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63)
# 263
붉은 도끼 드록쉬 (2)
“으아아악! 이 빌어먹을 새끼, 님아!”
황량한 벌판. 그 한가운데에 굵직한 쇠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에는 쇠로 된 끈으로 묶인 짜리몽땅한 누군가가 있었다.
붉은 도끼라는 위명을 가진 천족 드워프, 드록쉬였다.
누가 대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다. 로칸이다.
키악?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묶인 채 발버둥치는 드록쉬와 데룩데룩 눈을 굴리며 그를 지켜보는 괴조의 모습뿐이었다.
[괴조 마키나][Lv 382]비행 몬스터라는 까다로움 때문에 현상금이 동급의 몬스터들과 대비해 2배 이상 올라간 녀석이었다.
천족과 마족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애초에 비행 몬스터로 태어난 녀석과는 비행 능력이 같을 수 없었고, 땅에서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스킬들의 경우 대부분 하늘에서 사용하면 위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로칸에게는 예외였지만.
키아아악!
“으아악! 살려 줘! 살려 달라고!”
그런 녀석이 드록쉬의 머리 위를 빙글 빙글 돌다가 강하를 시도했다.
괴롭히며 잡아먹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참을 지켜본 결과 놈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란 것을 파악한 것이다.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리고, 한입에 꿀꺽 삼키려 들었다.
“안 돼! 돌아가! 난 맛없다고!”
괴성을 지르며 놈을 쫓으려 들었지만 소용없었다. 괴조 마키나는 고작 소리에 놀라 멈춰 설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톱날처럼 생긴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렸다.
“폭염의 주인!”
그러나 드록쉬도 나름의 자구책을 펼쳤다.
폭염의 주인.
스스로의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스킬을 발동해 자신을 삼키지 못하게 만들었다.
덥썩. 키아악!
덕분에 놈을 덥썩 문 마키나가 괴성을 질렀다.
마치 뜨거운 음식을 한입 크게 문 것 같달까.
그 역시 화염 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뱉을 정도는 아니지만 은근히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흐흐, 잡았다, 요놈!”
그 순간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로칸이 나타났다.
화들짝 놀라 몸을 비트는 마키나의 속도를 따라가며 놈의 두 날개를 양손으로 잡아챘다.
부르르르. 부욱!
그리고 압도적인 힘을 발산해 그대로 어깨뼈를 뽑아 버렸다.
놈의 장기인 영악한 비행 기술이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악! 퉤엣.
그러나 녀석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입안에서 굴리던 뜨거운 덩어리를 로칸에게 뱉어 내며 바닥을 굴렀다.
“튕기기!”
아군이 날아오는 것이다.
충분히 두 손으로 받아 들 수 있었지만 로칸은 그러지 않았다.
자유로운 왼손으로 가볍게 비껴 쳐 낸 뒤, 몸이 쑤욱 늘어나듯 놈에게 짓쳐 들었다.
“살육의 일격!”
푸확!
마키나는 바닥에 몸을 부딪쳐 억지로 어깨뼈를 맞추었지만 너무 늦었다. 다시 날아오르기 전, 복부를 파고든 고통에 소리 없는 괴성만 질러 댈 뿐이었다.
“잘했어, 드록쉬!”
그런 놈에게 추가타를 먹이며 로칸이 뒤쪽으로 엄치를 치켜들었다.
역시 생각대로 드록쉬는 아주 훌륭한 미끼였다.
“야 이 마족보다 더 나쁜 놈아! 어떻게 나를……! 으허허헝!”
놈의 타액과 먼지로 뒤섞여 엉망이 된 드록쉬는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로칸은 그를 노예로 부릴 수 있게 된 뒤, 일단 정보부터 뽑아 먹었다. 천상에 대한 정보, 그리고 천족에 대한 정보.
그러고 나서는 길잡이였다.
시작의 마을과 달리 경계의 마을은 주변에 사냥터가 아주 풍성했다.
현상 수배가 걸린 몬스터도 수없이 많았고 원한다면 천계, 마계, 혹은 중립 지대의 도시들로도 이동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갈 곳도 많고 복잡했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자주 다니면 익숙해질 수 있을 테지만 길잡이가 있다면 더 수월하게 길을 찾고, 익힐 수 있을 테니까.
한데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그를 미끼로 써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주변에 적의 숫자가 많으면 나타나지 않는 괴조 마키나를 유인하기 위해 먹잇감으로 던져 놓은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것이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흑흑, 저 빌어먹을 놈은 죽지도 않네.”
일단의 과정을 통해서 로칸이 방문자라는 것을, 그리고 순수 광전사 클래스로만 성장해 온 케이스라는 것을 확인한 드록쉬였다.
“젠장.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우물만 팔걸…….”
하지만 놀랍게도 드록쉬는 로칸의 강함 자체에는 큰 의문을 품지 않았다.
워낙 미친놈처럼 강한 자들이 많은 천상이기도 하지만 그중 이름 높은 자들을 보면 특히 ‘순수 전직자’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직업을 조합할 경우 스킬의 활용도나 연계성이 좋아지니 사냥도 쉬워지고 일대일 결투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기 쉬웠지만 한 가지 직업으로만 밀고 나간 이들을 보면 성장은 조금 더뎌도 확실히 강했다.
그 직업의 달인, 대가, 마스터라고나 할까.
하지만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물론 직업을 초기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러자면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쌓아 올려야 했다.
하이 마스터 이상이나 되는 존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괴조 마키나를 처치하셨습니다.] [도시로 돌아가 현상금을 수령하십시오.]“후우, 가뿐하군.”
“가뿐은 무슨! 날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누가 들으면 오해할 대화이긴 했지만 둘은 제법 호흡이 잘 맞았다. 정확히는 로칸이 이용해 먹기 좋은 것이지만.
“그래그래. 책임질게. 내가 책임지면 되지?”
“뭣? 무슨 개소리를…….”
천상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이제는 티격태격해도 사이가 제법 좋아진 두 사람이었다.
“빌어먹을! 이제 또 어디로 갈 거지, 요?”
“흐흐흐! 걱정 마, 이제 미끼로 던져 두지는 않을 테니까.”
“제길. 또 무슨 음흉한 짓을 하려고…….”
드록쉬의 말처럼 음흉하게 눈을 빛낸 로칸은 즉시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왕 나온 것,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돌아가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꽤 여러 마리의 현상금 퀘스트를 받아 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한 마리가 아닌 한 무리를, 종의 씨를 말리는 일이었다.
[현상 수배 : 개미굴 소탕][퀘스트]생태계를 파괴하는 살육 개미떼 를 소탕하라
-현상금 : 5백만 코인, 대량의 명성, 대량의 경험치
개미굴 소탕.
지상에도 비슷한 종류가 있지만 이건 꽤 어려운 퀘스트다.
개미굴은 본디 미로에 가까울 만큼 복잡하고, 그 깊이 또한 만만치 않기로 유명하니까.
그 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개미를 잡아낸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들고 지루한 일이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놈들답게 한번 전투를 결심하면 몰려나오는 숫자 또한 만만치가 않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어려울수록 보상이 높아지는 것이 이치가 아니던가?
게다가 시작의 마을 잡화점에서 발견한 ‘그 물건’을 사용하면 꽤 쉬워질 수도 있었다.
“개미굴이라고? 으흐흐흠, 잘못하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을 텐데?”
그 꼬여 있는 미로 같은 길은 드록쉬도 잘 알고 있었다.
살육 개미라는 놈들이 제법 단단한 외피와 턱을 가지고는 있다지만 그에게 비벼 볼 만한 수준은 아니니까.
그래서 몇 번 사냥도 했었고, 사람들을 모아 개미굴에 도전해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실패.
아무리 모든 맵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재수가 없으면 고작 살육 개미 몇 마리만 마주치고 돌아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 곳에 로칸이 가겠다고 말을 하니 묘한 안도와 걱정이 함께 들었다.
잘하면 이번에는 그냥 걷다가만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와, 만약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돌아올 경우 저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흐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따라만 오라고.”
“끄응……. 내가 어쩌다가…… 어휴!”
몇 번이나 존댓말을 강요당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식으로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드록쉬였다.
하지만 행동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따라갈 수밖에.
“카이!”
괴조 마키나의 사냥으로 평화로워진 하늘이니 카이를 불러내는 것도 문제없다.
“여기에 타면……. 으헉?”
뀨웃!
충분히 두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카이였지만 드록쉬가 함부로 올라타려 하자 몸을 떨며 거부했다.
토라진 듯 홱 하고 고개를 돌리며 바닥에 나자빠질 뻔한 녀석을 외면했다.
“음,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날개가 있으니 괜찮지? 따라와!”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로칸은 카이와 교감해 날아올라, 비둘기 같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드록쉬를 버려 두고 개미굴이 있는 지역까지 단숨에 이동했다.
[살육 개미굴에 진입하셨습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3일간 획득 경험치가 30% 증가합니다.] [최초 입장 보너스로 3일간 드롭률이 30% 증가합니다.] [타이틀 ‘선구자’의 효과로 최초 입장 보너스가 10% 강화됩니다.]살육 개미굴에 입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개미굴의 입구와 초반 구조는 이미 알려져 있는데다 한 번 와 본 경험이 있는 길잡이까지 동반한 상태이니까.
“헉, 헉, 그거 대체 뭐야? 와이번도 아닌데 뭐 이렇게 빨라?”
카이는 대붕으로 변신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드록쉬가 따라오기는 쉽지 않은 속도와 지구력이었는지 개미굴 안으로 들어온 녀석은 헉헉거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자, 마셔.”
그런 드록쉬에게 로칸이 스태미나 포션을 건넸다.
이미 수중의 아이템을 대부분 털린 까닭에 녀석이 가진 것은 체력과 마나 포션 몇 개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밑밥이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한 가지 노림수가 숨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로칸만 아는 일이다.
“자, 그럼 가 볼까?”
최초 입장 보너스가 유지되는 것은 단 사흘.
그러나 로칸은 사흘을 다 채울 생각이 없었다.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하지 않겠나?
‘사흘씩이나 걸려서 이곳을 정리할 거라면 차라리 다른 사냥터를 알아보는 것이 낫지.’
드록쉬를 앞세우고 개미굴의 안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흐압!”
퍼억.
드록쉬의 도끼날이 단단한 살육 개미의 외피를 부쉈다.
그때마다 살육 개미가 단단한 턱을 들이밀었지만 번번이 허공을 씹을 뿐이었다.
이미 살육 개미의 전투 패턴은 알고 있다는 듯, 물리지 않게 조심하며 놈들의 골통과 몸뚱이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오, 잘 싸우는데?”
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었다.
그가 괜히 자신을 붉은 도끼 드록쉬라며 거창하게 소개한 것이 아닌 듯, 드록쉬의 전투력은 하이 마스터 중에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지상으로 따지면 최상위권, 이곳 천상으로 따져도 중위 이상 판정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치고 빠지는 것에, 자신의 장점을 이용하는 것에 능했다.
“흥! 이 몸을 뭘로 보는 거냐!”
나타나는 살육 개미들은 한 마리당 1분도 되지 않아 쓰러져 나갔고, 드록쉬는 놈들이 쏟는 녹색 체액을 뒤집어쓴 채 기세를 뽐내었다.
“좋아. 드디어 넓어지는군.”
그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참을 나아가자 제법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에 연결된 수십 개의 통로를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다시 다른 길들로 퍼지는 모양이었다.
“드록쉬, 애들 좀 몰아와!”
“……뭐? 요?”
한창 잘 싸우고 있던 드록쉬가 대뜸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애들? 몰아? 누굴?
그 멍청한 표정에 로칸이 다시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사냥할 거니까 각 굴을 돌면서 살육 개미들을 유인해 오라고! 절대 손대지 말고!”
“제길,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차라리 패 죽이라고 하며 편할 텐데 손대지 말고 유인만 해 오라니, 난이도가 1.5배 이상은 상승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투덜투덜 뭐라고 혼자 중얼거린 녀석은 보이는 입구 중 하나를 향해 짧은 다리를 놀려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날개를 쉴 새 없이 퍼덕거리며 돌아왔다.
십여 마리의 살육 개미를 뒤에 달고서.
익숙하지 않은 날개를 쓰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니 도주 시에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아 온 살육 개미들은 모두 로칸이 경험치가 되었다.
“젠장! 언제까지 이딴 짓을 할 거야, 요?”
“흐흐흐, 뭐 이 정도면 괜찮잖아. 자, 한잔해.”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드록쉬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을 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상당한 심력과 체력을 소모하고 있기에 불만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그런 드록쉬를 달래며 로칸이 포션을 한 병 꺼내 그에게 건넸다.
꼴깍 꼴깍.
“응? 이거 맛이 이상……. 아, 아니, 이거 색이 왜 그래?”
하지만 포션을 쭉 들이켜던 드록쉬의 표정이 별안간 이상해졌다. 자신이 알던 스태미나 포션 맛이 아닌데다 색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검은색의 포션.
그가 마신 것은 다크니스 오러라는 이름의 포션이었다.
“나를 속였구나!”
그리고 그 효과는 일정 반경 내의 몬스터들이 자신을 철천지원수로 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드록쉬의 몸에서 퍼져 나온 검은 빛이 개미굴 내의 모든 구멍으로 흘러가며 살육 개미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