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28)
# 228
죽음의 홀 (3)
죽음의 홀을 목격하자 다섯 언데드 마스터들은 즉시 서로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우르르 달려들어 죽음의 홀을 손에 넣는 것도 좋겠지만 그리 호락호락하게 둘 리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 앞으로 다가가는 순간 무언가 튀어나오거나, 방해를 받게 되겠지.
어쩌면 눈에 보이는 저것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었다.
더 로드에서는 흔한 일이기에 그들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로칸은 일단 몸을 숨겼다.
엄폐물이 많지는 않았고 그들이 두렵지도 않았지만, 굳이 들킬 이유도 없으니까.
끼릭끼릭.
그리고 즉시 기계 쥐를 꺼냈다.
도발 능력을 갖춘 기계공학 아이템. 그것을 풀어놓자 즉시 반응이 왔다.
“죽음을 탐하는 자, 누구인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방 안 가득 영체로 된 존재들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와우.’
얼핏 봐도 하이 마스터만 열이 넘었다. 마스터의 숫자는 그 2배 이상은 족히 되어 보였다.
움찔.
그렇게 보니 흩어져 움직이던 언데드 마스터들도 몸이 굳었다.
자신이 들통이 난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이 틀어졌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젠장, 갖고 튀어!”
“이놈들은 내가……!”
이쯤 되면 판단 능력을 상실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너무나 긴장하고 당황한 나머지 기계 쥐 때문이라는 것을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고, 결국 무모한 시도를 감행했다.
어떻게든 시선을 끄는 사이, 누구 하나라도 죽음의 홀을 손에 넣도록 한 것이다.
일단 인벤토리에만 넣으면 죽어도 괜찮다. 그런 생각으로 몸을 던졌지만 적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빠악!
기계 쥐를 박살 내고도 다시 사라지지 않던 유령 기사들이 타깃을 바꾸었다.
각자의 마스터 스킬을 끌어 올리며 일시에 다섯을 몰아쳐 갔다.
개중 셋은 각자의 마스터 스킬을 사용하며 버텨 보려 했지만 쓸데없는 저항이었다.
당장 마스터 레벨 몬스터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놈들의 실력으로는 고작 몇 초를 지체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서 가!”
그럼에도 놈들은 처절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죽음의 홀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손해는 충분히 복구하고도 남을 것이고 언데드의 세상이 열리게 될 터였다.
놈들은 어울리지 않는 자기희생까지 해 가며 그들 중 가장 속도가 빠른 한 놈을 죽음의 왕좌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거의 닿을 뻔했다.
“폭격.”
“……!”
로칸이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콰과과광!
놈과 죽음의 홀 사이로 날아든 열 자루의 손도끼가 무시무시한 파괴력으로 공간을 때렸다.
더 나아가면 죽는다. 그런 확신이 놈의 발목을 붙잡았다.
“제기랄…….”
빠각!
호쾌한 타격음과 함께 마지막 한 놈까지 고혼이 되어 사라졌다.
“탐욕의 대가를 치르리라!”
그와 함께 방 안에 있던 모든 몬스터의 시선이 로칸에게로 쏠렸다. 폭격으로 놈을 방해하며 은신이 풀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흥, 전설을 타는 자, 광풍 현신!”
그러나 상대는 어설픈 마스터 유저가 아니었다.
로칸은 즉시 적토마를 소환하고 광풍 현신으로 스스로를 강화했다.
“폭주 전차!”
인마일체의 전차가 되어 놈들을 휩쓸어 가기 시작했다.
“점프!”
아니, 그조차 페이크였다.
그의 돌파를 유령 기사들이 몸을 겹쳐 막아 내려 하자 적토마를 그대로 돌진시키고, 스스로는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비행 모드!”
광풍의 날개가 낼 수 있는 전속력으로 죽음의 홀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죽음의 홀을 획득하셨습니다.] [죽음의 홀][레전드]응축된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지팡이. 그 존재만으로 강력한 죽음의 힘을 발휘하여 주변을 죽음의 대지로 만들고 죽은 자들을 일으킨다.
이 힘에 얽매인 자는 죽지도 살지도 못한 존재가 되어 죽음의 홀을 지키게 된다.
-소지 시 죽음의 추격을 받는다
-????
-????
-????
그러나 그 힘을 이용해 유령 기사들을, 죽음의 시전 바깥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죽은 자들을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바이 바이~.”
하지만 로칸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그들의 추격을 따돌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 싸움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하이 마스터급 몬스터의 경험치와 아이템을 먹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라 판단했다.
날개를 이용해 즉시 수직으로 떠오르며 놈들의 사정권을 벗어났다.
퍼엉! 펑! 펑! 펑!
물론 막아서는 힘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마스터 혹은 하이 마스터급에 오른 몬스터들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마법을 비롯한 원거리 공격을 무수히 쏟아 내었다.
그런데, 그래서 뭐
속성 저항력을 뚫고도 무시무시한 대미지가 생명력을 갉아먹었지만 불사의 힘을 갖춘 로칸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전장을 이탈했다.
광풍의 날개는 처음이지만, 다른 날개 아이템이라면 그 역시 다루어 본 적이 있기에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필드를 벗어났다.
‘그래, 어디 쫓아와 봐라.’
죽음의 추격을 받는다 했으니 이것을 가진 이상 놈들도 지정된 필드를 이탈할 힘을 받겠지만 상관없다. 그에게 오기 전에 검은용군단의 유저들과 NPC들의 저항을 받을 테니까.
놈들의 경지가 대단하다지만 거점에 틀어박혀 힘을 축적하고 있던 언데드들도 보통은 아니다.
자신에게 닿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여차하면 또 도망을 가면 그만이었다.
‘이걸로 유인하는 것도 재미있겠군.’
순간 이걸 이용해서 검은용군단의 병력을 갉아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로칸은 곧 생각을 접었다.
자칫 그들이 레벨 업을 할 기회를 주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때문에 로칸은 그 길로 언데드의 영역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언데드 종족 퀘스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비록 이전까지의 선행 퀘스트는 밟아 오지 못한 그였지만 과연 그렇다고 죽음의 홀을 가진 존재를 박대하거나 내칠까 그럴 리가.
로칸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쌍수를 들어 그를 환영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아니, 이것은 ”
“죽음의 홀!”
“이것을 자네가 어찌…… ”
대뜸,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존재가 죽음의 홀을 들고 나타난 사실은 충격적이었으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숙원이 이루어지기 직전이니까.
만약 두어 단계쯤 더 남았다면 언데드로 변신한 로칸을 의심하고 시험해 보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로칸이 단숨에 공훈도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을 만한 공훈도를 부여하며 간식을 눈앞에 둔 애완동물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우리 언데드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것을 내놓겠습니다.”
사탕발림 같은 말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언데드의 수뇌부들은 그 말에 현혹되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을 기세였고, 로칸은 음흉하게 미소를 흘렸다.
해골이라서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제가 더 도울 일은 없겠습니까 ”
그리고 적당한 때를 보아 운을 띄웠다. 막판에 끼어든 주제에, 가장 알맹이인 퀘스트를 빼먹으려 든 것이다.
“흐음, 자네라면……. 그래, 부탁해도 좋겠지.”
그 작전이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로칸에게 마지막 언데드 종족 퀘스트가 공유된 것이다.
[시공의 틈][퀘스트]시공의 틈을 열고 과거의 영광을 소환하라!
-성공 조건 : 데스 로드의 부활 준비 완료
-성공 보상 : 3레벨 상승, 죽음의 보고 출입증, 극대량의 경험치
언데드 종족의 마지막 퀘스트. 언데드가 아니었기에 로칸도 말로만 들을 수밖에 없던 이 퀘스트는 무척 특별했다.
시공의 틈, 그곳을 지나야 했으니까.
시공의 틈을 지난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다.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니까.
이런 퀘스트는 더 로드를 통틀어도 몇 개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과거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퀘스트는 이것이 유일했다.
‘됐군.’
로칸의 퀭한 눈에 귀화가 피어올랐다.
퀘스트 진행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딱 하루. 그 준비 시간을 거친 후 시공의 틈을 열 것을 천명했고, 로칸은 잠자코 돌아가 기다렸다.
듣자하니 미친 언데드들이 언데드의 거점을 공격해 왔다는 모양이지만 어떻게든 막아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놈들의 목적은 거점 점령이 아니니 발목을 붙잡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자 행동을 크게 늦출 수 있었다나
그러는 사이, 시공의 틈을 여는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로칸을 비롯한 수십의 언데드 유저들이 대기하는 가운데, 하이 마스터급의 데스 나이트, 아크 리치 여럿이 그들과 동행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뒤를 잘 쫓아오도록. 자칫하면 시공의 미아가 될 수 있으니.”
유저들에게 으름장을 놓은 그들은 가장 선두와 후위에 각각 서서 시공의 틈을 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때와 비슷하지만 다른 감각이 전신을 덮쳤다. 시공을 뛰어넘어 과거로 이동하는 것이다.
어쨌든 게임이니 그들이 말한 것처럼 시공의 미아가 될 일은 없었지만, 자칫하면 제대로 시간 축을 넘지 못하고 시공의 몬스터와 싸우다가 죽어 돌아가는 수가 있었기에 로칸도 잠자코 그들을 따랐다.
“으윽.”
“여기가 어디야 ”
그렇게 도착한 것은 모든 것이 황폐화된 땅.
언데드의 지역을 흔히 ‘죽음의 땅’이라고 부르지만 이건 정도가 더 심했다.
언데드가 아니라면 발을 딛고 있는 것만으로 오염되고 정신이 피폐해질 만큼 어둠과 죽음에 물들어 있었다.
“끼악!”
그뿐이 아니다. 지형 자체가 달랐다. 이미 한차례 대격전이 펼쳐진 듯 무너지고 갈라졌으며 뒤틀린 지형이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하늘에는 처음 보는 종류의 비행 몬스터가 득실거렸으니, 유저들은 위축되었고 NPC들 역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 저건 ”
“본 드래곤 ”
아니다. 드래곤까지는 아니고 드레이크 정도일까.
거대한 용종의 뼈로 이루어진 비행형 언데드들이 괴조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가.
몬스터끼리의 다툼이라고는 하나, 각 개체가 최소 마스터 레벨급의 전투력을 지닌 존재들이다 보니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각자 오라를 발현해 힘을 해소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이동한다.”
그들의 충돌 여파를 해소하며 잠시 높은 곳에 올라 전황을 살핀 데스 나이트가 일행을 지휘했다. 이곳에 있어 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목적지를 향해 곧장 이동하려는 것이다.
그들이라고 이곳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 도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힌트는 가지고 있는 듯, 방향을 잡는 것이 능숙했다.
‘데스 로드가 살아 있던 시기인가 ’
그들의 뒤를 따르며 로칸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대체 얼마나 과거로 돌아온 것일까. 데스 로드를 만나러 온 것은 분명한데,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죽기 직전의 데스 로드를 구하기 위해 아니면 그의 시신을 훔쳐 현대에서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그도 아니면 고대 황제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유물을 캐기 위해
일단은 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