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6)
# 236
검은용 (2)
“꾸에엑!”
자신만큼 커다란 대붕의 몸통 박치기에 카르파고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니, 그뿐이 아니다.
즉시 날개 모드를 개방해 카이의 위에서 뛰어오른 로칸이 놈의 목덜미에 내려앉아 미끄러지듯 비늘을 타고 내려가며 배틀 액스를 내리그었다.
“광살!”
퍼버버버버버벅!
고작 마스터 레벨인 로칸이지만 광살의 대미지를 한곳에 집중시키자 드래곤 스케일마저 터져 나갔다.
로칸이 노린 것은 드래곤 하트. 목젖의 위치에 자리 잡은 드래곤의 모든 마나가 응집된 장소였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무리였다. 자체적인 마나 바리어가 일어나 드래곤 하트를 보호한 것이다.
드래곤 스케일에 이어 마나 바리어까지 뚫기에는 공격력이 부족했다.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이 싸움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니까.
그저 흔들어 놓는 것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끄어어엉!”
콰앙!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는지 카르파고는 자신을 중심으로 마나를 폭발시켰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를 공격한 셈이지만 놈에게는 드래곤 스케일이 있었다.
마나를 입힌 공격의 대미지를 급감시킬 수 있기에 생명력이 얼마간 줄더라도 그들을 떨어뜨리기로 한 것이다.
“까부는군!”
“어림없다!”
끼유웃!
그러나 그와 붙은 셋 역시 보통 내기는 아니었다.
로칸과 가오칸은 기본적으로 모든 대미지를 반으로 줄여 주는 ‘사자왕의 흉갑’을 착용하고 있을뿐더러 카이 역시 타이밍 좋게 엘리멘탈 바리어를 발동시킨 것이다.
덕분에 어떻게든 끈질기게 달라붙은 수 있었고, 로칸과 카이가 각각 놈의 양 날개 피막을 일부 찢어 놓을 수 있었다.
“피해!”
휘청.
날개를 찢긴 녀석은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다 워낙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날개의 손상이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카르파고의 거체는 균형을 잃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콰앙!
“휘유! 뒈질 뻔했군.”
그러나 로칸은 다행히 날개를 이용해 놈이 추락하기 전 영향권을 빠져나왔다.
카이는 역소환시켰고, 독기에 녹아내린 피부를 포션으로 진정시키며 숨을 골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로칸의 공격력이 아쉽게도 카르파고의 방어력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기에 무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시간 역행.”
시간 역행을 사용해 몸 상태를 되살리고 카르파고와 가오칸의 혈투를 지켜보았다.
“흐흐흐, 아직 안 끝났어, 인마!”
추락의 그 순간까지도 역린에 검을 박아 넣은 채 버티던 가오칸은 추락 후에도 끈질기게 놈에게 달라붙었다.
카르파고가 이리저리 몸을 돌리고, 바닥을 구르며 저항했지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악착같이 대미지를 주었다.
보는 이들까지 질릴 정도로 처절하게, 지독하게 놈을 공략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블랙 드래곤 카르파고를 사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카르파고가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로칸이 한 일이라면 다른 사자병단과 함께 한 번씩 놈을 툭툭 건드리며 시선을 빼앗는 것뿐이었지만 초반의 공적이 인정된 모양이었다.
레벨이 단숨에 열두 개나 오르고, 타이틀 ‘드래곤 슬레이어’마저 획득했다.
[최초][드래곤 슬레이어][레전드]드래곤 사냥에 크게 기여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칭호.
이 타이틀은 영광인 동시에 저주이다.
[보유 효과]-모든 능력치 + 300
-모든 저항력 + 30%
-모든 용족을 대상으로 공격력 300%
-모든 용족을 대상으로 물리 관통 30%
-모든 용족을 대상으로 마법 관통 30%
-모든 드래곤들과의 관계 [적대] 고정
-[용 사냥꾼의 기백] 사용 가능
“미쳤군.”
레전드 등급의 타이틀!
그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용족 한정이라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만약 상대가 용족이라는 이름에 발가락 하나라도 걸쳐 있다면, 로칸은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었다.
아니, 그뿐이 아니다.
[드래곤 킬러][퀘스트]드래곤 슬레이어의 영광된 이름을 차지한 자여. 그대의 업적이 요행이 아님을 증명하라.
-성공 조건 : 드래곤 처치 1/7
-성공 보상 :????
드래곤 슬레이어의 타이틀과 함께 특수 퀘스트도 함께 발동했다. 여섯 마리의 드래곤을 더 해치우라는.
설명은 몹시 불친절했지만 로칸은 즉시 그 퀘스트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색깔별로 하나씩이라는 건가 ’
아마 현대로 돌아가 카르파고의 후손일 카르타고를 잡는다 해도 숫자가 1에서 2로 넘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굳이 잡아야 하는 드래곤의 숫자가 7인 이유는 레드, 블루, 그린, 옐로우, 화이트, 블랙, 골드의 각 속성을 뜻하기 때문일 확률이 매우 높았으니까.
‘먼 얘기군.’
그러나 드래곤의 소재는 블랙 드래곤 카르타고 이외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문헌상에서조차 아주 희미한 흔적 몇 개가 발견되었을 뿐,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는커녕 존재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로칸은 일단 퀘스트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지금은 현실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가오칸 님!”
로칸이 타이틀과 퀘스트를 확인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사이, 사자병단은 호들갑을 떨며 가오칸에게로 다가갔다.
죽은 카르파고의 시체에서는 지독한 독기가 흘러나왔지만 브레스도 아닌 단순 독기쯤은 다들 어떤 식으로든 저항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중독은 되더라도 버텨 낼 수 있는 것이지만.
“지독한 놈. 카르파고를 잡아 내다니.”
바로 그때, 원망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크 로드와 트롤 로드, 고블린 대사제가 별도의 병력 없이 은밀히 접근한 것이다.
그에 반해 이쪽은 다른 종족의 지원이 없는 것은 물론 사자왕과 사자병단이 모두 카르파고의 독에 중독되고, 전투의 여파로 컨디션 또한 엉망인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사자왕은 이미 무혼 각성의 지속 시간이 거의 끝나 가는 상황.
이 상태에서 싸울 경우 사자왕이라 해도 그들을 해치울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려워 보였다.
“에고고고, 힘들어 죽겠으니까 우리 빨리 끝내자, 응 ”
그러나 사자왕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은 기운 빠진 웃음을 유지하며 놈들에게 단숨에 짓쳐 들었다.
전장을 그들의 곁으로 옮김으로써 사자병단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흥! 누가 네놈의 속셈을 모를 줄 아느냐 가거라!”
그 순간, 고블린 대사제가 무언가를 조종했다. 구름 위에서부터 어떤 그림자가 떨어져내렸다.
“본 드레이크 ”
틀림없이 데스 로드가 움직이던 본 드레이크들이었다.
고블린 대사제는 네크로맨서가 아니었지만 정점에 달한 이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힘을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어떤 마법적 간섭이나 매혹 따위를 건 것인지, 본 드레이크들이 그의 명을 따라 중독된 사자병단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초월적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인간. 부하들을 위기에 몰아넣어 전력을 다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임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로칸!”
그러나 가오칸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황급히 몸을 돌려 본 드레이크를 막아서거나 주춤거리는 대신, 누군가의 이름을 높이 불렀다.
그의 눈에는 로칸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하필이면 본 드레이크라니……. 타이밍도 좋군. 광풍 현신!”
그의 생각처럼 로칸은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카르파고의 시체를 밟고 점프하며 추락하듯 땅으로 향하는 열 기의 본 드레이크의 앞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리던 효과가 발동되었다.
[용족과의 전투 상태가 확인되었습니다.] [타이틀 드래곤 슬레이어의 효과가 발동합니다.]뼈다귀로 되살려 낸 언데드라지만 놈들의 근본은 반쪽짜리 드래곤이라 불리는 ‘드레이크’였다.
진짜 드래곤에 비하면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용족은 용족. 그와 함께 로칸의 공격력이 뻥튀기되었다.
그가 휘두르는 배틀 액스에 본 드레이크들이 불쌍하리만큼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이, 이런……!”
“네 걱정이나 하시지 ”
퍼억!
로칸의 활약에 힘입어 가오칸 역시 힘을 냈다.
가오칸의 머뭇거림을 예상하고 주문을 외던 고블린 대사제의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지고, 뒤늦게 몸을 부딪혀 오려던 오크 로드의 가슴이 함몰되었다.
트롤 로드가 열심히 활을 쏘며 저항해 봤지만 가오칸은 그보다 빨랐다.
사슴을 쫓는 사자의 모습처럼 놈의 목덜미를 베어 내고 전투를 끝냈다.
‘그때는 봐줬던 건가 ’
처음 놈들과 상대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
가오칸이 작정하고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자 로칸은 머릿속에서 스스로 한계를 짓던 어떤 벽이 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고, 진짜 죽겠다!”
털썩.
그렇게 모든 상황을 종식시킨 가오칸은 또다시 엄살을 피우며 드러누웠지만 설령 그 누가 주변에 있다 해도 감히 그를 암습할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할 터였다.
저렇게 헐렁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막상 다가가면 아가리를 벌리고 물어뜯을 것만 같았으니까.
“갈 길이 멀군.”
레전드 등급을 비롯한 수많은 타이틀을 얻고, 봉인되긴 했어도 가오칸과 비슷한 장비까지 갖췄으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와 대련을 했을 때, 그가 가진 힘의 반이라도 냈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광풍 현신을 사용하기도 전에 죽임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최고라고, 이제 거의 끝에 다다랐다고 내심 생각하고 자만하던 자신이 우스워졌다.
더 로드.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다들 뭐 하고 있어 전리품 챙겨! 그랜드 마스터가 셋에 드래곤의 시체까지 있다. 이러다 딴 놈들이 먹튀라도 하면 어떻게 할래 ”
그랜드 마스터가 모조리 죽임을 당할 탓에, 다른 종족들은 이미 인간에게 더 이상 대항할 일말의 의지조차 가지지 못하겠지만 로칸은 호들갑을 떨며 가오칸을 대신해 정리에 들어갔다.
드래곤의 뼈와 비늘, 고기, 피, 힘줄, 그리고 드래곤 하트까지. 그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최상급의 재료가 될 테니 아마 장인들이 꽤나 바빠질 것 같았다.
보통의 판타지에서 이것들이 최강의 무구를 만드는 재료로 표현되는 것을 생각하면 어쩜 사자왕의 무구보다 더 대단한 것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뭇 기대가 되는 가운데 뒷수습이 시작되고, 대륙 전체에 소식이 울려 퍼졌다.
인간이, 모든 종족을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후, 새로운 소식이 다시 대륙을 뒤흔들었다.
사자왕이 사라졌다.
사자병단이 해체되었다.
블랙 드래곤 카르파고와 그랜드 마스터 셋을 거의 동시에 상대하면서 얻은 상처가 악화되어 죽었다는 소문부터 전장에서 만난 아리따운( ) 여성 오크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는 소문까지, 별의별 이야기가 다 돌았지만 아무도 진실은 알지 못했다.
오직 로칸과 사자병만을 제외하고는.
“진짜 대륙 통일은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로칸은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하리라는 것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종족의 그랜드 마스터들을 꺾고 유일무이한 절대자가 되었는데 떠난다니
아무리 부와 권력, 사치와 향락을 즐길 만큼 즐겨 봤다지만 선뜻 이해 하기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가야지. 이제 여기에는 골치 아픈 일밖에 남지 않았거든, 하하. 카르파고의 거체도 버텨 내 놓고 서류 더미에 깔려 죽는 건 사양이야.”
아무래도 이전에 말했던 ‘더 이상 적수가 없음’에 대한 회의감이 큰 것 같았다. 때문에 로칸도 말을 아꼈다.
“어디로 가십니까 ”
“글쎄. 일단 ‘그것’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테니……. 세계를 좀 돌아볼 생각이야. 그리고 보물찾기도 좀 만들어 놓고. 어때, 재미있겠지 ”
보물찾기라니, 자신의 계승자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실컷 처음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를 두고서는 ‘영웅의 시험’이니 하는 소리를 남겨 놓더니 다 장난이었던 모양이다.
로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가오칸은 깜박했다는 듯, 몸을 돌리다가 다시 돌아섰다.
“아 참, 내가 깜박할 뻔 했군. 자네한테 이걸 주려고 했는데.”
“이건…… ”
그가 내민 것은 한 켤레의 부츠였다. 처음 보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처럼 눈에 익은 모습의 전투용 금속 부츠.
[사자왕의 봉인된 부츠를 획득하셨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