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08)
# 308
초월자의 자격 (2)
휘리리릭! 촤악!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드는 채찍을 로칸이 가뿐히 피했다.
‘흐음.’
그러나 침착을 되찾고 다시 보니 뭔가 이상했다.
확실히 엄청나게 빠르고 강하지는 했지만 정말 저게 자신을 가뿐히 날려 버릴 정도의 위력일까?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비만 하고 있다면 충분히 피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속도인 데다 채찍에 맞은 대지가 파괴되는 수준도 영 대단치 못했으니까.
‘저거군.’
혼란이 찾아올 만한 일이었지만 로칸은 그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놈이 휘두르는 채찍 그 자체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잡히지 않으면 된다.’
공략법 또한 마찬가지. 채찍에 ‘잡혔을 때’ 위력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놈에게 잡히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뒤잡기. 살육의 일격!”
그런 의미에서 로칸의 스킬과 컨트롤은 놈을 농락하기에 적합했다. 철저히 그몰탄을 무시했으니까.
‘굳이 무리해서 놈을 잡을 이유가 없지.’
놈의 채찍은 위험했지만 그뿐이었다.
놈을 잡을 생각을 버렸기에 오히려 상대하기는 더 편해졌다.
채찍이 등을 때리려는 순간, 적의 등 뒤로 돌아가 공격을 대신 받게 만들었고 예상치 못한 타격에 움찔거리는 사이 치명적인 일격을 꽂아 넣었다.
등뼈를 가르고 척추와 신경을 끊어 놓았다.
“사자 난무!”
거기에 황금사자의 불꽃까지 담아 회복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몰탄이 아군처럼 멋진 협공 플레이를 펼쳐 준 셈.
그 기회를 로칸이 놓치지 않고 낼름 받아먹었다.
“캬아악! 복종의 채찍!”
덕분에 이성을 잃을 만큼 폭주하는 그몰탄의 공격들도 마찬가지. 로칸은 그 움직임을 똑똑히 지켜보며 피해내는 것은 물론, 그것을 역이용해 중급 마족과 애완 마수들을 공격했다. 들어오는 경험치는 조금 깎여나갔지만 그럼에도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확인하며 그몰탄을 유린했다.
“가라!”
그리고 경험치 바가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샤라크와 키리토에게도 후퇴를 지시하며 그몰탄을 향해 뛰어들었다.
“크헝! 나도 싸우겠다!”
“갑시다.”
야성을 폭발시킨 키리토가 죽음을 불사하고 싸울 것을 천명했지만 샤라크가 그를 막았다.
블러드 매직을 발동시켜 그의 행동을 제약시키고 억지로 그를 운반해 투루비로 되돌아갔다.
다른 뱀파이어와 웨어울프, 마족 병사들도 마찬가지.
치열한 전투 끝에 벌써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최대한 추격을 저지하며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네놈만은 도망가지 못한다!”
다행히 그몰탄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기세 좋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로칸을 향해 전력을 쏟을 뿐이다.
지금 도망치는 놈들 쯤이야 차후에 얼마든지 제압하고 농락할 수 있으니까.
반드시 붙잡아 노예로 부려 주겠다고 이를 갈며 온 힘을 로칸에게 쏟아부었다.
“점멸.”
그러나 로칸은 끝까지 놈과 상대해 주지 않았다.
초월 각성의 지속 시간이 다가옴에도, 놈과 전력을 다해 부딪치는 대신 마수들의 시선을 끌고 피해를 감수해 가며 치명상을 입히는 데 주력했다.
“초극.”
그리고 빈틈이 만들어지는 순간,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퍼부었다.
원래도 그랜드 마스터를 살해하던 그 일격에 그랜드 마스터의 권능이, 피의 각성의 힘이 더해졌다.
우우우우우웅!
“아닛, 어떻게 초월자 따위가……!”
배틀 액스에 모여드는 막대한 기운. 그것은 단지 파괴력만이 아니었다.
‘이건……?’
그것은 새로운 방식의 힘이었다.
대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로칸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 일격에 담긴 힘만큼은 그랜드 마스터의 범위를 아득히 초월했음을 알 수 있었다.
“피, 피해라!”
쿠과과과과과광!
초극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고작 폭발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소멸’의 힘이었다.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전율스러운 힘.
그것이 적을 집어삼키고 공간을 집어삼켰다.
“으윽!”
그리고 스킬의 반동이 끝나는 순간, 로칸에게도 후유증이 밀려왔다. 초월 각성의 지속 시간이 종료됨에 따라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우두두둑!
그 뿐이 아니다. 과도한 힘을 끌어 쓴 탓인지 아직 지속 시간이 조금 남았음에도 광풍 현신이 자동으로 해제되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그리고 그때,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청량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399레벨의 달성이었다.
[399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승급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그동안의 플레이 기록에 근거하여 합당한 승급 퀘스트를 부여합니다.]강렬한 빛이 로칸을 휘감았다.
가공할 위력에 정신이 팔렸던 모든 존재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퍼부었지만 로칸을 감싼 빛은 외부의 침범을 허용하지 않았다.
[초월자의 자격을 갖춘 이여, 그대를 수식할 수 있는 이름을 말하라.]그와 함께 들려온 목소리.
그것은 로칸에게 무언가를 요구했다.
바로 이름. 혹은 수식언이라 불리는 그것.
로칸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잠시 갸웃하다가 어떤 것을 떠올렸다.
‘붉은 도끼? 아니지, 아니야.’
먼저 떠올린 것은 드록쉬였다. 그 역시 이름보다 붉은 도끼라는 이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인물이 아니던가?
하지만 곧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드록쉬는 그랜드 마스터도 아니었고, 고작 그 정도의 이름이라 하기에는 초월자라는 말이 너무 무거웠으니까.
‘거인 학살자.’
그리고 곧 다른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광풍이 천상에서 이름을 날리던 시절 사용했다는 이름이다.
지금은 학살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양이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수식언이라기에는 너무 거창했다.
그러니 아마 거인 학살자가 정확할 터였다.
‘그렇단 말이지…….’
그 이름을 떠올린 로칸은 곧 이 수식언이 갖는 의미를, 그 안에 담긴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어는 힘을 가졌다고들 하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군.’
미지의 존재가 요구하는 이름.
그것은 그저 꾸며 주는 말일 뿐 아니라 자신을 나타내고, 힘이 되어 줄 한마디였다.
광풍이 타이탄들에게 특히 더 강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겠지.
‘가오칸의 수식언이 궁금해지는군.’
기존과 동일하게 사자왕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칸은 자신의 수식언을 정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일지도 몰랐다.
“폭력의 왕. 나는 폭력의 왕이다.”
전생부터 이어진 그 이름.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보다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은 없다고 판단했다.
[폭력의 왕 로칸. 좋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제 너의 가치를 증명하라.] [가치 증명 : 폭력의 왕][퀘스트]초월자의 자격을 갖춘 이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라.
-완료 조건
1. 300레벨 이하의 존재 굴복 0 / 1,000,000
2. 300레벨 이상의 존재 굴복 0 / 100,000
3. 350레벨 이상의 존재 굴복 0 / 10,000
4. 400레벨 이상의 존재 굴복 0 / 10
-완료 보상 : 1레벨 상승, 그랜드 마스터로의 승급
“헛.”
이름을 말하자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급 적용되는 것도, 자동 승급되는 일도 없었다.
아무래도 제시한 이름에 따라 퀘스트 내용도 바뀌는 모양.
한데 퀘스트 완료 조건의 상태가 남달랐다.
“미친…….”
굴복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마스터급만 10만, 하이 마스터는 1만, 게다가 그랜드 마스터급까지 열 마리나 굴복시켜야 하다니. 게다가 300레벨 이하는 무려 1백만이나 되었다.
죽이는 것도 포함이 될지 모르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레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다행이지만…….’
당혹스러운 퀘스트에 로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을 바꿔 줄 리도 만무하다.
다시 한번 번쩍이는 빛과 함께 로칸을 감싸던 보호막이 사라졌고, 그몰탄과 그의 군세들이 약화된 로칸을 향해 악의를 드러냈다.
“흐흐흐, 까짓것, 다 박살 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초월 각성이 끝났을 뿐 아니라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마저 다한 상태. 그러나 로칸은 절망하거나 비굴해지지 않았다.
가슴을 쫙 펴고 다시 한번 광기를 드러냈다.
“버서크!”
최후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 * *
“으윽.”
마구 날뛰던 로칸이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낯선 천장이 그를 반겼다.
죽음.
오랜만에 느껴 보는 그 현상이 익숙지 않았지만 허둥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으니까.
[마계 영지 투루비가 파괴되었습니다.] [마계 영지 투루비에 대한 권한을 빼앗겼습니다.] [중급 마족의 권위를 박탈당했습니다.]곧이어 밀린 알림이 그를 찾았다. 예상대로 영지를 파괴당하고 중급 마족의 권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하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드롭한 아이템은 잡템에 불과했고 레벨도 그대로였다.
“좋군.”
이 정도면 훌륭하게 당초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애초부터 두 단계의 격이 차이 나는 마수 조련사를 해치울 생각이 아니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하지만 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되갚아 주지 않으면 로칸이 아니니까.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닐 뿐이다.
더구나 초월 상태에서 사용한 궁극의 일격, 초극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지 않았나? 제아무리 450레벨이라도 그것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감히 살아남을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려우리라.
가뿐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 로칸은 빼앗긴 것들에 관심을 두는 대신 새롭게 획득한 승급 퀘스트에 집중했다.
“다행히 죽이는 것도 포함인 모양이군.”
마지막에 버서크를 쓰고 날뛴 덕분에 퀘스트에 적힌 완료 조건이 조금은 달성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참이나 모자라다. 갈 길이 아득히 멀었다.
[마수 조련사 그몰탄이 당신에게 현상금을 걸었습니다.]“응? 별짓을 다 하는군.”
그때, 또 하나의 알림이 나타났다.
분노한 그몰탄이 로칸을 죽이고, 그의 영지를 빼앗아 짓밟는 것으로 모자라 로칸에게 현상금을 건 것이다.
졸지에 마을에 걸린 현상 수배 몬스터와 같은 신세가 되었지만 로칸은 피식 웃었다. 그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까.
마계의 현상 수배는 어디까지나 마계에서만 유효한 것이었고, 중립지대나 천계에서는 얼마든지 마을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아, 천계도 무리려나?”
그러고 보니 슬슬 진상 조사를 마치고 천계에서도 움직일 때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천계에서 몰려올 병력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번 일을 벌인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로칸은 마찬가지로 개의치 않았다. 아직 중립지대가 남아 있었고, 어마어마한 숫자를 사냥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천계와 마계 양쪽의 추격은 오히려 달가운 것이었다.
“누가 엿 되는지는 까 보면 알겠지.”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고작’ 중급 마족의 지위를 얻은 방문자에게 탈탈 털리고 전력을 크게 손실한 상급 마족의 자리는 어떻게 될까?
만약 자신이 마족이라면 놈을 그냥 놔두지는 않을 터였다. 이기심과 기회주의로 똘똘 뭉친 마족 놈들도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직접 끌어내리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어쩌면 자신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기도 전에 놈이 알아서 실각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나저나 굴복이라……. 재미있군.”
그리고 또 한 가지, 로칸은 이 퀘스트를 의외로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