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19)
# 219
오크 광전사 크록취 (1)
“크흥, 여기가 오그마인가 ”
어깨에 자기 몸집만 한 배틀 액스를 들쳐 맨 오크 광전사가 제법 놀랍다는 눈빛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광전사 크록취. 그가 오크족의 전송 주술진을 이용해 수도로 오크 종족의 수도까지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중앙 대륙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오크 유저들이 수도의 거대함에 놀라고 촌놈처럼 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힐끗 쳐다보는 정도로 스쳐 지나갔다.
“흐흐흐, 여기가 빈집이란 말이지 ”
그런 오크들의 틈바구니에서 크록취가 음흉하게 웃었다. 폴리모프의 효과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주 무기이던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는 인벤토리에 넣어 둔 상태였으니 그를 몰라보는 것도 당연했다.
그의 손에는 황제에게 따로 하사받은 유니크 등급의 도끼, 악몽의 배틀 액스가 들려져 있었고 도낏자루에 새겨진 악마 형상은 검은용군단에 잘 어울렸기에 누구도 그를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하긴, 누가 여기까지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잠시 둘러본 오크들의 수도, 오그마에는 꽤 많은 유저와 NPC가 머물고 있었지만 그뿐이다.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 정작 가장 강력한 정예 병력은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
모든 종족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으로 알려진 오크 종족이니까.
전쟁에 한창 불이 붙은 이 시점에, 후방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은 오크들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하물며 오크 로드는 어떨까.
트롤의 수장, 캬루스와는 또 다른 강함을 지닌 녀석은 이미 전선에서 날뛰는 중이었다.
“그럼 빈집 털이를 시작해 볼까 ”
그 배경에는, 각 종족의 수도가 너무도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이 있었다.
도저히 들키지 않고는 지나올 수 없는 곳.
그 어느 거점보다도 수비 시설 설치와 강화가 잘되어 있고 수비 병력도 충분한 곳.
그렇기에 그들도 수도가 공격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전선에서 날뛸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전제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로칸의 눈빛이 뱀처럼 번들거렸다.
“일단은…… 여기지.”
도시 전체를 훑듯이 살핀 크록취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전송 주술진이었다. 이곳을 먼저 파괴하지 않는다면 자칫 오크의 정예가 전송 주술진을 통해 빠르게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로칸이라 해도 당장 오크 로드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
일단 연결로를 차단시키는 것부터가 뒤치기, 본진 테러의 시작이자 핵심이었다.
“폭격!”
“어엇!”
로칸을 대표하는 투척기가 오크 광전사 크록취의 손에서 터져 나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기하던 오크들도, 전송 주술진을 관리하던 오크 주술사들도 미처 대처하지 못한 상황.
그 틈에 크록취는 잔뜩 뭉쳐 있는 적들을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휠 윈드!”
휠 윈드는 로칸의 전매특허와 같은 조합 스킬이지만, 동시에 이제는 아주 유명해진 스킬이기도 했다.
당연히 따라 하는 이들도 많았고, 로칸처럼 범위를 확장시키기 위해 사슬 등 여러 장치들을 달아서 휘두르는 자들도 많았지만 제대로 위력을 내는 자들은 극히 드물었다.
로칸이 광범위하게 휠 윈드를 사용할 수 있던 것도 모두 다름 아닌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 파멸을 봉인한 쇠사슬이기 때문이니까.
그것을 알 리 없는 자들의 흉내 내기는 무의미할 뿐이었다.
“크악!”
“PK다!”
“미친 새끼! 마을 내에서 PK를 해 ”
때문에 크록취는 배틀 액스의 거대함만을 이용해 적들을 베고 부수었다. 다른 여타의 로칸 흉내쟁이들처럼.
그러나 그 파괴력만은 여전히 무시무시했다.
폴리모프를 사용하면서 일시적으로 종족이 변화되었기에 적대 진영을 대상으로 발동하는 타이틀 효과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단숨에 허리를 동강 내 버릴 만큼 막강한 힘이 그에게 깃들었다.
[오그마의 전송 주술진이 파괴되었습니다.]“경비! 경비병!”
그저 전송 주술진 앞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륙을 당한 오크들은 소리 높여 경비병을 찾았다.
적대 진영의 침입 때도 나타나지만, 머더러가 된 아군이 도시에 들어왔을 때도 나타나는 것이 그들이니까.
그들이 자신의 복수를 해 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목청 높여 소리를 질렀다.
“…….”
“이, 이거 왜 이래 ”
“이 새끼들 왜 안 나와 설마 농땡이 ”
하지만 아무리 경비병을 부르짖어도 나타나지 않자 모두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대체 왜 나타나지 않는 거지 분명히 머더러 상태일 텐데
아니면 앞에서 죽은 놈들이 모두 머더러 상태이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경비병들의 태업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까지 해 보지만 그중에 정답은 없었다.
만인살.
머더러 카운트가 적용되지 않도록 만드는 타이틀 효과가 폴리모프 상태에서도 발휘된 것이다.
“젠장…….”
퍼억!
크록취의 압도적인 무력에 전의를 상실한 오크들이 모조리 도륙당했다.
그중 유저들은 곧 다시 부활하고 말겠지만 전송 주술진을 담당하던 주술사들이 모조리 죽어 버린 탓에 복구는 쉽지 않을 터였다.
‘서둘러야겠군.’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오그마의 전송 주술진은 파괴되었지만 인접 도시의 전송 주술진은 멀쩡하니까.
그곳을 통해 근처까지 이동한 뒤, 이곳으로 달려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니, 다른 곳도 아닌 수도인 만큼 소식을 접하고도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터였다.
그러니 소식이 전해지기 전, 그들이 오그마로 달려오기 전까지 최대한 난동을 피워야 했다.
“저놈! 저놈이야!”
“야, 아무리 그래도 선공은 좀…….”
전송 주술진을 완전히 파괴한 크록취가 밖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발 먼저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다.
크록취에게 죽임을 당한 후, 부활한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그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친구, 또는 길드원들은 머뭇거렸다.
크록취의 이름이 붉은 색으로 변해 있지도 않았으니까.
혹시 선공을 취했다가 오히려 경비병에게 자신이 당하는 것은 아닐까 망설이는 사이 크록취의 배틀 액스가 그들의 심장을 갈랐다.
쑤욱.
“……!”
갑옷 따위는 무시하는 엄청난 파괴력이다. 얇은 과자를 부수듯 가볍게 밀고 들어온 도끼날이 사선으로 그를 썰었다.
“겨, 경비병 ”
하지만 여전히 경비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비병 소환 시스템이 고장이 나거나 버그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한 일이었다.
퍼엉!
그리고 그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비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악!”
“왜…… 날…….”
그러나 그들의 칼날이 향하는 대상이 달랐다. 크록취를 공격한 자들. 그들은 여지없이 범죄자 표시로 바뀌며 경비병의 일격을 받아 내야만 했다.
“폭주 전차!”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자 크록취는 더욱 속도를 냈다. 이동기, 돌진기를 번갈아 써 대며 최대한 빠르게 내성으로 진입했다.
“정ㅈ……!”
퍼억!
내성의 입구를 지키던 병사들마저 도륙하고 오크 로드의 거처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NPC들이 크록취를 공격할 때는 경비병이 나타나지 않았다.
‘쳇, 번거롭군.’
가로막는 자는 벤다, 부순다.
아주 간단한 전제를 깔고 움직이는 크록취의 돌파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과연 수도라는 것인지, 그를 가로막는 오크 병사들조차 290레벨대의 막강한 존재들이었지만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서는 길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크록취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조합 스킬과 생성 스킬 중 상당수가 ‘사슬’과 ‘탈것’을 이용한 것인지라 스킬 사용에 애로 사항이 있는 것이다.
파멸의 일격, 말살의 사슬이 사용 불가능했고 전설을 타는 자나 붉은 유성도 쓰기 어려웠다.
그것을 꺼내는 순간 정체가 들통나고 말 테니까.
단순히 거점 하나를 먹어 치우기 위함이라면 정체가 탄로 나도 상관없겠지만 로칸에게는 더 큰 목표가 있었다. 오크족의 수도 오그마를 공격하는 것조차 그 일환일 뿐이었다.
때문에 철저히 기본기와 광전사 기본 스킬들에 의존하며 놈들을 분쇄해 갔다.
“취익! 멈춰라!”
“배신자! 처단한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자 드디어 남아 있던 정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 로드가 남겨 둔 최후의 수비 병력인지 한꺼번에 나타난 오크들 중에 마스터 레벨이 아닌 자가 없었고, 심지어 그들 중 무려 다섯이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들이었다.
기껏해야 셋 정도일 거라 생각한 크록취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순간이었다.
“명예를 안다면 한 놈씩 붙어 보자!”
속으로 작게 혀를 찬 로칸이 치트 키 같은 워딩을 내뱉었다.
“닥쳐라! 배신자에게 명예는 없다!”
명예. 일대일.
오크 전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들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명예보다는 종족에 대한 충성심이 더 크게 작용을 한 듯싶었다.
지금 로칸의 모습이 오크 광전사의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영향이 있겠지.
‘어쩔 수 없군.’
더 이상 대답을 듣지 않겠다는 듯,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리는 놈들을 보며 크록취가 결단을 내렸다.
“노움 5형제!”
노움 하이 마스터에게서 빼앗은 ‘노움 기술자의 인형극’을 발동시켰다.
그와 함께 마스터 레벨의 노움 전사 다섯이 모습을 드러냈고, 오크 로드를 대신해 오그마를 지키던 오크 전사들이 분노했다.
“난쟁이 놈들과 붙어먹었구나!”
크록취를 진짜 배신자 오크로 생각한 것이다.
어째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싸우게 될 거라면, 실력만큼은 확실한 아군을 옆에 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니까.
“광풍 현신.”
오크들이 노움 인형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크록취는 조용히 광풍 현신을 일으켰다.
오크의 형상 그대로 거대화가 진행되며 초대형 오크 광전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어디 놀아 보자!”
선공을 취한 것은 크록취.
폭격을 발동시켜 시선을 분산시킨 그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마스터 레벨 오크 전사에게 짓쳐 들었다.
“급가속, 광기의 시간!”
재수 없게도 놈의 무기는 모닝 스타였다. 사슬이 달린 철퇴. 타격계의 중병기이기도 했지만 제대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스윙이 필요했다.
하지만 급가속된 크록취의 움직임은 놈의 모닝 스타가 제대로 휘둘러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뼈 부수기!”
“컥!”
로칸의 무기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틀 액스이지만 그에게는 압도적인 힘이 있었다.
핏줄이 서도록 전력을 다해 휘두르자 놈의 목부터 가슴까지가 단박에 베어졌다.
방어력을 관통하는 대미지가 흉갑을 우그러뜨리며 단숨에 몸을 끊어 냈다.
“크워어엉!”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오크 전사들이 일제히 워 크라잉을 내뱉었다.
그러나 로칸의 움직임을 끊어 내는 것은 무리다.
“크허허허허허헝!”
콧방귀를 뀐 로칸은 더 큰 광기를 내질렀다.
죽음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전사임을 자처하던 오크들의 가슴에 공포라는 감정을 심어 주었다.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