으로 재정비를 시작한 트롤들을 노리며 몸을 일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