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6)
# 216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우와아아! 이겼다!”
“놈들이 도망친다!”
사령관 티모시를 잃은 반란군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여 패퇴했다.
그 와중에 정예들만 쏙쏙 골라 공격에 나선 로칸에게 하이 마스터 하나와 마스터 다섯을 추가로 잃기까지 했다.
수비군의 대승.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적의 병력은 대부분 타락한 몬스터와 유저들이었기에, 마스터급 이상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반면 수비군의 피해는 상당했다.
최대한 용병들을 죽음으로 대신 몰아넣었지만 타락한 몬스터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한 탓에 병사들의 피해도 제법 컸고, 용병들은 돈으로 유지가 되는 만큼 싸움이 거듭 될수록 금전적인 피해도 막대했다.
아무리 로칸이 부자가 됐다지만 이만한 숫자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기세를 죽였어.’
그럼에도 무리를 해서 용병을 끌어모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파죽지세로 수도까지 밀고 들어오던 그들에게 한 차례 제동을 걸기 위해서.
그들의 기세를 꺾어 섣불리 전진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언제든 로칸이 그들 사이에 난입해 깽판을 치고, 수뇌부를 암살할 수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출신을 알 수 없는 다수의 병력을 한 차례 보여 줌으로써 그들도 모르던 병력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공포를 심어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계산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주춤거리는군.’
쿠데타가 시작된 이후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던 반란군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직 그들에게는 한계를 알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숫자의 타락한 몬스터가 있었고, 킬라만타 공작이 자랑하는 기사단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저돌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무척이나 신중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로칸의 존재가, 정체 모를 병력과 타락한 몬스터를 막아 낸 방법에 대한 미스터리가 그들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반격을 해야지.’
놈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먼저 움직인다.
로칸이 눈빛을 빛내며 행동을 개시했다.
* * *
반란군과 수비군의 전투는 꽤나 지루하게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몬스터 필드를 지날 때마다 병력을 양껏 보충할 수 있는 반란군의 상황이 더 좋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쪽에는 로칸과 그가 지휘하는 유저들이 있었다.
반란군에도 상위 길드가 제법 붙기는 했지만 수비군에도 만만치 않은 길드들과 다수의 유저들이 붙은 탓에, 국지전에서 6할 이상의 승리는 수비군이 가져갔다.
그러나 그것도 국지전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때는 아무리 로칸이 날고 긴다 해도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적당히 때를 보아 빠진 덕분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로칸이 광풍 현신을 연거푸 펼치고도 밀리는 전투가 종종 발생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수만이나 되는 병력을 모두 처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 동안 해치울 수 있는 병력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광풍 현신! 휠 윈드!”
그럼에도 로칸은 굴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전투에 참여했다. 설사 전투에는 패배하더라도 최소 수천 이상은 학살하고 도망쳤다.
그럴 때마다 반란군은 소모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한동안 발이 묶이거나 잠시 후 이어진 로칸의 공세에 다시 거점을 내어 줘야 했기에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매 전투가 끝날 때마다 로칸은 경험치와 전리품을 그득그득 쌓아 오기도 했고.
“후우, 지겹군.”
또 한 번의 국지전을 승리로 이끈 로칸이 솔직한 심정을 토해 냈다.
벌써 반란군 진압에 뛰어든 지도 2주일이 넘었다.
매일 영지 관리 창이 전쟁 소식으로 불이 나고 있음에도 그쪽에 제대로 가 보지 못한 지 꼬박 2주 이상 된 것이다.
“듣자하니 슬슬 치고 올라오는 놈들이 있는 것 같던데…….”
그동안 전선은 치열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로칸의 부재로 인해 처음에는 황금사자 진영이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 자리를 다른 유저와 길드들이 메우며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위험했다면 로칸이 당장 달려갔겠지. 그러나 양측 유저들의 활약 덕분에, 전선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해 가고 있었다.
“결국 클 놈들은 큰다는 거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틈틈이 얼굴을 비치는 자들은 로칸에게도 익숙한 자들이 많았다.
전생에 한가락씩 하던 자들. 결국 그들이 이름을 날리고,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었다.
로칸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자들도 마찬가지.
그들의 이름을 살피는 로칸의 마음이 심란해졌다.
‘……뭐 하나만 걸려 봐라.’
전생의 복수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쥐어 패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로칸은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스스로조차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 일을 가지고 그들을 핍박하고, 파괴하면 응어리가 풀어질까.
장담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아직은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들이 뭔가 하나라도 자신을 도발하거나 부적절하게 얽히는 순간, 조금의 가책도 없이 멸망을 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구도는 슬슬 비슷해지는군.’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자신을 몰아세워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축출당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단지 강해서, 제멋대로라서라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괜히 폭력의 왕이라 불리던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 일쯤은 그 전까지 수없이 행해 오던 일일 뿐이다.
로칸은 뭔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때, 로칸의 정신을 깨우는 알림이 나타났다.
[레갈리아 영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뭐 ”
레갈리아 영지의 공격.
레갈리아 영지는 로칸의 주요 영지 중 하나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빼앗기면 안 되는 군사적 요충지이기에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영지 관리 창을 열어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곧장 날아갈 수 있도록 룬 북을 펼쳤다.
“……이 새끼들이 ”
하지만 로칸은 이동하지 않았다. 영지 관리 창을 통해 공격의 주체가 누구인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반란군.
정확히는 반란군 소속의 인간 유저들이 범인이었다.
[리나이 영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레밍턴 영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로요타 영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미우리타 영지가 공격받고…….]공격받는 곳은 레갈리아 영지뿐만이 아니었다. 로칸에게 귀속된 수많은 영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었다.
반란군의 행동반경과는 다소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의 규모는 제각기 달랐지만 누가 봐도 명확하게 로칸을 노리고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감히 이 딴 짓을 벌인단 말이지.”
로칸이 냉기가 풀풀 날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목적하는 바는 뚜렷했다. 로칸을 어딘가에 묶어 두는 것. 그리하여 반란군과의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대단위 전투에서의 희생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지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터였다.
기동력 좋은 유저들이기에 짜낼 수 있는 전략이었다. 동시 다발적으로 전투를 펼치고, 여차하면 영지를 꿀꺽 삼킬 수도 있는 과감한 수였다.
이미 반란군의 편에 서는 순간 로칸과는 척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들도 거칠 것이 없었다.
망설이고 눈치만 본다 한들 자신들만 손해였다.
여기서 물러난다고 로칸이 봐줄 리도 없지 않나
이미 로칸의 수법을 통해 영지 보유금과 시설들을 홀랑 털어먹는 작전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니 잘만 한다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겠다는 묘한 기대감이 그들을 흥분시켰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알지 못하고서.
“영지 관리. 징병 최대치로.”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로칸은 그 자리에서 공격을 받는 중인 수십 개의 영지 관리 창을 동시에 조작했다.
병사와 기사를 최대치로 징병하는 동시에 용병 길드가 있는 영지에서는 용병까지 몽땅 고용했다. 심지어 운이 좋게 마스터급 용병을 고용 할 수 있는 곳까지 있었다.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감히 자신에게 개수작을 부린 자들에게 철퇴를 내리기 위해, 자금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병력을 증원시킬 뿐 아니라 수비 시설을 추가하고 강화하며 침략자들을 처단했다.
“홈페이지 오픈.”
그러나 여기서 끝내고 만족하면 로칸이 아니다.
로칸은 각 영지의 방어를 단단히 굳힘과 동시에 침략자들의 정보를 모았다. 그들이 정확히 어떤 길드의 소속인지는 몰랐지만 상관없다.
홈페이지를 뒤지고, 정보 길드를 이용하자 타락 결탁자에게, 반란군에게 투신한 길드들의 명단이 쫘르륵 펼쳐졌다.
“역시 이 새끼들이었군.”
전생의 악연으로 얽힌 야왕과 수라, 다크나이트 길드가 주축이긴 했지만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의 길드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는 ‘듣보잡’이 되거나 망해서 사라지고 말지만 최근에는 제법 흥하며 성세를 불려 가던 길드들도 제법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런 판단 미스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가 걱정해 줄 일은 아니다. 이제부터 자신의 손으로 이놈들을 묻어 버릴 생각이니까.
“이놈들 아지트 위치, 싹 다 모아 와.”
로칸은 그 목록을 확인하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목적하는 바는 분명했다. 놈들이 거점으로 삼는 아지트의 위치부터 파악했다.
반란군이라고 마구잡이로 투신하는 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에 거기 낄 정도라면 값비싼 아지트 하나쯤은 구해 활동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확인 완료했습니다. 지금 지도에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부관이 알아온 정보를 마법 스크린에 띄웠다. 동시에 로칸의 마법 지도에도 복사해 표시되도록 만들었다.
하나둘씩 길드명과 함께 떠오르는 아지트의 위치들.
원래 그런 것인지 투항한 후 옮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의 아지트는 대부분 반란군이 집어삼킨 영지에 있었다.
“반란군 진영에 있지 않은 아지트들, 소유권 박탈하고 재산은 모조리 몰수시켜.”
로칸은 아쉬운 대로, 일단 아직 아지트를 반란군의 영역으로 옮기지 않은 놈들부터 공략했다.
황제의 이름으로 거액을 주고 어렵사리 구했을 아지트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재산을 몰수했다. 국고로 환수했다.
권리금이나 보증금 따위는 1쿠퍼도 남기지 않고 홀랑 집어삼켜 버렸다.
“자, 이번엔 너희 차례다. 남의 것을 탐했으니 당연히 그 대가를 치를 각오도 했겠지 ”
살벌한 미소와 함께 로칸이 단신으로 반란군의 거점에 잠입을 시도했다.
작전명 앤트맨.
아군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 방법을 통해 적들의 아지트가 밀집한 영지들을 홀랑 털어먹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잠입할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반란군의 허를 찌르고 영지 소유권을 빼앗은 뒤, 모든 소유권을 박탈하고 건물마저 파괴시켜 버렸다.
자신이 당할 뻔한 일을 몇 배나 부풀려서 되갚아 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