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08)
# 208
막타의 민족 (3)
인간들의 약진. 두 개의 거점 점령.
그것은 유저와 NPC 모두에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최약체로 꼽히는 것은 물론, 지난 고대 황제 건으로 많은 힘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인간이 여덟 종족 중에서도 최상위로 꼽히는 트롤과 언데드를 농락하다니
아무리 인간의 응집력이 좋고, 군단 효과가 쓸 만하다고는 하나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인간들 중에 마스터 레벨이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고. 무궁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인간이 마스터 레벨에 오르면 때때로 아주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일부로 인간을 무시하고 깔아뭉갰는지도 몰랐다.
‘그래. 혼란스럽겠지.’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족의 방문자 중에서 마스터 레벨을 달성한 것은 고작 한 명, 로칸뿐이었다.
그 한 명이 만들어 놓은 결과가 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엄청났지만.
그런 상황에서 과연 이것을 방문자 때문이라고, 로칸 때문이라고만 여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부터가 고민일 터였다.
‘슬슬 소식이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충격 받을 일이 하나 더 남았다.
[테이밍마스터 님이 올프란성을 점령했습니다.] [스네일 님이 홀드론 성채를 점령했습니다.]로칸에게 특수 임무를 받고 드워프와 노움, 하프엘프의 부대에 섞여 들어간 이들이 ‘막타 빼먹기’에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인간들은 거점 두 개를 추가로 획득했고, 예정했던 대로 막타를 집어먹은 테이밍마스터와 스네일은 로칸에게 영지의 권한을 넘기고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테이밍마스터 님이 로칸 님에게 올프란성에 대한 모든 권한을 양도했습니다.] [스네일 님이 로칸 님에게 홀드론 성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양도했습니다.]일명 ‘빤쓰런’!
그들은 자신에게 향할 압박과 분노를 견딜 생각이 없었다. 그야말로 토스하듯 영지 창을 조작하여 모든 권한을 양도하고 그곳에서 벗어났다.
당연히 비난이 일었지만, 이미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됐군.”
로칸 또한 그곳에 없었지만 영지 관리 창을 통해 대략의 상황은 파악할 수 있었다.
성안을 가득 메운 드워프와 노움, 하프엘프 들은 황당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아직 어찌된 영문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싶었다.
공략에 성공했다 안심하는 순간 점령 권한을 빼앗겼으니 그럴 만도 한 일이다.
어쩌면 이대로 허탈해하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 전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고, 어차피 인간들의 거점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해당 거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로칸도 그들에게 사용료 같은 것을 당장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
“세금 비율 조정.”
대신 은근 슬쩍 세율을 올렸다. 10%이던 것을 25%로.
무려 15%나 올렸지만 이게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아차리기는 어려울 터였다. 이제 막 공략전이 끝났으니까.
적대 진영의 도시를 점령하자마자 상점을 이용하고 세율을 체크하기에는 그동안의 평화가 너무나 길었다.
유저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아닌 이상, 상대 진영의 특정 거점 세율이 얼마인지는 좀체 알기 어려운 것이다.
“저, 저기, 로칸 님 ”
그때, 작전에 투입됐던 이들 중 둘이 돌아왔다. 로칸에게 영지 권한을 넘긴 두 사람, 테이밍마스터와 스네일이었다.
나머지 유저들은 절치부심 다음 전투에서 막타를 치기 위해 이를 갈고 있겠지.
“잘해 주었습니다. 약속대로 작위와 영지를 드리죠.”
[테이밍마스터 님에게 남작의 작위를 내렸습니다.] [스네일 님에게 남작의 작위를 내렸습니다.]만족스레 그들을 맞이한 로칸은 약속을 지켰다. 남작이긴 하지만 작위를 내리고, 그가 가진 영지 중 일부를 그들에게 내린 것이다.
물론 그의 파벌로 자동 편입되면서 거둬들이는 세금 중 일부는 다시 로칸에게 바쳐야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현질이라도 좀 하거나 뭔가 공을 더 세울 수 있다면 조각을 맞추듯 땅을 더 얻어 하나의 온전한 영지를 이룰 수도 있겠지.
로칸은 그 점을 강조하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더 해 보라고, 그러면 추가적인 보상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는 말도 함께였다.
‘역시 사업은 군수 사업이지.’
그들을 돌려보낸 로칸은 다시 영지 관리 창을 열어 실시간으로 쌓여 가는 세금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드워프와 노움, 하프엘프 들이 장비의 수리와 소모품의 구입, 식량 구입 등으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일반 유저들이라면 모를까 NPC들로 구성된 군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보급이 필요하고, 그것을 모두 본진에서 조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점령한 거점의 상점에서 상당 부분 조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로칸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노다지로군.’
그에 반해 영지를 막타로 ‘먹튀’한 이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가장 비루한 영지의 일부를 던져 주었으니 무조건 이득이었다.
때문에 로칸은 즉시 황금사자 진영의 세 종족에게 서신을 보냈다.
“이 정도면 되겠지 ”
1. 인간 ‘방문자’가 ‘본의 아니게’ 성의 관리 권한을 얻은 것 같다.
2. 본인도 너무 놀라 자리를 벗어났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 국가에 기부를 했다.
3. 국가에 귀속된 자원이기 때문에 돌려주기는 어렵지만 별도의 거주 비용은 받지 않겠다. 마음껏, 편히 이용하시라.
말은 장황했지만 핵심은 이 세 가지였다. 어차피 그들에게 거점 이용료 같은 걸 받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본인도 방문자인 주제에 웃기지도 않는 말이었지만 이미 후작의 지위에 오른 데다 다른 세 종족과의 친밀도와 평판이 최상을 찍은 로칸이기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언제까지 봐줄지는 모르겠군.”
피식.
돌아온 메시지는 로칸의 뜻을 잘 알겠다는 평범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들 역시 이번 일을 일종의 ‘사고’로 보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강하게 거점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반복되어도 같은 반응을 유지할 수 있을까
로칸은 그들이 언제까지 폭발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번에 성공한 두 사람이 확실한 보상을 받는 것을 본 이상, 다른 이들도 눈이 돌아가서 막타를 노려 댈 테니까 말이다.
더 정교하게, 더 교묘하게.
‘한국 게이머’스러운 면모를 과시하며 거점을 추가로 빼앗아 올 것이라 로칸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쪽도 힘내 볼까 ”
그리고 동시에, 사령관이라는 자신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일부러 빼앗자마자 깡통으로 만들고 버려 둔 거점에 트롤들이 전혀 수작을 부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거점을 추가로 공략하기 위해 병력을 다시 이동시켰다.
충분한 휴식과 보급 후에 하나하나 거점을 추가해 나갔다.
* * *
‘얘네는 목적이 같으니까.’
황금사자 군단이 밀어붙이는 전쟁의 양상은 의외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먼저 드워프와 노움은 한 몸처럼 뭉쳐 다니며 시너지를 냈고 매우 높은 승률을 자랑하며 오크와 고블린의 거점을 중심으로 털어먹었다.
‘하프엘프 이것들은 거의 미저리네.’
그리고 하프엘프는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모습으로 집요하게 언데드들의 거점만을 노렸다.
애초에 언데드 거점과 대치하는 형국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할 정도로 그들만을 괴롭혀 대는 것이다.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로칸은 대충 알 것 같았다.
세계수가 될 수도 있었던 재목들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인간은…… 나도 놀랍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들이야말로 가장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로칸이 앞장을 서서 전투를 이끌었고, 국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 마스터와 마스터들이 단 하나의 전투에만 집중 투입되었기에 승률은 높고 피해도 적은 것이다.
모두 수비를 포기한 덕분이었다.
[아이콜란드성의 운영 방식을 상업 중심으로 설정하셨습니다.]애초에 다른 종족들에 비해 전력이 현저히 낮은 인간이 아니던가
때문에 로칸은 각 거점의 방어 병력을 최소화시키고 대신 획득한 거점을 완전 개방해 버렸다.
인간들만의 거점이 아닌, 황금사자 진영 모두가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예 운영 방식도 상업 중심으로 설정해 보급을 충분히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신 한 가지 퀘스트를 발동시켰다.
영지 수호 퀘스트.
유저들이 퀘스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영지의 경계 임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를 날렸을 때 아쉬운 건 인간들만이 아니지.’
검은용군단의 지역이었던 만큼 슬슬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다른 사냥터와 색다른 맛도 있었고 소모품 보급도 손쉬웠으니 그들로서도 이곳은 지키고 싶은 장소인 것이다. 더구나 퀘스트도 색다르고 넉넉했다.
때문에 로칸은 오로지 공격만 생각했다.
‘뺏기는 만큼 뺏어 오면 그만.’
설혹 트롤이나 언데드의 기습적인 탈환전이 시작되더라도 영지 수호 퀘스트를 받은 이들에게 시간을 끌도록 하고 로칸은 주력을 이끌고 오히려 적들의 거점을 노렸다.
실제로 그러면서 몇 번인가는 거점을 다시 빼앗기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되찾았다.
NPC들의 경우 거점을 빼앗더라도 로칸처럼 영지 보유금을 빼고 시설들을 팔아 치우는 선택 같은 건 하지 않으니 되찾기만 하면 로칸으로서는 무조건 이득이다.
투자한 것은 별로 없고, 결국 트롤이나 언데드가 탈환한 이후에도 보급은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세금은 어쨌든 쌓이게 되는 것이다.
“으흠, 그래도 생각보다는 반발이 적군 ”
그런 상황에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인간 유저들의 ‘막타’가 발휘되었다.
처음에는 비밀리에 지시했지만 굳이 알리지 않아도 이제 인간 유저들 사이에서는 정답에 가까운 소문이 도는 중이었다.
영지를 점령해 소유권을 넘기면 ‘작위’와 ‘영토’를 준다는 것이다.
‘막타’라는 조건까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어차피 그들이 마스터, 하이 마스터 NPC를 제치고 영지의 소유권을 얻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덕분에 이제는 아예 막타로 거점의 소유권을 가로챈 뒤 먼저 로칸에게 딜을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일단 단물을 쪽 빨면…… 나야 이득이지.”
당연히 로칸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그런 일이 잦아지며 원래 거점 점령권을 가져야 할 종족들에서 항의를 해 오기도 했지만 로칸은 그럴 때마다 검은용군단과의 전쟁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강조하며 능구렁이처럼 넘어갔다.
그 횟수가 쌓여 두고 보기 어려워졌을 때는 아예 ‘사후 논의’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어차피 이 거점을 전쟁이 완전히 종료할 때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그러니 전쟁이 끝난 뒤 영토에 대해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지.”
물론 그때도 거점 권한을 받아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의 립 서비스야 못 해 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인간들이 빼앗아 낸 거점만 벌써 열 개에 가까웠다.
불안하리만치 빠른 속도.
자신의 강력한 능력이 기반이 되긴 했지만 검은용군단 내부에 분열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무력한 모습에 로칸은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검은용군단의 진짜 힘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다.
“어…… 가만 ”
전장의 지도를 살피던 로칸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니, 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은 표현이었다.
그들이 돌파해 낸 거점의 위치와 무시하고 지나온 거점의 위치가 무척이나 공교로웠다.
거리도 있고, 빠른 돌파를 위해 쐐기처럼 밀고 들어갔다고 생각을 했는데 혹시 그것을 놈들이 의도한 것은 아닐까
최근 전투에 아예 마스터급 이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후작님, 큰일 났습니다!”
“…… ”
그리고 그때, 기다렸다는 듯 기사 하나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뛰어들어 와 절망적인 소식을 그에게 전했다.
“후방의 거점들이 빠르게 침공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일직선상에 놓인 거점들이……. 이대로라면 포위당하는 형국이 되고 말 겁니다. 고립되기 직전입니다.”
검은용군단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