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73)
# 273
천신의 안배 (2)
‘혹시 천신이 튀어나오면 어쩌지? 흐흐!’
천신의 별빛 건틀렛이 가진 가능성을 떠올린 로칸의 입에 실없는 웃음이 걸렸다.
사자왕의 무구가 황금 사자의 힘을 발산하였듯 천신의 무구는 천신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영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로칸은 몸이 달았다. 얼른 써 보고 싶어 근질거렸다.
파앗.
잠시 기다리자 몸이 저절로 공간을 넘었다. 천신이 안배해 놓은 공간이 목적을 이루자 사라진 것이다.
로칸이 다시 나타난 곳은 홀리 마운틴의 정상.
한데, 돌아온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니콘?”
히잉…….
공간을 넘으며 함께 움직이지 못한 유니콘이 피 칠갑을 하고 있었다. 적의 것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것이기도 한지 상태도 영 좋지 못했다.
로칸이 사라진 사이, 주인을 잃은 산에 탐욕스러운 몬스터들이 자리를 노리고 덤벼든 것이다.
물론 유니콘이 이 산의 주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견제하던 홀리울프 무리가 사라졌으니 다른 400레벨대의 몬스터들끼리 시비가 붙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중 순해 보이고 외지에서 흘러들어 온 유니콘을 공격한 것이고.
어쩌면 신수인 유니콘의 피와 살, 혹은 뿔을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새끼들이!”
당장 로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어디 자신의 것을 노린단 말인가?
로칸은 대번에 놈들 사이로 뛰어들며 힘을 개방했다.
“광풍 현신, 전설을 타는 자!”
유니콘을 강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상황상 녀석을 타고 싸우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대로 돌려보내기엔 녀석이 너무 분해 보였으니까.
충분히 활개 칠 만한 힘을 부여하고 그 자신도 힘을 끌어 올렸다.
“무혼 각성!”
염두에 두었던 최강의 힘까지 끌어내었다.
파지직!
[사용자의 레벨이 낮아 천신의 별빛 건틀렛의 무혼을 깨울 수 없습니다.]“제길.”
그러나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기대를 품고 사용한 무혼 각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시스템 알림을 놓고 볼 때 아무래도 최소 그랜드 마스터급은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대로 다른 힘부터 깨웠다.
“무혼 각성.”
황금 사자의 힘. 그 금빛 광휘를 목격한 몬스터들이 움찔 몸을 떨었지만 물러서는 놈은 없었다.
“투지의 발걸음, 전신 무쌍!”
하지만 그것은 이쪽도 바라는 바였다.
로칸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미증유의 거력이 솟아올랐고, 불길함을 느꼈는지 협공해서 달려드는 놈들에게 거대한 배틀 액스가 떨어져 내렸다.
“큭!”
콰악!
하지만 놈들도 무려 400레벨의 강자들이다.
일대일로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놈들이지만 협공을 당하다 보니 일정 부분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고, 할퀴고, 후려치고.
순식간에 줄어드는 생명력.
그러나 로칸의 표정은 여유 있기만 했다.
‘20%, 15%, 12%……!’
아니, 로칸은 오히려 일부러 공격을 허용하는 중이었다. 불사의 효과를 받고 있으니 방어를 도외시하고 한 놈을 확실히 작살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생명력을 체크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됐군.’
그렇게 생명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컹?
그렇지 않아도 놈들에게 밀리지 않던, 압도하지는 못해도 우위를 점하던 로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능력치가 2배로 뻥튀기된다?
이제는 맞아 줄 필요가 없었다. 공격을 허용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 되었다.
로칸의 몸이 허깨비처럼 사라지는가 싶더니 달려들던 외뿔 괴물의 뒤에서 나타났다.
“파멸의 일격!”
빠각!
힘의 원천인 뿔을 주먹질로 부수고 괴로워하는 놈의 등짝에 배틀 액스를 틀어박았다.
두꺼운 가죽? 그런 게 있었던가? 압도적인 괴력 앞에 방어력 따위는 무의미했다. 일격에 힘줄이 잘리고 척추가 바스라졌다.
도끼라기보다는 철퇴에 가까운 일격에 놈의 몸이 뭉개지고 숨이 끊어졌다.
“흐흐흐, 계속 덤벼!”
진정한 괴물로 변한 로칸이 산의 왕좌를 두고 다투던 괴물들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히힝!
유니콘도 덩달아 신이 나서 놈들을 괴롭혔다.
로칸에 비하면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착실하게 한 놈씩을 뿔로 찔러 죽이며 지금까지 당했던 복수를 제대로 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그렇게 승냥이처럼 모여든 모든 괴물들을 처치하자 레벨도 두 개나 올랐다.
400레벨대라고는 해도 이제 막 초입에 도달한 놈들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로칸의 레벨이 400에 그랜드 마스터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인지, 거진 열 마리쯤 되는 놈들을 학살했음에도 레벨은 두 개가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로써 387레벨. 이제 12레벨만 더 올리면 그랜드 마스터 승급 퀘스트에 도전할 수 있다.
[피의 살육 Lv 4가 피의 살육 Lv 5가 되었습니다.] [피의 축복 효과가 추가됩니다.]“오?”
게다가 수확은 또 있었다.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숙련도가 오르는 피의 살육이 5레벨이 된 것. 그와 함께 기다리던 피의 축복 효과를 얻었다.
피를 뒤집어쓸 때마다 생명력을 일부 회복하는 특수 효과로, 상대의 피에 진한 생명력이 녹아 있을수록 더 많은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좋군.”
전생에는 좀 더 일찍 얻었던 것 같은데 너무 강력한 존재들만 사냥하다 보니 레벨에 비해 늦은 획득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야말로 광전사의 진정한 힘을 보여 줄 수 있게 되었다.
“일단은 돌아가야겠지.”
획득한 전리품들을 챙기고 유니콘의 상처를 회복시킨 로칸은 천천히 홀리 마운틴을 내려갔다. 이미 그들에게 위협을 줄 만한 존재들은 모두 사냥한 뒤이니 굳이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여차하면 버서크라도 써서 작살을 내버리면 그만이고.
그렇게 산을 내려간 뒤 방향을 잡고 다시 한참을 이동하자 멀찍이 도시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세라홀름에 진입하셨습니다.]천계에서 만나는 두 번째 도시.
이왕 멀리까지 나온 것, 천계의 입구로 돌아가기보다 새로운 마을에서 알리바이를 쌓는 것도 퍽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였다.
“흠, 일단 정비부터 해야겠군.”
천계의 입구가 아닌 곳에 천족의 날개를 달지 않은 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퍽이나 놀라운 일이지만 로칸은 생각보다 주목받지 않았다. 아주 없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라는 것은 특이했지만 그렇다고 제지를 당할 이유는 없었기에 마음껏 도시를 활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라홀름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역시 잡화점.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그동안 소모한 소모품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어?”
그리고 로칸은 그곳에서 의외의 물품을 발견했다.
[천상의 룬 : 10,000,000코인]천상의 룬을 잡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1천만 코인이나 하는 고가이긴 했지만 그 정도 코인은 로칸에게도 있었다.
“흐음, 다섯 개면 룬 북을 만들 수 있다고 했지?”
도합 5천만 코인. 게다가 제작 비용이 따로 든다고 했으니 코인으로만 치자면 조금 모자랐다.
“일단 하나만 구입해 볼까?”
[명성이 부족하여 구입할 수 없습니다.]“이런.”
구매 창에 포션들과 천상의 룬을 채운 뒤 구매 버튼을 터치하자 예상치 못한 알림이 나타났다.
명성이 부족하여 구입할 수 없다는 것.
포션이야 중립 지대와 다를 것이 없으니 천상의 룬을 구입하는 데 명성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아, 그게 있었지.”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잠시 실망한 표정을 짓던 로칸에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일단 포션만 구입한 뒤 도시 광장에 위치한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현상 수배 : 하로얀을 완료하셨습니다.] [현상 수배 : 리미턴을 완료하셨습니다.] [현상 수배 : 크로소돈을 완료하셨…….]닥치는 대로 현상 수배지에 손을 대자 몇 개나 되는 현상금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상대한 놈들 중 현상금이 걸린 녀석들이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대량의 경험치, 대량의 명성, 대량의 코인까지.
천상의 룬을 사기 위해 어느 정도의 명성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무려 그랜드 마스터급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모은 명성인데.
자신감을 회복한 로칸은 즉시 걸음을 옮겼다.
잡화점이 아니다. 제한 요건 중 명성이 충족된다 한들 지금 상태로는 룬 북을 만들기엔 코인이 모자랐다.
“어서 오세요. 환전소입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환전소. 지상의 골드를 코인과 일정 비율로 바꾸어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로칸은 최소한의 골드를 제외하고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모든 골드를 코인으로 환전했다.
[153,874,524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무려 1억 5천만이 넘는 코인. 지상의 골드로 약 2만 3천 골드를 환전한 결과였다.
그나마도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것을 환전한 결과일 뿐, 지상에서 수금을 해 온다면 훨씬 어마어마한 코인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 로칸은 일단 코인을 챙겨 잡화점으로 달려갔다.
“천상의 룬 아홉 개 구입.”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천상의 룬부터 구입했다. 그것도 다섯 개가 아닌 아홉 개나! 처음 왔을 때 구매한 것까지 더하면 총 열 개나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천상의 룬 다섯 개라는 것은 천상의 룬 북을 만들기 위한 것일 뿐, 천상의 룬 북 자체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천상의 룬 북을 만들면 그 안에 집어넣을 천상의 룬이 따로 필요했다.
천상의 룬 하나당 장소 하나씩.
그렇게 기억을 시키면 20회가 지나도 천상의 룬이 파괴되어 사라지지 않고 한 장소당 이동할 수 있는 횟수도 50회로 늘어난다.
50회를 다 쓰고 난 뒤에는? 다시 천상의 룬을 구해서 해당 룬의 위치에 집어넣으면 50회가 충전되는 방식이다.
이동 50회에 1천만 코인이라니. 폭리도 이런 폭리가 없어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야지.
“천상의 룬 북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2천만 코인이유.”
그렇게 천상의 룬을 구입한 뒤, 잡화점 주인에게 부탁하자 즉석에서 천상의 룬 북을 만들어 주었다.
그 수수료가 무려 2천만 코인이나 되긴 했지만 그렇게 해도 여전히 4천만 코인 이상이 남으니 상관없다. 적당히 천상이 익숙해지면 무지개 전송을 타고 지상에 한번 다녀올 생각이었으니까.
[천상의 룬 북을 획득하셨습니다.]그렇게 천상의 룬 북을 획득한 로칸은 지체 없이 이곳, 세라홀름의 위치를 저장시켰다.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있도록.
그다음? 그다음은 여유가 좀 생겼다. 아직 신수 한 마리를 더 사냥해야 하지만 그건 드록쉬도 잘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정보를 좀 모으고, 장비 쇼핑도 좀 하고, 안 되면 술집에서 골든 벨이라도 울려서 힌트를 얻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로칸은 모처럼 돈지랄을 하며 세라홀름을 돌아다녔고, 몇 개의 장비를 교체했다.
그래 봤자 사자왕의 무구 때문에 교체 가능한 파츠 자체가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샅샅이 수색하라!”
“……?”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러 움직이던 그때, 도시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천족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마법 양피지 안쪽에 그려진 초상화와 돌아다니는 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거 혹시……?”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의 모습을 확인한 로칸의 머릿속에 어떤 불길한 생각이 스쳐갔다.
사람들이 다른 인종을 잘 구분하지 못하듯 자신 역시 천족들의 얼굴은 잘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 것이다.
‘제길, 그놈의 가족쯤 되는 건가?’
놈의 얼굴은 미타엘의 그것과 쌍둥이처럼 똑 닮아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