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86)
# 286
지상 (5)
씨익.
로칸과 캬루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강력한 두 사람이기에 이 싸움이 기꺼운 것이다.
‘저게 신기?’
그 와중에도 두 눈은 상대를 날카롭게 훑었다. 처음 둘이 붙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 캬루스는 사자왕의 무구에 주목했고, 리안은 그가 가진 활에 집중했다.
저것이 트롤의 신기?
아직 398레벨에 불과한 캬루스를 강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격으로 이끈 무기였다. 자연히 경계 대상 1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시작할까?”
“먼저 가죠.”
다소 여유를 부리는 캬루스를 보며 로칸은 망설임 없이 선공을 택했다.
기회를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더구나 상대는 그랜드 마스터이다. 템빨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어쨌든 한 번 졌던 상대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로칸의 몸이 금빛 광휘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 몸을 타고 도는 붉은 광기가 그의 정체성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진짜가 아직 남아 있었다.
“초월 각성!”
영혼 수집가의 권능에 봉인된 1만 개의 영혼이 로칸에게 스며들어, 일시적이지만 그의 격을 높여 주었다.
그와 함께 캬루스의 눈빛도 바뀌었다.
생사대적 혹은 라이벌을 보는 듯한 그 눈빛이 로칸을 꿰뚫었다.
“전신의 돌격!”
“오?”
로칸은 지체 없이 놈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배틀 액스를 짧게 휘둘렀다.
강력한 일격으로 끝장을 보기에는 캬루스가 너무 민첩했다.
후웅!
공간을 찢는 일격이 캬루스를 갈랐지만 그의 형상은 허깨비처럼 흩어졌다. 잔상을 남길 만큼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쐐애액.
그런 로칸의 오른팔을 노리는 파공음이 있었다.
따당!
짧게 쥔 배틀 액스를 휘돌리자 묵직한 충격과 함께 힘이 흩어졌다.
무영시.
파공음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흔적이나 형태도 없이 날아드는 무형의 화살이 배틀 액스에 부딪쳐 흩어졌다.
“역시 잘 막는군. 그럼 이건 어떨까?”
그 모습에 캬루스가 기꺼운 표정을 지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이조차도 막아 내는 이가 드물었기에 개구쟁이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
캬루스가 하프를 튕기듯 스무스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페이크일까? 아니다. 그런 허튼 장난을 칠 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로칸은 전신의 감각을 일깨우며 배틀 액스를 꺾어 심장과 머리를 보호했다.
푸욱!
그리고 이어진 격통.
소리조차 없이 날아든 무형의 화살이 리안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미친.”
그것은 완성된 무영시였다.
형태도, 그림자도, 심지어 소리조차도 죽인 무음무형의 화살!
어떤 도적의 암살 기술이 이보다 뛰어날까.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었지만 이대로 머무를 수는 없었다.
신체가 훼손돼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버서크의 권능을 활용해 재빨리 그에게 근접했다.
“투지의 발걸음!”
쿠앙!
폭발에 가까운 대시를 펼친 로칸이 다시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캬루스는 예상했다는 듯 뒤로 뛰며 다시 활을 튕겼지만 로칸은 피해를 감수하고 짓쳐 들었다.
“불굴의 전진.”
푸슉!
어차피 심장과 머리만 보호하면 즉사는 피할 수 있다.
로칸이 독기 어린 눈으로 슈퍼 아머를 발동시키며 들이닥쳤다.
챠자자작!
그와 함께 발밑으로 무언가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캬루스가 깔아 놓은 덫들.
그러나 슈퍼 아머가 그것들을 무시했다. 몇 개나 중첩된 덫들이 피해를 더했지만 대미지만 입을 뿐, 이동 불가 따위의 효과는 무시할 수 있었다.
“급가속!”
거기에 한 번 더 속도를 높였다.
민첩만큼은 로칸을 훨씬 상회하는 캬루스이기에 이 정도 변칙이 없다면 애초에 잡는 것은 무리다.
“이크, 어딜?”
그러나 캬루스는 이번에도 이동 스킬로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몇 미터나 뒤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오라 폭격!”
하지만 그 정도는 로칸도 예상했다. 달려드는 순간부터 준비한 오라 폭격을 타이밍 좋게 발동시키며 그가 있던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카이! 붉은 유성!”
거기서 끝이 아니다. 고작 이 정도에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을 리 없으니까.
오라 폭격을 날리는 동시에 카이를 몸집을 부풀리며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콰과과과과광!
대폭발!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폭발과 함께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이 정도의 폭발 범위와 위력이라면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도 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푸슈슈슉. 끼윳!
하지만, 거대한 폭연 속에서 들려온 것은 캬루스의 비명이 아닌 카이의 울음소리였다.
생명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카이이건만 순식간에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것이 표시되었다.
놈이 버텨 냈다는 소리다.
“카이, 역소환. 유니콘!”
로칸은 망설이지 않았다. 폭연이 걷히기 전, 캬루스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카이를 돌려보내고 유니콘에 올라탔다.
“전설을 타는 자, 전신의 돌격!”
유니콘을 거대화시키며 폭연을 꿰뚫었다.
“캬아아악!”
쿠웅!
방향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이 놈의 위치를 파악했으니까.
하지만 유니콘의 뿔이 놈을 꿰뚫는 순간 놈을 중심으로 원형의 보호막이 일어났다.
꿰뚫리는 대신, 축구공처럼 뻥 하고 튕겨 나갔다.
“젠장.”
덕분에 공격 타이밍을 놓친 로칸이 당황하며 놈을 쫓았다.
방어 스킬이라도 발동한 것일까?
아니다. 다시 눈에 들어온 캬루스의 몸을 감은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뱀이었다.
‘소환수!’
그랬다. 지난 전투에서도 로칸은 캬루스의 소환수를 보지 못했었다.
사냥꾼 클래스의 동반자라는 소환수는 전투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할 만큼 커다란 비중을 지닌 존재임에도.
입술을 질끈 깨문 로칸은 재차 돌진할 채비를 했다.
방어력과 탄력으로 공격을 튕겨 내는 것이라면 이쪽도 방법은 있다.
로칸이 유니콘의 옆구리를 채며 재차 달려들었다.
“가라, 캬파치!”
그때, 캬루스가 까다로운 선택을 했다.
소환수인 거대한 뱀을 움직여 로칸과 유니콘을 막아서면서 자신은 뒤로 빠진 것이다.
게다가 무음무형의 무영시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길.’
소환수부터 처치해야 할까? 그동안 캬루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단숨에 도륙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딱 봐도 소환수는 만만치 않았다.
방어에 특화된 힘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 미끄럽고 유연한 몸은 타격을 흘리기에 적합해 보였다.
예리하게 끊어 치면 토막을 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사이 캬루스의 무영시가 머리를 꿰뚫기라도 하면 게임 끝이다.
로칸은 어쩔 수 없이 놈을 유니콘에게 맡기고 뛰어올랐다.
“점멸.”
아껴 두었던 비장의 수를 꺼냈다.
번쩍!
빛 무리와 함께 로칸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야가 닿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점멸 스킬과 함께 캬루스의 곁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닛!”
그러자 캬루스도 처음으로 당황하여 본능적으로 뒤로 돌며 로칸의 기습에 대비했다.
“광살! 사자난무!”
그러나 로칸은 뒤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바로 놈의 코앞.
그것도 잔뜩 몸을 웅크리고 몸을 숙인 채로 나타나 뛰어올랐다.
“크아아악!”
황금사자의 불꽃이 깃든 배틀 액스가 빠르게 휘몰아쳤다. 캬루스의 몸을 난자하고 뼈와 장기가 드러나도록 방어구마저 찢었다.
“크윽. 선조 회귀, 초재생!”
하지만 캬루스도 그냥 당해 주지 않았다.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도 오직 트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재생 스킬을 발동시켰다.
찢기고 망가진 육체가 실시간으로 회복되었다.
트롤의 피 속에 녹아 있는 재생의 힘을 각성시키며 로칸의 막대한 공격력을 회복력으로 버텨 냈다.
“미친!”
공격을 가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로칸.
놈은 그 틈에 탈출기까지 발동시켰다. 벌어진 가슴이 닫히고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한 몸으로 돌아왔다.
“허억, 허억.”
처음으로 캬루스의 얼굴에 낭패가 어렸지만 회심의 일격을 성공시키고도 잡아 내지 못한 로칸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슬쩍 돌아보니 유니콘과 캬파치의 싸움은 아직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제아무리 놈이라도 유니콘의 뿔을 무시할 순 없는지 뿔을 들이밀 때마다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고, 그러면서도 꼬리로는 유니콘을 감기 위해 애를 썼다.
반면 유니콘은 놈의 꼬리 감기에 당하지 않기 위해 망아지처럼 뛰어다녔고.
일단 양쪽 모두 소환수에게 뭔가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소리다.
“후예사일!”
“아니!”
그때, 겨우 호흡을 회복한 캬루스가 화살을 재었다.
마스터 스킬쯤 되는 것일까? 엄청난 마나가 화살 한 발에 응집되었다.
공간을 격하고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다.
푸확!
놈이 노린 것은 로칸이 아니었다. 어차피 쏴 죽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로칸이 아닌 유니콘을 노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선회에 로칸은 대응하지 못했고, 캬파치와 대치 중이던 유니콘의 등이 꿰뚫렸다.
히이이잉!
다행히 일격사는 아니다. 하지만 출혈이 심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공격 한 방만 더 꽂혀도 죽어 나갈 판이었다.
‘방심했군.’
순간 로칸의 심장이 철렁했다. 이 상황에서 놈의 소환수까지 개입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캬루스 본인만 해도 예상과 달리 다른 그랜드 마스터보다 훨씬 강력하지 않은가?
‘검?’
그때, 캬루스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다시 화살을 재는 대신 단검을 꺼내 들고 직접 유니콘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기울었다면 캬파치만으로도 유니콘을 쓰러뜨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전신의 돌격, 점멸!”
파앗.
뭔가 이상했지만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로칸은 즉시 전신의 돌진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점멸까지 섞었다.
돌진력을 유지한 채, 캬루스의 코앞으로 나타났다.
“제길!”
그런 만큼 이번에는 제아무리 캬루스라 해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기를 다시 체인지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활 대신 들고 있던 단검을 휘둘러 배틀 액스를 막았다.
푸욱!
하지만 고작 단검 따위로 로칸의 배틀 액스를 막는 것은 무리다.
그것을 증명하듯 로칸은 단검을 즉시 튕겨 내 버리고 두꺼운 도끼날을 놈의 어깨에 틀어박았다.
조금만 각도가 틀어졌어도 머리통을 박살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도 잠시,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 힘을 발현했다.
“사자열파참!”
모든 것을 불사르는 홍염이 일어났다.
트롤의 재생 능력도 소용없다. 초재생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었지만 홍염이 재생을 더디게 만들고 대신 막대한 공격력을 심어 놓은 것이다.
어깨에 박힌 배틀 액스가 더욱 깊이 박히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쑥하고 허공을 갈랐다.
놈의 왼팔을 완전히 잘라 버린 것이다.
“크아아악!”
떨어진 왼팔이 펄떡거렸지만 다시 잡아 붙일 수는 없었다. 로칸이 그것을 짓밟고 캬루스의 몸을 걷어차 떨어뜨렸으니까.
‘대체 왜.’
기껏 우세를 점해 놓고 캬루스가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로칸은 활을 들 수 없게 된 캬루스를 향해 짓쳐 가면서도 찝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굳이 신기를 버려 가며 단검을 들 이유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으읍!”
절체절명의 상황까지 몰렸지만 캬루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령을 이용해 소환수를 불러들이고, 이빨로 활시위를 뜯었다.
필사의 항전을 시작했다.
“흥! 오라 폭격!”
힘에는 힘으로! 입으로 뜯어 쏴도 무영시는 무영시였지만 로칸은 범위로 해결했다.
광풍 현신이 발동하는 동안에는 마나도 무한이니 아낄 이유도 없었다.
힘의 상쇄.
선과 선을 이어 그물 같은 오라 난무를 쏘아 내자 무영시의 힘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오히려 남은 오라의 힘을 막기 위해 캬파치가 몸을 날려야 했다.
“파멸의 일격!”
예상대로 캬파치에게는 오라를 중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오라 폭격을 맞고도 끄떡없는 모습으로 캬루스를 지키던 놈에게 로칸의 일격이 작렬했다.
매끄러운 피부도 소용없다. 주먹을 감싼 사슬이 억지로 마찰력을 만들어 냈으니까.
거기에 방어력을 관통하는 특수 효과가 더해졌다.
퍼억! 쿠당탕!
캬파치의 몸이 뭉개지며 허공을 날았다. 그대로 주인인 캬루스와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윽, 역소환!”
자신의 몸에 잔뜩 뒤엉켜 버리니 캬루스도 어쩔 수 없다. 캬파치의 소환을 해제하며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체크메이트다.”
그런 놈의 앞으로 로칸의 배틀 액스가 나타났다.
푸확!
트롤을 지탱하던 큰 별이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