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92)
# 292
마신의 안배 (1)
버서크. 그리고 버서크를 기반으로 만든 마스터 스킬 광풍 현신의 능력이 1.5배 강력해진다는 것은 비단 위력의 증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속 시간의 증가, 그리고 쿨 타임과 후유증의 감소.
그것을 확인한 로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래서 그랬구먼.”
화염의 타이탄을 사냥하면서 느낀 바가 있던 것이다.
불굴의 의지 효과로 2배 능력치가 되었음에도 버서크를 사용한 놈의 육체 능력은 압도적이었고, 지속 시간도 30분을 훌쩍 넘겼다.
수면 가루 덕분에 피해가 없기는 했지만 만약 그게 없었다면, 시간 역행을 통한 시간차 공격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하면 아찔하다.
“뭐, 잘됐으니 다행이지.”
그러나 로칸도 지나간 일을 오래 담아 두는 타입은 아니었다. 자신이 손해를 본 것만 아니라면.
그런 점에서 화염의 타이탄 사냥은 과정이 좀 엉망이었지만 결과가 좋으니 만족했다.
‘이런 맹점이 있단 말이지…….’
하지만 약간의 반성과 궁리도 남겨 두었다. 가오칸에게 들었던 그랜드 마스터의 특권 중에는 타 클래스의 스킬 습득 가능이라는 것도 있었으니까.
몬스터의 경우야 다소 제한적인 스킬들을 가지고 있지만 유저들은 다르지 않겠나? 일단 쓰든 쓰지 않든 익힐 수 있는 스킬을 몽땅 쑤셔 넣고 볼 확률이 높았다.
만약 그중에 버서크가 있다면?
물론 그렇게 익힌 스킬에는 제약이 걸린다지만 흉내만 내더라도 그동안 가져오던 비교 우위가 확 줄어들 수 있었다. 대비가 필요했다.
“후우, 그럼 몹들이 리젠되기 전에 내려가 보실……. 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로칸이 다시 정신을 다잡고 천상의 룬 북을 꺼내 든 순간, 묘한 울림이 느껴졌다.
공명? 아니다. 이건 공명이라기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존재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맹수의 은근한 떨림 같은 것.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로칸은 즉시 원인을 알아차렸다.
‘천신의 별빛 건틀릿.’
아까부터 은근하게 느껴지는 팔의 떨림은 로칸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강력한 적과의 싸움에서 비롯된 떨림이라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확신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천신의 안배가 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마신의 안배.
따라쟁이 마신이 안배해 놓은 무언가가 이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곤란한데…….”
하지만 곧장 찾아가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하다. 광풍 현신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
‘잠시 마을에 들렀다 갈까?’
머리를 굴렸지만 마신의 안배로 추정되는 무언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궁.
“엇, 설마?”
천신의 별빛 건틀릿이 아닌 화산 전체가 거세게 몸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제길!”
틀림없다. 이건 화산 폭발의 전조다.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타이탄이 당해서인가? 아니면 아까 몬스터들을 용암 속에 밀어 넣은 것 때문에?’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화산이 정말 폭발해 버린다면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어디냐!”
유일한 내비게이션은 팔찌의 떨림뿐.
원을 그리듯 빙글 돌며 팔의 감각에 집중한 로칸은 곧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화산은 거칠게 떨려 왔다.
“유니콘 소환!”
히이잉!
아예 유니콘을 소환해 올라탔다.
이동속도를 높이려는 요량도 있지만 아직 후유증 상태인지라 유니콘이 지닌 전투력을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퍼엉!
덕분에 그를 가로막는 파이어에그나 플레임 고스트 따위는 단번에 불똥이 되어 사라졌고, 로칸은 온전히 팔의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저쪽으로!”
적당히 이동 스킬을 섞어 주자 유니콘은 제 세상처럼 활개치고 다닐 수 있었다.
마기가 신성의 상극이듯, 신성 또한 마기의 상극이니까.
서로 상극끼리 부딪친다면 더 강한 쪽이 압도하는 것은 당연했다.
파지지지직!
그리고 어느 지점에 들어서자 유니콘의 신성이 어떤 강력한 마기와 반응을 일으켰다.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힘을 겨루며 불규칙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설을 타는 자, 전신의 돌격!”
덕분에 유니콘도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로칸은 돌파를 강행했다.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는 것 같으니까.
유니콘을 강화하고 속도를 높여 반투명한 흑색의 막을 찢어 버렸다.
콰앙! 히힝!
“역소환!”
대폭발.
로칸은 그 반동에 비명을 지르는 유니콘을 역소환시켰다. 고작 이런 일로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대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그 피해를 대신 감당했다.
“크윽.”
생명력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나마 유니콘이 상당한 대미지를 대신 받아 준 다음임에도 들어오는 대미지가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죽어 버리는 건가 싶을 정도의 파괴력에 이를 악물었다.
“……끝난 건가?”
하지만 거기까지. 후유증으로 능력치가 하락했을 뿐, 애초에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로칸이었으니까.
밑 빠진 독처럼 쭉 빠져나가던 생명력은 30% 언저리에서 멈추었고, 로칸은 눈앞에 보이지 않던 문이 생겨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여긴가?”
혹시 함정일지도 모른다. 보통 마족들은 이런 식의 장난을 좋아하니까.
‘마신쯤 되면 좀 다를지도 모르지.’
그래도 일단은 회복부터.
로칸이 포션을 꺼내 마시려는 그 순간, 또 한 번 이변이 일어났다.
쿠과과과과과과광! 퍼엉! 펑! 펑! 퍼엉!
진짜 화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조금 전의 충돌이 폭발을 가속화시켰는지도 모른다.
“미친.”
그리고 로칸이 있는 곳은 화산의 심처였다.
화산의 분화구 안에 위치한 작은 동굴.
화산이 폭발하고 끓어 넘치면 가장 먼저 용암이 흘러들어 올 곳이기도 했다.
치이이이익.
후끈거리는 열기와 함께 용암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이건 한가롭게 포션이나 빨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진실의 종, 소환!”
얼른 한 모금 삼키고 포션병을 던져 버린 로칸은 그 와중에도 진실의 종을 소환해 이 문이 함정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진실.]덜컹!
확인을 마친 순간, 거세게 문을 잡아당겨 안으로 들어가 용암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걸어 잠갔다.
[강력한 마기를 인정받은 자여.]“……!”
그리고 잠시 후, 천신의 안배를 경험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이번에도 헛짚었지만.
[그대의 악의를 증명하라.]파앗.
시야가 바뀌었다. 어두컴컴한 공간일 뿐이던 주변이 환해졌다.
“마을?”
그리고 나타난 것은 달빛이 밝게 비추는 음습한 마을이었다.
“꺄아아악!”
“으흐흐흑!”
“이건…….”
상황은 긴박했다.
좀비들이 창궐한 마을.
이미 대부분의 주민들은 죽어 버렸거나 좀비가 되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여자와 어린 아이들만 마을 중앙으로 내몰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악의를 증명하랬지.’
그렇다면 그들을 구해야 할까? 아니다.
로칸은 상황에 몰두하는 대신 마신의 음성을 떠올렸다.
악의, 악의라…….
그리고 곧 알겠다는 듯 눈을 빛냈다.
“오라 폭격!”
콰과과과과광!
좀비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하이 마스터쯤 된다면 지금 상태로 버거웠겠지만 고작 좀비 따위가 그럴 리 있겠나.
[굶주린 좀비][Lv 30]숨만 쉬어도 쓰러질 듯 허약한 놈들뿐이기에 로칸은 부담 없이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고, 고맙…….”
퍼억!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을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몽땅 도륙해 버렸다.
‘남자들이 다 죽었는데 여자와 어린아이가 살아 있을 리 없지. 그것도 지하 창고나 비밀 방 같은 게 아닌 탁 트인 마을 광장에.’
몰살.
그것이 로칸의 선택이었다.
푸쉬쉬쉭.
그렇게 모든 존재들을 끝장내자 죽은 어린아이와 여인들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졌다.
그것들이 모여 허공에 글자를 만들었다.
[그대의 악의는 잘 보았다.] [이제 독심을 증명하라.]“이건 또 뭐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주변 풍경.
그러나 곧 몸 위로 겹겹이 무언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상태 이상 : 침묵에 노출되셨습니다.] [상태 이상 : 실명에 노출되셨습니다.] [상태 이상 : 난청에 노출되셨습니다.] [상태 이상 : 고통에 노출되셨습니다.] [상태 이상 : 피로에 노출되셨습니다.] [상태 이상 : 착란에 노출되…….]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으며 전신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제한 시간 내에 목적지로 이동하십시오.] [제한 시간 : 9분 59초]신체의 자유를 빼앗기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달하라는 것이다.
[대지의 축복이 모든 상태 이상을 회복합니다.]순간 난감함이 느껴졌지만 그조차 잠시뿐이었다. 마신의 저주이기 때문에 잠시나마 경험했을 뿐, 대지의 축복은 곧 모든 상태 이상을 회복시켰다.
“흐흐흐.”
상황파악을 마친 로칸이 음흉하게 웃었다.
그가 생각해도 불굴의 의지와 대지의 축복은 사기적이었다.
설마 마신의 저주까지 해소해 낼 줄이야.
덕분에 로칸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회복은 안 되는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간 전체에 짙게 깔린 마기 때문인지 포션이 듣질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재생력은 작용했지만 외부적인 회복 능력은 전혀 먹히질 않았다.
‘좀 위험한데.’
만약 이 상태에서 적을 상대하는 시험이라도 나온다면 페널티를 감수하고 싸워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목적지의 코앞까지 이동했다가 제한 시간을 다 쓰고서 들어가고 싶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 표시되지 않으니 그것도 어려운 상황.
로칸은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걸었다.
‘저 저주들을 몽땅 걸렸다면 거의 기어서 이동해야 했을 테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잠시 후, 두 번째 시험에 통과했다.
[대단한 독심이군!] [자, 마지막 시험이다. 견뎌 보아라!]“……!”
화아아앗.
다음 순간 그를 향해 몰아친 것은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기운이었다.
“신성력?”
대체 마신 따위가 왜 신성력을 쬐어 주는지 당황스러웠지만 곧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신의 계획 속에서 이곳에 도달하는 것은 바로 마족 진영의 존재였을 테니까.
만약 그랬다면 신성력의 농도와 양에 비례하는 타격을 받았겠지.
“어허, 좋다.”
반면 로칸은 마치 온탕에 들어간 듯 시원한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볕 좋은 날 산책을 하듯, 온몸이 소독되는 느낌. 더불어 하락했던 생명력이 가득 차오르고 모든 쿨 타임과 후유증이 초기화되었다.
[훌륭하다! 이제 나의 의지를 이어받아 깨끗한 척하는 저 추잡한 종자들을 망가뜨려라!]쿠구구구구궁.
마신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천신의 안배 때와 비슷한 제단이 솟아올랐다.
“분신 소환.”
이미 경험해 본 일이지만 로칸은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퍼엉!
그리고 그 예감이 이번에는 적중했다.
분신이 제단에 다가가 아이템에 손을 대는 순간, 허공에서 검은 벼락이 떨어져 몸이 터져 버린 것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초를 치는, 질 나쁜 장난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스 캐치.”
휘이익. 터억.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로칸은 마신의 안배를 손에 넣었다. 분신이 그것을 집어서 들고 오는 대신 로칸에게 곧장 집어 던진 것이다.
그 순간, 공간을 뒤덮던 마기가 사라졌다.
마지막 한 줌의 기운까지 마신의 안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고오오오오오.
그리고 열리는 게이트.
“응. 안 타.”
하지만 로칸은 그 위에 오르지 않았다.
마신이 또 무슨 장난을 쳐 놨을지도 모를뿐더러 혹시나 바깥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기라도 하다면 곧장 용암에 녹아 사라져 버릴 테니까.
대신 천상의 룬 북을 꺼냈다.
본래는 공간 이동에 제한이 걸렸지만 마기가 모두 사라진 덕분에 원하는 곳으로 곧장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돌아온 마족의 성.
그곳에서 로칸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