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52)
# 252
하늘섬 (2)
* * *
로칸은 조인족들의 환심을 사는 데만 무려 일주일을 허비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냥 시간 낭비로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놀라운 업적! 조인족에서의 평판이 관심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타이틀 ‘천상계의 관심을 받는’을 획득하셨습니다.] [최초][천상계의 관심을 받는][매직]당신은 천상계의 관심을 받은 최초의 방문자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천상계 주민의 호감도와 평판에 이점을 받습니다.
아직 이곳은 천상이 아니지만 조인족도 천상계 주민으로 인정은 받는 모양이다.
‘어쩌면 천상에도 존재할지 모르지.’
아니면 혹시 천상에도 조인족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준비해 온 식재료가 3분의 1가량만 남게 되자 로칸은 좌판을 접었다.
아직 향신료는 많이 남았지만 굳이 이것을 따로 팔아 치울 생각은 없었고, 이 향신료들이 있다면 천상에서도 제법 재미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때문에 음식 장사는 접었지만 대신 다른 좌판을 열었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이런 아름다운 물건을 팔다니, 이 녀석 인간이 아닌 것 아니야?”
“이거, 천족들이 비슷한 걸 갖고 있는 걸 봤어!”
“짝퉁은 아니지만 이 가격이라면 끝내주는데? 이봐, 이거 내가 살게!”
다음으로 열린 좌판은 다름 아닌 ‘액세서리’였다.
무기나 방어구 등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이제 제법 많이 풀려 로칸의 재력이라면 얼마든지 그것들로 채워 올 수도 있었지만 로칸이 장비 아이템을 거의 챙겨 오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곳의 장비 스펙이 훨씬 높았으니까.
‘조인족에게 인간형의 장비를 판다는 것도 우습지.’
더구나 그들에게는 유사 인간 종족의 장비들이 맞지 않았다.
새의 머리는 하고 있으나 인간과 같은 팔다리를 갖고 있는 그들이지만 날개만큼은 어찌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곳의 필드는 무려 350레벨대였다.
대충 드롭하는 장비만 주워도 하이 마스터급이니 로칸이 아무리 지상의 최상급 장비를 챙겨온다 한들 거적때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로칸은 다른 종류의 아이템들을 싸 짊어지고 왔다.
‘풋.’
그리고 그것들이 불티나게 팔려 가는 것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로칸이 가지고 온 액세서리들 중에는 반지와 귀걸이, 팔찌 등도 있지만 ‘펫 용품’이 상당히 많은 것이다.
상위 종족이라는 조인족이 스스로를 펫처럼 만드는 아이템들로 치장하다니, 꽤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그것을 착용한다고 로칸의 펫이 되거나 하는 일 같은 건 없었지만, 스스로 목줄이며 치장용 펫 용품들을 차는 모습은 로칸으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조인족에서의 평판이 관심에서 호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누적 코인이 1만을 돌파하였습니다.] [누적 코인이 5만을 돌파하였습니다.] [누적 코인이 10만을 돌파하였습니다.]덕분에 로칸은 쉴 새 없이 코인을 벌어들였다.
어쨌든 장비류인 만큼 저렴한 음식을 팔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금이 그에게로 유입되었다.
코인.
그것은 조인족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천상의 공용 화폐인 코인은 앞으로 로칸이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줄 터였다.
아무리 초행이라지만 충분한 돈이 있다면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지.’
그러나 진짜 돈벌이는 지금부터다.
액세서리와 펫 용품들이 며칠에 걸쳐 절반 이상 팔려 나가자 로칸이 이번엔 새로운 아이템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아주 특별히, 해당 아이템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두기까지 했다.
[미용 포션]바로 미용 포션의 존재였다.
언젠가 연금술사들을 죽이는 대신 양산화 연구를 시켰던 그것이 조인족들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종족을 가리지 않으니까.’
포션의 효과는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종족 특성상 회복 포션이라면 언데드에게 반대 효과로 적용되긴 하지만 그건 그들이 죽은 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마나 포션 등은 그대로 적용되는 걸 보면 언데드들 역시 포션 자체를 못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용 포션.
지상에서도 야금야금 NPC를 중심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그 물건의 효과는 이미 입증된 바가 있었다.
멋지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모든 종족이 같은 마음이 아니던가?
심지어 전쟁 통에도 여러 루트를 통해 미용 포션을 구매하고 싶다는 타 종족, 심지어 검은용군단 측의 요청까지 받아 온 로칸으로서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건 통한다.’
때문에 가격도 아주 높게 책정했다.
“히익? 이건 뭔데 이렇게 비싸!”
“한 모금이나 될 법한 포션이 5만 코인이라고? 그것도 특가로?”
5만 코인.
로칸이 마을 상점과 여관 등을 기웃거려 본 결과 1코인은 쉽게 말해 1쿠퍼와 비슷한 가치였다. 5만 코인이면 대충 5골드인 셈.
천상에는 지상의 골드를 환전할 수 있는 환전소가 있고, 거기서 환전을 할 경우 수수료까지 포함해서 최소 7~8골드를 내야 5만 코인 정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 가치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평판’에 따라 수수료는 더욱 높아서 심한 경우 2배인 10골드를 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용 포션 한 병에 10골드가량의 가치가 책정된 것이다.
여러 병을 마셔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미용 포션이 현재 지상에서 한 병에 3~4골드 정도에 팔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독한 폭리가 아닐 수 없지만 뭐 어떤가?
‘이게 독점의 묘미지.’
미용 포션을 팔고 있고, 팔 수 있는 것이 오직 로칸 뿐이라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봤을 때 연금술 숙련도를 거의 마스터까지 올리면 스스로 레시피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주 요원한 일이었다.
연금술은 보조 직업 중에서도 가장 극악하게 숙련도를 올리기 어려운 것들 중 하나이고, 또 숙련도가 충분하다고 해서 미용 포션 같은 특수 제작 포션의 레시피를 저절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끼약! 이 사기꾼!”
때문에 처음에는 조인족들도 로칸을 달리 보았다.
액세서리를 팔 때까지는 호감을 갖고, 꽤 정직하게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터무니없는 가격의 물건을 팔아 대니 의심을 하고, 호감도가 낮아진 것이다.
[조인족에서의 평판이 호감에서 관심으로 변경되었습니다.]‘……이것도 무료 시음이라도 해야 하나?’
덕분에 아무도 사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자 어렵게 올린 평판이 하락하기까지 했다.
아직은 괜찮다. 그러나 이 이상 하락한다면 몹시 상황이 어려워질 터였다.
최악의 경우, 몇 병쯤 무료 시음까지 고려하며 로칸이 모여든 조인족들을 스윽 훑어보았다.
‘제길! 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못생긴 건지 알 수가 없군.’
제일 못난 조인족을 탈바꿈시켜 극적인 효과를 얻어 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종족이 달라 뭐가 예쁘고 멋있는지를 모르겠다.
그렇게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조인족 하나가 특가 상품 좌판 쪽으로 다가왔다.
“호호홍, 꼬치구이도 맛있었으니 내가 한번 구입해 보지. 이 이상 예뻐질 수 없겠지만 말이야!”
‘응?’
꽤나 화려하게 치장된 날개. 그것이 아니더라도 로칸은 놈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꼬치구이를 스무 개씩 처먹었던 놈이군. 아니, 암컷인가?’
처음 꼬치구이를 팔 당시 스무 개 먹방으로 관심을 끌어 준 고마운 조인족이니까. 더구나 좀 전에 펫 용품도 몇 개나 구입해 간 바 있었기에 기쁘게 영업용 미소를 띨 수 있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다만, 이 미용 포션은 세 개쯤은 마셔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가…….”
“그래? 그럼 다섯 개 사겠어. 효과만 진짜라면 그 정도는 싼 거지.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
“으음, 여기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부류가 더 무섭다. 코인을 팍팍 쓴다는 것은 그만한 재력과 어쩌면 권력마저 가진 인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런 자의 비위를 거스른다면 후폭풍이 매섭기 때문이다.
때문에 로칸은 매처럼 날카롭게 바라보는 놈의 눈빛을 받으며 미용 포션 다섯 병을 쥐여 주었다.
포옹 퐁 퐁 퐁 퐁. 꼴깍 꼬로로로로록!
‘헐.’
원 샷!
놈은 그 자리에서 원 샷으로 다섯 병을 모두 끝냈다.
이 정도면 목구멍을 열어 두고 그냥 들이붓는 수준이다.
파아아앗.
그리고 몇 초 후, 그에게서 작은 빛 무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
“아아아아……!”
극적인 모습이 연출되었다.
빛 무리가 사라진 뒤, 그곳에 남은 것은 이전보다 훨씬 날씬해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진 조인족인 것이다.
‘예뻐진…… 거겠지?’
물론 로칸으로서는 그것이 잘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들의 미의 기준을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구경하던 조인족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이다.
“어, 엄청난 미인……!”
아무래도 이 통통하던 조인족의 원판이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미용 포션이 아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지만, 살이 빠지고, 이목구비를 조금씩 바꿔 준 것만으로 주변 조인족 수컷들의 눈에 하트가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나도 살게!”
“제발 나한테 팔아 줘!”
“이거, 남자한테도 효과가 있는 건가? 제발 그렇다고 해 줘!”
“혹시 이걸 마시면 탈모도…….”
[조인족에서의 평판이 관심에서 호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조인족에서의 평판이 호감에서 우호로 변경되었습니다.]덕분에 좌판 앞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미용 포션의 효과를 눈앞에서 체험한 조인족들이 서로 코인을 꺼내 들고 도떼기시장처럼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허, 이거 참…….’
이쯤 되니 오히려 로칸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혹시 팔지 않는다고 하면 죽이고서라도 빼앗아 갈 듯 광기 어린 얼굴로 소리를 쳐 대니 어찌 섬뜩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삐이이익! 거기, 너무 시끄럽잖아! 그딴 식으로 장사하면 아예 장사를 못 하게……. 히익!”
바로 그때, 난장판인 좌판을 보고 경비병 격인 조인족 하나가 짜증스레 다가왔다.
아무래도 너무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은 모양인데, 살짝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온 것과 달리 순식간에 깨깽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그 말에, 모여들었던 조인족들이 일제히 살기를 내뿜은 것이다.
“조, 조심하라고!”
그러자 녀석은 도망치듯 후다닥 사라져 버렸다.
“줄을 서지 않으면 팔지 않겠습니다!”
파바바바바밧!
하지만 정리가 필요하기에 로칸이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먹혔다.
로칸이 엄포를 놓자 조인족들이 하이 마스터 수준의 움직임으로 빠르게 줄을 선 것이다.
그 와중에 새치기는 하는 놈, 그걸 잡아내는 놈 등이 나오며 시비가 붙기도 했지만, 칼자루를 쥔 로칸의 몇 마디에 새치기 한 조인족이 줄의 맨 뒤로 가며 정리가 되었다.
“오늘 판매 수량은 총 1백 개. 한 번에 하나씩만 구입할 수 있으며 더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은 내일 다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호호홍, 멋진 결정이에요!”
갑질 아닌 갑질이지만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런 효과를 지닌 포션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싶어 할 테고, 앞 차례에서 몽땅 다 사 버린다면 자신들의 차례는 아예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처음 미용 포션을 구입한 조인족도 그 결정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기분 좋게 웃었다.
내심 자신처럼 예뻐지는 조인족들이 다수 나타나 버리면 자신의 미모가 빛을 잃을까 염려했는데 이 정도 조건이라면 괜찮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또한 줄을 설 테니 그 격차는 점체 줄어들지 않겠지.
그렇게, 하늘섬에 파란을 일으키게 될 미용 포션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특가 프로모션은 이날 하루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