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49)
# 349
마도의 대지 (5)
까강!
조건을 내걸었건만 역시 놈은 그냥 맞아 주지 않았다.
하나뿐인 팔을 들어 올려 로칸의 배틀 액스를 막았고, 힘에 부칠 것을 예상했는지 살짝 몸을 띄워 거리를 벌렸다. 일부러 튕겨 나간 것이다.
“아예 땅 속에 박아 주지!”
그렇다면 피할 수 없게 만들어 주지. 로칸이 재차 도약하며 뛰어올랐다.
거의 수직으로 내려찍으면 막거나 흘리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놈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공격하라!”
그 순간 주변에서 막대한 기운이 일어났다.
하나하나로 보자면 치명적인 수준은 못 되지만 수백이나 되는 초월자들이 저마다 마법을 펼치니 어찌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구나 로칸의 몸은 공중에 뜬 채였다. 날개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피하기도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하물며 파괴력 강한 마법들은 공간 자체를 뭉개 버리는 힘을 가졌으니.
“울티메이트 어썰트, 점멸.”
그러나 그 정도는 로칸도 예상했다. 씨익 미소를 짓더니 스킬을 발동시켰다.
강력한 내려찍기 스킬에 점멸을 더하자 눈 깜짝할 새 놈의 눈앞으로 도달했다.
격렬히 일어나던 마법들은 그가 있었던 허공만을 때릴 뿐이고, 로칸은 그사이 놈의 머리통을 베어 갔다.
“크헉!”
고르단이 화들짝 놀라 검을 들어 보지만 그 몸이 땅에 패대기쳐졌다.
중간 이동거리를 점멸로 스킵하느라 위력은 조금 하락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힘이었으니까.
바닥을 구르며 피해 내는 고르단.
로칸이 얼른 배틀 액스를 놀려 보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의 휘하에 있는 마검사 계열 환수들이 그를 대신해 짓쳐온 것이다.
“블레이드 스피릿!”
“플레임 소드!”
“익스플로전 소드!”
하나같이 강력한 마법을 내재한 검격들이다.
이렇게 되자 로칸도 경시하지 못하고 그것들을 막아 내야 했다.
그들 역시 400레벨을 넘은 존재들이니 까딱 방심했다가는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으니까.
“쳇.”
콰과과광!
그러나 위력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마검기라 해도 압도적인 물리력 앞에서는 튕겨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있었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로칸의 힘이 되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똑같이 생명력이 하락하더라도 로칸은 오히려 파워 업을 하니까.
갑작스러운 힘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는 사이, 로칸은 마음껏 놈들을 유린했다. 이 정도면 막거나 흘리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던 환수들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로칸의 전투 감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멀찍이 네발로 달려 도망친 고르단을 대신해 몰려든 마검사들을 도륙했다.
“캬아악!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 잠시 후, 자세를 회복한 고르단이 자신의 창조 스킬을 발현했다.
마법 검 엘리멘탈 소드.
다른 마검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놈의 검에는 특별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파지직. 화르륵!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이 한데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저 빠르게 변환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동시에 여러 속성을 담아 두었다.
아마도 검을 떨칠 때는 두 속성력의 반발을 이용해 막대한 기운을 뿜어내겠지.
그만큼 사용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는 기술일 수밖에 없지만 창조 스킬의 효용을 이용해 그 반발을 줄여 놓은 것 같았다.
“흐흐흐, 와라!”
그런 놈의 각성을 로칸은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를 둘러싼 마검사들도 저마다 비슷한 창조 스킬을 사용하긴 했지만 놈의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훨씬 압도적인 것이다.
당연히 전투광인 로칸으로서는 흥미가 일 수밖에 없었다.
‘개수의 차이인가?’
하지만 머릿속은 냉철했다. 주변 놈들이 일으킨 마법 검은 고작해야 두 가지 속성을 담았다.
그렇다면 고르단은? 최소 세 가지 이상의 속성인 게 분명하다.
여러 속성을 담을 경우 어느 정도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지는 모르지만, 저 검과 부딪치는 순간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충격이 밀려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쿼드라 엘리멘탈!”
그리고 예상대로, 놈은 거창하게 스킬명을 외치며 짓쳐 들었다. 무려 네 가지 속성이 뒤섞인 필살의 일격!
그 후폭풍을 예상한 것일까? 동시에 다른 마검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전신의 돌격!”
일대일이라면 자신 있지!
로칸도지지 않고 놈에게 마주 달려갔다.
하지만 격돌의 순간,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
“캔슬, 뒤 잡기!”
“……!”
그대로 격돌할 것이라 생각하던 고르단의 눈이 부릅뜨였다. 로칸의 모습이 픽 하고 꺼지더니 네 가지 속성을 담은 검이 타깃을 잃은 것이다.
“이익!”
황급히 뒤를 돌아보지만 늦었다. 달려들던 기세가 워낙 사나웠던 탓인지 몸이 삐걱거렸고, 한쪽 팔이 잘린 탓에 균형마저 잡기 어려웠다.
“승룡각!”
퍼억!
그때 로칸의 발길질이 놈의 턱을 찼다.
공중제비를 돌 듯 몸이 절로 공중에 띄워졌고, 로칸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광살!”
무자비한 난도질이 놈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들었다.
“폭마검!”
이를 악물며 저항하는 고르단. 지금의 자세로는 그 연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끌어모은 힘을 포기했다.
검에 담긴 힘을 일시에 폭발시켜 공간 자체를 날려 버린 것이다.
콰과과광!
대폭발이 일어나며 둘을 집어삼켰다.
로칸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틀 액스를 휘저었지만 아쉽게도 걸리는 것은 없었다.
고르단이 폭발의 반동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우웨엑!”
폭연이 걷히고, 비실비실 몸을 일으킨 고르단이 한 움큼 피를 게워 냈다. 무리한 힘의 운용으로 속까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설마 끝은 아니지?”
하지만 끝은 아니다. 빈정거리는 로칸을 노려보는 두 눈에 제대로 된 독기가 서려 있었다.
“트리플 엘리멘탈.”
놈의 힘이 다운그레이드되었다. 아까와 같은 강력한 한 방을 쓰자니 로칸이 제대로 붙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좀 더 편하게 운용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힘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좀 전과 비교해 약해졌을 뿐, 여전히 받아 내기 부담스러울 만큼 강맹한 기운이 놈의 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쯧, 상대가 안 좋았어.”
하지만 로칸은 여유만만이었다. 극한까지 끌어 올린 자신의 저항력과 불사의 권능을 믿었다.
그리고 컨트롤 역시 자신이 아래라 생각하지 않았다.
“바람의 길!”
고르반이 바람의 기운을 이용해 속도를 증폭시켰다. 순풍에 떠밀리듯 로칸에게 날아들었다.
“뒤 잡기.”
“흥!”
로칸이 즉시 놈의 뒤를 돌아보지만 예상했다는 듯, 애초부터 등 뒤를 향해 검을 떨쳤다.
후웅!
허공을 가르는 검.
놈이 놀랄 사이도 없이 뒤 잡기를 연속 사용해 제자리로 돌아온 로칸이 놈의 가슴팍이 주먹을 날렸다.
“파멸의 일격!”
“커헉!”
놈을 둘러싼 속성력들이 저절로 방어막을 생성했지만 그의 주먹은 방어력을 관통하는 일격이다.
다시금 피를 게워 내며 몸이 튕겨졌고 놈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었다. 이를 악물고 재차 로칸에게 달려들었다.
“섬전!”
쿠르릉.
벼락이 치는 듯한 소음과 함께 검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트리플 엘리멘탈을 다루면서도 다른 주문을 동시에 외는 놈의 공격이 매서웠지만 로칸도 비슷한 재주가 있었다.
“전격 발출!”
파치치칙!
양쪽의 전격이 상쇄되며 아무런 효과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남은 것은 검과 배틀 액스의 대결뿐!
그럼에도 놈은 자신 있게 검을 휘둘렀지만 로칸 역시 컨트롤은 자신이 있었다.
쐐애액.
섬전 같은 찌르기. 무조건 휘둘러야 하기에 동작이 클 수밖에 없는 배틀 액스의 약점을 노린 일격이었다.
극쾌의 찌르기가 심장을 노렸고, 로칸은 사납게 웃었다.
쩌엉!
로칸은 오히려 배틀 액스를 길게 잡았다. 대신 도끼 자루를 이용해 놈의 검 면을 쳐 냈다.
압도적인 힘의 충돌에 검의 궤적이 크게 틀어진다. 자세는 무너지고 몸뚱이는 빠르게 다가왔다.
퍼억!
그런 놈에게 로칸도 찌르기로 응수했다. 도끼 자루를 품으로 당겼다가, 세차게 내질렀다.
본디 도끼는 찌르기가 거의 불가능한 무기이지만 그건 사용자가 무기를 휘두를 때의 이야기다.
로칸처럼 완전히 가지고 놀 수 있는 괴력을 지닌 이라면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흉기가 되었다.
“억!”
배틀 액스의 머리에 부딪친 고르반의 몸이 뒤집혔다.
둔기에 적중당한 듯 이빨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고 초점이 흐려졌다.
혼이 달아나는 기분이겠지.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고르단의 몸을 로칸이 발로 차올렸다.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어딜 마음대로 쓰러져?”
푸확!
살육의 일격이 놈의 가슴을 갈랐다. 놈이 뿜어낸 피분수가 로칸의 머리끝부터 적셔 왔다.
[환마검사 고르단의 피를 흡수합니다.]그의 DNA가 로칸의 몸에 스며들었다. 피의 각성에 힘을 더해주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로칸을 더욱 상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더 이상 상대할 일도 없겠지만.
“서, 성주님을 구해라!”
무차별적인 폭력.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는 모습이 사뭇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환수들이 뒤늦게 몸을 움직여 보지만 이미 고르단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이대로 구해 낸다 해도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정신까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뎅강.
그리고 그들이 구원을 위해 다가왔을 때, 로칸은 냉정하게 놈의 목을 잘랐다.
감히 그들이 누구에게 대항하고 있는가를 똑똑히 각인시켰다.
“크허허허허헝!”
일개 개인의 광기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점령했다.
달려들던 놈들의 몸이 쭈뼛하고 굳고 몇몇은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령들이 많이 상하기는 했지만 아직 몇백이나 되는 수가 남아 있었고, 자신들의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는 성주마저 죽었다.
게다가 상대는 인근의 대도시마저 무너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이었으니, 눈에는 공포가 깃들고 몸은 덜덜 떨려왔다.
“흐흐흐, 뭐 하냐? 놀아 보자!”
성주를 잡아먹은 괴물은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의 마법 공격쯤은 날파리를 쫓듯 가볍게 물리쳐 버리고 들이닥치는 곳마다 피바람을 일으켰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 강인하던 병사들의 정신이 무너져내렸다.
키키키키키키!
그럴수록 유령들이 날뛰기에는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한 놈이 하나를 조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면, 이제는 유령 하나가 두셋이나 되는 환수들의 정신을 조종할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도시가 파괴되고 병력이 소실되는 속도는 빨라져만 갔다.
마도의 대지를 보호하는 또 하나의 대도시가 무너져 내렸다.
“이쯤이면 된다고 했던가?”
두 번째 대도시를 파괴하고 멀찍이 몸을 숨긴 로칸이 잠시 머리를 굴렸다.
아자르와 계약을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아자르가 당초에 제시한 목표도 총 두 곳의 대도시를 침공해 성주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물론 여의치 않을 경우 병사들을 학살하는 것으로도 만족했지만 그가 제시한 각 존재별 포인트만 생각해도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포인트로 따졌을 때 일반 환수 병사가 1포인트라면 성벽을 지키는 정예병들이 3포인트, 내성에서 나오는 마도병단과 마검병단은 5포인트, 성주가 1천 포인트 정도로 환산할 수 있었으니까.
즉, 병사 따위를 하나도 죽이지 못하더라도 성주만 죽일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것이다.
로칸은 그들까지 모조리 처치해 버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자르가 원했던 것은 성주 둘의 목. 만약 그것을 해낸다면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말도 함께였다.
이들을 죽이는 것으로 대체 무엇이 일어난다는 말일까.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론 짐작 가는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하는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일이었다.
환몽의 왕 아자르가 원하는 바가 진짜 이것일까?
로칸은 후유증을 회복하고 보상을 수령하기 위해 일단 환몽의 대지로 향했다.
아자르와 다시 대면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