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31)
# 331
욕망의 나침반 (2)
“오?”
해적들의 도시라기에 더럽고 냄새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떠올린 로칸이었지만 막상 안으로 진입한 무법항의 모습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여기저기에서 시비가 붙었는지 소란이 일기도 했지만 사건이라 할 만큼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여기저기 붙어 있는 현상 수배 포스터를 보고도 누구 하나 현상범에게 덤벼드는 일이 없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현상금이 걸린 해적들이었으니까.
상점 또한 특이했다. 해적단의 보급을 맡은 곳이기 때문인지 대용량으로 판매했고, 장물을 처리해 주는 곳도, 암시장도 존재했다.
하지만 로칸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역시 술집이었다.
무법항에는 몇 개나 되는 큰 술집이 존재했고, 로칸이 찾은 곳은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곳이었다.
딱히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해적들에게 술집은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니까.
안으로 들어가자 별별 놈들이 다 있다. 해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종족이 무척이나 특이하고 다양했다.
인간, 드워프, 노움, 엘프, 언데드, 오크, 트롤, 고블린은 물론이고 수인족이나 나가, 조인족을 비롯해 함포를 거뜬히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은 골렘과 오우거, 적을 현혹시키는 세이렌과 하피, 심지어 천족과 마족까지. 대충 한눈에 알 수 있는 종족들만 해도 수십 종은 족히 되는 것이다.
“뭐? 욕망의 나침반? 푸하하하! 이봐들, 이 젊은 친구가 욕망의 나침반을 찾는다는데?”
“크하하하! 신참인가? 아직 로망이 있구먼그래!”
“그래, 뭘 찾고 싶어서 그런가? 네가 찾는 게 내 가랑이 사이에 있는 것 같은데 좀 보겠어?”
하지만 막상 술집에 들어가 늘 하던 대로 바텐더에게 코인 주머니를 건네고, 질문을 하자 엉뚱한 반응이 돌아왔다.
제법 많은 코인까지 건넸건만 바텐더가 나서서 그를 조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맞춰 한창 술을 마시던 놈들 역시 조롱에 동참했고 로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렇군. 해적이라 이거지.’
자신을 풋내기 취급하는 놈들을 바라보는 로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저벅저벅.
더 이상 바텐더와 이야기를 하는 대신, 그중 가장 험악하게 생긴 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실수를 했군.”
“뭐야?”
무심한 그 말투에 조롱하던 해적 하나가 뒤늦게 반응했지만 이미 늦었다.
두툼한 로칸의 손이 놈의 머리를 쥐더니 그대로 테이블이 찍어 버렸다.
콰앙!
테이블이 박살 나고 머리를 부딪친 해적이 쓰러졌다. 다급히 일어나 보려 했지만 이미 그의 머리 위에는 로칸의 발이 올라간 상태였다.
퍼억!
로칸의 발이 놈을 짓밟았다.
놈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몸이 축 늘어졌지만 동료들은 함부로 그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조금 전의 한 수만으로도 로칸이 얼마나 강자인지 확인할 수 있던 것이다.
“뭐, 뭐냐!”
“어느 해적단에서 보낸 놈이냐!”
그저 경계하며 으르렁거리는 것이 전부.
덤비지도 못하고 짖어 대는 놈들을 스윽 돌아보며 로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입으로 싸울 거냐? 꼬우면 덤벼.”
그러면서 적을 밟고 있는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과연 이들이 덤벼들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지금 밟혀 있는 이놈이 뾰족 이빨 해적단의 두목인 것을 생각하면 감히 덤벼들 배짱이 있는 놈이 있을 턱이 없었다.
“자, 아직도 즐거운 놈이 있나?”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로칸이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뾰족 이빨 해적단이 기껏해야 중소 규모의 약골들이라지만 그들의 뒤에 있는 철갑이빨 해적단은 무법항에서도 알아주는 이들이 아닌가?
그들과 과감히 척을 질 정도라면 로칸에게도 무언가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바텐더, 그래서 욕망의 나침반에 대한 정보는?”
때문에 더 이상 그를 비웃거나 조롱하는 이가 없자 로칸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돈을 줬으니 정보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잠시 머뭇거리던 바텐더는 눈알을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욕망의 나침반의 현재 위치는 알 수 없습니다. 사용자의 욕망에 반응해 방향을 알려 주는 보물인 만큼 해적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설령 이 중 누군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밝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들어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저 아이템 정도로만 생각을 했는데, 따지고 보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보물이 아니던가? 특히 욕심 많은 해적이라면 그것을 생명처럼 여길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몽땅 다 죽이고 봐야 하나?
로칸의 눈빛이 스산해지자 바텐더가 땀을 흘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
“하지만 최근에 의심 가는 이가 있기는 합니다. 기존과 다른 항로를 이용하는 이들인데, 털어 먹을 상선이 없는 곳도 다닌다고 합니다.”
“그게 누구지?”
“……블랙펄 해적단과 검은구름 해적단입니다.”
로칸은 바텐더에게 질문을 던지며 슬쩍 진실의 종을 소환할까 생각했지만 일단 참았다.
만약 거짓말로 이간질을 하려 하는 것이라면 나중에 찾아와 뎅강 목을 쳐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 할 수 없는 진실의 종이기에, 일단은 속아 주기로 했다.
“블랙펄과 검은구름이라……. 놈들의 위치는?”
“블랙펄은 현재 바다에 나가 있고 검은구름은 아직 무법항에 정박해 있을 겁니다.”
“좋아, 이건 팁이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로칸은 바텐더에게 팁을 제공하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시비가 붙거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가 말한 검은구름이 혹시나 섬을 떠나 버릴까 염려한 것이다.
“제길, 복잡하게도 만들어 놨군.”
하지만 그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법항이 생각 이상으로 크기도 했고, 그 구조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혹여나 현상금 사냥꾼이나 도시 소속의 기사들이 잠입해 왔을 경우 따돌리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로칸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때문에 어설프게 그려진 무법항 지도만으로는 그들의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위치까지 물어볼…… 응?”
그렇게 한참이나 골목을 헤매고 다닐 때, 로칸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를 노린다는 게 네놈이냐?”
상어의 머리를 한 해적 두 놈이 그의 앞과 뒤를 막아선 것이다.
우리를 노린다라? 찾아가는 수고를 덜게 된 로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이렇게 친절할 수가!”
“이 새끼가!”
마치 조롱하듯 격하게 환영하는 로칸의 반응에 놈들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백상아리 인간 샤크노][Lv 393] [철갑 상어 인간 아이샥][Lv 391]확실히 자신감을 보일만한 레벨이다. 무법항에서는.
그러나 무법항에서의 기준 따위가 로칸에게 통할 수 있을까?
로칸은 주저 없이 배틀 액스를 꺼내 들었다.
“뒤 잡기.”
정면으로 달려오는 놈의 후위를 점하고, 가볍게 내리그었다.
푸확!
피가 튀고 뼈가 드러났다. 어설픈 방어구 따위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힘으로 놈을 찍어 눌렀다.
“캬아!”
그러자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놈의 눈이 뒤집힌다. 상어답게 피 냄새를 맡자 크게 흥분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고작 흥분하고 힘이 좀 증가한 정도로 로칸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이곳은 무법항. 섣불리 큰 기술을 쓰기도 어려운 곳이 아닌가? 자칫 힘을 발휘했다가 일대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살육의 일격.”
때문에 로칸은 기본기만으로 가볍게 놈들을 제압했다.
한 놈의 목을 떨구고 다른 한 놈은 치명상을 입힌 채로 우악스럽게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자, 이제 안내해 보실까? 검은구름인지 먹구름인지 하는 놈이 있는 곳으로.”
“제, 제길, 검은구름 소속이었나?”
“……?”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검은구름 소속이 아니었나? 로칸이 잠시 멍하니 서 있자 상어 인간은 해적답게 온갖 저주의 말들을 퍼부었다.
퍼억!
이럴 때는 역시 교육이 필요하지.
가볍게 말아 쥔 주먹을 놈의 입에 틀어박은 로칸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뾰족 이빨인지 하는 놈들 쪽인가 보군. 아무래도 상관없어. 검은구름 해적단이라는 놈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모르면 생각 날 때까지 맞든가.”
퍼버버버버벅!
하지만 로칸은 애초에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상어 인간의 몸을 마구 구타했다.
말하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마, 말하겠다.”
“진작 그럴 것이지.”
입을 열 시간도 주지 않고 두들겨 팬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상어 인간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열심히 놀려 그를 안내했다.
로칸의 길잡이가 되어 검은구름 해적단이 모이는 술집으로 그를 안내했다.
“여기가 검은구름 해적단이 주로 모이는…….”
“꺼져.”
그렇게 안내를 마치자 로칸은 상어 인간을 집어 던졌다.
저런 놈을 데리고 들어가 봐야 주목밖에 더 받겠나?
그냥 죽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혹시 놈이 동료들을 불러온다면 제법 쏠쏠한 경험치 수급이 될 테니 일단 풀어 주었다.
끼이익.
그리고 들어선 술집의 내부.
로칸이 들어가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인간 종족이 이곳에 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거니와 이곳을 이용할 수 있는 해적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은구름 해적단처럼 초대형의 해적단은 그들만 이용하는데도 술집 하나를 통으로 빌려야 했으니까.
즉, 오늘 이곳에 있는 해적들은 모두 검은구름 해적단이라는 소리였다.
[검은구름 해적단 콩구르][Lv 391]“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
자신을 바라보는 해적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훑어본 로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크흠, 저……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 저자들은 뭐지?”
“그게, 오늘은 검은구름 해적단에서 가게를 통째로 빌린 날이라서요.”
로칸이 안으로 들어서자 바텐더가 조심스레 그를 제지했다.
가끔 이런 식으로 모르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 그날 가게를 빌린 해적단의 이름을 듣자마자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말지만.
“알아.”
“예? 혹시 누구를 만나러 오셨습니까? 아니면 가입을 희망하는…….”
“검은구름 해적단의 선장을 만나러 왔다.”
“헉!”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하는 로칸의 대답에 놀란 것은 오히려 바텐더였다.
주변 해적들의 눈치를 살피고, 몸을 일으키는 자들을 보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선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우리 선장님이 네 친구냐?”
험악한 인상을 자랑하며 앞으로 나서는 이들.
그랜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390레벨대의 해적들이 기운을 발산했지만 이미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에게는 어린애 장난 같은 짓일 뿐이다.
“잔챙이는 꺼져.”
광기의 외침을 담아 으르렁거리자 다가오던 놈들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것은 앉은 채 노려보던 이들도 마찬가지.
수준 차이로 인해 능력치까지 내려갔지만 놈들은 굴하지 않았다.
집단의 광기인지 해적 특유의 호전성 때문인지 오히려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일제히 로칸을 둘러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