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06)
# 306
고인물의 게릴라전 (6)
붉은 유성. 거기에 가미된 황금 사자의 불꽃. 그것만으로는 빙결의 넝굴 인간 프로만을 완전히 태울 수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그렇다는 것은, 다른 힘이 작용하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필살기라든가.
“초극.”
붉은 유성은 놈을 감싸는 줄기 장막을 걷어 내는 용도일 뿐이었다.
로칸이 처음부터 준비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의 모든 힘을 오롯이 쏟아 넣은 단 한 번의 일격.
진체를 보호하기 위해 넝굴 장막을 펼쳤던 놈의 가드가 완전히 뚫리는 순간, 로칸의 배틀 액스가 놈을 베었다.
그랜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온전히 버텨 낼 수 없는 강격.
창조 스킬을 이용해 방어했다면 모를까, ‘가짜 로칸’의 등장에 정신이 팔려 있던 녀석은 로칸의 힘을 제때 방어해 내지 못하고 마기 덩어리에 가까운 자신의 본체를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광풍참!”
거기에 광풍참까지!
일반 스킬과 다르게 광풍참은 무기에 내장된 별개의 스킬이기에 모든 스킬을 응집시킨 로칸의 쿨 타임과 별개로 발동했다.
초극에 적중당해 존재마저 흔들리는 놈의 영혼까지 분쇄하며 무참히 흩어버렸다.
“여, 여기에도 로칸이?”
더불어 주변까지 정리가 되었고 놈들은 혼란에 빠졌다.
“후욱, 카이!”
시간이 있었다면 정신을 차리고 그몰탄의 절대 명령인 ‘로칸을 잡아 둘 것’을 달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로칸은 결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놈을 격살하는 데 성공했음을 확인한 동시에 힘이 빠진 몸을 카이에게 의탁했다.
그와 함께 날아올라 따라올 수 없는 멀찍한 곳까지 사라져 버렸다.
뀻뀻!
비행형 마수들이 부리나케 쫓아 봤지만 대붕으로 변한 카이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다.
날개의 크기와 속도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로칸은 분신이 파괴되는 순간에 맞춰 전장을 이탈 할 수 있었다.
“흐흐흐흐!”
결국 두 번째 격돌에서도 승자는 로칸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도, 네 번째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놈들을 혼란시킬 방법이야 무궁무진 했으니까.
“머리를 굴려 봤자 NPC지. 한국 게이머의 잔머리를 당해 낼 쏘냐?”
넉넉하게 들어온 경험치를 확인하며 로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음 습격은 시간 역행까지 모든 스킬의 쿨 타임이 돌아온 다음 날이었다.
“독이 제대로 올랐군.”
다시 마주한 그몰탄의 군대는 또다시 진형이 바뀌어 있었다.
그몰탄이 언제든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게 중앙으로 위치를 바꾸었고 각 방위마다 400레벨을 둘씩이나 배치했다.
그것도 상호 연계가 좋아 로칸이 기습을 하더라도 버텨 낼 수 있도록 조합까지 갖춘 상태인 데다 마수들 역시 넓게 포진시키는 대신 오밀조밀하게 뭉쳐 두었다.
설사 로칸이 붉은 유성을 사용하더라도 힘으로 막아 내겠다는 계산이 분명했다.
만약을 위해 비행형 마수들까지 쫙 깔아 놓은 상태였고.
“하지만 이걸 어쩌나, 이번에는 그쪽이 아닌데.”
그러나 로칸은 그것을 비웃듯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폴리모프.”
폴리모프를 사용해 마수의 형상을 취한 것이다.
방향은 또다시 후방.
숫자가 워낙 많았던 탓에 은신을 사용해 놈들의 틈바구니로 파고든 로칸을 알아보는 마수는 단 하나도 없었다.
[마수 조련사의 정신 지배에 노출되셨습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마수의 형상으로 변했기 때문일까. 기존과 달리 그몰탄의 정신 지배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지만 로칸에게는 한층 강화된 불굴의 의지가 있었다.
천신의 시험조차 통과하게 만들었던 그 정신 방어가 고작 놈에게 뚫릴 리 없다.
‘덕분에 쉽게 풀리겠군.’
이렇게 되자 그몰탄의 정신 지배는 오히려 로칸을 돕는 역할을 했다. 그몰탄의 정신 지배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마수들끼리는 경계도, 의심도 없는 것이다.
때문에 로칸이 전열을 이탈해도, 멋대로 길을 헤치고 나가도 누구 하나 의심하는 이가 없었다. 몇만이나 되는 마수들 사이에서 그의 단독 행동쯤은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는 것처럼 티가 나지 않았으니까.
‘흐흐흐흐!’
더분에 로칸은 아무런 저항도, 경계도 없이 후방을 담당한 400레벨 마수들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의 신경이 온통 외부의 습격으로 향해 있었기에 바로 뒤까지 근접해도 인식하지 못했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초극.”
그렇다면 필살기다.
로칸은 놈의 배후를 잡고 타이밍을 잰 뒤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렸다.
폴리모프의 영향으로 위력은 조금 감소했지만 생명력이 약한 주문 계열을 찢어발기기에는 충분했다.
후방을 담당한 주문 계열의 마수의 몸을 터트려 버렸다.
“아닛!”
급작스러운 습격에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를 지키기 위해 함께 배치된 근접 방어 특화의 마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후폭풍에 휩쓸려 튕겨 나갔고, 한순간 가득해진 폭연 속에서 로칸은 다시 한번 꾀를 내었다.
“캔슬, 은신, 점멸.”
이제 막 발동시킨 스킬을 캔슬시키는 것은 아까웠지만 시간 역행을 사용해 기껏 획득한 경험치를 날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시야 내로 이동하는 점멸을 사용하기엔 폭연에 시야가 제한되었지만 로칸에게는 삼라만상을 꿰뚫는 눈이 있었다.
모두가 버벅거리는 사이, 그 틈으로 이동해 모르는 척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놈을 찾아라!”
어리바리하게 코를 킁킁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딱 마수들의 수준으로 연기했다.
이쯤 되니 그들로서는 로칸을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폴리모프는 그 어떤 스캔에도 걸리지 않으니까.
‘한 놈 더 잡을 걸 그랬나.’
작전이 생각 이상으로 잘 통하자 로칸은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과욕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아직 게릴라를 펼칠 다른 방법은 남아 있었고, 투루비까지 갈 길은 아직 멀었다.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그몰탄이 격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후방으로 와 상태를 확인한 그몰탄은 크게 분노했고, 자신의 모든 군세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속력으로 이동한다!”
투루비까지 전속 이동을 지시한 것이다.
이만큼 대비를 갖췄음에도 게릴라를 계속한다면 그럴 수 없도록 아예 로칸의 영토까지 단숨에 도달해 버리겠다는 것이다.
‘머리가 없진 않군.’
하지만 그 또한 로칸의 예상 범주였다. 아직 놈의 주위에는 400레벨의 강력한 존재들이 많았지만 한둘만 더 줄여도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칸은 잠시 그들의 무리에 섞여 속도를 계산하다가 다시 빠져나왔다.
‘하지만 어설프게 머리를 쓰면 그게 독이 되는 법이지.’
이후로도 로칸의 습격은 계속되었다.
분신을 이용한 성동격서. 다만 이번에는 분신이 늦게 등장하도록 만들어 혼란을 유도했다. 한 번 당했던 전적이 있으니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로칸을 오히려 가짜라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 섣부른 오판의 결과는 부하의 죽음이었다.
그몰탄이 머리를 쓴답시고 다시 후방에 나타난 분신을 처죽이러 이동한 사이, 로칸은 상대적으로 방비가 약한 정면을 치고 들어와 한 놈을 죽이고 튀었으니까.
그다음은 아예 숫자를 늘렸다.
소환에 제한이 있는 분신 대신 기계공학으로 만들어진 마스터급 드워프 인형 다섯 기를 로칸의 모습으로 외형만 변신시켜 혼란을 줘 또다시 암살에 성공했고, 그 이후로도 시간 역행을 이용한 병력 줄이기와 광역 도발 스킬이 딸린 기계 공학 아이템을 활용한 혼란 유도를 반복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폴리모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사흘이나 되는 바람에 암살은 다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사흘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고 로칸도 더 이상 게릴라전을 펼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할 만하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는 충분히 줄여 놓았다는 것이다.
한 차례의 전투이기는 했지만 1만 킬을 달성하고 만인살의 칭호를 얻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로칸이 게릴라전을 통해 줄여 놓은 숫자만 무려 2만이 넘었으니까.
그나마도 400레벨대의 강자들을 줄여 놓느라 병력 줄이기에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그랬다.
“준비하라.”
다시 투루비로 돌아온 로칸은 틈틈이 새로 뽑아 놓은 마족 병력과 수성에 매진하면서도 숫자를 불려 놓은 뱀파이어, 웨어울프 부대를 이끌고 성을 나섰다.
그사이 게릴라 병력이 투루비를 칠 수도 있지만 그몰탄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그런 치졸한 방식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오히려 로칸이 병력을 이끌고 평원으로 나온 것을 안다면 전력으로 부딪쳐 오겠지.
로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쉬게 놔둘 수는 없지, 흐흐.”
게릴라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로칸을 응징하고 그의 영토를 짓밟기 위해 서두른 것이 놈들의 약점이 될 터였다.
서두르느라 지치고 기운이 빠진 마수들이 제대로 힘을 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샤라크.”
“예. 다녀오겠습니다.”
정상적인 지휘관이라면 전투에 앞서 멀찍한 곳에 자리 잡고 휴식을 지시하겠지만, 적들이 공격해 오는 상황에서도 그런 침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로칸은 미리 이야기 해 둔 대로 샤라크와 뱀파이어 부대를 선발대로 내보냈다. 아직 대회전의 장소인 평원에 당도하지 못한 그들이 쉴 틈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역할로는 블러드 매직을 사용하는 뱀파이어들이 적격이었다.
콰과과과과광!
수성을 하는 동안 충분히 힘을 비축한 뱀파이어 군단의 마법 폭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하늘과 땅에서 마구잡이로 쏘아 내는 블러드 매직이 적의 선봉을 유린했고, 피해가 심해지자 아예 그몰탄이 나서서 진화에 서둘렀다.
“후퇴하라!”
하지만 로칸의 지시대로 샤라크는 그들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일방적인 폭격만을 퍼부은 채 그몰탄과 수하들이 달려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 과정에서 몇몇의 뱀파이어들이 잡혀 불태워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입힌 피해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다.
“가라! 이대로 놈들을 찢어 죽이고 영토를 짓밟아라!”
게다가 그들의 난동은 그몰탄의 화를 제대로 돋웠다.
가만히 있으면 또다시 뱀파이어들의 습격을 받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전군을 움직여 로칸의 병력을, 그의 대지를 짓밟을 것을 명령했다.
영토의 획득?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방문자이니 되살아날 테지만, 로칸이 가진 마족의 권위를 빼앗고 몇 번이고 짓밟아야만 그 분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았다.
“전군 대기.”
하지만 그들이 평원의 3분의 1을 가로지르도록 로칸과 그의 병력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방어진을 갖춘 뒤 적들이 도래하기만을 기다렸다.
병력의 질과 양의 차이가 있어 이대로라면 격돌은커녕 쓸려 나갈 공산이 큼에도 말이다.
“폭파.”
콰과과과과과과광!
그리고 놈들이 평원의 절반을 가로질렀을 때, 로칸의 손에 들린 어떤 장치가 작동했다.
평원의 아래에 자갈처럼 촘촘히 매립된 마법 공학 폭탄들.
제작하고 구입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코인이 들어간 만큼 400레벨 이상의 존재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하이 마스터급들에게도 제법 타격을 줄 수 있고, 마스터급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폭탄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선두로 달려오던 마수들을 고기 조각으로 만들며 병력의 수를 조율했다.
“흐흐흐! 이제 좀 비슷해졌군. 어디 한번 놀아 볼까?”
예상치 못한 폭발에 당황한 놈들을 향해 로칸이 앞장서서 달려들었다.
지형은 물론 마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대전투가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