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50)
# 350
마도의 대지 (6)
“벌써 도시를 무너뜨렸다고?”
첫 번째 도시의 파괴 소식은 들었다.
함락도 아닌 파괴.
그것에도 내심 크게 놀란 아자르였는데 불과 하루 만에 나머지 한 개의 도시를 무너뜨렸다니. 아무리 놈들이 경계를 강화하기 전에 치는 쪽이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자신도 마음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그가 움직이거나 수하들을 움직이면 마도의 왕이 알아차릴 공산이 컸다.
그렇기에 로칸과 계약을 맺은 것인데 이렇게 간단히 처리할 줄이야?
“일찍 무너뜨리면 안 되는 거였나?”
“그럴 리가! 그저 놀라워서 그렇지. 인간의 저력은……. 대단하군.”
몇 번이고 거듭 감탄하는 아자르. 생각이 많은지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돌아오기는 반복했지만 로칸은 관심 없었다.
보상만 제대로면 될 일 아닌가?
“이래 봬도 바쁘신 몸이다. 퀘스트부터 한번 정리하지?”
“아, 그렇군. 좋다, 그대가 내 의뢰를 성실히 수행했음을 인정하지.”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오?’
환마계를 지배하는 다섯 왕의 직속 수하를 둘이나 잡고 대도시에 자리 잡은 환수 수천을 몰살시킨 것에 대한 보상은 실로 대단했다.
이미 퀘스트를 수행하며 두 번이나 레벨 업을 한 로칸이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했으니까.
여기에 정령계의 보상까지 받는다면? 곧 다시 레벨 업을 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랐다.
‘이러다 금방 450레벨을 찍겠는데?’
400레벨을 달성한 이후 어지간한 몬스터를 사냥해서는 죽어도 안 오르던 레벨이 공허를 뚫으면서부터 아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그만큼 대단한 존재들을 사냥한 결과이기는 했지만 이런 식이면 350레벨에서 400레벨이 될 때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450레벨을 달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로칸은 추가 보상으로 지급된 아이템들을 살폈다.
‘쓸 만하네.’
과연 환마계의 다섯 왕 중 하나라는 걸까? 대충 던져 주는 것 같은데 아이템 등급은 하나같이 에픽급이었다.
비록 정신 계열에 특화되어 로칸이 직접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팔아 치워도 엄청난 값을 받을 수 있고 여의치 않으면 마신의 이빨 허리띠에 먹여도 좋았다.
그렇게 아이템들을 챙긴 로칸은 음흉하게 웃고 있는 아자르를 무심히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예상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계약은 일단 종료인가?”
“그런 셈이지.”
계약의 연장은 없었다. 이미 아자르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기 때문.
후일 다시 비슷한 계약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로칸도 두말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남이 당했으면 본인도 당할 줄 알아야지.’
미국과 러시아가 당했던 것과 같다.
아직 자신의 소행인지 알려지지는 않은 탓에 다른 환마계의 왕들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만약 알려진다 해도 과연 모두가 그를 경계할까? 글쎄. 만약 자신이라면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용해 먹으려 들 것이다.
하지만 아자르는 그런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는지 순순히 로칸을 보내 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정령계.
카이를 풀어놓고 퀘스트를 받았던 장소로 가자 정령들이 그를 반겼다.
“와, 이 많은 환수들은 혼자서 다 잡은 거야? 꺄르륵!”
로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모여든 정령들은 그의 활약에 감탄하고, 기뻐했다.
정령계와는 다소 먼 곳의 환수들을 사냥했기에 그들이 위협받는 것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지만 어쨌든 ‘환수 사냥’ 그 자체에 퀘스트 결과가 맞춰진 모양이었다.
‘뭐, 완전히 관련 없는 건 아닌가?’
아자르를 만나기 전에는 정령계와의 경계에 위치한 환수들을 잡기도 했으니 전혀 관계가 없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로칸은 그들에게 보상을 단단히 받고, 호감도도 끌어 올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할 일 끝났으면 우리랑 같이 놀래? 우리랑 놀아 주면 대정령님도 소개시켜 줄게!”
그렇게 퀘스트 보상을 챙기고 나자 로칸에게 관심을 보이던 정령들이 그를 슬슬 꼬셨다. 대정령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등의 조건을 걸며 함께 놀자고 하는 것이다.
‘대정령이라…….’
환마계의 다섯 왕과 같은 위치의 존재들.
아마도 450레벨 이상일 게 분명한 그들을 만나 축복이라도 받는다면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기에 로칸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대체 뭘 하고 놀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놀아 주는 대가로는 제법 괜찮은 조건이었으니까.
“좋아. 뭘 하고 놀까?”
“술래잡기! 술래잡기!”
“음?”
나무의 정령들이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술래잡기였다.
“꺄하하하! 네가 술래야. 그럼 시작!”
[술래잡기][퀘스트]나무의 정령들과의 술래잡기에서 승리하라
-성공 조건 : 나무의 정령과의 술래잡기에서 승리
-성공 보상 : 나무의 대정령과의 만남 주선
“흐음.”
빠르게 멀어져 가는 놈들을 보며 로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술래잡기라고? 어렵지 않지!’
이미 여러 직업의 이동기를 갖춘 그가 아니던가? 굳이 따지자면 파워 타입이긴 했지만 이제 이동속도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로칸은 즉시 대쉬했다.
휘청.
“어헉!”
꽈당!
그러나 몇 걸음 걷기도 전에 풀에 걸려 넘어졌다.
로칸의 힘과 순발력이라면 고작 풀에 걸려 넘어질 리가 없지만 나무의 정령들이 무언가를 한 것이다.
“매듭?”
가만히 발밑을 내려다보니 발등이 풀매듭에 걸려 있었다.
자연 발생되었을 리는 없고, 나무의 정령들이 장난을 친 것. 그 증거로 놈들이 저 멀리서 까르륵 웃고 있었다.
‘씨부럴.’
대번에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식이라면 숲속에서 나무의 정령들을 잡는 것이 가능할까?
로칸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퀘스트에 성공 조건으로 표시되는 것으로 보아 만약 승리하지 못한다면 약속과 달리 대정령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투지의 발걸음!”
때문에 이번에는 발을 묶을 틈도 없이 짓쳐 들었다. 마나가 실려 있다 해도 풀 매듭따위는 단번에 끊어 버릴 만큼 강한 힘을 실은 도약이었다.
쿠웅!
그러나 이번에는 이마에 충격을 받고 뒤로 나자빠졌다. 땅에서 묘목 수준이던 나무가 거대하게 자라 오른 것이다.
“꺄하하!”
이번에도 나무의 정령들의 짓. 이마를 쓸어내린 로칸은 오기가 생겨 다시 일어났다.
“날개 모드! 카이!”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광풍의 날개를 펼침과 동시에 카이를 불러들였다. 꼭 혼자서 놈들을 잡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카이가 놈들을 붙들어 놓기라도 한다면 잡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히히힛!”
그러나 그것이 오판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놈들의 홈그라운드. 더구나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기까지 하니 잡았다 싶다가도 아슬아슬하게 놓치기 일쑤였다.
그마저도 로칸이 잘한 게 아니라 놈들이 장난을 치기 위해 잡힐 뻔해 준 것이다.
“광풍 현신!”
아예 광풍 현신까지 사용하며 달려들었지만 소용없다. 로칸이 빨라진 만큼 놈들도 날쌔졌으니까.
이래서야 제대로 붙는다 해도 정령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 판이었다.
“에이 씨, 안 해!”
그렇게 한참을 버벅거리던 로칸은 놈들을 쫓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퀘스트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무의 정령이렸다?’
음흉하게 눈을 빛내며 다른 수를 내었다.
쪼르르르.
인벤토리에서 꺼낸 어떤 포션을 바닥에 마구 뿌렸다.
정령계인 만큼 아무거나 뿌려 댔다가 식물들이 상하면 호감도와 평판이 떨어지겠지만 이건 좀 다르다.
에드알에게 받은 특제 식물 영양제이니까.
“응?”
쿠구구구구구구구.
이게 무슨 잭과 콩나무도 아니고 이래도 될까 싶은 일이 벌어졌다.
로칸이 영양제를 들이부은 자리에서 나무의 정령들이 생장시킨 것보다 더 크고 우람한 나무가 솟아오른 것이다.
‘에드알, 이놈은 대체 뭘 만들어 낸 거야?’
경악한 것은 로칸만이 아니었다. 나무의 정령들 역시 강력한 생명의 기운에 화들짝 놀라 다가왔다.
술래잡기라는 본래의 목적조차 잊어버린 듯싶었다.
“히엣? 이게 뭐야?”
“잡았다.”
그러나 로칸은 간신히 이성을 유지했다. 놀라고만 있는 대신 가까이 다가온 나무의 정령을 터치했다.
[술래잡기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그와 함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그뿐, 이미 나무의 정령들도 술래잡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듯 패배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칸에게 조잘댔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어디까지나 ‘놀이’를 한 것에 불과하니까.
“인간, 이게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후움, 인간들의 기술인가? 근데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는걸?”
기회다. 강한 관심을 보이는 나무의 정령들을 보며 로칸이 사기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급속 성장의 포션. 개당 1백만 코인인데 혹시 관심 있어?”
이름도 대강 붙인 것이지만 제법 그럴싸했다.
그 포션의 원재료값이 1만 코인쯤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었지만 정령들의 사정은 달랐다.
“살래! 살래!”
“어떻게 만든 거야? 알려 줘!”
“자 자, 줄을 서라고. 만드는 방법은 영업 비밀!”
“우웅, 치사해!”
“그래서 안 살 거야?”
“아니, 살래! 살래! 까르르륵.”
호구, 아니 정령들이 길게 줄을 섰다.
순박한 녀석들이라 그런지 새치기도 없이 차근차근 로칸에게 코인을 안겨 주고 포션을 받아 갔다.
“히잉! 내 차례인데!”
“물량이 부족한 걸 어떻게 하겠어. 이건 아주 만들기 어려운 거라고. 대신 조만간 새로운 걸 만들어 오면 네게 가장 먼저 팔아 줄게.”
이제 마흔아홉 병밖에 남지 않았던 포션이 금방 동이 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덕분에 구입하지 못한 나무의 정령들이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지만 로칸은 적당히 그들을 달래어 다음을 기약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그때도 같은 가격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럼 이제 나무의 대정령님을 소개시켜 주겠어?”
“응응! 내가 데려다줄게!”
그렇게 갑작스러운 장사 시간을 마치고 로칸은 내기의 보상을 요구했다.
‘나무의 대정령이라…….’
무려 정령계를 관리하는 여섯 대정령 중 하나.
과연 어떤 존재일지. 또 자신에게 어떤 퀘스트와 보상을 내놓을지가 궁금했고 그에게서 받아 내면 좋을 리스트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차분히 기다렸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
그렇게 준비가 필요하다는 나무의 정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진동이 일어났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소란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분명 보통의 일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카이!”
로칸은 카이를 소환해 즉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구름 아래 가장 높은 지점에 이르러 주변을 관측했다.
정령계 쪽은 이상 무.
로칸이 있는 곳이 워낙 정령계에서도 외곽 지역이다 보니 확인은 빨랐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환마계에서 일어난 소란일까?
서둘러 날아가 보니 저 먼 곳에서 거대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로칸에게는 작게 보였지만 이만큼이나 먼 곳에서까지 관측될 정도면 보통의 폭발은 아니다.
“저 방향이면…… 마도의 대지 아닌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향은 다름 아닌 마도의 대지. 그곳에 큰 일이 난 것이 분명했다.
“전쟁이군.”
그 작은 단서에도 로칸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전쟁이다.
유명계의 침공인지, 아니면 다른 환수의 왕이 벌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환마계를 나누어 지배하는 이들이라지만 호시탐탐 서로의 영토를 노리는 것이 그들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로칸에 의해 전력이 약해진 틈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마도 이것이 아자르가 바라던 일이겠지.
씨익.
아자르의 음흉한 속내까지는 완벽히 알 수 없지만 로칸은 이 현상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원래 레벨 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전쟁터인 법이니까.
일단 기수를 돌려 정령의 마을로 돌아온 로칸은 나무의 정령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도의 대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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