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60)
# 360
광풍과의 만남 (2)
[광기의 정수를 획득하셨습니다.]“……이건 또 뭐야?”
푸확!
거의 탈진 상태가 되었던 로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내리그은 일격에 흉포하게 굴던 몬스터가 얌전해졌다. 그대로 침묵했다.
원래의 힘이 돌아온 것이다.
아니, 힘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는 몰라도 이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흐흐흐, 덤벼!”
때문에 로칸은 저 스스로도 놀라 배틀 액스와 적을 한 번씩 돌아봤지만 일단은 이곳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다시 한번 광기를 드러내며 놈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광기의 정수][레전드]원념과 광기를 흡수하는 특수한 광물로 이루어진 돌. 가지고 있을 시 사용자의 광기를 흡수하여 성장한다.
-모든 능력치 + 127
-광전사 계열의 모든 스킬 효과 50% 증폭
-연속 100킬 이상 달성 시 킬 수에 비례하여 능력치 증가
-사망 시 상승된 능력치의 일부 감소
-???
잠시 후 확인한 광기의 정수는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만 사용자의 광기를 흡수해 성장하는 성장형 아이템인 것이다.
모든 능력치를 올려 주는 것도 놀라운데 벌써 능력치당 1백 개가 넘는 보너스가 부여되어 있었다.
1만 마리와 능력치 127. 정확히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더욱이 이건 보유하고 있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었기에 장비 슬롯을 할애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물음표로 표시된 마지막 특수 옵션까지.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결코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올드 게이머의 감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광기의 정수는 무조건 이득일 수밖에 없는 혜자 템이라 불러 마땅했다.
더욱이 자신에게 딱 맞춰 광전사 스킬 효과까지 올려 주니 졸지에 엄청난 파워 업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충 알 것 같군.”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배틀 액스를 수천 번, 수만 번 휘두르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군더더기가 없는 일격이라는 것.
상대를 속이기 위해 이리저리 칼춤을 추는 기사들을 보며 헛짓거리 한다고 욕을 했었는데, 어쩌면 자신 역시 약간의 멋을 부리고 있거나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깨닫자 힘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뀨웃!
“엉?”
그렇게 깨달음을 곱씹으며 되새기고 있을 때, 하늘을 맴돌던 카이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400레벨.
어느덧 카이가 400레벨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이거 뭔가 억울한데?’
아무리 1만 마리나 되는 몬스터의 경험치를 나눠 먹고 400레벨을 넘긴 놈들과 맞상대를 해 왔다지만, 로칸이 걸린 시간보다 훨씬 빠르고 쉬웠다.
게다가 승급 퀘스트 같은 것도 없는지 대번에 400레벨을 찍어 버렸다.
물론 소환수이자 믿을 수 있는 동료인 카이가 강해지는 것은 반길 일이었지만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Lv 400]400레벨에 올랐어도 전혀 외관상의 변화가 없는 카이를 미묘한 눈길로 바라보던 로칸은 한숨을 푹 쉬고 녀석을 불러 일단 지긋지긋한 검은 산을 벗어났다.
‘이 녀석도 창조 스킬을 만들 수 있으려나?’
아예 스킬 트리 같은 것이 나타나서 원하는 대로 스킬을 찍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더 로드에서는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더구나 그랜드 마스터의 권능인 창조 스킬은 기존에 없던 스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기에 의미가 없기도 했고.
때문에 스킬의 습득과 창조는 오롯이 소환수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가만?’
그때 로칸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다른 이들이라면 모르지만, 자신이라면 또 카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일단 접어 두었다.
지금은 광풍을 만날 시간이다.
휘이이잉.
일단 스킬 후유증을 없애고 단숨에 야만족의 마을로 돌아온 로칸은 광풍의 제단에 섰다.
퀘스트는 이미 완료 상태.
무엇을 해야 제단이 발동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많은 야만 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단의 위로 올랐다.
[광풍(학살의 신) 현신이 시작됩니다.]그리고 역시나 광풍 현신은 자동이었다.
그가 광풍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저절로 제단이 힘을 발휘했다.
칠흑같이 검은 기운이 솟구치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여어.”
검은 기운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한데 뭉쳐 어떤 형상을 이루었다.
로칸도 눈에 익은 모습. 야만 전사들의 마을에 세워진 동상과 같은 모습으로 광풍이 지상에 현신했다.
“오래도 걸렸군.”
나타나자마자 핀잔부터 주는 모습이 얄밉기는 했지만 로칸은 감히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웃고 있는데도 두렵다.
이런 기분을 느껴 본 게 언제였었지?
불굴의 의지로도 해결되지 않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지만 발가락에 힘을 꾹 주어 버텨 내었다.
“당신은, ‘신’이라는 건 마제스티 마스터의 위 등급입니까?”
“급하기는. 뭐, 답해 주지. 맞다. 완전한 신성을 얻어 내었을 때 비로소 신위를 획득할 수 있지.”
단도직입적인 질문이었지만 광풍은 웃으며 받아 주었다.
별것 아니라는 듯한 태도.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렇게 쉽게 말해 줘도 되는 겁니까? 자신의 세계를 밝히면…….”
마툴다의 설명대로라면 이처럼 자신의 신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리스크일 텐데.
“아니, 이 새끼가 말을 해 줘도 지랄이네?”
그러자 광풍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기껏 이야기해 줘도 뭐라고 하니 성질을 부렸다.
“뭐, 알면 어쩔 건데? 쳐들어오기라도 하게? 누구든 올 테면 오라고 해. 다 조져 버리면 그만이니까.”
광풍다운 오만함이다.
그것이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기에 로칸은 입을 다물었다.
“그 신위라는 걸 얻으면 뭐가 좋은 겁니까? 강해진다는 건 알겠는데 그냥 신성만 강해지고 마는 겁니까?”
“흐흐흐, 할 수 있는 게 많긴 하지. 근데 재미는 없어. 상대가 많지 않거든.”
그 정도면 상대할 만한 적수가 거의 없긴 하겠다. 물론 전투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 말에 로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럼 500레벨이 만렙이라는 걸까? 확장될 여지가 없는?
‘신’이라니 더 오를 경지도 없어 보이기야 하다마는 만렙을 달성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광풍의 말처럼 싸울 일도 별로 없으면 생활 콘텐츠로 넘어가는 건가? 아니면 다른 유저들을 기다렸다가 전쟁이나 해야 하나? 그건 좀 싫은데.
아직 다른 이들에게는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이미 450레벨, 마제스티 마스터를 바라보고 있는 로칸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겠다.
‘뭐, 알아서 업데이트하겠지.’
하지만 해답은 명쾌했다. 그건 개발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 자신은 일단 그 전까지 충분히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아직 못 해 본 일도 많지 않은가?
“또 알고 싶은 거 있냐? 없으면 가고.”
“흠, 그럼 당신의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성장 방식이라든지…….”
“뭐 어려운 것도 아니구먼 그렇게 뜸을 들여? 간단해. 극한까지 몰아붙여서 강한 놈들만 살아남게 했지. 살아남아서 더 강해지면 더 강한 놈들로 공격시키고. 다 죽어 버리면 어쩔 수 없지만 살아남으면 훨씬 강해지기 마련이거든. 쯧, 다른 신성 세계의 놈들은 영 독기가 없더란 말이야?”
추가적으로 별것 아니라는 듯 툭툭 던지는 그의 말들은 귀중한 정보가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미친놈이 선택한 방식을.
‘디펜스 게임 같은 건가? 아니면 영웅 키우기?’
그는 자신의 세계를 고루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혹독하게 몰아붙인 인원들이 압도적인 힘을 갖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문명의 발전? 인구수를 통한 신성의 강화? 그런 것은 상관없다. 소수의 강자들이 가지는 힘과 믿음을 자신의 신성 기반으로 삼은 것이다.
광풍이 직접 단련시킨 놈들이니 전투력은 확실할 테고, 아마 더 커다란 다른 세계와 붙어도 패배하지 않았겠지.
그렇게 남의 신성을 잡아먹고 몸집을 불려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일 터였다.
‘이놈도 심시티를 잘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광풍은 로칸과 같은 부류다. 그렇기에 그의 방식은 로칸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450레벨을 달성하고 자신의 세계를 얻으면 어떤 식으로 성장시킬지, 그 로드맵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굳어졌다.
“싱거운 놈. 설마 그게 다야? 옛날부터 날 찾아다니더니 아이템 좀 얻었다고 이젠 관심도 없는 건가?”
씨익.
그 모습에 광풍도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고작 몇 가지 문답을 하기 위해 이곳에 현신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몸이 달아 있는 것 같은 광풍을 보며 로칸이 마주 웃었다.
“일단…… 한판 붙죠.”
미친놈들 사이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로칸의 도발 아닌 도발에 광풍은 기꺼이 나섰다.
“콜로세움.”
자신의 신성을 발휘해 둘만이 존재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신성 공간 : 콜로세움에 입장하셨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망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망 시 즉시 부활이 가능합니다.] [사망 시 모든 스킬 대기 시간 및 후유증이 초기화됩니다.] [탈출 조건 : 승리 또는 사망 100회.]그리고 나타난 공간에 대한 소개.
사망 페널티가 없고 즉시 부활이 가능하다지만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1백 회의 승리를 거두거나 1백 번의 사망을 경험해야 했다.
‘패배도 아니고 사망이라니……. 어차피 같은 말이긴 하지만.’
항복을 한다고 받아 줄 리 없는 위인이니 어차피 패배와 사망은 같은 말이겠지만 표현 한번 혹독하다.
로칸은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광풍, 학살의 신을 상대로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싸우실 겁니까?”
두려움보다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앞으로 나서던 로칸이 광풍의 몰골에 인상을 찌푸렸다.
속옷에 배틀 액스만 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룩이란 말인가?
“그럼 내가 널 상대로 중무장이라도 할까? 아니면 설마 날 걱정하는 거야? 큭.”
살짝 자존심이 상한 로칸이지만 상대는 ‘신’이다.
그와 두 단계나 격의 차이가 나는 존재.
그런 그와 대등한 조건으로 싸우려 드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과신이겠지. 이를 악물며 배틀 액스에 힘을 더했다.
전투를 준비했다.
“걱정 마, 신성은 쓰지 않을 테니까. 이러면 좀 조건이 맞겠지?”
심지어 광풍은 신성조차 사용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그렇다 해도 격의 차이가 있고, 종족의 차이가 있으니 육체 스펙은 그가 윗줄에 있겠지만 로칸은 지기 싫었다. 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검은 산에서 기연을 만난 것이 애초에 광풍의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신이든 뭐든 싸워야 한다면 죽일 작정으로 배틀 액스를 들어 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