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4)
# 234
사자왕 (4)
사자왕 가오칸의 진짜 힘은 ‘템빨’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때문에 사자왕의 무구를 모두 모으면 최강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종종 돌았고, 실제 로칸이 이것들을 모으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다.
아직 ‘봉인’ 상태임에도 그 어떤 아이템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으니까.
단순히 방어력만이라면 비벼 볼 만한 장비들도 더러 있겠지만 모든 옵션과 사자왕 시리즈에만 있는 특수 옵션까지 생각하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명확했다.
“미친.”
그러나 로칸은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오칸이 착용한 황금빛 사자 형상의 장비들은 실로 강력했지만, 그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한 가지 스킬 때문이었다.
바로 무혼 각성.
장비에 내장된 ‘이야기’의 힘을 끌어오는 그 능력이야말로 가오칸을 사자왕으로 만들어 준 진짜 힘이었다.
“사기네, 사기야.”
1 대 3의 전투. 다른 오크와 트롤, 고블린들에 붙잡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스릴 골렘 따위는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는 그 전투에서 압도하는 것은 가오칸이었다.
금빛 광휘에 둘러싸인 그가 오크, 트롤, 고블린 그랜드 마스터들이 가진 ‘신기’의 힘마저 찍어 누르고 있었다.
그가 내뿜는 황금빛과 트레이드마크인 사자 형상의 갑옷이 합쳐지니 그야말로 ‘황금사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단 말이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위력.
쓰는 무기는 달랐지만 결코 자신의 아래라고 볼 수 없는 컨트롤 능력을 확인한 로칸은 엉치뼈 끝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짜릿한 희열에 몸을 떨었다.
‘기다려라.’
사자왕의 무구. 그리고 무혼 각성.
그 두 가지 모두를 자신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무혼 각성이 하이 마스터 제한 스킬이라 아직 익혀 두기만 했다지만 만약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 중 마지막 파츠인 ‘부츠’를 얻어 봉인을 풀어낼 수 있다면 그 역시 사자왕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 다른 힘, 다른 스타일의 능력을 부여하겠지만, 그는 로칸이다. 유저들 중 정점의 컨트롤과 전투 능력을 지녔다는 SSS급이자 폭력의 왕이라 불리던 사내.
같은 힘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똑같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만 오르게 된다면 사자왕을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다.
거기에 광풍 현신까지 더해진다면 어떨까 ‘광풍’의 힘마저 손에 넣는다면
상상만 해도 입이 벌어졌다.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 광풍 현신!”
그러나 마냥 그의 전투를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영상 촬영 기능을 이용해 그의 전투를 모두 담아 두는 한편, 자신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아껴 두었던 마스터 스킬, 광풍 현신을 발현하며 스스로의 무력을 입증했다.
사자병단 중에서도 최상위라는 하이 마스터들조차 제치고 적진 가장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크허허허허헝!”
금빛 광기의 함성을 내지르며 오크, 트롤, 고블린 연합군의 정예들을 홀로 맞상대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신참한테 맛있는 걸 다 뺏길 셈이냐 가자!”
이쯤 되니 보조하는 것은 사자병단의 몫이었다.
사자왕의 진전을 이었다는 최강의 부대가 적진을 유린하는 사이, 드워프와 노움들도 분전했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어 이번 전투로 끝장을 보기 위해 달려들었다.
“사자열파참!”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우스워질 만큼 사자왕의 힘은 대단했다.
일격에 태산이 갈라지고, 바다가 마른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현실로 만들어 낼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크 로드와 트롤 로드는 각자가 지닌 신기의 힘과 고블린 대사제가 부여하는 강력한 힘을 이용해 어떻게든 저항해 봤지만 힘을 상쇄시키고 흘려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무혼 각성에도 버서크와 같은 시간제한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그들이 먼저 끝장날 것 같았다.
“이익! 초혼 강림의 술! 영혼 변이!”
자신 있게 나섰으나 힘의 차이가 현격하자 결국 놈들도 수를 내었다.
사자왕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고블린 대사제가 먼저 수작을 건 것이다.
“크워어어!”
그 순간 그들의 주변에 있던 오크, 트롤, 고블린들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힘을 가진 초월적 존재의 영혼을 강제로 그들의 몸에 쑤셔 넣고, 다시 그 영혼을 변이시켰다.
하이 마스터씩이나 되는 존재의 몸으로도 온전히 받아 내기 어려운 초월자의 영혼을 변질시켜 폭주하도록 만들었다.
“이건 또 뭐야 ”
갑작스러운 영력의 증폭.
육신이 붕괴하면서도 광기를 드러내며 덤벼드는 존재들을 확인하자 사자왕으로서도 마냥 놈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개중에는 몸이 버티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몸이 터져 버리는 자들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견뎌 낸 자들은 한순간이나마 그랜드 마스터와 대등한 힘을 손에 넣었다.
비록 일회용에, 언제 몸이 붕괴해 터져 나가거나 녹아내릴지 모를 일이지만 사자왕은 그랜드 마스터 수십이 동시에 펼치는 일격을 받아 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자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황금사자의 영혼이여, 내게로 오라!”
그러나 도망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
감춰 둔 최후의 수를 꺼내며 다시 한 번 자신을 강화시켰다.
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황금사자 세트에 내재된 금빛 영혼들이 그에게로 몰려들어, 한데 뭉쳐 그의 가슴에 스미는가 싶더니 격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파이널 퓨전 ’
황금사자의 현신!
눈빛에서조차 금빛 광휘를 내뿜는 가오칸은 그야말로 황금사자 그 자체가 되었다.
마치 변신 합체 로봇의 최종 진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끄워어엉!”
그 광휘에 닿는 모든 것이 울부짖었다.
삿된 힘은 모조리 녹아내렸고, 변이된 영혼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기까지 했다.
간신히 버텨 낸 존재들에게는 절망만이 있을 뿐이었다.
“후, 후퇴!”
“전군 후퇴하라!”
“놈을 막아!”
고블린 대사제가 세 종족의 정예들을 희생시켜 만들어 낸 가짜 그랜드 마스터들이 넝마가 되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실로 압도적인 무력.
“사자난무!”
그러나 그로서도 작정하고 도망치는 셋을 뒤쫓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오크 로드, 트롤 로드, 고블린 대사제가 사자왕의 힘이 말도 안 될 만큼 증폭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난 것이다.
뒤늦게 방출형의 금빛 오라를 마구 날려 보았지만 숨을 끊어 놓는 것은 무리였다.
오라 중 몇이 놈들에게 적중하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그와 동시에 공간 이동을 사용해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쳇, 놓쳤나 ”
그렇게 단신으로 적의 주력을 격파하고 일대를 초토화시킨 사자왕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가만히 멈추어 섰다.
그런 그의 주위로 누가 말하지 않아도 사자병단이 가장 먼저 호위하듯 모여들었다.
“그럼 뒤를 맡긴다. 으갸갸갸갸갸!”
파앗.
안전을 확인한 사자왕의 변신이 풀렸다. 전신에 격통이 오는지 촐싹맞은 앓는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역시 후유증이 큰가 보군.’
강한 힘에는 강한 반작용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한시적으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스킬은 더더욱.
그것은 무혼 각성도 마찬가지인지 사자왕은 한순간 전투력을 상실했지만 이미 적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 녹아내린 상태였고, 그의 주위에는 사자병단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미 전황을 뒤집기에는 힘의 무게추가 너무나 기울어 있었다.
이쪽에는 사자병단뿐 아니라 로칸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휠 윈드!”
쭉정이밖에 남지 않은 적들은 그저 로칸에게 훌륭한 경험치 공급원밖에 되지 않았다.
* * *
대승리.
인간과 드워프, 노움 연합군은 오크, 트롤, 고블린 연합군을 그야말로 무참히 짓밟았다.
아군을 가차 없이 버리고 장애물로 던지며 도망치는 통에 몰살까지는 어려웠지만, 대회전을 붙었던 전력 중 적어도 3분의 1은 고혼이 되어 사라졌다.
실질적인 전투력만으로만 따진다면 절반 이하로 전력이 줄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어땠나 ”
“……할 만하더군요.”
지원 부대에 의해 전장이 정리되고, 다시 거점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로칸에게 가오칸이 직접 찾아왔다.
근육통은 사라졌는지 움직임은 다시 자연스러워졌지만 피로와 탈력만큼은 어쩔 수 없는지 웃고 있어도 기운 빠진 얼굴이었다.
예상컨대 무혼 각성의 후유증으로 며칠 정도는 재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하, 그래. 꽤나 잘 적응하더군. 특히 마스터 스킬이 아주 인상적이던데 과연 마스터 레이지 다웠어!”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농담 따먹기를 하듯 웃고 떠드는 가오칸을 가만히 보던 로칸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구를 던졌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적의 수장들은 모두 살아남았다지만 과연 그들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만약 자신이었다면 사자병단을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며 밀고 올라간 뒤, 쿨 타임이 끝나는 대로 적의 수뇌부를 급습하여 전쟁을 끝내려 들 터였다.
“글쎄 어떻게든 되겠지 ”
그러나 가오칸은 웃을 뿐이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속내를 감추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 아무래도 괜찮지 않아 이 전쟁이 빨리 끝나 버리면 더 이상 힘을 써 볼 일도 없을 텐데.”
‘진실의 종, 소환.’
때문에 로칸은 오랜만에 타이틀 거짓을 꿰뚫어 보는 자를 사용했다. 진실과 거짓을 판별해 내는 진실의 종을 소환해 그를 시험했다.
[진실]‘……이거 뭐 하는 새끼야 ’
그 결과, 가오칸은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것.
그와 같은 전투광들에게 그것은 그것대로 꽤나 서글픈 일이 아니겠나
“그래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요.”
하지만 적에게 너무 여유를 주는 것은 좋지 않았다. 적어도 로칸은, 이제 그들이 무슨 미친 짓을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용 카르파고.’
오크, 트롤, 고블린, 언데드가 한데 묶여 ‘검은용군단’이라 불리게 된 이유. 그 또한 지금 이 시대에 있었던 어떤 사건 때문이었다.
세상사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검은용의 등장. 그리고 인간, 드워프, 노움, 엘프 연합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
대체 어떤 수를 써서 놈을 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용을 이용한 그들의 대반격이 곧 일어날 예정이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선택으로 자칫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갈 뻔한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을 떠올린 로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단은 나부터 살아야겠군.’
끝내 사자왕이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역시 궤멸적인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는 것은 로칸 자신 역시 역사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평온하기 짝이 없는 가오칸의 웃는 낯을 지켜보던 로칸은 과거에 와 있는 동안은 즉시 부활이 불가능하고 특수한 부활 퀘스트를 거쳐야만 부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떠올리며 나름의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세상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