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189)
# 189
요격 (2)
“모두 정지. 여기서 휴식한다. 경계조는 소환수를 풀어 주변을 경계하도록.”
트롤 진영의 하이 마스터 톨로그는 심기가 불편했다.
상대도 되지 않는 불나방 같은 인간 놈들이 죽자고 덤비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미미하지만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 출정 자체가 못마땅했다.
하프엘프도, 드워프도, 노움도 아닌 인간 따위를 첫 번째 목표로 삼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길, 예스란 그놈만 아니었어도…….”
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위대한 트롤 사냥꾼의 후계자.
지난 고대 황제 사냥에서 트롤 종족의 대표로 움직였던 하이 마스터 예스란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하이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위대한 사냥꾼이자 전설적인 사냥꾼인 캬루스의 후계자와 그의 발언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그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로칸이 더 크기 전에 인간 종족을 밟아 놓아야 한다는 적극적이고도 확신에 찬 발언이었기에 아무도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심지어 캬루스 또한 그의 말에 손을 들어 주었기에 트롤 대표 회의에서 8 대 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첫 번째 전쟁 상대가 결정된 것이다.
“고작 마스터 따위에게 겁을 먹다니.”
하지만 톨로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고대 황제 사냥에서 활약을 했다 하나, 상당한 잠재력을 지녔다고는 하나 하이 마스터씩이나 되는 자가, 그것도 전설적 사냥꾼의 후계자씩이나 되는 자가 고작 마스터 레벨의 존재를 그토록 경계하다니
싹을 잘라야 한다고 했지만 톨로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넘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인간 종족이라면 여덟 종족 중 최약체로 꼽히는 자들이 아니던가
과거의 영광을 포함시키더라도 최상위 전력으로 꼽히는 그들이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오크 놈들 따위의 조롱이나 받지.”
덕분에 트롤 종족은 나름의 경쟁자인 오크들로부터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대전쟁이 시작되는 이때에, 트롤들이 겁을 먹고 최약체나 상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오크족 하이 마스터인 쿠훌란이 동조했다고는 하나 그것이 검은용군단 진영 대부분이 내리는 판단이었다.
“모두 철저히 준비해라! 이번 휴식을 끝으로 저 비리비리한 인간 놈들을 단번에 끝장 낼 것이다!”
때문에 톨로그는 잔뜩 성이 난 상태였다. 다수결로 판단을 한 것이지만 모든 욕과 조롱은 선봉에 선 그가 먹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그 말들을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번에 몰아쳐서 인간 종족의 거점을 빼앗아 내는 것뿐이었다. 그들에게는 충분히 그만한 전력이 있었고.
“하프엘프들의 움직임은 ”
“아직 없습니다. 오크들이 쇠쟁이들과 한판 붙기는 했지만 아직 하프엘프 들과는 직접적인 전투가 없어서 관망하는 것 같습니다. 소환수를 감시 역으로 붙여 두었으니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좋다. 여기서 식사까지 마친 뒤 단번에 놈들의 거점까지 빼앗아 버리도록 하지. 또 방문자 놈들이 덤빌 수 있으니 경계는 최대한 넓게 해 두도록.”
“알겠습니다.”
잠시 분노하던 톨로그는 곧 전열의 정비를 명하고 그 자신도 휴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고작해야 클래스 익스퍼트인 방문자들의 습격은 그를 비롯한 마스터 이상의 존재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자잘한 피해는 없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쪽이 한둘이 죽어 나갈 때 적들은 수십이 죽어 나가긴 했고, 그딴 놈들에게 당하는 형편없는 놈들은 수하로 취급하기도 싫었지만, 일단 인간의 주요 거점 점령이라는 목표 수행을 위해서라도 고사리손 같은 도움이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소환수들과 마법 알림을 뿌리듯 주변에 깔아 두고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는 알파. 모두 대기하라. 내가 먼저 시작하겠다.”
그 모습을 관찰하던 로칸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오크처럼 먹성 좋은 놈들이라면 모를까, 트롤의 식사는 꽤 빨리 끝날 수 있었다. 노예처럼 끌고 온 유저들의 인벤토리에서 꺼내기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병력의 숫자를 생각할 때 그것으로는 부족했지만 트롤들은 타고난 사냥꾼이다.
충분히 먹어 힘을 충만하게 유지할 수도 있지만 적게 먹고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자들이 그들이었다.
인벤토리의 음식이 꺼내지고, 따로 가지고 있던 고기들까지 꺼내자 상황에 비해 제법 풍족한 식사가 마련되었다.
“카이!”
뀻!
그때, 로칸이 카이를 소환했다. 놈들이 고기를 채 한 입 뜯기 전에 구름 가까이까지 카이를 타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하이 마스터 사냥꾼인 톨로그라면 점처럼 보이는 모습이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충분히 잡아 낼 수 있을 터였다.
“전설을 타는 자.”
그래서 로칸은 조합 스킬을 발동시켰다. 카이를 대붕으로 진화시켰다.
“가자, 카이. 광풍 현신. 붉은 유성!”
하지만 고대 황제를 상대할 때처럼 다시 크기를 줄이는 일은 없었다.
카이와의 교감을 유지한 채, 조합 스킬 붉은 유성을 발동시키자 둘이 한 몸이 되어 스킬의 영향을 받았다.
광풍 현신의 능력 또한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가 전해졌다.
화르르륵! 끼엑!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유성이었다. 거대한 별의 조각과 같은 모습으로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저, 저기……!”
“유성 ”
“하필 이 상황에 ”
“방향이 이쪽입니다. 피하십시오!”
홍염으로 불타오르는 로칸과 카이의 모습은 눈썰미 좋은 트롤들로서도 쉽게 분간해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침착했다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은 그들로서도 생소한 것이기에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뛰어!”
“피하기엔 늦었……!”
“후예사일!”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톨로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은 없지만 황급히 화살을 재어 자신의 마스터 스킬을 담았다.
후예사일.
해를 쏘아 떨어뜨린다는 그 가공할 힘이 그의 화살 한 발에 응축되어 쏘아졌다.
끼윳! 퍼억!
하이 마스터의 모든 것이 담긴 화살은 실로 강력했다. 해까지는 무리지만 거대한 바위도 꿰뚫고 산산이 파괴시켜 버릴 만큼 강대한 힘이었다.
그러나 생명의 빅 버드에서 대붕으로 진화한 카이의 생명력을 모두 깎아 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러 발이었다면 모를까, 단 한 발의 화살로는 붉은 유성에 담긴 방어력 증강의 힘과 광풍 현신을 통해 전달받은 능력치 증폭 효과를 단숨에 꺾어 놓기는 무리였다.
“젠장, 피…….”
콰과과과과과과광!
메테오를 떠올리게 만드는 엄청난 충격과 폭발이 트롤의 진영 한가운데에서 일어났다.
놈들은 각자 회피 스킬과 방어 스킬을 최대한 일으켜 피해를 줄여 봤지만 구름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린 그 막대한 운동에너지는 클래스 익스퍼트급이 감히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커헉!”
“미, 미친…….”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마스터급들은 마스터 스킬을 방어적으로 사용해 피해를 경감시켰고, 클래스 익스퍼트급 중에서도 방어나 회피형 조합 스킬을 연달아 발동시키며 간신히 버텨 낸 자들이 제법 되었다.
끼융, 끼융.
트롤의 대군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소진해 막아야 했던 그 대폭발 속에서 카이는 맨땅에 헤딩을 한 충격을 해소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아마 이펙트가 나타났다면 카이의 머리 주위로 별이 돌아다니고 있을 터였다.
“카이, 역소환.”
때문에 로칸은 즉시 카이를 아공간에 되돌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공격을 당할 수도 있지만 떨어지는 동안 강력한 일격을 받아 상처가 크게 벌어진 까닭도 있었다.
만약 그것으로 인해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클래스 익스퍼트급쯤은 확실하게 끝장을 낼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쉬워만 할 수는 없었다. 카이를 돌려보냄과 동시에 로칸이 허리케인처럼 자신의 몸을 휘돌리기 시작했다.
“휠 윈드!”
퍼버버버버벅!
간신히 버티고 섰던 놈들이 단숨에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고 몸이 쪼개지며 로칸을 중심으로 ‘살아 있었던’ 것들의 잔해가 쌓이기 시작했다.
“저 빌어먹을 인간 놈이!”
그제야 트롤의 정예들도 정신을 차렸다. 분하지만 부하들을 방패 삼아 거리를 벌리고, 이를 바득 갈며 로칸에게 화살촉의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일제 사격!”
그리고 열 명의 사냥꾼이 일시에 시위를 당겼다.
하나하나가 마스터급에 이르렀으며, 수많은 연습을 통해 맞춘 호흡을 생성 스킬로 만들어 낸 무시무시한 포격이었다.
“흥, 폭격!”
그러나 로칸은 노련했다. 더욱 상승한 투척 무기 명중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열 개의 손도끼를 한순간에 뿜어냈다.
“헉!”
터더덩 텅!
백발백중.
로칸의 컨트롤에 명중 보정이 더해지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열 명의 트롤이 제각기 쏘아 낸 화살을 정확히 때려 맞히며 공중에서 무력화시키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폭주 전차.”
그사이 로칸은 배틀 액스를 회수했고, 아예 한 방향으로 돌진을 시도했다.
“톨로그 님!”
바로 톨로그가 있는 방향이었다.
전투에서 대장을 꺾어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던가
로칸은 폭발적인 돌진으로 당황한 놈과의 거리를 좁히며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소환, 괴조 엑키나!”
캭! 후웅!
대기를 찢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로칸의 일격이 허공을 갈랐다.
로칸이 돌진하는 순간, 비행형 소환수를 꺼내 날아오른 톨로그가 사정권을 벗어난 것이다.
따당!
그와 함께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로칸은 가드를 사용해 가뿐히 그것을 걷어 냈다.
“크악!”
그리고 바로 그때,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로칸과 톨로그에게 집중된 틈을 타, 빠르게 접근한 인간의 정예들이 그들을 노린 것이다.
하나하나가 마스터 레벨이었고 트롤들과 달리 마스터 스킬이 빠지지도 않았다.
로칸과 함께 트롤 대군의 요격을 위해 뛰쳐나온 그들은 아끼지 않고 시작부터 마스터 스킬을 쏟아 내었다.
방심한 그 순간이 최적의 공격 타이밍이기도 했지만 그들로서도 새롭게 조합해 낸 마스터 스킬을 제대로 시험해 볼 최초의 기회였기에 아낌없이, 전력으로 힘을 쏟아 내며 트롤 마스터들을 사냥했다.
“이런 개 같은!”
수하들이 인간들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을 확인한 톨로그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카이를 역소환시키며 당장 자신을 공격할 수단이 없어진 로칸을 노려보는 대신에 황급히 방향을 돌려 화살을 쏘아 댔다.
“큭!”
“조심해! 상대는 하이 마스터다!”
그러나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에 전황을 뒤집을 정도의 위력은 되지 못했다.
남은 하나의 마스터 스킬은 피아 구분 없이 공간 전체를 멸하는 것이기에 쓰기 어려웠고, 조합 스킬은 인간들의 협력 수비에 막혀 치명타까지는 주기 어려운 것이다.
“모카논!”
답답함을 느낀 톨로그가 짜증스레 누군가의 이름을 외쳤다. 자신을 보좌하기 위해 따라온 또 다른 하이 마스터, 모카논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큭, 이 더러운 인간 놈들이……!”
하지만 그의 눈에 잡힌 것은 두 명의 기사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카논의 모습이었다. 로칸이 톨로그를 향해 돌진하자 탈라란과 델라스가 동시에 모카논을 노린 것이다.
만약 정상적인 대결 상황이었다면 2 대 1로 싸우더라도 자신이 있는 모카논이었지만, 이미 마스터 스킬 하나를 소모한 상태에서 상급의 마스터 스킬들로 한층 강화된 하이 마스터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더구나 탈라란의 새로운 두 가지 마스터 스킬은 놈을 몰아붙이기에 충분했다.
“정말 끝내주는군!”
로칸이 전해 준 두 가지 마스터 스킬은 기존에 익힌 것과 스타일이 전혀 달랐지만, 그에게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희열을 주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