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6)
# 36
1인 척살 (1)
“흥!”
잔뜩 골이 난 모습으로 나서는 피리아. 그 모습에 로칸은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어쨌든 하던 일은 마쳐야 했다.
‘이미 쏟아부은 돈이 상당할 텐데 오기인지 배짱인지 모르겠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긴 하지만 35골드면 비싸도 너무 비쌌다. 두세 달 월세면 아예 2층집을 구매할 수도 있는 가격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에 흥분한 녀석이 거하게 질러 버린 것이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 봐라, 이놈아, 크크큭!’
그것을 보며 로칸은 꽤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35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약 7백만 원의 거금을 매달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길드를 박살 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길드와 맺은 계약이긴 해도 길드가 해체되면 계약 당시의 길드 마스터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 그렇게 되면 피리아의 꼴이 꽤 재밌어질 게 분명했다.
그렇게 피리아와의 계약이 끝나고, 다시 장내를 돌아본 로칸은 그들의 눈에서 아직 식지 않은 열망 같은 것을 보았다.
2층집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만, 3룸 하우스라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이기도 했다.
“자, 그럼 이번에는 3룸 하우스입니다. 1층뿐이긴 하지만 한 층의 넓이라면 2층집보다도 더 크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럼 16골드부터 시작해 볼까요 ”
씨익!
능청스럽게 4배 가격에서 시작하는 로칸이었지만 이미 너무 많이 과열되어 버린 까닭인지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남은 10채의 3룸 하우스의 계약도 열띤 경쟁 속에 이루어졌다.
* * *
“흐흐흐흐!”
그렇게 모든 계약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칸은 인벤토리에 찍힌 돈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보유 금액 : 335골드 68실버 17쿠퍼]부동산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만 무려 334골드였다.
거기에 블러드 체이서를 잡고 얻은 아이템들은 아직 경매장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것들을 모두 올리면 거의 350골드쯤 되지 않을까
현금으로 따져도 무려 7천만 원의 거금이지만 아직 게임의 초반부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적 가치는 더 컸다.
“골드의 시세는 지역마다, 가진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지.”
당장 몇 개월이 지나도 더 로드의 골드 시세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원거리 지역 간의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직접 만나야만 거래가 가능했고, 경매장 역시 통합 경매장이 있는 대도시 지역으로 가기 전에는 지역 단위로만 운영되어서, 2%의 적지 않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경매장을 이용하는 편법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트린식에 도는 자금의 대부분을 한 사람이 틀어쥐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골드를 사 가는 놈들은 누가 될까 MP 강철대오 후후!”
사냥을 통해 돈은 계속 생겨나고 유통이 되겠지만 대부분 소모품 값과 수리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할 터였다.
더구나 무려 열다섯 개의 길드가 길드 하우스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쌓아 두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들에게 유동 자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 거래가 될 만큼의 큰돈은 오직 로칸에게서만 나올 수 있었다.
골드의 독점.
그것은 지역 골드 시세의 폭등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로칸의 통장이 두둑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순간 엄청난 양의 골드를 손에 넣은 로칸은 한 번에 그것들을 팔아 치우지 않았다.
일부. 아주 일부를 쪼개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내놓았을 뿐이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어느 한쪽이 치고 나가는 것은 그로서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블러드 체이서를 사냥하고 얻은 아이템들을 몽땅 경매장에 풀었다. 단, 평소보다 좀 더 비싸게.
“이 정도면 되겠지 ”
바로 아이템과 골드를 쥐고 있다는 것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기 위함이다.
로칸이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내놓은 골드의 현금 전환 비율은 시세의 2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1골드에 40만 원. 누군가 본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곧 상황은 달라질 터였다. 그가 내놓은 골드 이외에는 자잘한 1~2골드가 전부일 테니까.
‘그래서, 안 살 거야 ’
싹 쓸어 간다고 해도 10골드를 모으는 데 하루 종일이 걸려도 모자랄 판이니, 길드의 관리와 유지를 위해 늘 상당량의 자금이 필요한 이들과 당장 원하는 아이템을 급하게 구매해야 하는 이들은 욕을 하면서도 구입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어디 보자, 몇 번만 더 털어먹을까 이쯤에서 조여 주면 제대로 압박이 되겠군. 아예 돈 되는 사냥터 중심으로 마크 찍고 대기 타면 되겠지 ”
특히 장비가 받쳐 줘야 우월한 사냥이 가능한 블러드 체이서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급이 떨어지는 장비로는 사냥하러 나섰다 오히려 사냥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비라도 맞추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돈을 길드 하우스 구입을 위해 피리아가 모조리 가져다 썼을 터였다.
‘어쩌면 길드원들에게 게임 속 은행 대출을 받게 했을지도 ’
이미 로칸에게 당해 잃어버린 장비 값으로 상당한 골드를 소모한 데다, 해골 전사 시리즈를 독점 판매하고 있지만 던전 구입의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당장 현금을 쥐고 있어도 골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만큼이나 골드를 뽑아낸 것도 사실 칭찬해 줄만 했다.
그렇기에 놈들의 다음 행동은 로칸에게 훤히 읽힐 수밖에 없었다. 돈 되는 사냥터로 향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한바탕 자금을 쏟아부은 놈들은 어떻게든 만회를 하려 들 터였고, 로칸은 그 점을 노리고 있었다.
“빙고.”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 * *
“반갑다, 이놈들아!”
놈들이 나타날 만한 지점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로칸은 은신의 망토를 이용해 가볍게 한 놈을 죽이고 시작했다.
블러드 체이서가 가성비가 가장 좋은 사냥터들에 찢어져서 나타난 것이다.
놈들은 마음이 조급해도 로칸에 대한 공포는 뿌리칠 수 없었는지, 대인원으로 한 지역을 훑어 나가는 대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 의도와 달리, 놈들은 여전히 로칸의 아이템 공급원이 되어 줄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로칸 역시 시간과 레벨이 어중간해서 아직 새로운 장비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놈들을 사냥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종횡무진. 블러드 체이서는 로칸이 나타남과 동시에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로칸에게는 워 크라이라는 사기적인 스킬이 있었다.
“크허허헝!”
더구나 2차 직업까지 광전사를 택하며 한껏 강화된 위력!
“리프 어택! 스로잉! 대시!”
놈들이 경직된 틈을 타 로칸을 무참히 도륙을 시작했다.
‘이것 봐라 ’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이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는 초식동물처럼 도주에 온 힘을 쏟던 녀석들의 움직임이 어딘가 어색했던 것이다.
도주가 아닌 시간을 끄는 느낌이었다. 일부는 이판사판이라는 듯 덤벼들며 로칸에게 매달리기까지 했다.
‘드디어 오나 보군.’
그 모습에 로칸은 바로 알아차렸다, 놈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을. 아마도 피리아가 다른 이와 나누던 대화 속의 그들일 것으로 생각됐다.
‘그럼 무대를 만들어 볼까 ’
그렇기에 장단을 맞춰 주었다.
도망치는 놈들이 없도록 몰이를 하듯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 놈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죽였다. 드롭한 아이템을 챙기는 한편 감각은 날카롭게 세워 두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일이 돌아간다면 놈들이 그냥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
‘왔군.’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올가미 던지기!”
“그림자 쏘기!”
“파이어볼!”
“파이어볼!”
일단의 무리가 등장과 동시에 스킬을 던져 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숙련도가 제법인지 명중률도 좋았지만 그 연계가 꽤 매끄러운 것이다.
로칸에게 어지간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속박과 마법 공격을 중심으로 공격을 쏟아 대는 것이 작정을 하고 덤비는 게 분명했다.
“탈출!”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로칸은 즉시 반지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해 공격 범위를 이탈했다. 1차와 2차 모두 마법사 클래스를 선택했다면 모를까, 둘 중 하나를 택한 정도로는 그리 폭발 범위가 넓지 않은 것이다.
‘은신.’
탈출에 이은 은신. 마치 도적의 콤보처럼 스킬을 사용한 로칸은 한 가지 스킬을 더 보탰다.
‘대시.’
공격 판정이 나지 않는 대시. 그것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어 ”
“뭐야 어디 갔어 ”
“은신의 망토다!”
“그럼 이동 범위가 좁아! 예측 사격해!”
과연 킬러로 여기까지 온 자들이라는 것일까 그들은 로칸이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더불어 멀리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 또한 파악했다.
은신 중에는 일반 상태보다 이동속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본 이동속도의 70%. 때문에 타이밍만 계산해 내면 금방 은신한 상대의 위치를 가늠해 낼 수도 있었다.
로칸이 즉시 대시부터 사용한 것도 예상 이동 범위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사냥꾼의 횃불!”
사냥꾼 클래스가 있던 것일까 화살촉에 마법 불이 붙은 화살 하나가 날아와 꽂혔다. 조금 전까지 로칸이 있던 그 자리였다.
‘사냥꾼의 횃불’은 일정 수준 이하의 은신을 밝히는 스킬이지만 범위가 넓지 않아 예측하지 못한다면 무소용이었다.
“파이어볼!”
“다발 화살!”
그것으로 밝히지 못하자 이번에는 눈먼 공격들이 쏟아졌다. 범위를 점하고 쏘아지는 공격. 공격뿐 아니라 피격 시에도 은신이 해제되니 그것을 노리는 듯싶었다.
‘기본은 하는군.’
이 정도면 50점은 줄 수 있었다. 스킬의 효과에 대한 분석은 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안일했다. 이미 로칸이 그들의 측면으로 돌아갔음에도 처음 은신한 지역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그들의 허술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호 ’
곧장 들이닥치려던 로칸은 잠시 행동을 멈췄다. 그들을 감싸듯 깔린 무언가를 본 것이다.
‘제법 머리가 돌아가나 본데 ’
그것은 덫이었다. 도적 계열과 사냥꾼 계열이 사용할 수 있는 함정 스킬. 위력보다도 상대의 발을 물어 일시적으로 이동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쓸 만한 놈이었다. 로칸이 그들에게 뛰어들 것을 대비한 안배였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해 연구를 제법 해 온 듯싶었다.
‘그래서, 뭐 ’
하지만 모자랐다. 꽤 괜찮은 전략임에는 분명했지만 덫 스킬의 단점은 적에게도 그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몬스터라면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들지 모르겠지만 로칸은 영악하게 플레이할 줄 아는 유저였다.
“스로잉.”
타캉!
“헉!”
스킬의 힘으로 뻗어 나간 손도끼의 자루가 덫에 맞아 튀었다. 덫이 튀어 오르는 성질을 이용해 손도끼를 튕겨 맞춘 것이다.
위력은 제법 줄어들었지만 놈을 식겁하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다.
모두가 튕기는 손도끼에 맞지 않기 위해 몸을 비트는 순간, 로칸이 그들의 코앞까지 짓쳐 갔다.
“숄더 차지!”
콰앙!
무지막지한 힘에 속도와 무게까지 더해졌다. 차로 들이받는 것 같은 충격량이 상대의 몸에 심겨졌다.
“어……억……!”
레벨이 제법 되는 것 같았지만 그 한 방에 빈사가 되었다. 놈은 생명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혼이 달아난 표정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단 한 놈!”
퍼억!
배틀 액스를 넓게 휘둘러 사방을 휘저을 수도 있었지만 로칸은 단호했다. 일대다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 놈만 팬다. 그리하여 한 놈씩 확실하게 리타이어를 시킨다.
그것이 목숨만 붙어 있으면 살려 내는 사제 클래스가 존재하는 더 로드에서 가장 확실하게 일대다의 싸움을 승리하는 방법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