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01)
# 301
고인물의 게릴라전 (1)
[현재의 상황에 천신이 난색을 표합니다.] [마신이 당신을 보며 진득한 미소를 짓습니다.]“엥?”
모든 것이 새까맣게 타 버린 심판의 땅. 그곳에 홀로 고고히 서 있던 로칸이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템을 수거하다가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신과 마신. 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일까?
로칸을 따라온 모든 천족들이 죽어 버리자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 온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그 상황이 퍽이나 우스웠다.
천신의 안배를 얻었다고는 하나 로칸은 천계에 소속된 인물이 아니었고, 오히려 천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대신전의 천족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린 것이다.
심판의 땅이라는 특수한 지형 효과를 등에 업고서.
그들을 전멸시킨 것도 난처한데 그것이 자신의 힘으로만 이룬 것도 아니니 천신이 곤란해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천신과 감정의 골이 깊은 마신은 희희낙락이었다.
“뭐, 어차피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들이잖아?”
그러나 로칸은 미안함이나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결국 천족이든 마족이든 유저의 입장에서는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몬스터에 불과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중립 진영인 자신에게 천족과 마족은 훌륭한 경험치 공급원에 불과했다.
“역시 노다지였어.”
그리고 그 결과, 로칸은 마침내 398레벨에 도달할 수 있었다.
“1레벨이 아쉽군.”
안타깝게도 목표했던 399레벨까지는 1레벨이 모자랐지만 그 역시도 올리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들의 전멸이 알려진다면 천족 측에서도 뭔가 수를 내지 않을까?
[천신이 이젠 나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천신이 중재를 포기했습니다.] [천신이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말합니다.]게다가 이런 메시지까지 받았으니까.
“나한테만 온 게 아니겠지.”
신탁이든 메시지든 비슷한 메시지를 천족 측에서도 받았다면 분명 로칸을 잡으려고 혈안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전까지는 사자왕의 위세와 천신의 분노에 머뭇거렸지만, 이만한 사건을 벌였다면 사자왕으로서도 끼어들 명분이 없을 것이다.
정당한 대결이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결국 로칸 자신에게 천족의 대군을 보낼 것이 분명할 터였다.
그조차 생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강력하고 수많은 군대를 말이다.
“어떻게든 1레벨만 올리면 그만이지.”
하지만 로칸은 죽음, 레벨 다운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399레벨을 달성하고 그랜드 마스터 퀘스트를 받기만 한다면 퀘스트 중에는 레벨이 하락하지 않으니까.
가장 좋은 것은 그들과 싸우기 전, 먼저 399레벨을 달성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학살의 신이 소문을 듣고 기웃거립니다.] [학살의 신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어?”
그렇게 작전을 짜고 있을 때, 천신도 마신도 아닌 누군가가 로칸을 굽어보았다.
학살의 신.
지상에서는 광풍이라 불리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젠장, 어떻게 부를 수 없나? 광풍! 들립니까?”
조급해진 로칸이 소리 높여 그의 이름을 외쳤다.
쿠르르릉.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공간을 가득 메운 천둥이 그의 목소리를 묻어 버렸다.
[학살의 신이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학살의 제단을 찾으라고 이야기합니다.]“학살의 제단?”
그러나 아주 쓸모없는 행동은 아니었는지, 곧 대꾸가 돌아왔다.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로칸의 마음을 읽고 방법을 알려 준 것이다.
학살의 제단.
듣도 보도 못한 곳이었고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족했다. 어딘가에 존재하기만 한다면, 시간이 걸릴 뿐 찾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좋아. 찾아 주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건 로칸은 천족들이 남긴 전리품을 마저 수거한 뒤, 마계로 향했다.
“학살의 제단이라는 곳을 수배하고 싶다.”
천족들의 공세가 두려워서? 그럴 리가. 어차피 고리타분한 그들이 직접 행동을 취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건 알고 있기에 학살의 제단을 찾기 위함이었다.
현상금 1억 코인.
막대한 양의 코인을 학살의 제단을 찾는 자에게 주겠다고 공언하자 마족들이 무수히 달라붙었다. 1억 코인이면 꽤 오랫동안 놀고먹을 수 있는 금액이니까.
“일단은 기다려야 하나.”
이쯤 되자 로칸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현재까지 위치가 파악된 타이탄은 모두 잡았고, 심장을 먹는 아귀의 슬롯도 모두 찼다. 광풍을 만나는 일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 테고.
천신의 안배와 마신의 안배? 운이 좋아 연달아 찾아내긴 했지만 힌트 하나 없는 상황에서 이 역시 찾아다니는 것은 무리다.
마지막으로 남은 퀘스트는 드래곤 슬레이어인데, 이건 아직 사자왕조차 달성하지 못한 퀘스트다.
당장은 무리라는 소리.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할까?
“역시 레벨 업인가.”
결국 로칸은 레벨을 바라보았다. 그동안에는 단기 파워 업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또한 모두 빠른 레벨 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던가?
398에서 399레벨로 오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필요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하이 마스터급으로는 한 세월이 걸릴 텐데…….”
다만 문제는 아무리 하이 마스터의 끝자락에 오른 놈들을 잡더라도 이 경험치 칸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막대한 량의 경험치를 주는 400레벨대의 몬스터를 잡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레벨 업을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400레벨, 400레벨이라……. 가만?”
그때 문득, 로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400레벨대의 몬스터를 다수 사냥할 수 있는 방법.
더불어 하이 마스터급의 몬스터까지 대량으로 쓸어 담을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흐흐흐흐, 이거 재미있겠군.”
빠르게 계획을 세운 로칸은 머릿속 구상을 즉시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일단은 드록쉬에게 보낼 재료 구매부터.
시간이 좀 지체될 수 있을 것 같으니 추가 재료를 공급하고 그동안 만들어 둔 아이템들을 회수하기 위함이다.
재료를 인벤토리 가득 눌러 담은 로칸은 먼저 드록쉬를 찾아가 재료와 제작한 아이템들을 교환했다.
[붉은 도끼 드록쉬][Lv 397]“오, 에픽 등급까지? 고생했다. 그럼 또 수고하도록.”
“허어억! 이걸 또?”
좋은 재료 앞에 장인의 혼을 불태웠는지 드록쉬의 몰골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찌나 제작을 해 댔는지 레벨까지 하나 더 올라 있는 것이, 이대로면 제작만 하다 399레벨을 달성할 지경이었다.
아마도 에픽 등급에 이르는 아이템까지 만들어 낸 덕이겠지.
‘뭐, 서로 좋은 거 아니겠어?’
물론 그 전에 과로사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할 상태였지만, 이전보다 더 높이 쌓인 재료 더미들을 보며 은근히 눈을 빛내는 녀석을 보자니 걱정 없을 것 같았다.
와그작와그작.
때문에 로칸은 녀석에게 넘겨받은 아이템들을 살피며 하나하나 마신의 이빨 허리띠에 먹일 뿐이었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가 포식 성장의 효과로 한 단계 성장합니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가 포식 성장의 효과로 한 단계 성장합니다.]개중에는 허리띠에게 먹이기 아까운 것들도 제법 있었지만 놈이 워낙 발광을 해 대는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먹이로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마신의 이빨 허리띠가 무려 두 단계나 성장할 수 있었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갓]마신이 직접 자신의 이빨의 일부를 사용해 만든 허리띠.
무엇이든 씹어 삼킬 수 있을 것 같다.
-방어력 : 6,666
-내구력 : 파괴 불가
-힘 + 500
-체력 + 500
-[포식 성장] 사용 가능
-추가 방어력 + 3,000
-모든 능력치 + 200
-이동속도 + 10%
-[악령 지배] 사용 가능
몇 단계나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났다. 추가 방어력과 능력치, 이동속도 상승까지.
게다가 이번에는 악령 지배라는 스킬이 추가되었다.
[악령 지배]범위 안에 있는 영혼 계열의 존재를 타락시키고, 그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
-지배당한 몬스터에게서는 아이템, 경험치 획득 불가
“오?”
악령을 직접 소환하지는 못하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영혼 계열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무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마신의 힘이니 저장조차 불가능할 테고, 만약 놈들을 죽여 경험치까지 얻을 수 있다면 최고의 스킬라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다.
“뭐, 써먹을 데가 있겠지.”
하지만 상승한 증가한 옵션 효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지금은 당장 조금의 능력 상승이라도 필요한 상태이니까.
“그럼 가 보실까?”
그렇게 정비를 모두 마친 로칸은 눈을 빛내며 천상의 룬 북을 펼쳤다.
다시 마계의 어딘가로 이동했다.
***
“여기인가?”
마계로 돌아온 로칸은 즉시 힘을 쌓고 있던 뱀파이어와 웨어울프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야말로 종족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만을 남겨 둔 채, 그들 모두를 이끌고 어디론가 은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샤로크가 이끄는 뱀파이어족의 경우 밤에만 정상적인 이동이 가능했기에 시간은 조금 지체되었지만, 최대한 전력 보전에 주의하며 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밤이 되면 공격한다.”
그리고 적 영지의 경계가 내려다보이는 인근 야산에 몸을 숨기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밤에는 만월이 뜨니까.
뱀파이어들뿐 아니라 웨어울프들 모두 최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무려 상급 마족인 것이다.
‘마수 조련사 그몰탄.’
로칸이 몇 번이나 죽였던 400레벨의 몬스터들을 무려 애완동물로 부리는 녀석이었다.
덕분에 로칸과는 완전한 적대 관계가 되어 로칸의 행방을 추적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가진 그 녀석을, 로칸이 먼저 찾아온 것이다.
‘뒤통수를 맞느니 먼저 치는 게 낫지.’
사냥터에 파묻혀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뒤통수를 잘못 맞아 죽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400레벨 몬스터를 애완동물로 삼고 방생하여 기를 정도라면, 녀석의 주변에는 비슷한 400레벨대의 몬스터들이 즐비할 것이 분명했다.
로칸과 휘하 병력들이 단숨에 놈의 도시 내로 진입하지 못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니까.
경계를 넘는 순간, 어마어마한 마수들이 그들을 가로막을 것이 분명했다.
‘덕분에 빠르게 레벨도 올리고 좋지.’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이곳이 로칸에게 빠르게 레벨을 달성할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계든 천계든 어딜 가도 400레벨 몬스터는 찾기 어렵고, 여러 개체가 뭉쳐 있는 경우가 별로 없었으니까.
그러니 빠르게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지간한 고레벨 몬스터와 마족들은 ‘귀족’으로 대표되는 마족들의 휘하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시작됐군.’
그렇게 숨죽여 기다리기를 2시간여, 드디어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아우우우!”
웨어울프들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하울링을 하며 체내에 차오르는 힘을 개방했다.
동시에 영지의 경계 너머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바로 나타났다.
“가자.”
바로 그때 로칸의 명령이 내려졌다.
웨어울프들의 은빛 물결과 함께 밤하늘이 박쥐 떼의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그들이 백작급의 마족 영지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