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0)
# 30
악연 (1)
푸확!
누구도 로칸이 이처럼 저돌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탓에 블러드 체이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로칸의 컨트롤이 특출나긴 했지만 블러드 체이서가 상대해 오던 자들도 이른 시간에 트린식까지 넘어온 고수들이었고, 그 누구도 이만한, 아니 이 인원의 4분의 1도 버텨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로칸이 적당히 수긍하고 타협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로칸이다.
유저들이 매긴 기준으로 SSS급, 달리 폭력의 왕이라 불렸던 자.
“크허허허허허허헝!”
고작 숫자에 굴복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영광된 이름을 증명하듯 그의 입에서 전율스러운 포효가 터져 나왔다.
“억!”
능력치가 하락하고 일부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수련과 업적으로 벌려 놓은 능력치 차이에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의 효과, 그리고 숲 리자드맨 서식지를 쓸어버리며 레벨 차이까지 거의 나지 않게 되자 워 크라이의 효과가 배로 증가한 것이다.
“대시!”
모두가 정신을 잃고 경직 효과를 받은 틈에 로칸은 가까이에 있던 놈들부터 가볍게 쓸어버렸다.
“이거 뭐야 ”
“저 새끼 저렙이라고 하지 않았어 ”
“간파!”
뒤늦게 대응해 보지만 이미 셋이 더 죽은 상태였다.
“미친, 50렙인데 ”
“무슨 개소리야 며칠 전에 35레벨이었다며!”
“씨발, 이거 실화냐 ”
누군가 간파를 사용해 로칸의 레벨을 확인하자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로칸이 불과 며칠 사이에 15레벨을 올리며 2차 전직을 마친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로칸은 그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학살을 자행하는 중이었다.
“쏴! 그냥 쏴 버려!”
“조준할 것 없이 그냥 조져 버리라고!”
로칸이 혼자서 압도적인 능력치로 난전을 유도하자 곤란한 것은 블러드 체이서 쪽이었다. 지난번처럼 원거리 공격수들만 모아 온 것도 아니고 이번에는 근접 계열의 숫자까지 상당했기에 당최 조준해서 공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가이드 샷을 쏘아도 로칸에게 닿기 전에 아군에게 먼저 닿아 박혀 버리니 정작 주위를 포위한 원거리 공격수들이 손가락만 빠는 신세가 되었다.
“파이어볼!”
“멀티 샷!”
그렇게 100 대 1이 넘는 싸움에서 오히려 블러드 체이서의 피해만 커져 가자 놈들은 아예 결단을 내렸다.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로칸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것이다. 저만한 공격력을 가졌다면 필시 체력과 맷집은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잔대가리들 쓰는군.”
확실히 그것은 로칸에게도 위험했다.
화살 공격이야 대부분 압도적인 방어력으로 무시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타이틀 17 대 1의 사나이 효과가 발동되며 적 인원에 비례해 방어력이 상승한 상태였다.
하지만 마법은 다르다. 아직 마땅한 마법 방어 스킬이 없는 상태에서 범위 마법에 노출되면 상당한 생명력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스로잉!”
콰앙!
그래서 택한 것이 요격이었다.
어차피 마법사의 숫자는 많지 않고, 파이어볼 같은 범위 공격은 목표에 닿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리니,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던 짱돌을 던져 몸에 닿기 전에 터뜨려 버리는 것이다.
고위 마법이라면 모를까, 이 정도쯤은 짱돌로도 충분했다.
“으악!”
“새끼들아, 똑바로 쏴!”
덕분에 된서리를 맞은 것은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던 자들이었다. 느닷없이 자신의 앞에서 마법이 터져 버리니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아직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불가능한지 알기 어려운 게임의 초반이었으니까.
“많이도 몰려왔군.”
전투 중 마법의 발현을 미리 파악하고, 인벤토리에서 짱돌을 꺼내 정확히 던지는 일은 보통의 집중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로칸은 그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마나의 소모가 변수였다.
자신의 힘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 것을 파악한 로칸이 마법을 향해서는 더 이상 스로잉 스킬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때때로 대시와 스트라이크, 숄더 차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마나가 쭉쭉 떨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벌써 스물이나 되는 적을 해치우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놈들은 아직 50레벨도 달성하지 못한 허접들이었고, 2차 전직까지 마친 놈들은 아직 호시탐탐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암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슬슬 레벨 업을 할 때가 됐고, 레벨 업을 한다면 다시 생명력과 마나가 가득 차오르게 되니까.
1백을 헤아리는 놈들을 해치우다 보면 레벨 업 한두 번은 더 하게 될 테니 배분만 잘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죽어라!”
“어딜!”
푸확!
당장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압도적인 능력치 차이로 킬을 따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고 말이다.
따다당!
로칸은 빈틈을 노리고 날아온 가이드 샷을 몸으로 때워 내고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도끼날에 걸린 모든 것들을 튕기고 날려 버린 뒤 또 한 놈의 몸을 반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몇 명을 더 죽이자 놈들의 포메이션에 변화가 생겼다.
“근접 계열 몽땅 빠져!”
질척거리며 달라붙던 놈들이 자리를 이탈하고 그 공간을 2차 직업을 가진 녀석들이 대신 막아선 것이다.
“철벽!”
“레서 실드! 데들리 스텝!”
“스트렝스! 파워 어택!”
방어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기사와 보호막을 걸고 이리저리 속도를 높이는 도적, 아예 힘과 공격력을 극단적으로 높인 전사까지.
버라이어티한 스킬을 펼치며 덤벼들었지만 로칸은 전혀 현혹되지 않았다.
그래 봤자 두 직업 스킬을 병행해서 사용할 뿐이다. 아직 숙련도도 낮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시너지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놈들은 그저 힘으로 찍어 누를 뿐이었다.
“대시, 스트라이크!”
“꺽!”
“씨발, 이게 무슨…….”
거창하게 덤벼든 것이 무색할 만큼 2차 전직자들은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물론 레벨이 있고 여러 스킬을 겹겹이 두른 만큼 조금 더 버티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몇 초였다. 결과는 똑같았다.
“사냥꾼의 덫!”
“쐐기 화살!
“에너지 볼트!”
문제는 그들이 미끼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로칸의 시선을 끄는 동안 마법사와 궁수들이 제대로 함정을 팠다. 어지간한 공격력으로는 로칸의 방어를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장 강력한 공격을 준비하거나 행동이 제약될 수 있는 보조 스킬들을 모조리 쏟아 낸 것이다.
그 수가 쉰 개가량 되니 로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틈도 없이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의 비.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로칸이 반지에 내장된 스킬을 발동시켰다.
“탈출!”
3미터 뒤로 이동하는 탈출 스킬이었다.
파바바바바밧!
콰광 쾅 쾅 쾅!
오직 그 하나에게만 집중되었던 스킬들은 모조리 빈 땅을 때렸고, 그사이 로칸은 힘껏 날아올랐다.
“리프 어택!”
리프 어택의 최대 도약 거리는 힘 수치에 비례한다. 거리라면 충분히 벌려 둔 놈들이지만 그것을 로칸이 사용한다면 거리 조절 따위는 무의미해졌다.
“꺽!”
“무슨 슈퍼맨이냐…….”
다시 맹수처럼 적진을 휘젓기 시작했다.
“이건 말도 안 돼…….”
“핵도 아니라며 이게 가능하다고 ”
다시 아군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하자 놈들도 절망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공격은 무시해 버리고, 전력을 다한 공격은 피하거나 오히려 힘으로 찍어 눌러 버리니 뭔가를 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늘 다른 유저들에게 공포로 군림해 왔던 그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크허허허허헝!”
특히 이것. 쿨 타임마다 터져 나오는 워 크라이는 오금이 저리고 오줌이 찔끔 새어 나오게 만들었다.
항거할 수 없는 본능적인 공포가 몸의 통제권까지 빼앗아가니 무엇을 더 시도해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아직 로칸이 버서크조차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스로잉!”
“대시!”
“스트라이크!”
“리프 어택!”
“숄더 차지!”
시간이 지날수록 전장은 로칸의 독무대가 되었다.
수가 줄어들수록 저항은 약해지고, 반대로 로칸은 중간중간 레벨 업을 하며 소모한 마나와 생명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숨거나 도망치면 제명이라는 길드장의 엄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도망을 쳤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도주하는 것조차 로칸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씨발……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글쎄 딱 열 번만 더 죽어 봐, 그럼 알려 줄게.”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결국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남은 것은 레벨 업 덕분에 최상의 상태로 되돌아온 로칸과 수북하게 바닥에 쌓인 아이템들뿐. 당분간 소유권이 인정되니 서둘러 수거할 필요도 없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백 명의 머더러를 해치우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PKK(Player Killer Killer)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PKK(Player Killer Killer)][유니크]백 명의 살인자를 죽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한 당신의 의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머더러와 전투 시 공격력, 방어력 15% 추가 상승
-모든 인간형 대상과 전투 시 공격력 10% 상승
-모든 인간형 대상과 전투 시 치명타 확률 10% 상승
“오 ”
최초 획득 보너스 덕분일까 유저뿐 아니라 인간형의 모든 존재를 대상으로 하는 전투력이 크게 상승했다.
이거라면 당장만이 아니라 차후 진영 간의 대립 시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터였다. 적 진영 역시 기본적인 형태는 인간형으로 분류되니까.
그리고 블러드 체이서에게는 악몽과도 같을 효과까지 기본으로 붙었다.
머더러 대상 공격력과 방어력 증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로칸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한층 더 강화된다는 뜻이었다.
블러드 체이서와의 악연을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는 로칸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효과였다.
이거라면 1천 킬을 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로칸은 은근한 기대를 했다.
“이참에 ‘천인살’ 타이틀까지 얻으면 좋겠는데.”
로칸은 일단 룬 북에 현재 위치를 저장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목적지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가기에는 인벤토리에 남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 * *
그렇게 창고와 아이템이 수북이 쌓인 필드를 몇 번이나 오가자 창고에 표시되는 스크롤이 길게 이어졌다.
맡긴 물품을 찾을 때 정해진 비용만 지불한다면 아키레마 물품 보관 협회의 창고는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경매 물품 등록.”
다시 창고와 경매장을 오가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경매장에 아이템을 잔뜩 올려 둔 로칸은 다시 사냥터로 이동하기 전, 홈페이지를 열었다. 바로 소문을 내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블러드 체이서가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지 않게 하기 위해 살짝 불씨를 당겨 주려는 것이다.
[블러드 체이서 척살을 시작합니다.][작성자 : 로칸]트린식에서 활동 중인 PK 길드 블러드 체이서 척살을 시작합니다. 위치 제보해 주시면 바로 날아갑니다. 쪽지나 댓글로 위치 제보 주세요.
짧은 글이었지만 이것이면 충분했다.
이로써 블러드 체이서와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상관없다. 로칸이 은신의 망토를 돌려주지 않는 이상 그들과의 관계 호전 같은 것은 일어날 리 없으니까.
‘한번 내 손에 들어오면 끝이지, 돌려주기는 무슨!’
한편, 글을 게시한 계정은 비밀 던전과 부동산을 거래한 계정이 아닌 새로 가입한 계정이었지만, 로칸이 계정 연동으로 캐릭터를 인증해 두었기에 사람들은 이 게시 글을 마냥 허튼소리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블러드 체이서는 이미 트린식 일대에서 제법 악명을 날리고 있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게시판에는 아직 내일 있을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이슈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로칸의 엄포 때문인지 길드들에서 별다른 입장 등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로칸의 새로운 글은 좋은 화젯거리가 되었다.
트린식 지역 게시판에 올린 글이었기에 반응도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빠르게 조회 수가 오르고 댓글로 실시간으로 달려 나갔다.
-펜잘 : 신흥 관종인가
-소리여행 : 블러드 체이서 척살 ㅋㅋㅋㅋㅋ
-깨져라뚝배기 : 신종 자살 방법인 듯.
-눈길 : 어휴, 그래도 진짜였으면 좋겠다. 어제 하루만 이 새끼들한테 다섯 번 죽음.
└반야심경 : 그건 너 님이 허접해서 그럼. 얘들 나 만나면 피해 감.
└이슬검 : 너 혹시 온몸에 똥 묻히고 다니냐
대부분이 부정적인 코멘트였지만 잠시 후, 어떤 코멘트 하나와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실키 : 대박. 이거 레알임. 지금 경매장 가 봐.
└김소혜 : 경매장이 뭔 상관이야
└실키 : 이놈들 템 대량으로 풀림. 진짜로 한 번 바른 거 아니야
└섬 : 그러고 보니 방금 도시 밖 부활 지점에 이 새끼들 단체로 출몰했던데 보스 몬스터라도 잡다 뒈진 줄 알았더니…….
로칸과 블러드 체이서의 대립 관계가, 그리고 블러드 체이서가 단 한 명에게 몰살을 당했다는 소문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