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60)
# 260
천상계 (4)
물론 자신이 강한 탓도 있겠지만 현상 수배씩이나 걸린 놈치고 생각보다 허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함정이 숨어 있을 줄이야.
로칸은 챙길 것만 챙긴 뒤 서둘러 주위를 살펴 그 주인이란 작자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주변에 있는 건 아닌가?”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놈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단 물러서서 다시 언데드 화전민 마을로 돌아오자 그들이 환호했다.
퀘스트가 완료되고 보상이 지급되었다.
현상 수배의 경우 현상금을 내건 이들에게 보상을 받는 것이 기본이니까.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카로클과 멧돼지 인간들이 준 경험치가 생각보다 많기도 했고, 보통의 경험치라고는 적혀 있지만 하이 마스터 수준에서의 보통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레벨까지 하나 더 올랐다.
그러나 마냥 기분이 좋을 수만은 없는 상황.
보상을 모두 수령한 로칸은 기뻐하는 언데드들에게 ‘카로클의 주인’에 대해 물었다.
딱 딱 딱 딱.
해골의 치아가 부딪히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환호하던 놈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대신 벌벌 떨기 시작했다.
“모르셨습니까? 이곳에 기거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알아서 알고 계실 줄…….”
“사설은 됐고, 놈이 누구인지나 알려 주시죠.”
“으흐흠, 놈은……. 악마입니다.”
“……?”
이건 또 무슨 스무고개 같은 말인가. 악마라니?
로칸이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자 잠시 머뭇거리던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족이죠. 마족 카브라하말. 마족 진영 중에서도 중위권을 다투는 강자입니다. 특이하게 마수 조련사라는 클래스를 가진 자로 마계뿐 아니라 중립 지대 곳곳에 자신의 마수들을 풀어놓고 방목하는 자입니다. 만약 자신의 마수를 죽이는 자가 있으면 시비를 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잠깐. 마족? 마계? 이게 다 무슨 소리입니까?”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로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그는 천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으니까.
다들 ‘다음 지역에 가 보면 안다’라고만 답할 뿐 명확한 설명을 해 주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특수한 상황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추궁하듯 캐묻자 언데드 주민들은 자신들이 아는 이 세계의 정보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천상으로 뭉뚱그려지긴 하지만 중립 지대와 천계, 마계. 이렇게 세 개의 지역으로 나뉜다는 거군요. 이다음 도시에 가면 스카우터들이 있어서 간단한 시험을 통해 천계나 마계에 소속을 둘 수 있고?”
“네. 맞습니다. 마계의 경우 조금 특수한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인간, 아니 로칸 님의 경우에는 양쪽 모두 선택이 가능 할 것 같군요. 어마어마한 살업을 쌓으신 상태이니까요.”
“흐음, 새로운 진영이라…….”
그들에게 들은 진실은 놀라웠다.
왜 굳이 종족에 따른 지상의 진영 구분 방식이 통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나 했더니 이곳에서 새로이 진영을 구분하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천계와 마계.
천사와 마족.
고리타분한 이분법에 따라 진영을 고르면 그때부터 다시 진영 전쟁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천신과 마신의 계시라는 것이 내리지 않아 비교적 소강상태라지만 시스템이 움직이면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로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실을 마주했다.
“그래서, 천계나 마계에 소속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마수 조련사라는 놈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계 소속이 될 경우 같은 진영이라고 봐줄 수도 있지만 워낙 정상이 아닌 자들이 많아서 말이죠. 천계 소속이 될 경우 같은 천계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겁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지만 대답은 되었다.
사실 로칸이 놈과의 전투를 회피하기 위해 이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었다.
천상 곳곳에 이만한 놈들을 퍼트려 놓았다면 찾아가서 잡아먹는 재미가 있지 않겠나?
이런 꿀단지를 걷어찰 생각이 추호도 없는 로칸이었다.
‘설령 그랜드 마스터라 해도, 어떻게 되겠지.’
물론 놈이 생각보다 강력할 확률은 존재했다.
하이 마스터가 발에 채이는 곳이니 그랜드 마스터일 확률도 적지 않겠지.
하지만 그래서 뭐?
이미 타이탄도 잡아 낸 로칸이다.
무혼 각성까지 사용한다면 어떤 놈이라도 충분히 잡을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참고해 두고 일단 시작의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현상 수배 : 망치 머리 폭군 아르마딜로][퀘스트] [현상 수배 : 악취미 마법사 켄달프][퀘스트]일단 개의치 않고 현상 수배 퀘스트를 추가로 받아 진행했다.
하나하나가 하이 마스터급인 만큼 사냥이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광풍 현신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들이었다.
‘다른 놈들이었으면 잡몹이나 잡으면서 빌빌댔겠군.’
로칸이 이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다른 유저들이 하이 마스터에 막 올라 이곳에 도착했다면 현상 수배는커녕 마을을 벗어나기도 어려웠을 터였다.
그렇게 몇 건이나 되는 현상 수배 퀘스트를 처리하고 코인과 명성을 모아 가던 로칸의 눈에 특이한 것이 들어왔다.
“응? 저게 뭡니까?”
“뭐? 아, 저거? 뭐긴 뭐야, 꼬신 거지.”
“……?”
천상인들 중 하나가 데리고 다니는 것은 다름 아닌 몬스터였다.
오색거미라는 이름의 여러 속성 독을 뿜어 대는 몬스터.
탈것 종류라면 이해를 할 텐데, 저건 아무리 봐도 탈것은 아니었다.
특히 소머리 인간인 놈의 크기를 볼 때 저것을 탄다면 세발자전거를 탄 곰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이상하게 쳐다보자 몇 번 마을을 들락거리며 친분이 쌓인 언데드 잡화점 주인이 별것 아니라는 듯 설명을 해 줬다.
“쯧쯧, 아직 지상 물이 덜 빠졌구먼. 여기서는 조건만 맞으면 테이머나 조련사 클래스가 아니라도 몬스터 테이밍이 가능해. 죽기 직전까지 패서 굴복시키거나 특정 조건을 맞추면 굴종의 구슬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해 가둘 수 있지. 물론 모든 몬스터를 가둘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 마스터급이라면 대부분 굴복시킬 수 있을걸?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겠지만 말이야. 어때, 하나 줄까? 크흐흐!”
‘웬일로 친절하다 했더니…….’
결국은 사라는 얘기다. 관심이 생겨 슥 들여다보니 비싸기는 오지게 비싸다.
굴종의 구슬 하나에 무려 1백만 코인이나 했으니까.
골드로만 따져도 1백 골드가 넘는 거금이다.
이걸로 고작 하이 마스터급의 몬스터를 꼬신다고?
쓸 만한 마스터 스킬일 지닌 녀석이라면 고려해 봄직도 하지만 들어 보니 무한정 수를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클래스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데 로칸의 경우 딱 한 마리만 가능했다.
두 마리째를 꼬시면 첫 번째 몬스터가 저절로 구속에서 풀려난다고.
‘재미있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로칸의 얼굴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잘만 써먹으면 꽤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굴종의 구슬 두 개, 그리고 몬스터 도감도 주시죠.”
굴종의 구슬 두 개와 천상 몬스터들의 특징, 습성, 서식지, 주요 스킬 등을 정리한 몬스터 도감을 구입했다.
도합 5백 만 코인이나 되는 거금이 깨졌지만 아직 코인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코인이야 나중에 명성을 더 올려서 환전만 가능해지면 얼마든지 수급이 가능하지 않던가? 아낌없이 쏟아부어 원하는 것을 얻었다.
“흐흐흐, 좋았어.”
그 자리에서 몬스터 도감을 샅샅이 훑은 로칸은 이 근방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 리스트를 추렸다.
그중 써먹을 만한 스킬이나 특성을 지닌 놈들을 고른 뒤, 마지막으로 하나를 추렸다.
마을 한편에 위치한 ‘농산품 직거래 장터’로 향해 어떤 아이템을 잔뜩 구매한 뒤 마을을 나섰다.
점찍어 둔 몬스터를 찾아내었다.
[자이언트 케토피][Lv 399]천상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만났던 그 놈이다.
놈의 먹성 덕분에 주변에 풀과 나무가 씨가 말랐을 법했지만, 천상의 식물들은 성장 속도도 다른지 여전히 주변에는 푸른 잎들이 풍성했고 케토피는 기분 좋게 그것들을 뜯어먹는 중이었다.
“자, 이리로 와라.”
그 앞에 로칸이 어떤 아이템을 쌓아 놓기 시작했다.
성장의 풀.
유저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식물을 먹고 사는 NPC나 몬스터, 탈것이라면 다르다.
사각사각.
로칸이 성장의 풀을 쌓아 놓고 뒤로 물러서자 녀석은 잠시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다가와서 그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가 오기 전부터 잎을 갉아 먹고 있었으니 슬슬 배가 부를 만도 한데 거대한 덩치 때문인지 잘도 먹는다.
그렇게 한 무더기의 성장의 풀이 금세 동이 났다.
“뭐 해? 먹어.”
꾸물꾸물.
그사이 로칸은 다른 위치에 또 한 무더기의 풀 더미를 쌓았다. 애초부터 놈의 크기를 생각할 때 이 정도로는 턱도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넉넉하게 풀을 가져온 것이다.
사각사각.
경계심이 조금 줄어들었는지, 아니면 식탐이 과한 것인지 케토피가 아까보다 빠르게 접근했다. 다시 맛나게 식사를 시작했다.
한 무더기. 또 한 무더기.
그렇게 식사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로칸은 섣부르게 굴종의 구슬을 던지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더럽게 많이 처먹네.’
물론 속으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성장의 풀을 쌓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폭력으로 놈을 굴복시킬 수도 있지만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놈이 로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분치 않다. 로칸이 노리는 것이 이후의 상황이었다.
“……!”
그렇게 가져온 성장의 풀이 거의 바닥이 날 무렵, 은근히 긴장되는 눈빛으로 놈을 바라보던 로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이언트 케토피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쩌저저저저적!
폭신하게 생긴 놈의 몸에 단단한 외피가 둘러지기 시작했다.
진화(進化)가 시작되었다.
“됐다!”
케토피는 이 천상에서도 몇 안 되는 진화형 몬스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로칸이 399레벨짜리 케토피를 발견한 것은 천운에 가까웠다.
1레벨만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400레벨.
그랜드 마스터급의 존재를 테이밍할 수 있으니까.
[자이언트 피데기][Lv 399]잠시 후, 케토피가 피데기라는 이름의 번데기로 변신했다. 바위처럼, 화석처럼 움직이지 않고 눈만 껌벅거렸다.
그런 놈을 향해, 로칸이 비로소 굴종의 구슬을 던졌다.
높아진 호감도와 아무 움직임도 취할 수 없는 피데기의 특성을 이용해 테이밍을 시도했다.
부들부들.
자이언트 피데기의 단단한 몸에 부딪힌 굴종의 구슬은 마법적인 힘을 내뿜었다. 굴복과 복종을 강요하는 정신 계열의 힘을 주입하고 놈의 굴복을 받아 내기 위해 힘을 소진했다.
[자이언트 피데기가 당신에게 굴복했습니다.] [이제 굴종의 구슬을 통해 언제든 자이언트 피데기를 소환 할 수 있습니다.]“계획대로군.”
이런 그림은 사실 예전에 본 적 있었다. 아공간이 내장된 구슬을 던져 몬스터들을 수집하던 만화의 설정과 비슷했다.
실제 그 만화에 등장하는 몬스터들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몬스터들이 종종 있기에 실험해 본 것이 제대로 먹혀들어 간 것이다.
그렇게, 로칸은 자이언트 피데기를 구슬에 담아 손에 넣은 뒤 당장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현상 수배범을 잡기 위해 곧장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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