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295)
# 295
천년 전기뱀장어 (2)
꿀렁꿀렁.
천년 전기뱀장어의 내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동을 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해일처럼 물이 유입되는 것이다.
뀨웃!
그러나 카이에게는 꽤 괜찮은 방어 수단이 있었다.
엘리멘탈 바리어.
그것을 펼치자 둘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포처럼 자연스럽게 천년 전기뱀장어의 몸속을 유영했다.
‘어디 보자…….’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놈의 심장을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
그러나 다행히도 로칸에게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확인 할 수 있는 눈이 있었다.
‘저기 있군.’
카이를 타고 몸속 구석구석을 날아다니던 로칸이 곧 놈의 심장을 발견했다.
언뜻 봐서는 심장인지 다른 장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이 확인을 시켜 주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배틀 액스를 대신해 심장을 먹는 아귀를 꺼내 들고 힘껏 박아 넣었다.
꾸어어어어어!
“광풍 현신!”
대번에 공간이 요동쳤다. 심장에 타격을 받은 천년 전기뱀장어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진동이 어찌나 격한지 로칸으로서도 버티지 못하고 광풍 현신을 사용해야 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장에 박아 넣은 단검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번 몸에 박아 넣은 단검은 탐욕스럽게 힘을 빨아들이며 놓아주지 않았다.
“젠장, 거칠기도 하군.”
어지간한 근력이라면 진작에 처박혀 정신을 잃었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진동에 로칸도 질색을 했다.
광풍 현신을 사용하고도 이 정도라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그냥은 못 버텼을 것 같은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동침이 잦아들었다.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기운이 빠진 것일까?
그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츠츠츠츠츠츳!”
자신의 몸속으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녀석 대신, 다른 존재들이 나타난 것이다.
[천년 전기뱀장어의 기생충][Lv 374]놈의 몸속에서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생존을 위해 나선 것이다. 공생 관계인 셈이니까.
[주의하십시오. 심장을 먹는 아귀에서 손을 떼면 능력 흡수가 중단됩니다.]“젠장.”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 별것 아닌 놈들이다. 그러나 그 수가 대단했고, 무엇보다 로칸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컸다.
마음먹고 상대한다면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지만,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다는 것에서 오는 제약이 컸다.
심장을 먹는 아귀의 단점이자 약점인 셈이다.
뀨웃!
그때, 카이가 맡겨 달라는 듯 소리를 냈다.
“카이, 부탁한다. 전설을 타는 자!”
레벨은 카이가 좀 더 적었지만 넘치는 자신감의 원인은 하나였다.
천적 관계.
벌레를 대상으로 카이의 능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끼유웃!
시작은 광풍의 깃털이었다.
일진광풍이 일어 놈들을 날려 버림과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바람의 칼날이 놈들의 몸을 난자했다.
그리고는 돌격!
놈들이 위기를 느꼈는지 꾸물거리며 카이에게 대적했지만 크고 단단한 부리가 놈들을 깨물어 비틀고 자르고 씹어 삼켰다.
“이제 버티기로군.”
다른 방향으로 로칸을 노리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 수가 극히 적었다.
대부분의 기생충들을 카이가 상대하고 있기에 로칸은 한 손만으로도 충분히 놈들을 감당할 수 있었다.
“오라 폭격!”
콰과과광!
한 손으로 펼치는 스킬이라 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로칸이 누군가? 그것만으로도 놈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푸화악!
게다가 로칸이 뿜어낸 오라 줄기들이 놈의 내부를 때렸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탓에 내부가 뒤흔들리며 놈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끼유웃!
하지만 로칸과 카이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로칸은 심장에 매달렸고, 카이는 그와 상관없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이다.
디펜스 게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요령을 익히자 오히려 상황은 둘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심장을 먹는 아귀가 전설적인 사냥꾼, 천년 전기뱀장어 히롤리칸의 심장을 탐식합니다.] [대상의 심장과 영혼에 깃든 힘을 흡수합니다.] [전격 제어를 습득하셨습니다.]그리고 마침내, 심장을 먹는 아귀가 제 역할을 다해 냈다.
“전격 제어?”
쪼그라든 심장과 함께 천년 전기뱀장어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그대로 강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듯, 떨어지는 느낌만 있는 것이다.
이제 곧 몸속 깊은 곳까지 물이 들어오겠지만, 기생충은 아직 남아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지만 로칸은 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놈의 심장을 흡수하고 얻은 스킬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탓이다.
[전격 제어]전격을 미세한 수준까지 제어하고 발출할 수 있다.
설명은 그것으로 끝. 이걸로 뭘 어쩌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전격 발출.”
그렇다면 사용해 보는 수밖에.
로칸이 시동어를 외치자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그의 두 손에서 새하얀 전류가 튀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앞으로 내뻗자 기생충들을 홀랑 구워 버리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된 건가?’
마법으로 따져도 꽤나 상위 주문의 수준이었지만 로칸의 표정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고작 마법 하나를 얻기 위해 심장 흡수 슬롯 하나를 사용한 것은 아니니까.
[천년 전기뱀장어 히롤리칸을 처치하셨습니다.] [이 소식이 히롤리칸의 주인에게 전해집니다.] [주의하십시오. 히롤리칸의 주인이 애완동물을 죽인 존재에게 분노를 느낍니다.]설상가상. 거기에 안 좋은 소식은 또 하나 겹쳤다. 히롤리칸 역시 어떤 마족의 애완동물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제 놈은 로칸에게 적대감이 아닌 분노를 표출했다.
달래 볼 수도 없도록 적대 관계에 돌입했다.
쿠오오오오오.
의도치 않은 상황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 멀리서부터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크.”
‘또다시 엘리멘탈 바리어로 버텨야 하나?’
카이와의 합류를 생각하던 로칸의 눈에 천년 전기뱀장어가 드롭한 아이템이 들어왔다.
[바다 왕자의 망토][에픽]바다의 종족처럼 물속에서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특별한 권능이 담긴 망토.
-방어력 : 3,100
-내구력 : 10,000 / 10,000 (물에 닿으면 자체 수복)
-물속에서 [비행]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수중 호흡] 가능
-[와류] 사용 가능
-[아쿠아 블라스트] 사용 가능
“역시!”
다행히 이건 예상 대로였다. 수중에서 활약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망토라면 광풍의 날개와 겹치는 부위였지만, 광풍의 날개는 물속에서 쓰기 적합하지 않으니 잘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스킬도 세 가지나 붙어 있고 움직임의 제약마저 사라지니 꽤 훌륭한 아이템을 얻은 것이다.
“카이, 역소환.”
얼른 그것을 두른 로칸은 카이를 역소환시켰다.
수압부터가 장난이 아닐 것 같지만 광풍 현신의 힘이라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었다.
“읏차.”
그렇게 물살을 거슬러 밖으로 빠져나온 로칸은 바닥에 널브러진 천년 전기뱀장어의 꼬리를 잡았다.
그것을 질질 끌며 물 밖으로 짊어지고 걸어 나왔다.
“후우, 더럽게 무겁네.”
만약 광풍 현신 상태가 아니라면 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커녕 조금도 움직이기 어려웠을 정도. 그러나 어떻게든 끄집어낸 로칸은 즉시 놈의 가죽을 벗겼다.
갑옷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미끈하고 단단한 가죽이지만 그의 배틀 액스는 자비 없이 그것들을 조각내었다.
“이걸로 되겠지?”
이제 남은 것은 뛰어난 장인을 찾아 이걸로 심판의 땅을 공략할 장비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다.
“흠, 역시 후드나 망토가 좋으려나.”
가장 좋은 종류는 후드나 망토다. 자가 회복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지만 광풍의 날개는 어차피 심판의 땅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울 테니까.
“천상의 룬 북 사용.”
제작할 부위까지 결정을 내린 로칸은 즉시 천상의 룬 북을 사용했다. 일단은 천계부터 방문했다.
혹여나 마족 장인에게 맡겼다가 속성 옵션이라도 붙어 버리면 벼락을 방어하기는커녕 천계 영역인 심판의 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걸로 후드나 망토 제작이요? 으흠, 할 수는 있지만……. 욕심은 나는데…….”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천년 전기뱀장어의 가죽이라는 재료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뭔가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이다.
‘천족 놈들 때문이군.’
그 미적지근한 반응의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직 천족들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언질이 있었는지 마족 사냥을 통해 높인 평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로칸과 얽히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짜증이 났다.
이번 일뿐 아니라 앞으로도 천계 영역에서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아닌가.
각오는 했지만 천족이란 놈들이 이처럼 좀스럽게 나올 줄을 몰랐기에 은근한 노기가 서렸다.
“크흠, 이해 좀 해 주십시오. 일부러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니…….”
물론 제작자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기에 일단은 몸을 돌렸다.
‘박살을 내 주면 이야기가 달라지려나?’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역시 무력시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다음으로 마계를 찾았다.
“마족에게 장비 제작을 맡긴다고? 크큭, 이거 생각보다 순진한 친구로군. 자네가 우리 가게를 자주 이용해 줘서 하는 말인데, 그런 생각일랑 말게. 재료나 안 날리면 다행이지. 그리고 진짜 실력이 좋은 놈들은 이미 소속이 있을 거야. 작위를 얻은 마족의 밑에 들어가 오직 그들을 위해서만 물품을 생산하는 거지. 망치고 떼어먹혀도 상관없다면 어설픈 놈이라도 붙여 줄 수는 있어.”
“됐습니다.”
그러나 마계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천계처럼 외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실력 있는 장인 자체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그나마 자주 거래하는 상점에서 장인을 연결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눈탱이’를 맞을 뻔했다.
“이건…… 제 실력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나으리.”
혹시나 싶어 자신의 영지에 소속된 장인을 찾아봤지만 그로서는 실력이 모자랐다.
그렇다면 가오칸에게 부탁을 해 볼까? 그의 영지라면 실력 좋은 장인쯤은 넘쳐날 것 같은데.
아니면 그의 장비를 만든 장인을 소개받아도 좋지 않은가?
아니다. 로칸은 얼른 혹했던 마음을 접었다.
가오칸을 찾아가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까닭이다.
심장 흡수를 통해 얻은 능력을 시험, 체화시켜 주겠다며 대련을 요청하겠지.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수도 없이.
그 끔찍한 일을 겪느니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나았다.
“결국 중립지대뿐인가?”
결국 로칸이 향할 곳은 중립지대 뿐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중립지대에 남거나 활동하는 이가 없기에 얼굴의 수심은 깊어졌다.
‘이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더불어 다른 해법도 떠올려 봤지만 좀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매물 같은 게 나올 때까지 일단은 기다려야 할까?
이렇게 뺑뺑이를 돌 시간에 레벨이나 더 올려?
많은 생각들을 하며 중립지대에 도착한 로칸은 코인을 풀어 정보를 모았다.
중립지대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 정보의 묶음들 속에서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