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5)
# 235
검은용 (1)
검은용 카르파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벌써 수백년이 지나 이제는 전설처럼 여겨지는 존재였다.
항간에는 해츨링을 키우고 있다는 소문도 있고, 너무 늙어 마나로 돌아갔다는 소리도 있었으며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사냥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모두 루머에 불과했다.
아직 에이션트급도 되지 못한 그였으니 늙어 죽을 일도 없고, 수준은 하이 마스터급이라도 종족의 특성상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쳐주는 그를 사냥할 만한 존재 또한 없었다.
설령 사자왕 가오칸이라 해도 부담스러운 존재.
인간들을 이끄는 황제라는 위치에 있긴 했지만 그에 앞서 누구보다 싸움을 좋아하는 전투광인 그가 지금까지 시비를 걸지 않은 것만 봐도 놈의 위험성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런 녀석이 지금 대륙을 날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블랙 드래곤 특유의 포이즌 브레스가 인간의 거점을 휩쓸었다.
여타의 게임이나 판타지에서는 산성 브레스라는 형태를 취하기도 했지만, 더 로드에서 블랙 드래곤이 가진 권능은 새까만 독무를 뿜어내는 것이었다.
대형으로 분류되는 사이즈 큰 거점임에도 방역차가 지나간 것처럼 한순간에 까만 독무로 뒤엎였다.
콰과과과과과광!
그러나 독연으로 덮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카르파고의 포이즌 브레스는 기체인 동시에 에너지 덩어리였다.
그 자체로 최상급의 독액인 브레스의 독성에 녹아내리기도 전에, 거점 전체가 파괴되어 평지로 변해 버렸다.
드래곤의 권능, 브레스! 그 가공할 힘이 수백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카르파고가 나타났다고 ”
그 사실을 보고받은 사자왕 가오칸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드래곤을 움직였을 줄이야.
더구나 오크 로드와 트롤 로드, 고블린 대사제 역시 살아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카르파고를 움직였는지는 모르지만 녀석이 오직 인간만을 적대할 경우, 일이 심각해질 수 있었다.
‘카르파고라…….’
그 보고의 현장에는 로칸 또한 있었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사자병단과 함께 움직이며 무수한 공을 세운 그였기에 사자병단 중에서도 지휘관급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중인 것이다.
그리고 블랙 드래곤의 이름을 듣는 순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혹시 새끼를 볼모로 잡힌 건가 ’
사실 로칸으로서도 ‘검은용’의 진명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헌들에서도 마치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존재처럼 녀석을 ‘검은용’으로만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무척 낯익었다.
현 시대에 있던 블랙 드래곤 카르타고와 무척이나 비슷한 이름이지 않은가 심지어 녀석이 서식하는 지역의 이름은 카르타고가 아닌 카르파고였다.
과연 이것을 우연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검은용은 새끼인 카르타고를 볼모잡혔거나, 검은용군단의 수작으로 인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
“현재 서식지를 벗어나 이쪽으로 곧장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모든 거점을 파괴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속도라면 2시간 안에 이곳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로칸이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회의는 긴박하게 진행됐다. 블랙 드래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자왕 가오칸이 유일하다.
“모두 대피 시켜. 이곳에서 놈을 막는다.”
그것을 알기에 가오칸도 즉시 결정을 내렸다.
드래곤을 상대해 보는 것은 그로서도 처음이지만 자신 밖에 막을 사람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도망칠 생각은 없으니 최상의 상태로 놈과 붙을 수밖에.
놈에게 먼저 찾아가 기습을 가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붙게 될 가능성도 높았다.
드래곤은 그 자체의 육체적 스펙으로도 비할 데가 없는 괴물이지만 마법의 종주라 불릴 만큼 마법 능력도 압도적인 존재이니까.
“이렇게 해 보면 어떻습니까 ”
그렇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놈을 상대할 작전을 짜던 중, 가만히 듣고 있던 로칸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게 가능하다고 ”
사자왕마저 놀라는 모습에 로칸이 음흉한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 * *
쿠오오오오오오오.
블랙 드래곤 카르파고는 등장과 동시에 드래곤의 전매특허인 브레스부터 대뜸 내뿜었다.
놈의 등장을 예상한 대기 병력이 거점 밖으로 나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성안에 거주하던 모든 이들이 증발하거나 녹아내렸을 상황.
그러나 브레스는 대비를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은 아니었다.
“끄아아악!”
놈이 나타나는 순간 마법과 원거리 공격을 뿜어내 놈을 땅으로 끌어내릴 작정을 하고 있던 병력들이 한순간에 핏물로 변해 버렸다.
황급히 산개하여 피해 봤지만 사자병단의 일부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작은 거점은 능히 그들만의 힘으로 함락시킬 수 있는 최상급의 병력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존재마저 지워졌다.
“저 빌어먹을 놈을 떨어뜨려라!”
그러나 사자병단은, 사자부대는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다.
검은 용을 잡아 내는 것으로 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가진 바 스킬들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블랙 드래곤의 날개를 노렸다.
드래곤 스케일이라 불리는 피부이자 최강의 방어구를 두른 녀석이지만 날개뼈 사이 사이를 잇는 피막만큼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날개를 찢어 버려!”
“놈을 지상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어떻게든 그것을 찢어 낼 수만 있다면 카르파고의 활공을 막을 수 있었다.
비행형 몬스터로 분류되는 드래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노움들에게 빔 라이플을, 드워프들에게 각종 투척 병기까지 빌려온 그들이었다.
“인간 놈들. 예나 지금이나 건방지구나!”
그러나 카르파고는 그러한 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높이 비상하여 공격이 닿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리더니 짧은 순간 세 개나 되는 마법 구체를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피해!”
“방어 주문을!”
“제, 젠장. 저건 내가 막는다. 뒤를 부탁……!”
콰과과광!
하나같이 마스터 스킬에 버금가는 파괴력이다.
고작해야 상쇄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카르파고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미친!”
“또 ”
또다시 브레스! 하루 세 번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드래곤 브레스가 드디어 세 번째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죽어라, 인간의 왕이여!”
타깃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사자왕이었다.
피할 수도 없는 광역기였기에 막든 베어 내든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사자왕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치 삶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반응조차 하지 못한 것처럼 브레스의 기운이 지척까지 다가올 동안에도 가만히 손을 놓고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광풍 현신!”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한마디 비명 같은 외침을 토했다.
뼈마디를 다시 맞추고 거대해진 골격으로 포이즌 브레스를 받아들였다.
[포이즌 브레스에 노출되셨습니다.] [백독불침의 효과로 중독 효과가 감소됩니다.] [독 저항력이 0.1% 상승했습니다.]사자왕의 행세를 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로칸이었다.
폴리모프를 사용해 다른 종족이 아닌 사자왕 가오칸의 모습으로 변한 데다 그와 동일한 장비까지 다수 갖추고 있자, 본인을 옆에 데려다 놓아도 눈 비비고 다시 볼 만큼 똑같아진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포이즌 브레스를 버틸 수 있었다.
‘대미지 한번 엄청나군.’
포이즌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은 탓에 생명력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피부와 장비가 녹아내리는 기분마저 들었지만 불사의 힘이 그를 지탱했다.
생명력이 0을 가리킴에도 힘을 주어 버티고 설 수 있었다.
포이즌 브레스는 오히려 로칸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했다.
[독 저항력이 0.1% 상승했습니다.] [독 저항력이 0.1% 상승했습니다.] [독 저항력이 0.1% 상승했습…….]불사 효과이긴 했지만 어쨌든 버텨 내자 독 저항력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타이틀 백독불침만으로는 부족했지만 광풍 현신을 발현하여 크게 상승한 저항력과 재생력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극상의 독을 버텨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천독불침’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기적적인 업적! 당신은 극상의 독을 저항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만독불침’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만독불침][에픽]만가지 독이 통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 당신! 이제 그 어떤 독으로도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보유 효과]-모든 중독 효과 무시
천독불침에 이은 만독불침!
무려 블랙 드래곤의 포이즌 브레스를 견딘 것이니 천독불침까지는 예상했지만 단번에 만독불침까지 달성할 줄은 몰랐던지 로칸의 표정이 묘해졌다.
조금 전까지 숨쉬기가 괴로울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타이틀 획득과 함께 평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 따위가!”
후웅.
덕분에 로칸은 카르파고의 날개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 독무가 걷혔을 때, 당당히 선 채로 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카르파고는 사자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그것이 놈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사자왕의 ‘무혼 각성’을 로칸의 ‘광풍 현신’과 착각한 것이다.
어쨌든 변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치기에는 체내에서 느껴지는 힘이 너무 작았지만, 기운을 갈무리하는 능력이야 얼마든지 봐 온 녀석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아는 것이 병이라고나 할까. 지레 짐작을 한 녀석은 눈알을 부라리며 로칸을 향해 하강했다.
“와라!”
그와 함께 점프를 사용해 놈을 맞아 가는 로칸.
그러나 진짜 상대는 공격은 로칸이 아니었다.
특수한 은신 주문으로 하늘 위에서 몸을 숨기던 사자왕이 놈의 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뀻뀻!”
그를 태우고 하늘에 머물던 카이가 성공을 축하하며 기쁘게 웃었다.
카르파고의 등 뒤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혼 각성! 사자열파참!”
한순간에 변신을 끝낸 사자왕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찔러 넣었다.
용의 급소라고 알려진 역린. 비늘이 다 비슷비슷해 어쩐지 틀린 그림 찾기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가오칸의 눈썰미면 못 찾을 수가 없었다.
가오칸의 필살 일격이 놈의 가장 약한 피부를 뚫고 놈에게 틀어박혔다.
“끄아아앙!”
카르파고가 구슬픈 비명과 함께 허공에서 몸을 털어 댔다.
그러나 가오칸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예 역린에 구멍을 뚫어 버리겠다는 듯,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세 명의 그랜드 마스터와 어울려 싸울 때 보았던 최종 각성의 힘까지 이미 발동시킨 상태였다.
“전설을 타는 자!”
가오칸을 떨어 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카르파고와 어떻게든 매달려 오라를 쑤셔 넣는 가오칸.
신화적인 그림이 연출되는 가운데, 로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놈의 생명력이 가파르게 깎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워낙에 막대한 생명력을 가진 탓에 자칫 가오칸이 먼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폭주 전차!”
물론 가오칸이 카르파고를 끝내 해치운다는 미래는 알고 있지만, 그의 감각이 가만 지켜보도록 두지 않았다.
대붕으로 변화시킨 카이를 이용해 공중에서 거칠게 회전하는 카르파고를 가차 없이 들이받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