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85)
# 285
지상 (4)
“어……. 인간이 왜 여기에?”
“잠깐, 저거 걔 아니야? 로칸!”
“뭐? 로칸? 인간 황제가 여기엔 왜 와?”
“혹시 트롤 종족과 무슨 협약이라도……?”
“에이, 그래도 설마 황제가 직접 올까? 사신 같은 걸 보내겠지. 딱히 인간이 우리한테 숙여야 할 상황도 아니잖아?”
트롤 종족의 수도. 난데없이 그곳에 나타난 로칸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인간 종족의 황제씩이나 되는 존재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감히 트롤 경비병들도 함부로 그에게 무기를 들이밀지 못했다.
그를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순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겁을 먹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흠, 저쪽이었나?”
원한다면 폴리모프를 사용해 트롤인 척 진입할 수도 있는 그였지만 본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명확했다.
신궁 길드의 거점을 파괴하기 위해.
수도 내부에 위치한 아지트인지라 소란을 피울 경우 병사들이 달려올 수 있지만 난동을 부리는 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이가 로칸이라면 상황이 참 난처해진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상대는 인간의 황제이니까.
만약 로칸이 NPC였다면 황제를 죽이거나 포로로 잡기 딱 좋은 상황이겠지만 그는 방문자. 설령 죽일 수 있다 해도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존재였다.
때문에 경비병과 수비대도 그의 눈치만 살피며 따라붙을 뿐, 아무런 제지도 가하지 못했다.
“로칸…… 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개중 용기가 있는 트롤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기도 했다.
아무래도 퀘스트를 통해 수도 수비대에 소속된 모양인데, 그렇다 해도 로칸과 말을 섞기에는 급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로칸은 친절하게도, 그의 말을 받아 주었다.
“신경 꺼. 내 볼일 보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남의 본거지에 들어와서 하는 말 치고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었지만 로칸이니 그럴 수 있었다.
괜히 말을 걸었다 본전도 못 찾은 트롤 유저는 화를 내기는커녕 입을 꾹 다문 채 물러났고, 조용히 윗선에 보고만 올렸다.
이대로라면 트롤 종족의 위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를 내쫓든, 죽이든, 그도 아니면 캬루스에게 데려가든 뭔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로칸의 행동이 더 빨랐다.
“오라 폭격!”
“……!”
콰과과과과과광!
수도에서도 가장 값비싼 건물들이 늘어선 어느 지역에 도착한 로칸이 경고도 없이 대뜸 공격을 날린 것이다.
아예 건물을 허물어뜨릴 기세로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크아아악!”
“이게 무슨 일…… 커헉!”
“무너진다!”
“밖으로 피해!”
바로 신궁 길드의 아지트.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 7층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컥!”
어디 그뿐인가? 도망쳐 나오는 놈들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지옥의 수문장이라도 되듯 입구를 지키고 있던 로칸이 가볍게 놈들의 목을 따 버린 것이다.
그렇게 죽인 놈들의 숫자가 열을 넘어갔다.
“미친!”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경비병! 경비병은 뭘 하는 거야!”
원래는 수비대가 아니라도 이쯤이면 AI가 없는 경비병들이 펑 하고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수도였다. 조금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곳인 만큼 로칸은 경비병 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놈들을 무심히 도륙할 수 있었다.
경비병이 나타났다 한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주검이 되었겠지만.
“꼬우면 길드장이라도 불러오든가?”
싸늘히 주검이 되어 나자빠지는 놈들을 보며 로칸은 한껏 비아냥거렸다.
감히 자신을 향해 이빨을 턴 것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해 주었다.
쿠르르릉.
불과 10여 분이나 지났을까? 7층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땅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다시 재건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재화가 필요할지 짐작도 하기 어려울 만큼 폭삭 내려앉았다.
대신 분노에 치를 떨며 모여든 신궁 길드원들이 그를 둘러쌌다.
“미친놈! 이런 짓을 벌이고도 살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럼 넌 내가 여기 올 거라고 생각했냐?”
온갖 저주의 말과 협박성의 말들이 난무했지만 로칸은 심드렁하게 받았다.
어차피 능력이 받쳐 주지 않는 말은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슬슬 소식이 올 때가 됐는데.’
오히려 로칸의 눈은 그들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죽여!”
그 빈틈을 간파한 것일까. 놈들이 선수를 쳤다.
자신들이 가진 마스터 스킬들을 일시에 발현하며 로칸을 격살하려 들었다.
쿠과과과과광!
이래서야 저들이 먼저 경비병에게 잡혀 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폭발.
그 거대한 폭연이 걷혔을 때, 로칸은 이미 거신의 모습으로 탈바꿈을 한 상태였다.
“오라 폭격.”
오히려 폭연을 걷어 내며 놈들이 모인 곳에 오라 다발을 선사했다.
“피해!”
시가전의 단점인 좁은 공간이 놈들에게 독이 되었다.
주로 활쟁이 계열의 클래스인 놈들로서는 그 좁은 공간에서 로칸의 공격을 완전히 피해 내긴 무리였다.
“유니콘 소환, 전신의 돌격.”
쿠왕!
거대화된 유니콘의 뿔에 다섯이나 되는 놈이 한 번에 꿰뚫렸다.
유니콘은 꼬치 꿰듯 꿰어 버린 후에도 부딪히는 모든 존재를 날려 버리고, 짓밟으며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과연 400레벨의 신수다운 위력이랄까.
“헉!”
“놈이 도망친다!”
너무도 빠른 돌진에 일부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로칸이 그들을 밀치고 도망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유니콘이 머리를 돌리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그런 허튼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 크고 예리한 뿔이 당장이라도 자신을 꿰뚫을 것 같았으니까.
“건물, 건물 위로 올라가!”
유니콘의 위용에 겁을 먹은 녀석들은 나름의 해법을 찾아냈다. 지상 돌진형 탈것이라면 지상에 있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얄팍한 생각은 곧 깨어졌다.
“투지의 발걸음.”
쿠웅!
유니콘의 등을 밟고 뛰어오른 로칸이 건물 위로 오르던 유저의 목을 떨어뜨린 것이다.
실로 압도적인 파괴력!
트롤 종족의 자랑이라는 육체 스펙도 로칸의 앞에서는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보일 뿐이다.
“미친…….”
“이 정도일 줄이야…….”
그 모습에 모두가 절망했다.
모처럼의 거창한 볼거리에 모여든 인파들? 그들은 신궁 길드를 돕기는커녕 휩쓸리지 않기 위해 벌써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였다.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로칸의 분노가 자신에게, 또 자신의 길드에게 향할 수 있다는 공포가 그들을 구경꾼으로 만들었다.
“튀, 튀어……!”
쐐애애액. 퍼억!
“컥!”
결국, 신궁 길드는 맞서 싸우기를 포기했다.
싸우는 대신 도주를 택하고, 심지어는 원흉인 길드원을 잡아다 바쳐 그의 진노를 피할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시도조차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무형의 화살이 도주하는 자들의 목을 꿰뚫은 것이다.
그저 꿰뚫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목이 사라져 버렸다.
그대로 소멸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리라.
그 일격을 확인한 로칸은 여전히 적을 처죽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화살을 쏘아 낸 장본인을 찾았다.
[전설적인 사냥꾼 캬루스][Lv 400]트롤 종족의 수장, 캬루스.
무영시를 날려 도주하는 신궁 길드원을 처치한 것은 다름 아닌 그였다.
눈을 감고 쏴도 적을 격살할 수 있는 그가 조준을 잘못했다?
그럴 리는 없다. 그는 확실히 로칸을 도운 것이다. 자신의 종족을 버리고서.
“우리 트롤 중에 저런 겁쟁이는 없지.”
크고 우람한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 캬루스의 모습에 신궁 길드원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도망칠 수도 없을 것 같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모든 것을 잃는다.
무너진 아지트가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올린 트롤 종족에서의 입지 자체가 흔들린다.
그 짧은 한 수에 많은 것이 변화했다.
“죽여!”
“샤벨 타이거 소환!”
“켄타우로스 소환!”
“아르마딜로 소환!”
“속박의 술!”
“정신 착란의 술!”
신궁 길드원들이 모두 광전사가 된 것처럼 전투에 임하기 시작한 것이다.
씨익.
그 모습에 캬루스가 가만히 웃었다.
전투에 끼어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워밍업으로는 적당하겠군.”
로칸 역시 마주 웃었다. 그리고 신궁 길드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놈들이 뽑아낸 소환수들? 고작해야 마스터급이 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는 로칸의 밥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 로칸을 묶어 두는 것 이외에는 큰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들은 과감히 소환수들을 던졌다.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로칸의 광풍 현신 지속 시간을 소진시키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는 스킬들을 남발했다.
“개수작들 하는군.”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주문 계열의 디버프는 레벨 차이가 조금만 나도 효과가 감소하거나 성공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한데 ‘격’에서도 차이가 나는 로칸을 묶어 둔다?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 도둑놈 심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궁 길드에는 이름과 달리 트롤 주술사, 트롤 도적, 트롤 전사들도 제법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스킬로도 로칸을 막아 내지 못했다.
더구나 남의 흉내나 내던 때와 달리 이제는 템빨까지 유감없이 쓰고 있지 않던가?
막아서면 머리부터 쪼개졌고, 피하려 하면 허리가 쪼개졌다.
스치기만 해도 팔다리 하나쯤 부러지거나 잘려 나가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렇게 신궁 길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과 달리 로칸을 15분도 채 묶어 두지 못하고 모조리 도륙당했다.
가히 완벽한 승리!
그러나 로칸의 입은 웃고 있지 못했다.
‘이 새끼…….’
그가 난동을 부릴 동안 캬루스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웃고만 서 있는 것이다.
“다 했나?”
그렇게 마지막 한 놈까지 완전히 처리했을 때, 비로소 녀석이 입을 열었다.
“대충?”
로칸도 지지 않고 말을 받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긴장하는 중이었다.
“시간을 줄까, 아니면 바로 하겠나? 보아하니 시간을 되돌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이미 한 차례 싸워 보았기 때문일까? 캬루스는 로칸이 가진 스킬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시간 역행.”
이쯤 되면 그의 의도는 명확하다. 애들 드잡이질이 끝났으면 자신과 붙어 보자는 것이다.
이전에도 전쟁 중에 게릴라 부대를 편성하여 자신을 찾아온 놈이니 이렇게 코앞까지 찾아온 마당에 그냥 보낼 리가 없었다.
“여기서, 아니면 나가서?”
하지만 그것은 로칸도 바라던 바였다. 그것을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 아니던가?
무작정 찾아와서 캬루스와 붙어 보자고 하면 그건 전쟁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일대일로, 제대로 붙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가지. 봐 둔 곳이 있으니.”
서로의 의도를 읽은 캬루스가 앞장서서 이동했다.
무방비한 등짝이 도끼 한 방을 꽂아 넣기 딱 좋아 보였지만 로칸은 꾹 눌러 참으며 놈을 뒤따랐다.
잠시 후, 로칸과 캬루스는 방해물도 아무런 방해꾼도 없는 너른 초원 위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