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2)
# 212
캬루스 VS 로칸 (4)
“전설을 타는 자.”
로칸은 즉시 카이를 진화시켰다.
그러나 이전처럼 대붕으로 화하지는 않았다. 교감을 통해 즉시 신체 조작을 일으켜 생명의 빅버드의 크기를 유지했다.
“점프, 붉은 유성!”
그리고 일정 높이에서 한 번 더 도약해 카이 위에서 다시 한 번 날아올라 붉은 유성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흥, 과녁이 되고 싶은가 보군!”
빠르고 강력했지만, 캬루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와 같은 사냥꾼 앞에서 감히 이렇게 정직한 코스로 공격을 해 온다 피할 곳도 없는 공중이기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위를 당기는 손놀림은 신중했다. 그 정도 되면 눈을 감고 쏴도 맞힐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절멸의 화살.”
무영시를 넘어서는 막대한 힘이 모여들었다. 검붉은 기운이 손끝으로 모여들었다가 로칸을 향해 떠났다.
“흡.”
그것을 똑바로 응시하며 로칸이 떨어져 내렸다.
스킬 캔슬을 한다 한들 이미 피하기는 글렀다. 최대한 머리와 목, 심장을 보호하며 충격에 대비했다.
콰과과광!
결과적으로 붉은 유성의 위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절멸의 화살에 상쇄되기도 했지만 갈비뼈가 부러지며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본래의 위력을 절반 정도밖에 내지 못했다.
‘튀었군.’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지막지하다는 표현이 붙을 만한 파괴력이지만 상대는 캬루스였다.
트롤 종족의 최강자이자 대륙 최강으로 불리는 사냥꾼.
로칸은 폭발을 일으키는 중에도 공격을 성공시켰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정도 되는 인물이, 또 사냥꾼이라는 클래스 특성상 회피기 하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말살의 사슬!”
로칸은 당황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다. 대신 놈이 몸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 사슬을 뿌렸다.
활을 주 무기로 삼는 녀석에게 거리를 내어 준다는 것은 목숨을 헌납하겠다는 뜻과 같았으니까.
“제법이군.”
까가가강!
그러나 캬루스는 사슬의 폭풍을 가볍게 해소해 냈다. 활이 아닌 검으로.
주 무기가 활이긴 하지만 근접전의 상황을 대비해 검술 역시 수준급, 아니 최상급으로 익힌 것이다.
“폭주 전차, 급가속, 광기의 시간.”
손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지자마자 로칸은 곧장 달려들었다.
모든 가속 스킬을 동원해 거리를 좁혔다.
덕분에 말살의 사슬의 위력이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애초에 이것으로 끝장을 볼 생각도 없었다.
결국은 도끼로 해결을 봐야 했다.
“숄더 차지!”
일단은 돌진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어깨를 내밀고 놈의 몸을 으깨 버릴 듯 달려들었다.
파앙!
그러나 이번에도 미스. 이동기인 슈퍼 점프를 이용해 뒤로 튕겨지듯 몸을 빼낸 캬루스가 검을 허리께로 돌리고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터더덩!
로칸 같은 근접 계열이 원거리 딜러와 싸울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동속도의 우위를 이용한 농락에 가까운 플레이.
캬루스는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서도 그 기본을 잊지 않는 자였다.
다가오면 물러서고, 스킬을 써서 거리를 좁히면 같이 스킬을 써서 다시 거리를 벌리고.
그러면서도 본인은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겨 공격을 누적시키니 어지간한 상대는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 당연했다.
“큭!”
철컥.
그뿐이 아니다. 사냥꾼은 궁수와 달랐다. 아직 소환수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덫’이라는 무기도 있었다.
아주 교묘하게, 로칸이 알아차리지 못할 속도로 절묘한 위치마다 덫을 뿌려 놓자 로칸은 스킬을 쓰고도 놈에게 가까워질 수 없었다.
덫은 대미지를 주기도 했지만 이동 불가, 이동속도 저하 등 이동속도와 관련한 다양한 상태 이상을 일으키기도 하니까.
게다가 로칸도 무작정 몸으로 밀어붙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공격들이 견제용으로 날아드니 쳇바퀴에 갇힌 다람쥐처럼 제자리를 도는 느낌이었다.
“빌어먹을…….”
쩌저저적.
그러기를 잠시, 로칸이 캬루스가 깔아 놓은 덫 중 특이한 것을 밟고 말았다. ‘빙정’이라는 귀한 아이템일 섞어야만 만들 수 있는 ‘빙결의 덫’이었다.
그것을 밟는 순간 로칸의 몸이 얼어붙었다.
발끝을 타고 올라온 빙결의 기운이 그를 얼음 조각으로 만들어 놓았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보려던 움직임이 처음으로 멈추어 섰다.
물론 움직일 수 없는 대신 지속 시간 동안 모든 공격으로부터 면역 효과를 받기는 했다. 지속 시간도 짧아 30초 정도.
당하는 이의 저항력에 따라 지속 시간이 더 짧아지기도 했지만 그런 차이는 캬루스에게 무의미했다.
빙결 후에 오는 근육의 경직.
캬루스는 그 정도의 틈이라면 충분히 머리에, 목에, 심장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초강자였다.
“듣던 것보다 별게 없구나, 꼬마야.”
쐐애애액.
흘흘거리며 웃는 캬루스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것인지, 척 보기에도 위력적인 화살을 연달아 쏘아 내었다.
그가 알고 있는 마스터 스킬은 아니니 아마도 조합 스킬일 테지만, 그것만으로도 머리를 날리고 심장을 터트리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제길…….”
그리고 아주 절묘하게, 빙결이 풀리는 순간에 로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로칸의 저항력이 캬루스의 예상을 뛰어넘은 까닭에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근육이 뻣뻣해진 까닭에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시간 역행.”
파앗.
“……!”
그 순간, 로칸의 몸이 사라졌다.
캬루스조차도 처음 보는 스킬인지 로칸의 위치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릴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로칸은 전혀 엉뚱한 위치에서 나타났다. 정확히 30분 전에 그가 서 있던 위치에서.
모든 상태가 30분 전으로 돌아가면서 광풍 현신도 사용 전으로 돌아갔기에 캬루스가 그를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크기도 달라졌고, 이미 혼전 중인 전장에서 나타났으니까.
‘몸 상태 한정인 게 아쉽군.’
퍼억.
로칸은 당황하지 않고 가장 근접해 있던 적 하나의 머리통을 부수며 눈을 빛냈다.
버서크 상태가 아닌 대신, 타이틀 효과가 즉시 재적용된 덕분에 힘은 충분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미 사용해 버린 영혼 군단은 회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템 효과인 만큼 시간 역행으로도 소모된 영혼의 숫자는 다시 채울 수 없었고, 반대로 이미 소환된 영혼 군단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무리.’
전장을 돌아본 로칸은 판단했다.
어차피 승리를 가져가는 것은 무리다.
영혼 수집가의 권능으로 수집할 수 있는 영혼은 그보다 최대 20레벨까지 낮은 몬스터들에 불과했다.
전원이 마스터 레벨이라도 승리는 자신할 수 없을 텐데, 290레벨대의 몬스터가 대부분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전선이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유저들이 처절하게 저항은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정리될 것.
게다가 상대를 잃은 캬루스가 다시 전투에 참여하면 균형의 무게 추는 급속도로 기울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결국 자신이 다시 나서야 했다.
“광풍 현신!”
로칸은 쿨 타임이 되돌아온 광풍 현신을 아끼지 않았다. 즉시 다시 사용하며 캬루스의 시선을 끌었다.
“거기 숨었군!”
쐐애액.
그 즉시 날아드는 묵빛의 화살.
로칸은 튕겨 내기로 신중히 막고 피해 내며 놈에게 접근했다.
“도망가지 않은 용기는 칭찬해 주지, 애송이.”
그 모습이 기꺼운지 캬루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자신을 좀 더 재미있게 해 줄 것이라 생각했던 로칸이 의외로 허무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 실망스러웠지만,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으니 기대를 품은 것이다.
“폭격!”
“가소롭구나!”
따다다당!
로칸은 먼저 폭격을 날렸다.
그러나 캬루스는 우습게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매서운 기세로 날아드는 손도끼를 화살을 쏘아 맞힌 것이다.
콰광! 쾅!
그러나 그 또한 로칸의 예상 범주에 있었다.
동시에 날아드는 열 자루의 손도끼는 그 위력도 무시무시했지만 시야를 가리는 용도로도 제격이었으니까.
거친 폭발음과 함께 허공에서 손도끼가 폭발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로칸이 짓쳐 들었다.
“절멸의…….”
“커져라!”
캬루스 역시 그것을 예상했다. 때문에 아예 시선을 떼지 않고 강력한 조합 스킬을 준비했다.
속도를 죽이다 못해 거꾸러뜨릴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이 그의 손끝에 맺혔다.
“……!”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로칸의 외침과 함께 그의 머리 옆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진 것이다.
바로 카이였다.
일명 ‘앤트맨’ 작전을 수행할 때처럼 파리보다 작게 몸집을 줄이고 서성이던 카이가 로칸이 시선을 끄는 사이 그의 지척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절멸의 화살이 발출되려는 그 순간, 신체 조작을 풀고 대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거대한 몸집으로 캬루스를 짓눌러 버렸다.
“캬루스 님!”
쿠구구구구구궁!
캬루스의 명백한 방심이었다. 로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카이라는 존재를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게 만든 결과였다.
물론 알았다 한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방심만 하지 않았어도 카이의 접근을 미리 차단했을 터였다.
사냥꾼의 눈을 가진 그가 고작 모습이 작아졌다 해서 카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으니까.
그 짧은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아직!’
그러나 로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대신 감각을 확장시키며 캬루스를 뭉개고 있는 카이를 향해 달려갔다.
“크하하하하하! 재미있구나!”
바로 그때,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캬루스의 웃음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로칸은 캬루스가 가진 지랄 맞은 마스터 스킬이 발동했음을 직감했다.
영체화!
육신을 영체로 변화시켜 물질의 한계를 벗어나는 그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끼아악! 퍼버버벙!
카이의 내부에서 기묘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대붕(大鵬) 카이’가 강제 역소환되었습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소환이 불가능합니다.]캬루스가 영체가 된 상태로 카이의 밑에서, 혹은 내부에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놈의 영체화는 단순히 무엇이든 통과할 수 있고, 물리 공격을 무시할 뿐 아니라 그 상태에서 공격까지 가능했다.
“광살.”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아는 것이 중요했다. 캬루스는 아직 자신의 스킬을 로칸이 꿰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이 상황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역소환되는 카이의 시신을 뚫고 나타나는 그 순간을 로칸이 정확히 노렸다.
“큭!”
파바바바바방!
로칸의 필살기, 광살이 영체화된 캬루스의 몸을 난자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로칸이 허공을 가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영체화가 유지되는 동안, 그 어떤 급소 타격이나 신체 훼손도 일어나지 않는 대신 생명력이 쭉 깎이게 된다는 게 이 스킬의 맹점이니까.
더구나 보통의 공격도 아닌 오라를 가득 머금은 공격이다. 여기에 타이틀 ‘무엇이든 베어 보세요’의 효과까지 더해져 모든 대미지가 100% 들어갔다.
‘아직!’
어지간한 마스터만 되어도 단숨에 생명력이 바닥을 치고, 하이 마스터라 해도 빈사를 면하기 어려울 공격력이지만 로칸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한 번 더 힘을 냈다.
“광풍참!”
퍼버버버버버버벅!
광풍이 휘몰아쳤다. 캬루스의 영체를 수십 조각으로 쪼개며 심각한 손상을 일으켰다.
어쩌면 잡을 수 있다. 그런 희망이 솟을 만큼 엄청난 순간 대미지 딜링이 이루어졌다.
[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 [지정된 거점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즉시 부활 / 시체 대기]그리고 다음 순간, 로칸의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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