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59)
# 259
천상계 (3)
네발로 달려오는 멧돼지 인간들. 로칸은 그것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 차렸다.
좀 전에 상대한 놈들은 두 발로 걸어 다녔으니까.
아무래도 특수 스킬쯤 되는 모양인데, 투우사를 향해 달리는 황소처럼 그 기세가 사뭇 대단해서 로칸으로서도 쉽게 막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파괴력만 따진다면 정예 기마병들의 기마 돌진보다도 훨씬 강할 테니까.
힘에 자신 있는 로칸으로서도 마냥 힘으로 부딪치는 것은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휘익. 쿠웅!
그때, 거대한 기둥이 대지에 떨어졌다.
토황추. 대지를 진동시키는 망치의 힘이 주변의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
“풋, 뻑치기를 하는 것 같군.”
배를 까고 뒤집혀 버둥거리는 놈들의 꼴을 보고 있자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여진이 계속되며 좀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로칸은 짧은 감상을 마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을 향해 뛰어올랐다.
“살육의 일격.”
푸확!
두툼한 멧돼지 인간의 가죽이 거칠게 찢어졌다.
내부를 휘젓고, 축 늘어지자 다시 근처의 놈에게로 뛰어 넘어갔다.
그렇게 반복하자 절반가량의 멧돼지 인간이 죽었다.
고레벨의 몬스터답게 회복하는 속도도 빨랐지만, 로칸의 속도와 공격력이 그것을 뛰어넘은 덕이다.
꾸익!
짐승의 모습을 풀고 다시 두 발로 일어선 멧돼지 인간들이 기세 좋게 로칸에게 덤벼들었다.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탄탄한 근육에서 뿜어내는 힘은 실로 위협적이었지만, 순수한 힘의 대결이라면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로칸도 지지 않았다.
“투지의 발걸음!”
지금까지 순간 대시기로만 사용되었던 투지의 발걸음이 이번에는 다르게 사용됐다.
[투지의 발걸음][Lv 1]순간형과 지속형 모두로 사용할 수 있는 보법 계열의 스킬.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켜 이동하거나,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단, 멈추어서는 순간 공격력 강화 효과가 사라진다.
순간형으로 사용할 경우 그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이동기로 사용되지만 지속형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로칸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강대한 힘이 배틀 액스에 깃들었다. 부딪치는 모든 것을 부수고, 튕겨내고, 거꾸러뜨렸다.
제아무리 멧돼지의 힘을 가진 놈들이라지만 로칸도 이미 종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스킬 특성상 후진은 되지 않지만 놈들 역시 머리를 써서 후방을 점하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으니 어렵지 않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꾸엑!
그리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강해지는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곧 모조리 주검으로 변하였다.
“후우!”
로칸이 걸음을 멈추었을 때, 주변에 살아남은 것은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적의 무리에 카로클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애초부터 이렇게 쉽게 해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다.
챙길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챙기고 좀 더 산을 올라가자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마을이 나타났다. 아마도 이곳에 있다는 화전민 마을인 모양이었다.
‘응?’
마을 안으로 진입하려던 로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저주받은 땅이라고는 하지만 마을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설마…….’
그사이 모두 죽어 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불안한 마음과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생명체는 없었다.
달그락 달그락.
“으힉!”
“인간이다!”
“……뭐야?”
그런데 웬일일까. 오히려 로칸을 발견한 자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쳤다.
놈들의 정체는 언데드.
그들이 이곳의 주민인 것이다.
‘허, 이거 참…….’
잡화점 주인을 보긴 했지만 참 적응 안 되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이게 맞나?’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언데드인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저주에 걸리는 이 저주받은 땅에서 생활하려면 언데드쯤 돼야 할 테니까.
아무래도 이 천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 할 것 같았다.
놀란 마음을 다잡고 현상 수배 퀘스트에 대해 언급한 로칸은 겨우 그들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정말 카로클을 잡으러 오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떤 놈이죠? 멧돼지 인간 대장쯤 된다는 건 아는데요.”
“으으, 끔찍한 놈입니다. 대형 해머를 휘둘러 대며 심심하면 이곳에 쳐들어와 뼈마디를 박살 내는데……. 아무리 축복받은 땅이라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가능하다지만 한번 놈이 쓸고 가면 비가 올 때마다 삭신이 쑤십니다.”
“물론 축복받은 망치를 사용하는 탓에 가끔 놈이 두들기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만…….”
“야수화를 사용하면 망치고 없이 마구 짓밟아 대는 터라…….”
그리고 정보를 모았다. 언데드 주민들은 축복이라고 표현하지만 로칸은 그것이 저주의 다른 말임을 캐치했다. 이 땅 조차도 축복받은 땅이라 표현하는 그들이니까.
입장 차이에 따라 단어의 뜻이 전혀 반대가 된 것이다.
‘저주 옵션이 달린 망치 전사라…….’
일단 타입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분명 파워 타입일 텐데 힘 싸움이라면 자신 있으니까.
아까 졸개들처럼 야수화하여 달려드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책이 있고.
하지만 까다로운 것도 분명히 있었다.
‘부하 소환만 조심하면 되겠군.’
부하 소환 종류의 스킬은 보통 무리 집단을 이루는 종족의 보스들이 달고 나오는 것이지만 아까같이 멧돼지 떼를 소환해 버리면 로칸으로서도 꽤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그 전에 끝장을 본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도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설명을 모두 들은 로칸은 그 즉시 아껴 두었던 스킬 조합을 시작했다.
[조합 스킬의 이름을 지정해 주세요.]“광기의 표식.”
그것은 지금까지 로칸이 사용하던 스킬의 종류와 무척 다른 것이었다.
광기의 표식.
단 한 명의 대상을 지목하며 공포에 빠뜨리고 지속 시간 동안 모든 강화 효과를 배제, 주문 계열이라면 캐스팅 속도 지연 및 캐스팅 실패 확률까지 증가시키는 디버프 스킬이었다.
물론 공포 면역 효과를 지닌 존재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제한적인 능력이었지만 이것을 로칸이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이틀 만인살이 공포 면역 효과를 제거해 버리니까.
즉, 만인살의 효과가 통하지 않을 만큼 규격 외의 존재가 아니라면 누구도 광기의 표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잘한 능력치 하락 효과까지 동반하니 일대일에서 이만한 스킬이 또 없었다.
“좋군.”
생각대로의 스킬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한 로칸은 만족스럽게 화전민 마을을 나섰다.
“날개 모드.”
그리고 곧장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카이를 불러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만약 카이가 광기나 혼란, 공포 따위에 영향을 받아 버린다면 곤란해질 수 있기에 날개를 사용한 것이다.
“저기 있군.”
카로클이 위치를 계속해서 변경한다지만 이 크지 않은 산에서 갈 만한 곳이야 뻔했으니 놈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칸이 놈을 발견함과 동시에 놈도 로칸을 발견한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로칸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놈에게 떨어져 내렸다.
“붉은 유성!”
스스로 불타오르는 유성이 되어 카로클과 그를 뒤따르는 멧돼지 인간들을 향해 추락했다.
“광풍 현신!”
콰과과과광!
덩치마저 부풀린 로칸은 그야말로 유성 그 자체였다.
강력한 충격이 대지를 뒤흔들었고, 그 탓에 다른 멧돼지 인간들이 몰려올 수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카로클만 끝장낼 수 있다면 졸개들이야 가뿐했으니까.
“광기의 선언! 전신 무쌍!”
[멧돼지 인간 대장 카로클의 당신의 광기에 공포를 느낍니다.] [멧돼지 인간 대장 카로클의 모든 능력치가 저하됩니다.] [멧돼지 인간 대장 카로클에게 걸린 모든 강화 효과가 삭제됩니다.] [멧돼지 인간 대장 카로클이 위축되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효과는 직방이었다.
광기의 선언과 함께 타이틀 효과에서 비롯된 강화 효과와 약화 효과가 로칸과 카로클을 휘감았다.
본래대로라면 어느 정도 로칸과 비벼 볼 만했을 카로클의 능력이 상당 부분 봉인되며 형편없어져 버렸다.
“투지의 발걸음!”
로칸은 그 즉시 놈의 목을 치기 위해 나아갔다.
걸음걸음마다 실리는 거력이 중첩되어 증폭되고, 막아서는 멧돼지 인간들을 도륙했다.
자신에게 걸리는 버프는 약화되었지만 무리에게 버프를 주는 특수 능력만큼은 살아 있는 카로클이지만 마스터 스킬을 쓰기 전에도 놈들을 찍어 누르던 로칸이다.
놈들의 저항은 오히려 피의 비를 뿌려 로칸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피의 살육 효과가 발동됩니다.] [공격력과 생명력이 증폭됩니다.]때문에 로칸은 억지로라도 더욱 출혈을 일으켰다.
좀 더 깔끔하게 죽일 수도 있지만 피의 살육은 스킬 레벨을 5이상 찍었을 때 진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생명력만 회복할 수 있으면 진짜 무쌍이지.’
피의 살육 스킬 레벨이 5가 되면 그때부터는 피에 닿는 것만으로 그 안에 담긴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높은 생명력 흡수율을 가진 피의 각인에 이어 피의 살육으로까지 회복 능력을 얻으면 정말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더 거칠고, 더 과감한 전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로칸은 기꺼이 피 칠갑을 감수했다. 겸사겸사 스킬 레벨도 올리기 위해서.
크, 크흥! 후웅!
카로클이 대형 해머를 거칠게 휘두르며 저항했다.
그러나 겁을 먹어 저도 모르게 내지르는 몸부림일 뿐이다.
로칸은 아예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맞부딪쳤다.
“힘 싸움을 하자고?”
콰앙!
배틀 액스와 대형 해머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나 날아간 것은 해머 쪽이다. 반탄력이 너무 강했던지 무기를 쥐고 있던 카로클의 손아귀가 찢어져 너덜거리고 피가 철철 흘렀다.
[쇠약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3분 동안 모든 받는 대미지가 증가합니다.]로칸 역시 저주에 걸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지만 상관없다. 불사 효과인 지금, 받는 대미지가 조금 증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거대화!”
그때, 놈이 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튕겨 나간 무기를 버리는 대신 제 몸을 부풀리고 태초의 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푸르륵!
그리고 근거리 돌진을 시도했다. 거대해진 몸에서 뿜어지는 가공할 힘은 도약이 없어도 막대한 위력으로 다가왔다.
“흐읍!”
쿠웅!
놈의 갑작스런 근거리 돌진에 로칸이 들고 있던 배틀 액스를 놓았다.
가슴으로 놈의 돌진을 받아 내고, 양손으로 놈의 두툼한 허리를 붙잡았다.
거대화를 통해 덩치를 부풀렸다고는 하지만 몸을 엎드리고 네 발로 뛰어드는 이상, 광풍 현신을 사용한 로칸보다는 작은 것이다.
멧돼지 한 마리가 인간의 품에 안긴 듯한 다소 우스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으랏차!”
로칸은 그대로 놈을 높이 들더니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꽂았다.
만약 따로 이펙트가 표시됐다면 놈의 머리 주위로 별이 돌고 있지 않을까?
“파멸의 일격!”
정신을 못 차리는 놈의 머리통에 꿀밤이라기엔 너무 강력한 일격이 떨어졌다.
거센 충격음과 함께 터져 나가는 바닥.
어찌나 단단한지 놈의 머리까지 터트릴 수는 없지만 머리 한쪽이 움푹 파이고 카로클이 고통을 호소했다.
“끝장을 내 주마!”
그때 로칸이 날쌔게 몸을 날려 배틀 액스를 회수했다.
“광살.”
포를 뜨듯 현란하게 배틀 액스를 움직이며 카로클을 도륙해 버렸다.
“……미친, 이런 말은 없었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