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87)
# 287
심장을 먹는 아귀 (1)
‘이상한데…….’
캬루스의 숨을 끊어 놓은 로칸은 찝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녀석이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고집했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되었을 텐데, 굳이 유니콘에게 직접 달려들면서 허무하게 승리를 가져온 것이다.
이기긴 이겼는데, 왠지 이긴 것 같지 않은 찝찝함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어?”
하지만 챙길 것은 챙겨야지.
불편한 마음과 별개로 전리품을 챙기던 로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심장을 먹는 아귀][레전드]트롤 종족의 신기로 불리는 단검.
대상의 심장을 먹어 사용자에게 힘을 전해 준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심장을 흡수할 경우 흡수 효율이 높아진다.
-공격력 : 10
-내구력 : 파괴 불가
-대상의 심장을 찔러 능력 흡수
-살아 있는 대상의 심장을 찌를 경우 흡수 효율 증가
-자신의 심장을 바쳐 5분간 모든 능력치 2배 효과
-현재 흡수 가능 심장의 수 : 0 / 5
“이게 신기였다고?”
놈이 드롭한 아이템은 활, 단검, 갑옷까지 총 세 개였지만 놀랍게도 ‘트롤의 신기’는 활이 아니었다. 놈이 무리를 해서 빼 들었던 단검이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자 신기라 불리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옵션이 뭐 이래?”
한데 옵션이 무척 특이하다. 대상의 심장을 찔러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라니?
갑자기 놈이 무리해서 움직이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약 로칸이 점멸과 전신의 돌격을 섞어 쓰지 않았다면 놈을 놓치고 유니콘의 심장을 빼앗겼겠지.
그렇지 않아도 쉽게 결판이 나지 않던 상황에서 놈이 유니콘의 힘을 흡수했다면 승부는 장담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이쪽도 비장의 한 수는 남아 있긴 했지만…….’
더구나 부활이 불가능한 유니콘의 죽음도 뼈아팠을 터였다.
“유니콘이 특별해 보이긴 했나 보군.”
하긴, 천상에서도 특별하게 여겨지던 것이 유니콘이니 탐이 날 만도 했다. 지상에서 언제 그런 존재를 본 적이 있겠나?
그 탐욕이 결국 화를 불러왔지만 말이다.
“그렇단 말이지.”
다른 두 개의 아이템은 별것 없었다. 각기 에픽 등급의 대단한 아이템이기는 했지만 로칸이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전리품 확인을 마친 로칸은 심장을 먹는 아귀를 손에 쥐었다.
푸욱!
시체가 사라지기 전, 죽은 캬루스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살아 있는 존재의 심장을 먹어 치울 경우 흡수 효율이 더 높아진다지만 지상 최강이라 불리던 캬루스라면 흡수하기에 충분하겠지.
심장을 먹는 아귀가 놈의 식어 버린 심장에 꽂히자 그가 가진 힘이 흘러들어 오며 로칸과 공명했다.
[심장을 먹는 아귀가 전설적인 사냥꾼, 캬루스의 심장을 탐식합니다.] [대상의 심장과 영혼에 깃든 힘을 흡수합니다.] [각인 영혼을 꿰뚫는 힘(성장)이 최대 등급까지 성장합니다.] [영혼을 꿰뚫는 힘][레전드]몸에 문신 같은 각인을 새겨 영혼을 꿰뚫는 치명적인 힘의 비법을 부여한다.
-치명타 확률 30% 증가
-치명타 대미지 300% 증가
-모든 공격에 30%의 방어력 관통 효과 부여
캬루스에게서 비롯된 각인의 힘이 성장했다.
본디 타락의 힘을 흡수하여 성장시킬 수 있던 스킬이지만 캬루스 본인의 심장을 먹어 치워서인지 단번에 최대치까지 성장을 마쳤다.
무려 레전드 등급의 각인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헐.”
치명타를 넘어선 관통 효과까지!
이 정도까지는 로칸도 기대하지 않았던지 힘을 얻고도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흡수할 수 있는 심장의 수가 하나 줄어들긴 했지만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그리고 동시에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네 개의 심장만 잘 골라잡아도 엄청난 파워 업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일단 자리를 이탈했다.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알면 트롤들이 몰려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지상을 흔들어 놓을 대사건을 만들어 놓고 로칸이 자취를 감추었다.
“흠, 이건 그대로도 쓸 만하겠군.”
잠시 몸을 피하고 광풍 현신의 후유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로칸은 한 번 더 심장을 먹는 아귀를 점검했다.
심장을 먹어 능력을 빼앗아 온다는 것의 의미도 되새겨 볼만했지만 아이템 자체의 성능 또한 쓸 만했다.
무엇보다 공격력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는 쓰레기처럼 보일 만한 것이지만 로칸에게는 써먹을 곳이 있지 않나?
바로 피의 집중.
자해를 통해 각성하여 상태 이상에서 벗어나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부무장으로 적당한 것이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로칸은 다시 황궁으로 돌아왔다.
정보력을 총동원해 검은용군단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지금 트롤들은 대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전방으로 모여들던 병력은 다시 후방 배치되었고, 새로운 트롤의 수장을 뽑기 위해 캬루스의 제자들끼리 반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고블린이나 오크, 언데드들도 상당히 위축된 상태입니다.”
“좋군.”
트롤은 검은용군단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종족이었다.
거기다 캬루스가 최근 ‘신기’를 획득했다는 소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돌고 있었기에 캬루스의 침몰은 상당한 여파를 가지고 왔다.
더구나 언데드는 이미 종족 퀘스트가 무산되어 자세를 납작 엎드린 채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상태였고, 고블린은 대사제를 강림시키고도 로칸의 위세에 눌려 마땅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크족이 신기를 획득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이 있으니 설령 신기를 얻더라도 경거망동하지는 못하겠지.
“이제 지상에는 더 볼일이 없는 건가.”
그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본 로칸은 새삼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캬루스까지 꺾은 마당에, 대격변급 업데이트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지상에서는 자신의 적수가 없는 셈이다.
이제 정말 골드를 수금하러 올 때를 제외하면 지상에 방문할 일조차 거의 없는 것이다.
검은용군단? 혹여나 로칸이 없는 사이 쿠테타를 꿈꾸었을 유저들? 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 할까.
나름의 대항마로 불리던 팀 라그나로크가 멸망하면서 그 뒤를 쫓던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그들이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때쯤에는 로칸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정식으로 오를 수 있을 터였다.
“천상 귀환.”
그렇게 챙길 것들을 모조리 챙긴 로칸은 인벤토리 한가득 황금의 산을 쌓은 채로 다시 천상에 복귀했다.
도착하자마자 환전소를 찾아 어마어마한 황금을 코인으로 바꾸었다.
“휘유, 이 정도면 도시를 하나 사도 되겠군.”
정말 살 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코인 양이었다.
지상에 있는 골드란 골드는 몽땅 쓸어 와 버렸으니까.
혹여 지상에 골드의 씨가 말라 디플레이션 현상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지만, 사실 로칸이 알 바는 아니다.
일반 사회경제와 달리 더 로드에는 황금을 낳는 거위, 아니 몬스터가 있었으니까.
더구나 어차피 세금으로 거둬들인 것이 대부분이기에 시중에 유통되는 골드의 양에는 큰 차이가 없을 터였다.
“자, 그럼 이제 뭘 해 볼까.”
두둑해진 자본을 흡족한 눈으로 바라본 로칸은 슬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천상이라는 곳은 자잘한 퀘스트 없이 현상금 퀘스트가 주를 이루는 곳이다 보니 도장 깨기를 하듯 현상 수배 몬스터만 잡으러 다닐 것이 아니라면 목적성을 상실하기 쉬운 것이다.
더구나 현상금을 타 먹지 않아도 주머니가 두둑한 로칸이니 만큼 잠깐의 여유가 나태를 낳기 쉬웠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안 될 말이다. 로칸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뽑았다.
1. 현상금 퀘스트 수행 및 레벨 업
2. 타이탄 사냥
3. 천신의 안배 추적
4. 마신의 안배 추적
잠시 생각해 보니 해야 할 일은 네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얼른 레벨 업을 해서 400레벨을 달성한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늘어날 터였고, 타이탄을 마저 사냥해서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에 걸린 봉인을 풀고 광풍을 만나는 것도 중요했다.
그리고 얻어 걸린 천신의 안배를 추적해 보는 것도 썩 괜찮아 보였다. 설마하니 천신의 안배가 고작 하나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
또한 어떤 면에서는 천신의 데칼코마니 같은 마신이 그처럼 자신의 안배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직 실마리조차 갖지 못했지만 수색해 보면 뭔가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의외로 마계는 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은 세계이니 말이다.
“흐음, 역시 일단은 타이탄인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로칸은 타이탄을 택했다.
레벨 업도 당기기는 하지만 어차피 지루한 반복 작업이고, 단기간에 해낼 만한 일도 아닌 것이다.
반면 타이탄은 찾아가는 도중에 적당히 사냥을 병행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광풍을 만나거나 무기에 걸린 봉인만 풀어도 상당한 파워 업이 가능했다.
도중에 천신이든 마신이든 그들이 남긴 안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러니 일단은 타이탄부터.
마음을 정한 로칸은 즉시 코인을 풀어 정보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타이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타락과 파멸을 주관하는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랜드 마스터급이 넘쳐나는 이곳에서는 그저 초월자 중 상위에 속하는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초월자라 불리는 그랜드 마스터들 중에도 굳이, 일부러 놈들을 찾아가 한판 붙으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별로 없을 정도니까.
강인한 육체와 커다란 몸집을 바탕으로 뿜어지는 힘은, 그 어떤 초월자라 해도 버거울 정도라고 했다.
“역시 쉽진 않겠군.”
그런 의미에서 로칸이 서리의 타이탄을 잡은 것은 따지고 보면 천운에 가까웠다.
오랜 세월 빙하 속에 갇혀 있다가 이제 막 힘을 회복한 놈이었던 만큼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으니까.
사실 그러고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초월 각성이 없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칸은 타이탄 사냥을 뒤로 미룰 생각이 없었다.
다행히도 놈을 사냥할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일단은…… 킬레모네 산맥이라고 했지?”
서식지를 확인한 첫 번째 타이탄을 찾아 이동했다.
천상의 룬은 저장되어 있지 않지만 다행히 중립지대이기에 공용 탈것인 그린 와이번이 있어 이동은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킬레모네 산맥으로 바로 이동할 수는 없었지만 근처까지만 가도 성공이다. 유니콘이나 카이를 타면 나머지 거리는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로칸이 택한 것은 카이였다.
그동안은 공중 몬스터의 시선을 끌 것을 염려해 유니콘을 애용했지만 킬레모네 산맥은 타이탄의 영역이다. 강력한 공중 몬스터 떼라 해도 산맥의 주인인 타이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사냥을 함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웠고, 무엇보다 거체를 지닌 타이탄을 찾는 데는 하늘에서 보는 것이 최고였다.
만약 공중 몬스터 떼가 습격을 해 온다면?
회피 방법은 간단하다. 아예 타이탄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속도라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저기 있군.”
그렇게, 카이를 타고 높이 올라 킬레모네산맥을 선회하던 로칸은 오래 걸리지 않아 타이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는 거대한 몸집과 존재감.
산맥의 주인으로서 여유롭게 포식을 즐기던 녀석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과 동류의 기질을 풍기는 로칸을 똑바로 바라보며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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