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SS-Ranker Returns RAW novel - Chapter (361)
# 361
광풍과의 만남 (3)
“그럼 갑니다.”
어차피 기습 따위는 의미 없다. 설혹 그렇게 이득을 본다 해도 개운하지 않을 것 같았고.
게다가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과 후유증이 사망 시 초기화 된다고 했으니 스킬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전류 제어!”
시작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거신의 모습으로 화하며 광풍의 존재 자체를 짓뭉갤 일격을 날렸다.
“살육의 일격!”
콰앙!
배틀 액스와 배틀 액스가 부딪친 충격에 공간이 터져 나갔다.
신성으로 만들어졌기에 콜로세움 자체가 박살 나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파만으로 약자들은 죽거나 빈사에 빠질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흠, 위력은 쓸 만하군.”
그러나 정작 그 공격을 받아 낸 광풍은 거뜬한 모습이었다.
로칸처럼 거인으로 변하는 것도 없다. 땅에 발이 박히기는 했지만 오롯이 제 힘으로 그것을 버텨 냈다.
실로 어마어마한 괴력.
타이탄의 피를 이었다더니 그 힘까지 완전히 소화해 낸 모습이었다.
“뒤 잡기.”
하지만 그 정도는 로칸도 예상했다.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 이미 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조사는 끝난 상황이 아니던가?
빠르게 뒤로 돌아 들어가며 횡으로 배틀 액스를 그었다.
까앙!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 광풍은 뒤로 돌지도 않은 채 팔을 휘둘러 그것을 막아 내었다.
“기본은 있군.”
냉정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상이든 천상이든 감히 누가 있어 로칸에게 이 따위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한번 나타났다 하면 전황을 뒤집고 누구라도 죽일 수 있었던 그인데 말이다.
때문에 로칸은 잔뜩 골이 난 모습이었다. 성질을 부리듯 강하게 재차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근데 그 정도로 되겠어? 좀 더 힘을 내 보라고!”
누가 봤다면 지도 대련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전력을 다하는 로칸과 달리 광풍은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전신 무쌍의 효능으로 발걸음을 내딛을수록 강해지는 로칸이었지만 광풍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가볍게 그것을 받아 냈다.
‘아니, 효과는 있다.’
장난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로칸은 열불이 났지만 머리는 차갑게 이성을 유지했다.
무기가 부딪치는 순간 살핀 근육의 떨림. 그것은 얼굴이 평온해 보여도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듯해도 광풍 역시 상당한 힘을 주어 대적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피의 각성!”
로칸의 피를 타고 흐르는 어떤 기운이 깨어났다.
천신, 마신 그리고 타이탄의 것까지.
더불어 그가 죽이고 피를 뒤집어쓴 모든 이들의 힘이 그에게 더해졌다. 검은 산에서 죽인 1만 마리의 몬스터들의 것까지.
콰앙!
그러자 이번에는 광풍도 쉽게 막아 내지 못하고 몸이 튕겨져 나갔다.
‘가볍다.’
급작스러운 일격에 광풍이 튕겨 나갔지만 묵직한 맛이 없다. 무기가 부딪치는 순간, 스스로 몸을 띄워 충격을 해소해낸 것이다.
더불어 그의 표정도 바뀌었다.
“이제 좀 진지하게 해 볼 생각인가 보지? 좋아, 보여 주마. 원조가 무엇인가를. 선조 회귀!”
우두두둑!
광풍이 힘을 발하자 그의 형태가 달라졌다. 가뜩이나 2미터가 넘는 거구를 지녔던 그가 타이탄의 모습과 흡사하게 바뀌었다.
어찌 보면 피의 각성과도 비슷한 스킬이었다. 자신의 피에 각인된 선조의 힘을 끌어낸 것이니까.
다만 그가 이끌어 낸 것은 타이탄의 힘만이 아니었다.
고대 인간. 강대한 힘을 지니고 세계를 질타했던 그들의 힘과 가능성까지 깨어났다.
“으윽!”
다시 치러진 격돌. 그러나 밀리는 것은 오히려 로칸이었다.
이미 힘과 공격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건만, 광풍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타이탄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하지만 그래서 뭐? 이미 타이탄을 잡아 본 그가 아니던가?
그래 봤자 400레벨밖에 되지 않는 놈이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광풍이 그러하듯 자신 역시 타이탄을 넘어섰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니까.
“크허허헝!”
이 전투 자체가 너무나 즐겁다는 듯 로칸이 함성을 터트렸다.
광풍의 능력치 하락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시 한번 힘을 집중시켜 광풍을 베어 갔다.
“흐흐흐, 좋구나!”
그 호전적인 모습에 광풍도 기꺼이 배틀 액스를 들었다.
콰앙! 콰앙! 쾅! 쾅!
둘이 격돌할 때마다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때마다 둘은 미소를 지었다.
이 전투 자체가 너무나 즐거운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치열한 전투를 치를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투박하고 거칠지만 감히 범접키 어려운 고도의 전투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쐐애액.
로칸의 배틀 액스가 광풍의 어깨를 노리고 떨어졌다.
광풍은 어깨를 비틀며 기묘한 각도로 배틀 액스를 쳐올렸다. 제대로 힘을 받기 어려운 각도였지만 무지막지한 힘으로 머리를 반으로 가르려 들었다.
그때 로칸이 스스로 자세를 무너뜨렸다.
무기에 끌려가듯 몸을 숙이더니 왼 어깨를 드러내며 폭발적인 힘으로 발을 굴렀다.
전신의 돌격!
기습적인 돌진이었지만 광풍은 놀라지 않고 발을 들었다. 자세를 낮춰 로칸의 숄더 차지를 발뒤꿈치로 차올리며 각도를 틀어 버렸다.
콰앙!
허공으로 날아간 로칸의 몸이 콜로세움의 벽과 부딪쳤지만 곧 툭툭 털고 일어났다. 불사의 권능 앞에 이 정도 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점멸!”
대신 한순간에 몸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어디를 노리는 것일까. 정면? 후방?
어디도 아니다. 바로 광풍의 머리 위. 그곳에 다시 나타난 로칸은 바람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휘둘러 광풍의 머리를 타격했다.
콰앙!
무릎과 머리가 부딪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굉음이 났지만 상황은 묘하게 흘러갔다. 광풍이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로 무릎을 들이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로칸의 다리를 잡고 빙 돌며 패대기를 쳤다.
“아직 숨겨 둔 수가 더 있지 않나? 어서 꺼내 보는 게 어때?”
자신을 더 즐겁게 만들어 보라는 듯 광풍이 은근하게 로칸을 부추겼다.
아직 로칸에게 패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 신성을 쓰지 않는다기에 아껴 둔 거긴 합니다만……. 그럼 갑니다. 무혼 각성!”
속에서 올라오는 핏물을 뱉으며 로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을 일으켰다.
무혼 각성.
이미 무환의 왕, 칼튼을 상대하며 천신과 마신의 무구를 동시에 깨운 바가 있었기에 본래는 하나만을 일깨울 수 있었지만 그런 페널티는 광풍의 신성이 일시적으로 해제시켜 주었다.
덕분에 피의 각성으로 들끓던 신성과 마기가 안정화되며 로칸에게 미증유의 기운을 선사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힘이지만……. 좋군!”
보는 사람의 기가 질릴 정도의 기운이었지만, 그 마제스티 마스터들조차 경계하고 두려워하던 힘이건만 광풍은 기껍게 웃었다.
대신 경시할 수는 없었는지 자신의 창조 스킬을 발동시켰다.
“초월.”
역시 로칸과 비슷한 데가 많은 광풍이었다. 한계까지 끌어올린 자신의 능력을 또 한 번 넘어섰다.
한계를 초월하고 개념을 탈피했다.
육신은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유롭고 빠르고 강하고 부드럽게 바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로칸은 광풍을 ‘강(强)’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전혀 아니다.
인파이터가 아닌 아웃복서와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히 보이는데, 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속도만 빨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순간 부딪쳐 본 결과, 무혼 각성으로 강화된 자신 이상의 힘이 그에게 잠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마치 허깨비를 상대하는 기분이다.
무기를 부딪치면서도 뭔가 찝찝했고, 아차 하는 사이에 몸이 베이고 있었다.
압도적인 방어력 그리고 불사의 권능 덕에 몸을 비트는 것으로 방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방어구는 넝마가 되고 생명력이 바닥을 쳤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불굴의 의지가 발동하며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렵지만 어느 정도 광풍을 따라붙는 것이 가능해졌다.
후웅!
그러나 상대하기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마치 바람을 쫓는 기분이었으니까.
배틀 액스라는 중병기를 들고도 교묘하게 파고드는 광풍의 움직임은 로칸으로 하여금 맥이 빠지게 만들었다.
이대로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는다.
그 생각을 떠올리자 로칸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진광풍참!”
베어서 잡을 수 없다면 공간 전체를 찢어 버린다!
광풍이 접근하는 순간 공간을 타격한 로칸의 일격에 광풍이 밀려났다.
자신의 무기에 똑같이 내장된 기술이기에 쉽게 반응할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로칸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광살!”
한 걸음 광풍을 따라붙으며 다시 한번 공간을 타격했다. 십수 번의 공격이 일수에 펼쳐지며 공간 전체를 쓸어버렸다.
까가가강!
퍼억!
불꽃놀이처럼 불똥이 거칠게 튀더니 배틀 액스가 틀어박혔다.
다름 아닌 로칸의 심장에.
그 살벌한 공격을 뚫고 오히려 역공을 펼쳐 심장을 터트린 것이다.
“크흐흐, 잡았다.”
퍼억!
그때, 축 늘어져야 할 로칸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배틀 액스를 박아 넣느라 정지한 광풍의 허리를 3분의 1쯤 베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었다면 반 이상을 베어 냈을 텐데, 아쉽게도 광풍이 서둘러 몸을 빼낸 것이다.
“이런, 한 방 먹었군.”
이 정도면 꽤 치명적인 일격이지만 광풍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이조차 즐거운 것이다.
아무리 신성을 제외하고 붙었다지만 자신이 이만한 상처를 입게 될 줄이야.
변태처럼 웃으며 다시 무기를 들어 올리자 이미 상처가 붙고 있었다.
신성이나 치료 주문을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 재생 능력이 워낙 뛰어난 덕이었다.
“그럼 또 갑니다.”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은 로칸도 마찬가지. 마법 심장에 의지하며 다시 힘을 일으켰다.
뭔가 손에 잡힐 듯한 그 느낌을 확실히 깨닫기 위함이다.
상대에게 절망감을 주는 광풍의 움직임이었지만 의외로 어쩌면 쉽게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후웅. 후웅. 까앙!
둘의 공방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딱히 큰 기술을 쓰지는 않았지만 전투는 더없이 치열했다.
해답은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슬슬 로칸도 광풍의 움직임에 적응해 가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것도 받아 보시죠.”
“얼마든지.”
딱히 시간을 끈 적도 없건만 모든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나갔다. 쉴 새 없이 이동과 공격을 반복하던 둘의 움직임이 정지하고, 로칸의 몸에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솟구쳤다.
배틀 액스에 그의 모든 것이 담기기 시작했다.
“초극.”
신성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감히 마제스티 마스터조차 받아 낼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것이 광풍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광풍 역시도 그것을 맞받아칠 준비를 했다.
“모든 것이 융합된 힘이라……. 훌륭하군! 그럼 이쪽도 가지. 이름은…… ‘베기’ 정도로 해 둘까?”
쿠오오오오오오오.
로칸의 모든 것이 광풍을 향해 쏘아졌다. 공간 자체를 집어삼키는 블랙홀과 같은 기운이 광풍을 탐욕했다.
부웅!
그리고 이어진 광풍의 베기.
그것이 초극을 베어 냈다. 이름 그대로 세상을 베어 버렸다.
오