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38)
# 238
폭주 (1)
끼윳!
그러나 그 순간, 카이가 놈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항거할 수 없는 광풍을 일으켜 날아오르려던 놈들을 바닥에 도로 내리꽂았다.
이전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과거로 돌아가 활약하는 동안 카이의 레벨도 300을 돌파하며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300레벨을 달성해도 ‘대붕’으로 아예 진화하는 일은 없었다.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Lv 302]“잘했어, 카이!”
로칸은 그 틈에 몸을 빼냈다.
공격 주술을 사용하려는 고블린 주술사들을 피해 더 높이, 더 멀리 날며 전장을 이탈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인간의 마을로 이동했다.
“그렇군.”
안전한 거점으로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른 로칸은 일단 정보부터 수집했다.
자신이 과거에 가 있는 동안에도 은밀하게 무언가 일어난 것 같지만, 이곳으로 넘어온 이후 극적으로 변화한 것들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생각만큼의 큰 변화는 없었다.
언데드 진영의 필드 일부가 갑자기 변했다는 것과, 어떤 고블린 유저가 종족 퀘스트를 완수하며 고블린들이 강해졌다는 것 이외에 오크나 트롤 쪽의 변화는 없는 것이다.
고블린들의 전력이 갑자기 급상승을 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고, 그 탓에 정체되었던 전장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주술이라…… 까다롭군.”
주술이라는 것은 마법과 또 다른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들이 많아서 좀처럼 상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강림’ 계열을 사용할 경우, 숙주가 되는 놈들이 망가져 버리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클래스 익스퍼트가 마스터 레벨의 능력을 갖게 만들기도 하기에 전력 차이가 갑자기 커졌다.
지속되는 전쟁으로 마스터 레벨 유저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마스터 레벨 등장이라는 것은 상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허술한 마스터 스킬을 보유했을 뿐이라 해도 몇 명이나 달라붙는다면 어중간한 마스터 레벨 유저는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
덕분에 고블린들이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었지만 황금사자 진영이라고 가만히 넋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
“세계수가 완성 직전이라…….”
하프엘프들이 종족 퀘스트인 세계수의 부활에 거의 완성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크, 트롤, 고블린 등이 퀘스트를 발동해 훼방을 놓기도 했지만 황금사자 진영 가운데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숫자의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는 하프엘프들인 만큼 어떻게든 막아 냈다.
적들의 비밀 요원들은 하나같이 마스터 레벨로 구성되었다고 하지만, 적대 진영의 한복판인 만큼 침투할 수 있는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공략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그나로크.”
팀 라그나로크. 그들이 지키고 있기도 하니까.
“오딘 이 새끼……. 확실히 난놈은 난놈이군.”
검은용군단의 깽판 부대는 몇 번이나 성공 직전까지 갔었지만 번번이 라그나로크에게, 그들을 이끄는 수장인 오딘에게 막혀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꽤나 많았다.
창세의 왕이라 불리던 전생과는 다른 강함이겠지만, 몇 개나 되는 최상급의 타이틀을 로칸에게 빼앗기고도 여전히 강력한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같은 진영만 아니면 짓밟아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로칸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신기인 지혜의 홀을 손에 넣은 고블린 대사제를 막기 위해서는 황금사자 진영에서도 종족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사용했으려나 ”
이제 정말로 세계수의 부활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로칸은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 자신이 약을 쳐 놓은 것이 제대로 적중했을 것인가.
세계수 후보를 키워 내는 데 ‘재생의 비서’를 사용했을까 궁금해진 것이다.
타락한 성자가 사용하던 재생의 비서는 생명력을 죽음의 기운으로, 죽음의 기운을 생명력으로 바꾸어 낼 수 있는 타락한 자들의 특수한 비법이 적힌 책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좀처럼 얻기 힘든 ‘생명의 힘’ 대신 전쟁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모을 수 있는 ‘죽음의 힘’을 이용해 세계수의 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겠군.”
거기까지 생각한 로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실히 파악했다.
일단은 시간을 번다.
자신이 고블린 대사제를 상대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하이 마스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 리스크는 줄이는 편이 좋았다.
자신은 영웅이 아니니까. 적당히 견제만 하고, 레벨을 올리며 버틴다면 세계수가 부활하여 고블린 대사제와 일전을 벌일 터였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거지.’
그 과정에서 오딘이 공을 인정받고 크게 성장하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반대로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애초에 로칸이 오딘과 라그나로크의 싹을 밟으려 했다면 진작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로칸이 그들의 성장을 가만 놔두고 지켜본 것은 단 하나의 이유에서였다.
‘네놈들이 가장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할 때 무너뜨려 주마.’
더 높은 곳에서 그들을 추락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합당한 힘이 필요했다.
어서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 했다.
“영지 관리.”
로칸은 즉시 영지 관리 창과 부대 관리 창을 열어 병력을 조율했다.
고블린 대사제가 이끄는 저 미친 부대와 자웅을 겨루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이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듯 밀고 올라간 탓에 고블린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언데드의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미 죽음의 홀 증발 사건으로 정신이 없는 언데드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고, 오크와 트롤은 자신들 역시 종족 퀘스트를 완수해 ‘신기’를 손에 넣기 위해 몸을 사리는 중이라 제대로 지원을 하지 못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덕분에 여유가 생긴 로칸은 아예 마스터 레벨급 사냥터를 돌며 레벨링에 힘을 쏟았다.
고블린들은 연합의 지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단독으로 진격을 거듭했지만, 어차피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에는 드워프, 노움, 하프엘프들이 걸릴 뿐, 인간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기에 그냥 놔둬 버렸다.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만 오른다면, 고블린 대사제든 뭐든 좀 더 여유롭게 해결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2주가 지났을 때, 전장의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수의 부활!
“드디어, 인가 ”
하프엘프들이 종족 퀘스트를 완수하고 마침내 세계수를 부활시킨 것이다.
세계수의 부활은 그 자체로 갖는 부가적인 효과들이 있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역시 무력이었다.
송곳처럼 파고 들어온 고블린들의 공세를 막아 내기 위해서는 세계수를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계수 vs 고블린 대사제.
모두의 관심 속에 세기의 매치가 이루어졌다.
“엘프들은 아직인가 ”
하프엘프들의 세계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세계수가 부활하면 엘프가 돌아올 것이라는.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엘프들이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퀘스트가 필요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하프엘프들이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강인해졌다는 것이며, 고블린들과의 일전을 벌여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투가 시작되었다.
“귀쟁이 놈들을 죽여라!”
“못생긴 난쟁이 놈들을 살려 보내지 마라!”
전투는 시작부터 치열했다.
그러나 언데드와 엘프들의 싸움과는 양상이 또 달랐다.
수준의 차이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보다 싸움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양쪽 모두 강력한 근접 계열들이 활약을 했지만 지금은 주술과 궁술이라는 서로 다른 두 힘이 격돌했다.
치열하기는 하지만 뭔가 느슨해 보이는, 원거리 공격이 주를 이루며 서로가 서 있는 대지를 파괴해 갔다.
“지루하군.”
덕분에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벌써 소문을 듣고 온 유저들 중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중계를 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 까닭에 시청자의 수는 잘 오르지 않았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운 원거리 소모전이 계속되자 오히려 시청자가 다수 이탈하는 채널들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버티고 버티며 좋은 위치를 선점해 방송을 이어 가던 이들의 시청자 수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구오오오오오.
세계수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오오!”
“가자! 세계수가 함께한다!”
“세계수 밑으로 모여! 깔리지 않게 조심하고!”
그러가 하프엘프 진영의 근접 계열들이 빠르게 그 밑으로 모여들었다.
세계수를 방패 삼아 주술 공격들을 막아 내고 놈들에게 접근했다.
고블린 중에도 근접 계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종족 특성상 그 수가 적고, 계열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붙으면 이긴다!
그런 생각이 하프엘프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초혼 강림의 술! 영혼 변이!”
“어 어 힘이 넘친다!”
“나 마스터 레벨 됐어!”
“이제 무슨 일이지 ”
그러나 고블린 대사제는 만만치 않았다. 영문을 모르고 버프를 받아들인 유저들을 이용해 그들에게 대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유증으로 영혼이 파괴되고 만다는 초혼 강림의 술과 영혼 변이를 유저가 받아들일 경우, 한 등급 위의 힘을 갖게 되지만 주술이 풀리는 순간 반드시 1레벨이 다운되고 만다는 경고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블린 대사제의 주술을 받아들이겠냐는 안내 문구만 떴을 뿐이고, 이 주술 콤보의 후유증에 대해 알 리 없는 유저들은 눈앞의 달콤한 승리를 위해, 향긋한 힘에 취해 주술을 받아들였고 괴물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캬아악! 다 죽여 버리겠다!”
“하프엘프 새끼들, 너넨 다 죽었어!”
그러나 하프엘프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갑자기 경지가 올랐다 한들 그 힘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일부는 빠르게 적응하기도 했지만 이미 신체 밸런스부터 크게 우위에 서 있던 하프엘프들이기에 어떻게든 저항해 갈 수 있었다.
더구나 세계수에게서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나지 않으니, 재생력을 비롯해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한 채인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상의 균형을 깨뜨리는 자들이여, 무로 돌아가라.”
꾸엑!
게다가 세계수 역시 거들었다.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뿌리와 가지를 이용해 적들을 해치우고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다.
“상성이 안 좋군.”
이쯤 되니 불리한 것은 오히려 고블린들의 쪽이 되었다.
고블린 대사제는 어디까지나 주문 계열, 그것도 직접 공격보다는 버프와 디버프로 아군을 상대적 우위에 서도록 만드는 힘을 주로 사용하는 놈이다.
하지만 세계수가 어지간한 디버프를 축복으로 중화시켜 버리니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고블린 대사제가 익숙하지 않은 공격 주술까지 마구 날려 대 보지만 애초에 주문 공격에 대해 강력한 저항력을 가진 세계수였다.
피해는 미미했고, 세계수의 엄청난 재생 능력은 깎였던 생명력까지 빠르게 회복시켰다.
언터처블.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던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