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76)
# 276
뱀파이어 (1)
덕분에 쉽게 정비를 마친 로칸은 만족스럽게 마을을 나섰다.
이미 천상의 룬 북을 이용해 위치 저장도 끝냈다.
천족들의 방해? 그런 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곳은 마계니까.
지상처럼 분쟁 지역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라 아예 구역이 나뉘어 있고 이 경계를 침범하는 순간 그건 분쟁이 아니라 전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일단은 익숙한 놈들부터.”
지도를 확인한 로칸은 거리가 더 가깝지는 않지만 익숙한 존재를 찾았다.
뱀파이어.
가장 상성이 좋은 것은 ‘나가족’이었지만 그들은 너무 멀었다.
그러니 남은 것은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라…….’
놈들이라면 확실히 귀족이다. 능력 자체도 꽤나 강력하고.
하지만 이미 싸워 본 전적이 있다.
이번 생에서는 직접 싸우는 대신 수비대를 이용해 간단히 처리하고 퀘스트 아이템이었던 피의 각인을 빼돌리긴 했지만, 전생에는 모든 퀘스트를 마치고 뱀파이어로 변한 놈과 싸워 본 적이 있으니까.
물론 그저 뱀파이어의 힘을 얻은 하수인과 진짜 뱀파이어 간에는 적지 않은 격차가 있겠지만 로칸 역시 그때와는 다르다.
당시는 물론 전생의 마지막 순간보다도 강해졌고, 스킬 조합 또한 그때보다 월등하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훨씬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상극인 스킬도 있고.’
무엇보다, 놈들과 상극인 스킬 또한 가지고 있었다.
나가족에게 만독불침이 카운터가 되었듯, 이번에는 다른 스킬이 놈들의 주 무기 중 하나를 무력화시킬 터였다.
“여기인가?”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고작해야 영주가 뱀파이어 남작에 불과하니 당연한 것일 지도 몰랐다.
그러나 여기서 뭔가를 할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
로칸은 마을에 머무르는 대신, 저만치 떨어진 절벽 끝에 지어진 뱀파이어의 고성으로 곧장 향했다.
“응? 인간이 여기에?”
“무슨 일이지?”
“킁킁, 이거 냄새가 좀 이상한데? 신수의 피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동시에 신수의 냄새도 진하게…….”
“신수를 잡으면서 냄새가 밴 거 아니야? 츄릅. 그나저나 저 피 냄새는 아주 매혹적이군. 어떻게, 한 모금만 마실 수 없을까?”
악마의 날개도 달지 않은 인간.
마을을 지나는 동안 한번 시비를 걸어 볼까 하는 놈들도 있었지만 감히 실행에 옮기는 자는 없었다.
신수의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은 곧 신수를 사냥했다는 뜻이니까. 감히 자신들이 비벼 볼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신수는 400레벨 이상이지 않던가? 그런 초월적 존재를 사냥했다는 것만으로도 로칸의 강함은 증명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로칸은 달랐다.
마족 진영에 투신하지 않은 그에게는 영주성인 뱀파이어 남작의 고성도, 뱀파이어 마을도 모두 사냥터에 불과했으니까.
퍼드드득.
안으로 들어가자 박쥐들이 그를 맞이했다.
신수 사냥꾼 타이틀 덕분인지 선공을 해 오지는 않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렇게 날아온 박쥐들은 하나로 뭉쳐 어떤 형상을 이루었다. 인간의 그것과도 무척이나 흡사한.
[뱀파이어 집사 샤라크][Lv 395]뱀파이어 집사. 나름 관리직인 녀석이 먼저 로칸을 마중한 것이다.
정중해 보였지만 눈빛은 사납다. 아마 그에게서 나는 신수의 피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이든 상관없다.
로칸의 전투는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남작님께 이걸 전하고 싶은데.”
“그건?”
로칸이 꺼낸 것을 보고 샤라크가 눈을 빛냈다.
그것은 홀리 울프의 심장이었으니까.
홀리 울프 세린트를 사냥하고 얻은 부산물 중 하나였다.
신성한 힘이 깃들어 있어서, 피를 통해 힘의 격을 올리는 뱀파이어들에게는 영약과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뱀파이어들이 심장을 취하는 편은 아니지만 심장이라 하면 혈액을 공급하는 펌프가 아니던가?
그 안에는 피와 신성이 진하게 들어 있는 만큼 샤라크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저도 모르게 침을 흘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신수 급의 심장이니까.
“츄릅. 크흠, 제가 주시면 전달을…….”
“아니, 이런 귀한 것을 남에게 맡길 순 없지. 남작님을 직접 뵙고 싶다.”
로칸의 제안에 샤라크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 중간에서 꿀꺽하려고 한 것인지 남작이나 되는 존재를 처음 보는 인간에게 바로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는 알 수 없지만, 신수의 심장이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판단을 하기 어려웠는지 녀석은 다시 박쥐의 모습으로 변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최상층에 있는 남작의 방으로 가는 것이겠지.
그 기다림이 꽤나 지루하고 초조했지만 로칸은 태연한 척 기다렸다.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샤라크에게 전해 주는 척하면서 배틀 액스를 박아 넣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자 다시 샤라크가 나타났다.
파다다다다닥.
한 무리의 박쥐 떼들과 함께였다.
‘눈치챘나?’
이쯤 되자 로칸도 살짝 긴장했다. 부하들을 끌고 온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러나 다음 상황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이 위에 오르시지요. 남작님께 모시겠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엘리베이터였다.
바닥에 낮게 깔리듯 내려앉은 박쥐 떼들은 하나하나가 뱀파이어들이지만 로칸을 태우기 위해 발판이 되어 주고 있었다.
혹시 안내하는 척 피를 빨려는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가뿐하게 그 위로 올랐다.
사자왕의 부츠가 고작 놈들의 이빨에 뚫리지도 않을 것이라 믿기도 했지만 이 또한 놈의 시험이라 생각한 것이다.
“가시죠.”
로칸이 검은 발판 위에 서자 그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엘리베이터처럼 뻥 뚫린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그 모습에 새삼 뱀파이어 남작의 위세가 느껴졌다.
고작 남작의 지위라고 하지만 지상의 남작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뱀파이어 남작이라면 400레벨이 넘을 테니, 지상으로 따지면 그 자체로 공작급 이상이니까.
그만큼 마계의 수준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장 자신의 발아래 깔린 놈들만 다 나서도 지상의 국가 하나 망쳐 놓는 것은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편안하게 최상층까지 오르자 이번에는 계단이 나타났다. 남작의 방까지는 한 번에 진입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층을 다 쓰는군.’
아무래도 한 층을 모두 사용하는 모양.
필드가 넓어지면 조금 귀찮아질 것 같았지만 로칸은 내색하지 않고 샤라크를 따라 올라갔다.
‘흠.’
샤라크가 문에 손을 얹자 어떤 마법이 발동하며 문이 저절로 열렸다.
낮에는 활동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나름의 방책을 마련해 둔 것으로 보였다.
‘막무가내로 올라왔으면 귀찮을 뻔했군.’
물론 샤라크를 사냥하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이 생겼을 것 같지만 덕분에 편하게 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꽤 화려하고 커다란 관 위에 걸터앉은 미중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뱀파이어 남작 샤슬록][Lv 412]“신수의 심장을 가져왔다고?”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신수의 심장을 손에 쥔 로칸을 보는 샤슬록의 눈빛에 탐욕이 어렸다. 그 때문일까? 손짓으로 집사인 샤로크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집사이긴 했지만 뒤통수를 치고 저것을 탐할지 누가 알까? 이것만 취한다면 400레벨에 근접한 샤로크도 그랜드 마스터급으로 올라설지도 모른다.
로칸은 그 둘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읽었다.
그리고 아주 재미난 생각을 떠올렸다.
“자, 어서 내게 다오.”
그가 사라지자 샤슬록은 탐욕을 감추지 않았다.
로칸이 가진 신수의 심장에서 충만한 신성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고작 남작의 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당장이라도 로칸에게 달려들 것 같은 기세였다.
“예.”
그 안달이 난 모습에 속으로 웃으며 로칸이 놈에게 접근했다.
“받으십시오.”
그리고 무방비인 놈에게 다가섰을 때, 신수의 심장을 집어넣고 배틀 액스를 꺼내 들었다.
신수의 심장 대신 놈의 심장을 꺼낼 기세로 달려들었다.
“광살!”
“아닛!”
모든 버프를 끌어낸 상태면 좋았겠지만 놈의 방심을 이끌어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불과 한 호흡 만에 십수 번의 연격이 펼쳐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로칸의 필살기.
샤슬록이 깜짝 놀라 황급히 박쥐 떼로 변했지만 그중 일부는 로칸에게 베여 시체가 되었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얕았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이 달랐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로칸은 거신의 형상으로 변했다.
수백 마리의 박쥐 떼로 변신할 수 있는 놈에게 공격당할 부위도 커지겠지만, 동시에 이쪽도 공격력이 월등해지고 타격 범위도 커진다.
“빌어먹을! 역시 인간 놈을 믿는 게 아니었다!”
산개했던 박쥐들이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합쳐졌다.
하지만 이전처럼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로칸이 베어 낸 박쥐들이 상처가 된 것이다.
곧 상처가 붉게 변하며 회복되긴 했지만 완전한 회복은 아니다. 생명력은 분명히 하락했을 터였다.
“블러디 트랩!”
따악.
그때, 샤슬록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함께 로칸이 박쥐를 잡으며 뿌려진 바닥의 피가 솟구쳤다.
피를 매개로 사용하는, 이른바 블러드 매직.
뱀파이어의 특기가 발현된 것이다.
“흡?”
이것은 로칸도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내서 특별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멀찍이 떨어진 피를 움직일 줄이야.
과연 급이 다른 것일까.
로칸의 힘으로도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속박의 힘에 주춤거리는 사이, 놈이 또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포이즌 블러드.”
혈액에 독성을 강화하여 적에게 뿌리는 기술.
속박은 풀렸지만 강력한 독이 로칸의 몸속으로 침투했다.
[포이즌 블러드가 몸속으로 침투합니다.] [타이틀 만독불침의 영향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피의 살육 효과로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하지만, 효과는 전혀 다르게 일어났다.
타이틀 효과가 포이즌 블러드의 독성을 중화시키고, 상대의 피를 흡수하는 피의 살육 효과로 오히려 생명력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큭.”
다음 순간, 로칸이 몸을 떨었다.
인상을 찡그리고 배틀 액스를 땅에 짚으며 버텼다.
“심수의 심장은 네놈을 죽이고 가져가겠다!”
페이크.
그것은 놈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이었다.
여차하면 박쥐로 흩어져 피해 버리는 놈이기에 확실한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놈은 신중했다. 로칸의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즉시 달려드는 대신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블러드 매직을 쏟아 냈다.
따악
“블러디 발칸!”
투다다다다다.
손가락 끝에서 기관총처럼 핏방울이 쏘아졌다. 로칸의 몸을 두들겼다.
[피의 살육 효과로 생명력을 회복합니다.]물론 부딪치는 충격 자체는 있었지만 로칸의 압도적인 방어력 덕분에 핏방울은 닿자마자 터졌고, 다시 로칸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꾹 눌러 참으며 인상을 쓰는 척했지만 신이 나서 블러드 매직을 연달아 발동 시키는 샤슬록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로칸의 연기력이 꽤 괜찮았는지 놈은 계속해서 블러드 매직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블러드 매직을 사용할 수는 없다. 놈에게의 피의 잔량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뱀파이어에게 피는 마나와 같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생명이다.
그것을 언제까지 소진할 수는 없기에 놈은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로칸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 그것을 심장에 틀어박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