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28)
# 328
천상 결계의 보주 (3)
“아닛!”
갑작스러운 변신 해제, 그리고 기습.
카신은 로칸의 변화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급히 힘을 끌어 올렸다. 가공할 경력이 담긴 일격을 막아 내었다.
콰과과광!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충격파만으로도 집무실이 초토화될 정도.
내구력 좋은 천상제의 물품들이지만 초월 이상의 힘을 가진 이들의 격돌까지 버텨 내기는 무리였다.
“인간 따위가 감히!”
첫 격돌은 동수.
놈을 격살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지만 마제스티 마스터답게 기습을 너무나 잘 막아 내었다.
“진광풍참!”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로칸은 즉시 무기에 내장된 스킬을 발동시키며 일대를 휘몰아쳤다.
꽈드드득!
광살에 버금가는 난무가 놈을 향해 떨어지고, 그 여파로 일어난 힘이 놈의 옥좌를 뽑아냈다.
이로서 1단계 목표는 성공이다.
“전신의 돌격, 점멸!”
그러나 억지로 천상 결계의 보주부터 취하려 들지는 않았다.
놈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도 있거니와 뽑혀 나온 옥좌가 제 형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볼 때, 그 단단함이 일수에 파괴할 수 없을 정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단은 눈앞의 상대에 집중했다.
콰앙!
“뒤 잡기.”
공간을 넘어 카신의 가슴을 들이받은 로칸이 그대로 놈의 등 뒤로 돌아갔다.
“백스텝.”
하지만 놈 역시 만만치가 않다. 뒤를 잡힌다 생각한 순간, 백스텝으로 물러나 오히려 로칸의 등 뒤를 점했다.
“뒤 잡기.”
그러자 로칸이 다시 뒤를 돌았고, 후속 공격 없이 이동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휙 휙 휘익 휙.
소리 없는 대결이 치열했다. 오직 공기만 가를 뿐이지만 로칸과 카신 모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 움직이는 것을 멈추는 순간, 상대의 공격이 꽂힐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후우.’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로칸이었다. 이대로는 끝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진광풍참!”
뒤 잡기와 동시에 카신이 백스텝을 밟은 순간, 다시 한번 일대를 휩쓸었다.
그 위력이 워낙 막강한 지라 반격은커녕 막아 내기 급급할 정도.
대신 둘 사이에 거리가 벌어졌고, 싸움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인벤토리.”
“……!”
하지만 영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다.
순간의 정적이 흐른 사이, 로칸이 아예 옥좌를 통째로 인벤토리에 넣어 버린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카신의 몸에서 강력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인간 따위가 겨우 초월자의 격에 올랐다고 이 몸을 능멸하려 들다니! 저 비리비리한 사제 놈들에게는 통했을지 몰라도 이 몸에게는 어림없다!”
따지고 보면 이미 로칸은 목적을 이룬 셈이지만 카신은 그것이 자신을 놀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분노가 골수까지 미치며 천상 결계의 보주에 대해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사실 천상 결계의 보주는 천상에서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아이템이니 처음부터 그것을 노렸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천신의 무장!”
“오?”
그 즉시 발동된 카신의 창조 스킬. 그것은 천신의 힘이 깃든 무구들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화려하던 그의 무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풍기는 기운이나 기세도 확연히 다르다. 거의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운이 증폭되었으니까.
오죽하면 피의 각성을 마친 로칸조차 위축되는 느낌을 받았을까.
힘에서 완전히 밀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천신의 힘이 가지는 고유한 기운이 상대로 하여금 싸우기를 꺼려지게 만들었다.
반면 그 자신에게는 어마어마한 증폭 효과를 가져다주었고.
‘계속 상승하는군.’
이미 질릴 만큼 강한데도 계속해서 조금씩 강해지는 그 모습은 실로 천신의 장군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뭔가 더 있는 건가.’
로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단순히 창조 스킬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작용한 것 같달까.
마제스티 마스터의 권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위기감이 느껴질 만큼 강력한 기운이 응축되는 것을 보자 침이 꼴깍 넘어갔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로칸에게는 아직 히든카드가 남아 있으니까.
‘이쪽은 조커다, 새끼야.’
카신이 온전히 힘을 갈무리하고 오만한 표정을 짓자 로칸이 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뭐지? 이 몸의 힘을 느끼고 미쳐 버리기라도 한 건가?”
그럴 리가. 로칸은 감히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녀석을 비웃으며 마지막 힘의 조각을 발동시켰다.
“무혼 각성.”
지이이잉.
로칸이 힘을 개방하면서 굳이 사자왕의 무구를 일깨우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사자왕도 그렇기에 자신의 무구들을 벗어 버리고 천상에 오른 것이 아니었을까?
400레벨에 오른 이상, 황금 사자 세트가 가진 힘을 완전히 일깨울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인한 힘의 상승은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느꼈을 테니까.
그렇기에 로칸도 아직 무혼 각성을 사용하지 않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혼을 일깨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그만한 힘을 갖춘 다른 장비가 있기 때문이었다.
[천신의 별빛 건틀렛에 담긴 힘이 깨어납니다.]바로 천신의 별빛 건틀렛.
천신의 힘이 깃든 신급 아이템. 그 안에 깃든 신의 의지와 영혼이 깨어났다.
[천신의 별빛 건틀릿이 신성한 힘을 흡수합니다.] [사용자의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그리고 동시에, 주변의 빛을 빨아들였다. 정확히는 신성력.
천신의 힘을 제대로 이어받은 무구가 깨어나자 블랙홀처럼, 혹은 삼투압 현상처럼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그분의 힘을……!”
카신의 창조 스킬로 인해 방 안 가득 퍼졌던 신성력이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아니, 그것을 넘어 카신이 만든 ‘가짜 천신의 무구’들까지 그 힘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이럴 수는 없다!”
천신의 권.
천신의 육체를 본따 만들어진 강력한 신성이 응집체가 로칸을 후려쳤다.
하지만 놀랍게도 로칸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천신의 별빛 건틀릿이 신성한 힘을 흡수합니다.] [사용자의 능력이 대폭 강화됩니다.]천신의 힘을 빌려 온 스킬로는 진짜 천신의 힘을 사용하는 그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신성력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방식의 힘을 사용했다면 약간의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카신처럼 천신을 닮기 위한 스킬로 무장을 했다면 그야말로 로칸이 천적인 셈.
그것을 확인한 로칸이 환하게 웃으며 배틀 액스를 내질렀다.
“큭!”
그러나 마제스티 마스터답게 카신은 용케도 잘 막아 냈다.
그래도 비슷한 힘이라는 것인지, 압도적인 힘의 질 차이가 있음에도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은 아니었다.
“광살!”
퍼버버버버벅!
로칸이 놈의 몸을 두들길 때마다 내구력이 팍팍 깎여 나가듯 놈의 무구들이 손상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심각한 수준의 타격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반면 로칸이 유지하는 무혼 각성의 지속 시간은 힘의 격 때문인지 그리 크지 않았고…….
‘승부를 봐야겠군.’
그렇기에 모험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가 내뿜는 천신의 기운을 흡수하기 때문인지 이전에 실험을 했을 때보다 지속 시간이 길어졌지만 그 시간 안에 놈을 끝장 낼 수 있다고는 스스로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천신의 힘을 흉내 내고 있다지만 그 역시 스스로 마제스티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이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초극?
물론 그것을 사용하면 놈을 소멸시키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이미 그몰탄과의 전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읽지 않았나? 하지만 그것은 도박성이 짙었다. 만약 놈이 초극을 피할 경우, 혹은 어떻게라도 견뎌 낼 경우 뒤가 없었으니까.
모든 것을 쏟아 낸 후 놈을 마무리할 자신이 없었다.
“무혼 각성.”
그렇기에 로칸은 또 하나의 무혼을 각성시켰다.
[마신의 이빨 허리띠에 담긴 힘이 깨어납니다.]바로 또 다른 신급 아이템.
천신의 힘과 상반되는 마신의 기운이 로칸의 몸에 담기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순간 카신의 눈에 당혹의 빛이 어렸다.
천신과 마신이라는, 극과 극의 힘이 한 몸 안에 담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사 가능하다 해도 그 매개체가 되는 육신은 풍선처럼 빵 터져 버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불가능한 일을 이뤄 내고 있는 로칸은 조금 인상을 찡그릴 뿐,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살육의 일격.”
퍼엉!
지금까지 잘만 버텨 내던 카신이 일격에 휘청거렸다.
신성력과 마기의 반발력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충격이 놈을 휩쓴 탓에 감히 버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밀려났다.
쩌저저적.
창조 스킬로 만들어 낸 무구들도 비명을 질러 대기는 마찬가지.
덧입혀진 신성한 무구들 이외에 이미 입고 있던 장비들마저 비명을 지르며 부서져 나갔다.
‘시간이 없군.’
그러나 초조하기는 로칸도 마찬가지였다.
천신의 무구와 마신의 무구를 동시에 일깨운 것에 대한 반동으로 무혼 각성의 지속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 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분.
이 안에 끝장을 보지 못한다면 지는 것은 자신이다. 그것을 알기에 배틀 액스를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파치치칙!
로칸이 힘을 쓸 때마다 그의 몸에서 하얗고 까만 빛이 번쩍였다. 그러나 카신은 그것이 몸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생각 할 수 없었다.
“커헉!”
그 힘이 자신의 몸을 파고들 때마다 마기를 상대하는 것, 그 이상의 충격이 전해졌으니까.
이건 마기도 신성력도 아니다.
둘을 융합한 그 무언가.
더구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이 파고들어 자신의 신성을 깨어 놓는 바람에 반격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방어를 굳히며 몸속의 기운을 해소해 내는 데 전념할 따름이었다.
“오라 폭격!”
콰과과과과광!
그런 놈을 향해 로칸은 전력을 쏟아 내는 중이었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악착 같이 버텨 내는 통에 더 이상 힘을 아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무너진다!”
결국 카신보다 먼저 내성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로칸의 공격력을 버티지 못하고, 온갖 신성 결계와 강화 스킬로 떡칠이 된 내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휘익.
하지만 건물의 잔해와 함께 매장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카신과 로칸은 재빨리 날개를 펼쳐 건물을 빠져나왔고, 로칸의 공격도 이어졌다.
“아니, 영주님!”
“영주님을 구해라!”
다만 그들의 전투를 발견한 순수 천족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로칸은커녕 카신에게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놈들이지만 수백, 수천이 몰려드니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다.
만약 로칸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랬을 터였다.
“초극.”
그러나 로칸은 로칸이다. 카신조차 자신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는데 기껏해야 그랜드 마스터 수준인 놈들이 무슨 수로?
놈들의 공세를 깡그리 무시하고, 모든 힘을 일격에 담았다.
그 순간, 세계가 뒤틀렸다.
“허억!”
모든 것이 멈췄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이들이 행동을 멈추었다. 로칸의 배틀 액스에 모여드는 기운이 그들의 숨을 멎게 하였다.
오직 파괴되어 낙하하는 내성의 잔해들만이 시간이 정지하지 않았음을 알릴 뿐, 모든 이들이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바라만 보았다.
퍼억!
그리고 내리꽂힌 일격.
배틀 액스에 담긴 모든 힘이 카신의 몸 안에서 풀려나왔다.
쿠과과과과과과과광.
대폭발.
버섯구름마저 생겨날 만큼 어마어마한 폭발이 카신을, 천족들을, 카사락스를 집어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