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2)
# 232
사자왕 (2)
사자왕과 사자병단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는 방법은 역시 사자병단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자병단에 안정적으로 입단하려면 사자병단의 일원과 대결을 펼치는 것일 터였다. 제아무리 사자왕의 제자라고 해도 자신이 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과거로 오면서, 또 같은 인간끼리의 대련에서라면 가장 강력한 타이틀 효과 몇 개나 봉인된 채로 싸워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광풍 현신만 사용한다면 설사 그들이 하이 마스터라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편한 길을 택한다면 로칸이 아니었다.
피가 끓는 박빙의 전투도 재미있지만 닿기 어려울 정도의 강자와 싸워 볼 기회는 몇 번 존재하지 않는 일이니까.
“사자왕의 인정을 받겠다.”
“어, 어…….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그러나 그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일국의 황제이자 최강의 전사를 만나는 일이 쉬우면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누구도 사자왕을 해할 수는 없다고 믿기는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일인 만큼,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몇 가지 퀘스트도 거칠 의향이 있는 로칸이었다.
“크하하하! 이거 패기 있는 친구로군.”
그런데, 그 이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갑자기 뒤에서 사자왕이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가오칸 ”
오죽하면 로칸조차 화들짝 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을 정도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사자왕씩이나 되는 존재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다니. 실례를 넘어 무례로 비쳐질 수 있는 일이다.
“하하! 이름으로 불려 보긴 또 오랜만이군. 그래, 내가 가오칸이지. 자네 이름은 뭔가 ”
“……로칸입니다.”
그러나 사자왕 가오칸은 무척이나 호탕한 사내였다. 그런 것은 개의치 말라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저어 발끈하는 주위 인물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로칸이 테이블을 부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신청서를 손수 집어 들었다.
“로칸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군. 이만한 사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어디 보자, 마스터 버서커 ”
이번에는 가오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하니 무식하게 버서커로만 전직한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
자신도 자신이지만 보통이 아니라는 듯, 로칸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로칸 역시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미친놈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듯싶었다.
“좋아. 내게 어떤 인정을 받기를 원하나 ”
가오칸이 재미있다는 듯 로칸을 보며 물었다.
‘사자왕의 인정’이라는 것은 무척 포괄적인 개념인데, 그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로칸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답은 이미 묻기 전부터 나와 있었다.
마스터 버서커.
이 미친놈이 택할 방법이 하나밖에 더 있겠나
“당연히, 대련입니다.”
사자병단을 상대로 해야 할 대련을 사자왕 가오칸에게 거는 패기!
자칫 사자왕의 무력에 압도당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패배하면 사자병단으로의 합류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었지만 로칸은 당당히 그에게 도전했다.
그리고 사자왕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로칸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좋아. 그럼 자리를 옮길까 ”
“예.”
[사자왕의 인정][퀘스트]사자왕 가오칸과의 대련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라.
-성공 조건 : 사자왕 가오칸의 인정
-성공 보상 : 사자병단으로의 참전
그와 함께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사자부대 합류에서 사자왕의 인정으로.
아마도 사자병단으로의 합류가 확정되는 순간, 또 다른 퀘스트 조건과 보상이 나타날 터였다.
당연히 이전의 것과는 비교로 할 수 없는 조건들이 걸리겠지.
그러나 그것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설사 사자병단에 끼지 못하더라도, 사자왕에게 죽임을 당해 까다로운 부활 퀘스트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로칸은 사자왕과 한판 붙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드득 손을 풀며 가오칸을 따라 이동했다.
“여기라면 우리가 날뛰어도 괜찮겠지.”
가오칸이 찾은 곳은 인근의 야산이었다.
그냥 야산이 아니라 정확히는 마스터 레벨급의 몬스터가 잔뜩 서식하는 몬스터 필드였지만, 그런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
‘시험해 보는 건가 ’
야산을 베어 평지로 만드는 일 같은 것은 없었지만 사자왕이 기세를 내뿜자 무려 마스터 레벨 급의 몬스터들이 꽁지 빠지게 도망을 친 것이다.
[사자왕의 피어에 노출되셨습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의 효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물론 그 피어 효과가 몬스터에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로칸에게도 침투하며 능력치를 감소시키고 공포 효과를 주려했지만 그에게는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데스 로드의 피어에도 멀쩡했던 것처럼, 사자왕의 그것도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때문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당당히 뒤를 따라가자 오히려 사자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는 자들이 태반이다.
겁을 먹거나, 적어도 위축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로칸이 오히려 사납게 웃으며 뒤따르자 흥미와 함께 묘한 호승심이 일었다.
과연 이 녀석은 자신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곧 주변이 정리되고 로칸과 가오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원하는 핸디캡이라도 ”
“아니오.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가오칸이 빙긋 웃으며 묻자 로칸이 진지하게 답했다.
마스터 대 그랜드 마스터. 아무리 등급 차이가 심하게 난다지만 봐준다느니 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차라리 압살을 당하고 말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로칸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글쎄. 그럴 실력이 될까 모르겠네 ”
가오칸은 로칸을 놀리듯 웃으며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전투를 시작하기 전 한 가지를 물었다.
“근데 그 장비들은 어디서 난 거야 내 거랑 아주 비슷한데 ”
당연한 일이다. 로칸이 지금 착용한 장비 중 네 개 파츠는 사자왕 가오칸 본인이 착용하고, 직접 봉인을 건 그것이니까.
“저를 쓰러뜨리면 알려 드리죠.”
하지만 로칸도 순순히 대답해 주지는 않았다.
도발하듯 그의 심기를 건드리며 먼저 힘을 발휘했다.
“광풍 현신!”
“오호 ”
적금빛 기운을 들이켜며 거인의 형태로 변하는 로칸을 보며 가오칸이 진심으로 감탄했다.
마스터 버서커라기에 어떤 전투를 벌일까 궁금했는데 이 정도면 확실히 기대 이상이었다.
느껴지는 경지는 고작해야 마스터급이었는데 이건 완숙한 하이 마스터라 해도 믿을 정도이지 않은가
가오칸의 얼굴에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스쳐 갔다.
이자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마스터가 아니라 하이 마스터까지만 되었다면, 꽤 재미있는 싸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며 자신의 장검을 뽑아들었다.
채앵.
뽑는 것만으로 청량한 울림이 퍼져 나갔다.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로칸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흥! 폭격!”
대충 휘두르는 것 같아도 신묘한 묘리가 담긴 일격이었지만 로칸 역시 전투라면 질리도록 해 본 달인 중의 달인이었다.
돌격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절묘한 위치의 일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스킬을 캔슬하며 손도끼를 쏘아 냈다.
“빨리 베기.”
근거리에서 쏘아진 가공할 위력의 투척!
그러나 가오칸 역시 기본 스킬로 그것을 떨궈 냈다.
하이 마스터를 거쳐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서 급격히 증가한 능력치는 아무리 광풍 현신이라 해도 잡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 있는 것이다.
덕분에 폭격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무기 투척은 가볍게 떨쳐 냈고, 그사이 로칸의 돌진은 더욱 가속되었다.
“급가속, 광기의 시간, 숄더 차지!”
잠시 속도를 늦추며 잃어버린 가속도를 스킬로 메웠다.
순간 가속 스킬을 연달아 펼치며 발동시킨 숄더 차지는 사자왕의 견갑이 가진 특수 능력에 힘입어 한껏 위력이 증폭되었고, 폭격을 걷어 내느라 잠시 멈칫거린 가오칸의 지척까지 다가 설 수 있었다.
“숄더 차지!”
“……!”
콰앙!
그러나 가오칸은 빙긋 웃었다.
피할 수 없을 거리까지 다가온 로칸을 향해 마주 어깨를 내밀며 부딪쳐 갔다.
돌진력을 상승시킬 아무런 대쉬기도 없이 펼쳐진 숄더 차지!
그러나 그 위력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했다.
“큭!”
위력 자체는 거의 비등했지만, 공격 기회를 상실하고 몸의 충격을 쉽게 다스리지 못하는 로칸의 패배가 분명했다.
“말살의 사슬!”
하지만 로칸은 멈추지 않았다.
단 일격으로 힘의 차이가 현격함을 느꼈지만 그런 것쯤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바였다.
이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일 뿐이었다.
“음 검막!”
따다다다다당!
한순간 쏟아져 오는 사슬의 폭풍에 가오칸도 진지하게 검을 떨쳤다.
검막 스킬을 펼쳐 자신을 보호하며 이어질 로칸의 공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날개 모드!”
그러나 로칸은 변칙적인 행동을 이어 갔다. 날개 모드를 활성화시키는가 싶더니 저공비행으로 가오칸에게 짓쳐 간 것이다.
설마하니 자신에게 힘 싸움을 걸 줄은 몰랐는지 그 역시 짐짓 놀란 기색을 보였다.
“괴력, 뼈 부수기.”
후우우웅!
하이 오크의 괴력까지 빌려 온 무지막지한 일격!
가오칸이 힘을 주어 막아섰지만 이번 일격은 그조차 예상치 못한 위력이었다.
대번에 롱 소드가 그의 견갑 위로 떨어졌고, 팔다리가 한순간 휘청거리며 힘의 차이를 드러냈다. 예상 범주를 벗어난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경직을 로칸은 놓치지 않았다.
“광살!”
그 순간 터져 나온 로칸의 필살기!
100% 치명타인 것은 물론, 치명타 대미지마저 한껏 증폭된 무시무시한 난무가 가오칸의 몸에 꽂혔다.
가오칸 역시 스킬까지 발휘해 방어해 보지만 한발 늦은 대응일 뿐이다. 대부분의 공격은 그의 전신을 때리며 생명력을 크게 깎아 냈다.
“하하, 역시 재밌어!”
그러나 그 위험한 공격조차 가오칸은 즐겼다.
사자왕의 무구가 이미 대미지는 급감시켜 주고 있었고, 무궁무진한 생명력은 로칸의 공격력을 가뿐히 받아 냈다. 능력뿐 아니라 템빨에서도 단연 사자왕의 승리였다.
“칫.”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로칸은 끈질기게 놈을 물고 늘어졌다.
중병기인 배틀 액스로 롱 소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로칸은 자신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담아 그것을 이루어 냈다.
때로는 반격까지 가하며 팽팽한 대결을 이어 갔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였다.
“졌습니다.”
압승. 사자왕은 몇 번의 공격을 허용했지만 가뿐하게 로칸을 잡아 냈다.
그랜드 마스터다운 압도적인 힘으로 로칸을 찍어 누른 것이다.
근접 계열의 스킬들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이용해 비슷한 기술로 상쇄를 넘어 찍어 누르며 로칸을 제압해 버렸다.
그러자 결국 로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탈것을 이용한 변수도 적용되지 않았고, 영혼 수집가의 권능을 이용한 ‘초월 각성’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쓴다 해도 승패가 달라지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굳이 여기서 쓸 이유도 없고.’
무려 영혼을 1만 개나 소모하는 것을 대련에 쓸 이유도 없고 말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사자왕의 저력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련이 그렇게 끝이 났다.
“좋아. 합격!”
“…… ”
불사 효과가 있는 광풍 현신 덕분에 시간이야 제법 끌었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로칸은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고작 해야 가오칸이 방심한 틈을 타 광살을 비롯한 몇 번의 공격을 성공시켰을 뿐이고, 그것도 생명력의 감소율로 본다면 형편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때문에 탈락해도 후회는 없다고 내심 후련해하던 차인데 합격이라고
로칸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바라봤지만 정작 가오칸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날 못 이겨서 아쉽나 하하! 그건 백년은 이르지. 하지만 사자병단과 호흡을 맞추기에는 충분해 보이는군. 그럼 잘 부탁하지, 친구!”
그렇게 로칸은 사자병단에 편입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